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46화 (146/284)

제6권 21화

146

“아폴론의 말대로 되겠군.”

그들의 입가에 서린 옅은 미소.

이미 그들은 승리를 직감한 듯했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 백발의 머리를 지닌 여자가 말했다.

“하지만 아폴론이라고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야.”

자신들은 티탄, 아폴론은 가디언.

아폴론은 더욱이 가디언을 누구보다도 깊게 생각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배신했다는 것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지만.

“모모스.”

백발의 여자가 지닌 이름 모모스.

하지만 그녀의 본디 이름은.

‘엘리자.’

시엘 엘리자.

다른 이들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아폴론은 배신할 수 없어, 이미 그의 넥타에 그분들의 힘 일부가 깃들어 있다. 녀석이 우리의 편이 아니라면….”

씨익.

“녀석은 이미 터져 죽었겠지.”

아폴론이 가디언들을 배신했다는 확신.

모모스를 제외한 대부분이 그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 듯했다.

“가디언의 왕 중 하나를 손에 넣었군.”

아폴론의 계획대로 된다면 가디언의 왕 중 하나는 자신들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된다.

그 비루한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모른 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당할 것이다.

특히나 쥬피터의 자격을 가진 녀석이라면.

씨익.

이미 훗날의 승리는 점쳐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불만을 가진 동료들이 제법 있었다.

굳이 가디언들의 왕의 자격을 가진 인간을 살려둘 필요가 있는 건지, 그저 녀석을 죽이고 자격을 빼앗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리고.

“불만은 접어두어라.”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자, 짧은 금발을 단정하게 넘긴 남자가 말했다.

“다들 몰라서 그러는 건가? 그걸 시도하기 위해 죽어간 형제들이 이미 두 자리를 넘겼다.”

“크흠.”

남자의 입이 열리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불편한 기침 소리.

“그 남자는 지금 우리로선 막을 수 없어. 쥬피터의 후계자를 우리가 모두 움직여 죽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전면전.’

지금껏 자신들의 형제들을, 자매들을 잡아 죽이고 있는 남자에 관해서는 이제 알게 되었지만 꽤나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자신들이 무엇으로 위장하고, 어떤 상황인지도 깨달았지만, 이곳에 오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만일 그와 자신들이 전면전을 치른다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쥬피터의 후계자까지 합세한다면.

“우리의 대계가 몇천 년은 뒤로 밀려날지 모른다.”

“제기랄. 말이 되는 상황인가 싶군. 겨우 인간 하나, 그 인간 하나가 두려워 이따위 일을 해야 한다니.”

“잊지 마. 그 인간 하나 때문에, 죽은 형제가 십수 명이니까.”

“크윽.”

자존심이 상하지만 사실.

그렇기에 아폴론과 손잡은 것 또한 사실.

이것이 가장 적은 피를 흘리며, 자신들의 대계를 완성시킬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 남자를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인간 여자는?”

남자의 말에 이들의 지워졌던 미소가 다시 드러났다.

“이미 도착해 있다.”

* * *

이정기의 안색이 잠시간 창백해졌다.

‘시엘 회의.’

인간의 육체를 빼앗은 티탄들.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

‘설마.’

혹시나 했었던 일.

하지만 확실히 인지하고 우려하고 있었던 일.

‘녀석들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말에 힌트를 받아 떠올렸던 절망적인 가설.

‘이미 시엘들은 전부 티탄이 되어있을 수 있다.’

그들이 이곳에 도착한다면?

아니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시엘들 전부가 티탄이란 소린가?”

할머니.

“대답해.”

이정기의 채근에 아폴론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가 티탄으로 교체되었으며.”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아폴론.

“시엘 회의는 물론 지구에 수많은 티탄들이 숨어있습니다.”

“……….”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가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어도 현실적이지는 못했던 이야기.

“왕께서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

“최명희.”

아폴론의 입에서 할머니의 이름이 나왔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군주나 다름없는 존재이자, 인간이었던 왕과 피가 뒤섞인 자가 현재 그들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을요.”

우우웅.

이정기에게서 방출된 마력이 마력장을 만들었다.

지금부터 아폴론의 입에서 나올 말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입니다. 왕이 살기 위해 티탄과 손잡아야 한다는 말.”

이정기의 눈빛이 더욱 굳어졌다.

“그들은 헬리오스 남매들이 실패했을시, 최명희를 인질로 잡은 채 이곳에 당도할 것입니다.”

할머니를 인질로 잡고 도착한 그들.

안 그래도 지금 이정기는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수많은 티탄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며, 할머니까지 인질로 잡혀 있다면.

“…헛소리는 아니었군.”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너는 어떻게 전부 다 아는 거지?”

이정기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일종의 시험이었다.

“예언인가?”

그 대답 여하에 따라 많은 것이 뒤바뀌는 시험.

그리고 아폴론은.

“제가 짜놓은 판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답을 내놓았다.

“제가 왕께서 이곳에 오시리라 예언했고, 티탄과 손잡고 함정을 팠습니다. 또한, 그들에게 어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었죠. 그들의 예언자는 저와의 싸움에서 잠에 빠진 상태, 그들은 새로운 예언자로 저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말은.

“지금 배신자라고, 스스로 실토하는 건가?”

역시나 아폴론과 티탄들이 손잡았다는 사실이 확실시해지는 순간.

“가당치도 않습니다. 나의 왕이시어.”

아폴론이 다시금 환희의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왕을 위한 것!”

그가 일어서 말했다.

“왕께서 훌륭히 성장하실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일입니다.”

* * *

지난한 기다림.

시엘 회의에 시엘들이 소집되었지만, 아직 회의는 시작되고 있지 않았다.

