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50화 (150/284)

제6권 25화

150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떠오르는 아테나의 목소리.

이정기는 랭킹석과 접속을 끊자마자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입니까?”

“통신망 연결 아직인가?”

아폴론의 물음에 다시 질문으로 답하는 이정기.

이정기가 이탈리아와 바티칸에서 난동을 부리며 가장 먼저 한 것이 통신망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연락 체계를 망가트려야 해.’

추가적인 병력 지원과 적들의 교란을 위해 유시아가 가장 먼저 통신 설비를 파괴하고, 전파를 방해했던 것.

소요가 끝났지만 아직 통신망은 복구 중이었고, 곧 완전한 복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는데.

“두 시간 정도 더 걸린답니다.”

아폴론의 말에 이정기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길어.”

아테나가 경고할 정도라면 어떤 위협이 코앞에 닥쳤다고 봐도 좋았다.

“예언에 보인 것은 없나?”

다시금 묻는 이정기.

“예언이라는 것은 지근거리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먼 미래, 원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고 그걸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뿐입니다.”

아폴론의 예언 능력도 도움이 안 된다.

“무슨 일이야?”

이정기가 다급히 움직인다는 소식을 들은 유시아도 다가와 말했다.

“한국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무슨 일…?”

그녀도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

‘젠장.’

방법이 없다.

“지금 당장 비행기를 준비…, 아니야. 이모님, 달의 이면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유시아가 가진 만월의 증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달의 이면.

그건 미리 만들어둔 달의 이면들을 마치 게이트처럼 넘나들며 거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적어도 대여섯 시간은 걸릴 거야.”

다만 그렇게 이동하는 데 쓰이는 마력양이 많이 필요한 데다가, 특수하게 만들어진 일종의 아류 게이트이기에 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

“준비해주세요. 그렇게라도 가야겠습니다.”

“알겠어.”

급히 움직이는 유시아, 그때였다.

[복속된 수하와 넥타를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습니다.]

때맞춰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

그에 이정기는 눈을 치켜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그것이었다.

복속된 수하.

‘이진석 헌터와 연락을 취할 수 있나?’

[인간 이진석의 넥타에 접속합니다.]

구웅.

이정기는 또 한 번 감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전과 다른 느낌, 시야가 오히려 축소되며 주변 모든 것이 작아지는 느낌.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이…, 이정기 헌터님?

이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이야.

지금 바티칸은 전파 통신망은 물론, 유시아가 쏘아낸 화살로 인한 마력장으로 마력 연결조차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너무나 또렷이 이진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정기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연락이 안 되어 말씀드릴 수 없었습니다.

이진석의 목소리에서 반가움과 다급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강민혁 헌터가 속한 제2 공격대가 던전 블락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던전 블락.

던전의 입구가 닫혀 고립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따금 불안정한 마력을 지닌 던전에서 발생하는 경우였는데, 대개 며칠이 지나면 자연스레 던전의 입구가 개방된다고 하지만.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아테나의 경고가 있는 지금 예삿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쨉니까.’

잠시 뜸을 들이는 듯한 목소리.

‘사흘 지났습니다.’

삼일이라면….

‘한계선.’

대개 던전 블락으로 인한 고립이 끝나고 던전이 개방되는 것이 삼일.

하지만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면 분명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성이 구출에 나서겠다며 나섰습니다.

확실히 이상한 일.

“지금 돌아갈 겁니다. 준비하세요.”

* * *

‘던전 블락.’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지만 결코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던전이 등장한 현 세대가 아닌 게이트의 세대에서나 볼 수 있던 일.

거기다 사흘이 넘게 블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특히나.

‘이성.’

기밀로 치부하던 일을 어찌 알았는지, 이성이 비밀스럽게 공격대의 구출을 돕겠다며 연락을 취해왔다고 했다.

그 또한 이상한 일이었지만.

‘무언가 목적이 있다면 너무 노골적이야.’

바라는 것이 있어 그런 것이라면 너무 노골적이다.

이성과 자신의 대립은 이미 확정된 일.

이성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함정이거나.’

무언가 함정을 준비하고 있거나.

‘강민혁 헌터가 블락에 빠진 그 던전이….’

이성에게 있어 물불조차 가리지 않을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속단하기는 일렀다.

지잉.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

‘강민혁은 쉽게 죽지 않아.’

그는 자신도 인정하는 강자 중 한 명, 거기다 훈련을 통해 더욱 성장했으니 어떻게든 살아있을 것이다.

지잉.

궁금한 것은.

‘이번 일이 어디까지, 누구까지 관여되어 있는지.’

혹 할머니가 관여되어 있을까?

