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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52화 (152/284)

제7권 2화

152

이정기가 서 있는 테라스 아래로 집결해있는 백두 길드의 헌터들.

그들은 한껏 긴장했으면서도 상반되는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하고 있었다.

이성에 의해 위축되었던 분위기가 이정기의 등장과.

“주안나가 분명 물러섰지?”

어떤 면에서는 김윤태보다도 더 망나니라 취급받는 주안나를 한발 물러서게 했다는 것에 승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백두의 헌터들 사이에.

“…….”

낯익은 자들이 보였다.

여유로움이 조금이라도 있는 다른 헌터들보다 그들은 더욱더 긴장한 듯 보였다.

마치 성적을 채점 받는 학생처럼 움츠려 있는 모습.

이정기는 테라스 밑으로 내려가 그들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길드장님!”

웅성거리면서도 물러서는 헌터들.

그리고 남아있는 그들의 앞에 선 이정기는.

“오랜만이야.”

반가운 얼굴들을 향해 인사했다.

“오랜…, 만이야.”

긴장하고 움츠러든 목소리.

그 모습에 이정기는 피식 웃음 지었다.

전과 다른 모습.

“오랜만이군.”

그리고 변함없는 모습과.

“기억해주시는군요.”

조금은 다른 인사까지.

그들은 이성에서 잠시 맡았던 10팀에 소속되어 있던 헌터, 최인해와 권신우.

그리고.

‘왜 이 여자가 여기 있는 거지?’

전혀 의외의 인물.

‘윤하민.’

윤문산 당 대표의 딸 윤하민이었다.

왜 이들이 여기 있느냐 이진석에게 물었던 이정기.

이진석이 답하길.

‘길드장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이정기가 백두 길드의 길드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찾아왔다고 했다.

왜?

자신이 길드장이 되었으니 과거의 연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일까?

아니, 이 자들은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마중 나와 이들을 맞이하는 것이기도 했다.

“얘기를 좀 해야겠지?”

이정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

웅성.

웅성거리는 헌터들 사이로 이정기가 그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 * *

“많이 달라졌네.”

권신우, 오랜만에 보는 그는 전과 전혀 달랐다.

몸집은 한 층 더 커진 것 같았고, 헌터이기에 어지간한 상처는 전부 회복할 수 있건만, 그의 얼굴엔 커다란 흉터가 있었고, 양팔에도 흉터가 가득했다.

헌터의 회복력을 아득히 넘어서는 파괴력을 가진 존재와 맞섰던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성장했어.’

그런 권신우는 크게 성장해 있었다.

풍기는 마력의 향기가 다르다.

짙고 풍부한 마력, 거기다 단단한 눈빛은 이정기의 눈길마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너 또한…, 달라졌군.”

권신우의 말.

이정기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나도 제법 노력했거든?”

광장에서 보았을 때와 달리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그녀.

“최인해.”

그녀 또한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외적으로 변한 것은 그저 조금 더 예뻐졌다는 것?

짧았던 머리카락이 길게 자랐고 원래도 희던 피부는 이제 투명해져 있었다.

쉽사리 변화하기 힘든 헌터의 외형.

이유는 간단한 것 같았다.

‘마력.’

그녀의 마력은 권신우의 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일반 헌터들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수준, 마치 기연이라도 만난 듯 폭발적으로 성장해 있는 그녀의 마력은 특별하다 못해 특이한 수준이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해본 적이 언제 있는가 싶어.”

그녀의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둘 다….’

S급 헌터의 기준을 넘어섰음은 확실하다.

그보다 더, 높은 곳.

‘랭커.’

랭커에 적합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목표점이 너무 높으니 자연스레 강해지더군. 죽도록 노력해도 부족한 걸 아니까, 차라리 죽으려고 했다. 그러니 살아남아 강해지더군.”

참으로 권신우다운 말이었다.

“마찬가지야. 다만 난 죽을 생각은 없었고.”

노력과 재능의 영역.

둘 다 벽을 넘은 것이었다.

“왜 우리가 이제야 찾아왔는지 궁금하겠지? 말했었잖아.”

최인해가 말했다.

“부족한 실력을 덜었을 때 합류하겠다고. 애시당초 팀을 버린 건 우리가 아니라 너야. 우리는 그래도 팀에 소속되어 있긴 했었으니까.”

“…….”

이정기가 말할 타이밍도 주지 않고 말하는 그들.

“우리는 말했듯이 다른 팀에서 경험을 쌓고 온 거다. 네게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압도적인 실력 차이.

그들은 거기서 엄청난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팀을 떠난 것이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는 짓인 것 같군.”

돌아와 보니 이정기는 아예 넘어볼 수 없는 영역에 닿아있었다.

눈앞에 이정기가 있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다 저 눈빛.

원래도 조금은 무심하며 날카로웠던 저 눈빛은.

스르르.

소름마저 돋아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푸하하.”

이정기가 미소를 지었다.

“팀플레이도 제법 는 것 같은데?”

무거웠던 분위기와 다르게 예전과 같은 모습과 목소리를 내는 이정기.

‘누가 뭐라 해도….’

이들이 자신이 지구에 와 제대로 맺은 첫 번째 인연이나 다름없는 자들이었다.

“이성이 백두를 상대로 움직인다는 얘기를 들었어. 아직도 부족하지만 더 미룰 순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이성을 탈퇴하고 백두를 찾아왔다.”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최고, 세계에서도 무시 받지 않는 이성이라는 이름.

그에 반해 백두는 대한민국에서 나름 입지를 가지고 있다지만 이성의 산하와 같은 느낌이었다.

헌데 그런 이성을 버리고 찾아왔다.

