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49화 (149/284)
  • 제6권 24화

    149

    “일차로 잠에서 깨어난 티탄들은 총 열, 그리고 이차로 깨어난 티탄들은 백 둘입니다.”

    아폴론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정기의 눈이 커졌다.

    일차, 이차.

    그리고 깨어난 티탄의 수가 아폴론의 이야기만 들어도 백 열둘이었다.

    “그렇게나 많이….”

    이정기가 이제껏 본 티탄의 수가 겨우 열을 넘지 않는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반 헌터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미 인류는 점령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제로라인의 수를 넘어가는 티탄들.

    “삼차로 티탄들이 깨어나는 것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삼차로 깨어나는 티탄의 수는 총 사백….”

    “사백이 넘는단 말입니까?”

    이제는 이정기조차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사백이 넘는 티탄.’

    그것들을 마주할 자신.

    지금 올림포스에서 가졌던 힘을 초월한 자신이지만 그 많은 숫자를 한 번에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예. 하지만 걱정 마세요. 삼차로 깨어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티탄들은….”

    처음으로 보는 아폴론의 표정.

    그건 당황이자, 경악이었다.

    “모두 죽었으니까요.”

    “죽었다고…, 요?”

    “예. 이정기 헌터께서도 잘 아시는 분의 작품입니다.”

    맙소사.

    ‘할아버지.’

    지금껏 무얼 하고 있나 했더니 그런 짓을 벌이고 계실 줄이야.

    티탄을 사냥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숫자를 상대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정기 헌터가 아셔야 할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일단 깨어난 티탄들로, 제가 파악한 자들의 신상 정도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

    “시엘들 대부분이 티탄에게 육체를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빼앗기지 않은 시엘들도 있죠.”

    이정기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올림포스 원정, 총 일곱의 시엘, 시엘을 제외한 백 사십의 헌터들이 참여했던 대규모 공략이었다.

    그리고 그런 올림포스에서의 생존자는.

    ‘한국팀과 할아버지를 제외한 시엘 넷, 그리고 사십 칠 명의 헌터들.’

    하지만 현 시엘 체제에서 올림포스 원정을 떠났던 시엘은 총 셋밖에 되지 않았다.

    ‘뷔앙, 루이기.’

    자신의 손에 죽은 뷔앙, 그리고 이제는 굴복한 루이기.

    그리고 마지막.

    ‘리처드.’

    사실상 그 셋을 제외한 나머지 시엘들은 모두 공석인 시엘의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었다.

    그중 올림포스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모습을 감춘 시엘 하나.

    그리고 공석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시엘 하나.

    “모습을 감춘 시엘, 메를린은 육체를 빼앗기지 않았으며, 공석의 자리를 차지한 시엘 중 하나 차오 쉰도 육체를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죽은 뷔앙을 제외하고 할아버지의 자리를 제외하면 시엘은 총 다섯.

    그 중 무려 넷이 티탄이라는 소리였다.

    아프리카의 시엘 욘가루와 러시아의 시엘 엘리자는 공석의 자리에 오른 시엘들.

    하지만 그들은 올림포스 원정에 참여한 헌터들이었고, 그곳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티탄들이 깃든 모양이었다.

    “이제 시엘의 체제가 바뀔 것입니다.”

    죽은 뷔앙도 그렇고, 아폴론에게 얘기를 듣기로 시엘의 자리에서 할아버지마저도 끌어내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머지 공석 하나에 할머니가 자리하게 될 것이지만, 또 하나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하지만 지금 티탄들의 수장이자, 시엘들의 수장 대리를 겸하고 있는 리처드는 현 체제를 뒤바뀌고 새로운 시엘들을 뽑을 것이라 말했었다.

    “비어있는 자리에 티탄을 앉힐 겁니다. 그리고….”

    말을 아끼는 아폴론.

    “시엘들의 하부 조직 또한 티탄들로 꽉 차겠죠.”

    정말.

    “세상을 지배하게 되겠군요.”

    지금껏 시엘들이 세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건 시엘의 이름이 아닌 개인의 세력들이었다.

    하지만 시엘의 직접적인 세력이 된다면.

    ‘그 힘은 가히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아폴론은 말했다.

    “왕, 아니 이정기 헌터가 세계 전부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코자 티탄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말씀드린 것이고요.”

    즉, 티탄들과 손잡은 척 그들과 뜻을 함께해야 그들과 섞일 수 있다.

    그때부터의 싸움은 세계라는 적을 홀로 상대해야 하는 자신이 아닌.

    ‘내분.’

    그러니 세계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네 말뜻은 알겠어.”

    그렇기에 아폴론은 다시금 해야 할 일을 말해주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숨어들어 성장하고, 가디언들을 깨워 복속시켜야 한다는 것이지?”

    “정확합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가디언들.

    그들은 티탄과 다르게 뿔뿔이 흩어져 아폴론조차 찾기 힘든 경우도 태반이라고 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낸 가디언은.

    ‘유시아 아르테미스. 헤르메스, 쥬피터 나, 아폴론 그리고….’

    할머니가 받게 될 넥타.

    ‘쥬노.’

    그리고 깨어났음에도 모습을 감추고 있는 가디언들도 있다고 했다.

    아폴론은 그런 가디언들을 찾아내고 복속시키거나.

    “복속하기 어렵다면, 힘을 회수하기라도 해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정기.

    그리고.

    “그들을 찾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폴론의 말에 이정기의 눈이 빛을 토해냈다.

    * * *

    바티칸의 최심처, 수많은 팔라딘이 항시 지키고 서 있으며 바티칸의 신성 마법과 수많은 유니크 급 아이템들로 인해 보호받는 곳.

    누구도 쉽사리 출입이 불가능하고, 허락받은 자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이곳.