아니면 티탄들도 관여되어 있을까?

이성은, 주형태는.

‘누구의 편일까.’

묻어 두었던 의문들.

지잉.

이정기는 또 다른 복속된 존재에게 목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됐어?’

-사츠키 씨도….

전과 다르게 많이 무거워진 목소리.

그 속에 진중함과 파괴력이 엿보인다.

많은 성장을 한 것이 뚜렷하게 느껴지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이었다.

-어머니도 모른다고 하신다.

김윤태, 오케아노스인 사츠키의 옆에 붙어 일본에 있는 녀석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

원래 백두의 주인은 자신이 아닌 주영은과 김윤태였다.

그러니 지금 강민혁이 들어서 있는 던전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 그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특별한 점이 하나 있는데.

‘말해.’

-원래 그 던전이 백두의 소유 던전이 아니었다고 하셔.

‘뭐?’

백두의 것이 아니었다?

-원래 이성 그룹과 이성 길드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던 길드였는데, 백두에 이성 지분을 조금 넘기며 함께 넘어온 던전이라고 하시네. 그 후로 백부와 숙부가 몇 번 그 던전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을 하셨다나 봐.

됐다.

-더 알아내는 게 있다면 바로 연락할게.

이성이 끼어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리고 강민혁이 블락에 빠진 것을 이성이 눈치챈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이성은….’

그 던전을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지잉.

다시금 울려 퍼지는 공명음.

“하아.”

지친 유시아의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따라갈까?”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폴론의 곁에 계세요.”

한국에서 그녀가 필요할지 안 필요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알겠어.”

그녀 또한 이정기의 말을 이해한다는 것.

“아폴론의 곁에서 제대로 된 가디언의 힘을 깨워볼게.”

바티칸에서 그녀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진실.

그리고 아직 그녀는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진실이었다.

그 부족함을 채울 방법은 간단했다.

‘아폴론.’

그의 곁에 머물면서 그녀의 힘을 제대로 일깨우면 될 일.

또한.

“지켜볼게.”

믿기로 마음먹은 아폴론이지만, 유시아는 그를 감시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열린 금색 빛깔의 게이트를 넘어간 이정기.

“모시러 왔습니다.”

이진석이 자동차 문을 열며 대기하고 있었다.

* * *

이탈리아나 바티칸에서의 일을 궁금해하는 이진석이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묻지 않았다.

지금 당장 궁금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정기 헌터님…, 아니 길드장님이 자리를 비우시고 소유 던전들을 통한 공략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길드의 소유 던전들.

그것들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소멸하는 던전이 아닌 반복성 던전이었다.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반복하여 몬스터를 재생성하는 던전들.

물론 첫 던전 공략만큼의 성장을 반복 공략으로 바랄 순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던전의 마력량이 상승하고, 전투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상위의 길드들은 이런 반복성 던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가 길드의 세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백두가 가지고 있는 소유 던전은 총 일곱 개.

이정기가 자리를 비운 동안 백두의 공격대들은 다른 던전을 공략하면서도 성장을 위해 소유 던전들을 공략하던 상황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공략이었습니다.”

강민혁이 공격대를 이끌고 공략에 나섰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말입니까?”

“네. 하지만 그때는 이틀 만에 블락이 풀려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던전,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

“상황은 어떻습니까?”

움직이는 차 안에서 이정기가 말했다.

“백두의 두 개 공격대가 던전을 봉쇄하고 있는데….”

말꼬리를 흐리는 그.

“이성이 공격대를 파견했습니다.”

“하.”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구출 작전에 동의도 하지 않았건만, 벌써 공격대를 파견하는 행위는 분명 선을 넘어 백두를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성이라지만.

‘던전에 무엇이 있든지 간에.’

백두를.

‘나를.’

무시하는 처사다.

“공격대끼리 대치 중입니다. 거기다….”

이진석이 말을 꺼내려던 찰나.

쿠웅.

땅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끼익-!

급히 핸들을 틀고 멈춰선 자동차.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와중 이정기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내렸다.

쿠우웅!

대지에 진동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제가….”

이진석 또한 급히 내려 나서려 했지만, 이정기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곤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울컥.

솟아나는 대지.

이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던전도 게이트도 아니다.

쿠우우웅!

헌터.

대지에 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헌터가 날뛰고 있는 것.

그리고 이정기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길드장님!”

이정기를 알아보고 소리치는 백두의 헌터들.

그들의 앞에.

“당장 비켜. 이제부턴 이성이 이곳을 관리할 테니까.”

날뛰고 있는 헌터.

“주안나.”

주안나가 눈에 보였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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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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