그것이 이들의 진심을 반증하는 것.

“안태민은….”

그리고 이 자리에 없는 한 사람.

“이성에 남았어.”

안태민은 이성에 남았다.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지만.

“환영해.”

이정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몸을 일으킨 이정기.

최인해와 권신우의 얼굴에 많은 의문이 남아있음을 안다.

이성과의 충돌.

이 사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이정기가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했지만, 개인인 이정기가 이성에 비해 부족한 백두를 데리고 이성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판단하는 그들.

그리고 이정기는 그런 그들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성도, 백두도….”

씨익.

“결국, 내 것이 될 거니까.”

* * *

최인해와 권신우는 이진석의 공격대에 속하도록 했다.

충분한 실력을 쌓아온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어차피 자신과 함께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기에 수락한 일이었다.

오히려.

‘좋아.’

최인해와 권신우는 그 사실을 반겼다.

‘어차피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진석 헌터라면 배울 수 있는 게 많겠지.’

소속이 바뀌었지만 그들의 의지는 한결같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도대체.”

이정기에게도 의문인 여자였다.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윤문산 당대표의 딸 윤하민.

자신과 한 번 마주한 것이 전부인 사이.

그리고.

‘윤문산 대표가 약혼을 이야기하더구나.’

할머니에게 듣기로 윤문산 대표가 윤하민과 자신의 혼약을 추진하고 싶어 한다는 것까지.

그렇기에 조금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윤하민이 헌터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녀가 명목뿐이라 해도 테베에 속해 있으며 던전 공략이 있다고 하지만.

‘왜.’

왜 백두에 온 것일까.

이미 그녀의 가슴팍에 있는 저것이 그녀가 백두의 정식 길드원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대체 뭐가 부족해서?

윤문산 대표가 백두에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걸까?

그리고 도대체.

‘직접 물어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진석은 왜 윤하민을 받아준 것일까.

“왜냐…, 고요?”

긴장한 것이 분명한 윤하민의 얼굴.

그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주안나.’

마치 흥분하여 날뛰던 주안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때였다.

“후우.”

깊은숨을 토해내는 그녀.

“정말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게 사실이군요.”

“……? 거짓말을 한 적은….”

“그런 말이 아니에요.”

윤하민의 붉은 기는 더욱 강해졌지만 목소리는 침착을 되찾았다.

“제가 이정기 길드장님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게 무슨….”

“이정기 길드장님은 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시나요?”

윤하민에 대해 아는 것?

없다.

그저 이름과 성별, 나이나 가족관계 따위.

그 외에는 아는 것도 관심도 없다.

“알아달라고 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저는 길드장님에 대해 알고 싶어요.”

“……….”

“뭔가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냥 백두 길드의 한 명의 헌터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그게 될 리가.

자신이야 상관없다지만, 그녀는 윤문산의 딸이다.

차기 대권 주자이며 대통령 당선이 확정적인 남자의 딸.

그녀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다른 이들이 곤란해할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아버지께는 확실히 말씀드렸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제 소속은 백두의 8 공격팀이에요.”

공격대의 하부 조직이나 다름없는 공격팀.

그리고 그들이 길드를 이루는 최소단위이기도 했다.

“강해질게요. 그러니 제게 별다른 신경은…, 아니 신경 써주셔도 좋고요.”

말을 마친 그녀.

사실 이정기는 더 이상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한 명의 길드원으로 대해 달라니.

“알겠습니다.”

그저 그게 전부.

다시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이었지만.

“감사해요.”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방을 나섰다.

그리고.

“후.”

복잡한 머리를 떠나 움직여야 할 시간이 되었다.

* * *

주형태 길드장은 현재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스캔들 때문인지 잠시 자취를 감춘 상태.

주형태의 지시로 이 사건이 시작되었을망정, 지금 지휘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여자.

“…….”

주안나였다.

급히 마련된 회의 장소.

앉아있는 것은 길드장 대리의 주안나, 이성의 제1 공격대 일검의 공격대장 안인회.

그리고 반대편에는 이정기, 그리고 이진석이 함께였다.

다른 공격대장이나 간부들의 참여도 이야기했지만.

‘회담을 하는 것은 총 넷으로 제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인회의 주장을 받아들여 넷만이 모인 것이었다.

‘아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할 생각인가 봅니다.’

백두를 대표할 사람과 그 측근 한 명.

그 뜻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에둘러 이야기하지 말자는 것과 같았다.

안인회는 주안나도 이정기도 정확히 파악한 것이 분명했다.

정치적인 능력보다 헌터의 능력이 뛰어난 두 결정권자.

어떤 사고가 생겨 남들이 듣는 것보다 측근만이 있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저희는 이번 블락이 일어난 던전, 충주 제삼 던전의 구출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안인회.

그리고.

“목적을 분명하게 밝히셔야죠. 도대체 이성이 왜 백두의 행사에 관여하는 겁니까? 구출이라는 명목이 좋다지만 이건 일반적인 상황과는 다른 것 같군요.”

그에 지지 않는 이진석.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야? 내게 양보해. 강민혁의 구출은 꼭 해줄 테니까.”

역시나 불편한 기색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린 주안나.

그에 안인회는 역시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얼굴을 쓸어내렸지만.

“주안나.”

이정기의 다음 말 만큼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성을 내게 넘겨라. 그럼 이성의 이름으로 던전 구출을 진행하지.”

“뭐…, 뭐라고?”

“무슨!”

“길드장님!”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

그래.

“이러려고 이렇게만 모인 것 아니었나?”

이정기는 더 이상 끌려다닐 생각 따윈 없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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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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