시엘들 중 일부가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회의 참석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회의를 미룬 시엘들은 한데 모여 초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은 건가?”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티칸의 소식.

“뭐가 됐든 결과가 나왔어야 할 시간 아닌가.”

이미 예정됐던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는 연락.

그들은 초조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전면전.

겨우 타르타로스에서 탈출해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또다시 잠에 빠지길 원치 않았다.

“이럴 거면 바티칸으로….”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말.

“미친 소리 하지 마. 멍청한 티 좀 작작 내줄래?”

“모모스. 그 입….”

“우리가 지금 움직였다간, 쥬피터의 후계자도 눈치챌 거고 그 남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걸 모르 는거야? 일이 잘못됐을 때 모든 준비를 하고 가기로 한 것이 약속이야.”

“…….”

“네가 먼저 잠에 빠지고 싶지 않으면 그냥 닥쳐.”

살벌한 분위기.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던 순간.

우웅.

갑작스레 공간이 울리기 시작했다.

뜨거워지는 대기.

그와 동시에 공간이 찢어지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한 가지.

타오르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명뿐이었다.

“헬리오스.”

누군가의 부름에 갈라진 공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로테스.

“어떻게 되었지! 실패인가?”

다급하게 소리치는 자.

-쥬피터의 후계자는….

뒤이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폴론의 제안을 수락했다.

“후우.”

“하.”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수치스럽다고 해야 하나.”

헬리오스의 말에 나오는 갖가지 반응들.

-이제부턴 아폴론이 맡겠다고 하더군.

“알겠다. 돌아올 건가?”

-어렵다.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야. 나뿐만 아니라 셀레네와 에오스 모두.

“그 정도라고….?”

다시 한 번 놀라는 그들.

-아폴론의 말을 따르는 게 옳았다. 자칫 잘못했다간 그분들이 깨어나기 전까지 감당할 수 없었을 수 있겠어.

“………!”

-그럼 연결을 끊겠다.

화륵.

다시금 치솟는 열기와 함께 닫힌 게이트.

방 안의 자들은 숨을 쉬며 생각을 정리한 듯했다.

그리고.

“결과는 좋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시엘 회의를 시작하지.”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일어선 그들, 그들이 방문을 열고 복도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복도, 그 너비가 운동장을 방불케 하는 이곳이 바로.

‘무지개 다리.’

과거 시엘들이 처음 회합을 가졌던 장소이자 지금까지도 회의의 장소로 사용되는 이곳.

이 다리를 넘으면 마치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시엘들을 위해 건축된 듯한 신전이 나타난다.

그곳이 바로 시엘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

쿠웅.

그들이 당도하자 곧이어 열리는 커다란 문.

그 안에는 희귀하디 희귀하다고 알려졌으며, 이것을 사용해 아이템을 제조하기만 하면 레어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탄생한다는 미스릴로 만든 기둥들이 즐비했다.

그 속에 있는 거대한 탁자.

그곳에 이미 도착한 다른 시엘 한 명과.

“오랜만이오. 여제.”

최명희가 착석해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착, 착, 착.

공석인 뷔앙과 이건.

그리고 세 명의 시엘이 앉았다.

“루이기는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습격 탓에 잠시 자리를 비웠소. 하지만 그의 발언권은 내게 위임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소이다.”

가장 상석, 원래는 이건의 자리였지만 지금 그곳엔 다른 이가 앉았다.

시엘 리처드.

그리고.

‘히페리온.’

티탄 히페리온.

시엘 내에서도 이건의 바로 밑이라 평가받는 그이자, 이건을 제외하면 세계 최강자라는 수식언을 달고 있는 그.

여제 또한 그를 어렵게 생각하기로 유명한 존재였다.

그는 착석하여 말했다.

“오늘 회의의 안건은 총 세 가지요.”

쉽게 모이지 않는 시엘들.

그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는 당연스럽게도 세계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법이었다.

정치에 발을 담그지도 않은 그들이고, 길드를 운용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는 커다란 법.

오늘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 무엇이던, 그것은 세계 전체를 수일 동안 울려댈 것이다.

“첫째.”

히페리온의 말에 시작된 회의.

“여제, 그대에게 시엘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

최명희의 눈빛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둘째.”

이어지는 리처드의 말.

“이건의 시엘 자격 박탈이요.”

“……!”

뷔앙의 죽음, 그로 인한 공석을 차지하는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었다.

이건을 퇴출하고, 그 자리에 최명희를 앉히는 것.

알 수 없는 표정의 최명희.

리처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셋째, 새로운 시엘들의 선임과 시엘과 비슷한 또 다른 권좌를 만들 것이오.”

그제야.

“체계를…, 바꾸겠단 건가?”

최명희의 입이 열렸다.

“그렇소. 이미 새로운 헌터들이 현 체계에 불만을 가지고 있소. 그들을 달랠 방법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리처드의 입가가 올라갔다.

“아직 첫 번째 안건이 확정되지 않은 지금, 여제 그대가 나머지 안건을 걱정할 필요는 없소.”

지금의 최명희는 그저 심사대에 올라가 있는 상태.

아직 시엘이 아니라는 뜻.

그러니 시엘 회의의 모든 안건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최명희가 결코 겪어보지 못했을 상황, 하지만 최명희는 잠자코 리처드의 말을 기다렸다.

“우리는 이미 과반수로 대한민국의 최명희, 여제에게 시엘의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소.”

리처드는 계속해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리고 그대는 바뀐 시엘 체계에 따라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될 것이오.”

“새로운 이름?”

“그렇소.”

씨익.

“주노.”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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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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