    우우웅.

    바티칸의 성역에 ‘그것’이 있었다.

    “챙길 수 있는 것은 전부 챙겨야겠죠.”

    아폴론의 목소리.

    아폴론의 말마따나 아직 바티칸에선 챙길 것이 남아있었다.

    ‘바티칸의 신성 아이템?’

    그런 것은 이정기에게 하등 쓸모없는 것.

    ‘거짓된 넥타로 만들어진 아이템 따위.’

    이정기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바티칸에 있는 것들은 전부 그런 것들이었다.

    ‘군대를 양성하려 합니다.’

    티탄들이 군대를 양성하기 위해 하고 있는 일종의 실험으로 소모된 소모품들.

    현재 이정기에겐 할아버지가 주었던 레전더리 아이템들도 그다지 큰 효용이 없었는데, 바티칸의 신성 아이템이 도움이 될 리는 없었다.

    ‘물론 몇 개는 챙겼지만.’

    그건 자신이 쓸 것이 아닌 선물용이었다.

    그러니 이정기가 이곳에서 챙겨야 할 것은 바로 하나.

    우우웅.

    랭킹석.

    제로 라인의 랭커들의 랭킹 상승은 단순히 누군가를 쓰러트린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 따른 인정이 필요하다.

    이 헌터가 랭킹을 갱신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는 인정.

    그러한 인정은 각 협회가 주관하고 있고, 이곳 바티칸 또한 그러한 능력이 있는 곳이었다.

    또한, 이정기가 랭킹석과의 접촉을 바라는 이유는 단순히 랭킹의 상승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찾아야 합니다.’

    아폴론 또한 위치를 알 수 없는 한 명의 가디언.

    ‘아테나. 그녀가 깨어나야만 합니다.’

    아테나를 찾기 위해서라고.

    아폴론이 말하길 가장 먼저 깨어난 가디언은 아테나였으며, 그녀의 파편이 각지의 랭킹석에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왜 그녀가 랭킹석에 파편을 담은 거지?’

    이정기의 물음에 아폴론은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아테나는 제 예지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입니다. 그녀가 왜 파편을 담아두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랭킹석에 파편을 담고 본체를 숨긴 듯합니다.’

    그러니 랭킹석과 접촉해 아테나의 파편과 접촉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파편이 깃든 랭킹석들을 전부 찾아 접촉하려는 것도 계획으로 세워두었다.

    아폴론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테나란 존재는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우우웅.

    작게 공명하고 있는 랭킹석.

    이정기는 전에 그러했듯 천천히 랭킹석에 다가가 손을 뻗었다.

    포옹.

    물결에 파장이 일듯, 이정기의 마력과 공명한 랭킹석에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화아아악!

    주변 광경이 전부 뒤집히기 시작했다.

    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어느새 이정기의 눈앞에는.

    -오랜만이에요.

    아테나, 그녀가 서 있었다.

    * * *

    -태양을 찾았군요.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

    그녀는 전과 달리 조금은 더 뚜렷해진 형체를 한 채 이정기의 눈앞에 서 있었다.

    전에는 아예 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는데, 지금은.

    ‘웃고 있어.’

    그녀가 웃고 있다는 사실쯤은 알 수 있었다.

    -태양은 믿을 수 있는 존재랍니다. 지금 당장은 말이죠.

    “우릴 관찰하고 있는 건가?”

    랭킹석에 깃든 파편 주제에 마치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말하는 그녀.

    -아뇨. 저는 당신과 접촉해 당신의 기억을 엿보는 것뿐이랍니다.

    “조금…, 은 불쾌하군.”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의 사생활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닌 가디언들이나 티탄….

    “넥타와의 접촉만을 본다는 건가?”

    -맞아요.

    다시금 그녀가 웃는 듯 느껴졌다.

    -각성을 축하드려요. 전하.

    장난스러운 그녀의 말에도 이정기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녀가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은 알지만, 아직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 또한 이정기의 감정을 느낀 듯, 웃음을 지우고 말했다.

    -더욱 강해져야 해요.

    강해진다.

    -티탄들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에요. 그들은 그들의 왕을 깨우기 위해 여념이 없답니다.

    아테나의 말에 감춰두었던 의문을 끄집어냈다.

    “애시당초 그 왕을 깨우지 못하게 할 수는 없나?”

    그렇다면 괜한 싸움도 없을 테고, 남아있는 티탄들만 정리하면 될 텐데.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건 어렵답니다.

    “왜지?”

    -일단 티탄들의 왕이 어디에, 누구에게 잠들어있는지는 티탄들조차 모르거든요. 또한….

    그녀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파편인 저로서는 답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렇다면.”

    이정기가 말했다.

    “네가 어디에 있는지도 말해줄 수 없는 건가?”

    -물론입니다.

    아까와 다르다.

    아까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았다면, 지금은….

    ‘메티스.’

    마치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메티스와 같이 딱딱한 말투였다.

    -하지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있죠.

    그녀에게서 빠져나온 밝은 기운, 그것이 곧 올빼미의 형태로 변해 이정기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아테나의 흔적을 발견하셨습니다.]

    “……!”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레스의 흔적을 발견하셨습니다.]

    [아레스의 흔적을 한 개 더 발견하시면, 아레스를 추적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레스를 먼저 찾으세요.

    울려 퍼지는 아테나의 목소리.

    -아니 그보다 먼저….

    흐릿해지는 그녀의 모습.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

    이정기가 놀라 두 눈을 치켜뜰 때.

    화악!

    이미 세상은 뒤집혀 원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우우웅.

    공명하고 있는 랭킹석, 그 위에 글씨가 새겨 져나가기 시작했다.

    -41 허큘리스 이정기.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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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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