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45화 (145/284)
  • 제6권 20화

    145

    “제게 충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들려오는 아폴론의 목소리에 이정기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아폴론.

    그리고.

    ‘예언자.’

    또한, 유시아에게 광증을 선사한 장본인이자, 이탈리아에서의 상황이 이리 치달을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이런 결과를 유도했다고 할 수 있는 인물.

    충성을 맹세했고, 그로 인해 넥타의 제약을 받는다지만.

    ‘나보다 더 넥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

    충성이란 무엇이며, 제약이란 무엇인가.

    이정기가 가지고 있는 의문들을 아마 아폴론은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마음만 먹는다면.

    ‘그는 나를 노릴 수 있다.’

    지금 하려는 충언이 아폴론이 자신을 죽이기 위한 예언의 길의 시작이라면?

    이제야 처음으로 보게 된 아폴론을 믿는다는 것.

    그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잠시간의 시간.

    “커억!”

    루이기는 목을 졸리며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고, 루카와 루시는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주어지는 시간은 아주 찰나, 이정기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아폴론을 믿고 그의 충언을 들어볼 것이냐, 혹은 이대로.

    꾸우욱.

    루이기의 목을 꺾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냐.

    그리고 이정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왕.’

    자신이 가진 자격이 어떤 것인지, 또한 그에 어떤 힘이 있는지.

    무엇보다.

    ‘책임.’

    이 힘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많은 이가 따르는 왕이라는 존재, 당연히 왕은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

    수하를 거두었다면, 그 수하를 믿어주기도 해야 한다는 것.

    “들어는 보겠다.”

    들어는 줄 수 있는 이야기.

    그제야 아폴론은 환희에 물든 얼굴로 양손을 펼쳐 소리쳤다.

    “헬리오스를 살려주셔야 합니다!”

    와락.

    괜한 믿음이었던 건가.

    “이 자는 티탄이다.”

    자신이 배우기로 티탄이란 올림포스, 그리고 쥬피터의 적.

    가디언이라면 당연히 배척해야 할 존재였다.

    헌데 그런 티탄의 편을 든다는 것은.

    “티탄과 손을 잡았나?”

    의심했던 대로 아폴론이 티탄과 손을 잡았다는 가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왕이여!”

    들려오는 목소리.

    “하지만….”

    그의 눈에 황금색 광채가 휘몰아치는 듯했다.

    저것이.

    ‘예언인가.’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야 합니다.”

    꾸욱.

    “나의 왕이여! 티탄과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의 목소리가 바티칸 전체를 왕왕 울리는 듯했다.

    “왕께서 살 수 있습니다-!”

    실로 불경스럽기 그지없는 충언이 아폴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 * *

    어두운 얼굴의 헤르메스.

    그는 이 상황이 불만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어딘가를 향해 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누군가를 향한 질문.

    그리고 질문을 받은 대상자는 얕은 미소를 지은 채 팔짱을 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답답했는지 헤르메스는 다시금 물었다.

    “저희가 개입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

    그건 멀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이었다.

    게이트를 넘나들며, 게이트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헤르메스.

    그가 만들어둔 창을 통해 바티칸의 모습이 보인다.

    -티탄과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소리치는 아폴론.

    와락.

    헤르메스는 그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폴론.’

    그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올림포스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선 것이 아폴론이었고, 예언의 능력을 지닌 아폴론이라면 앞으로의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이정기에게 아폴론을 찾으라 말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 이건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이야기가 있었다.

    ‘한 남자가 찾아왔었다.’

    올림포스의 결전이 벌어지기 전 있었던 일.

    ‘그 남자가 그러더군.’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배신의 이야기.

    ‘약점을 알려주겠다고, 또한 피해를 최소화해 승리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아폴론이 가디언을 배신했었다는 것.

    그가 가디언들의 정보를 누설했고, 그것도 모자라 가디언들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

    그 결과 올림포스에서 이루어진 인간 대 가디언의 결전에서 가디언이 패배했고, 가디언들이 잠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였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이건.’

    이 남자가 아니었다면 믿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그 정도로 배신감에 충격이 큰 상황.

    그러니.

    ‘왕을 아폴론과 붙여두어도 되는가.’

    충성 서약을 맺은 것은 보았다.

    넥타의 충성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거의 절대적.

    ‘애시당초….’

    넥타의 충성이 깨어졌던 일이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난입하여 이정기에게 진실을 말하고 아폴론을 처단하는 것이.

    “나서고 싶다면 나서라.”

    허락과도 같은 말.

    하지만 헤르메스는 얼굴을 펼 수 없었다.

    “네가 말려서 될 일이면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 결과겠지.”

    “대체 그게 무슨 소리….”

    “수업일 뿐이다.”

    “……!”

    이건의 말에 헤르메스는 경악했다.

    “정기가 가야 할 길, 왕이라 했지? 그렇다면 부수적으로 생기는 책임이 무엇인지도 느껴봐야겠지. 아폴론이 배신을 한다면 그 또한 정기가 책임져야 할 결과다.”

    헤르메스는 순간 몸을 흠칫 떨었다.

    가디언과 티탄의 전쟁이.

    ‘이 남자에겐 그저 수업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의 고향인 지구가 아예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데?

    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인간, 아니 이 남자를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혼돈.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한 그처럼, 이 남자 또한 혼돈 그 자체였다.

    “네 녀석이 만들고 싶은 건 허수아비 왕인가?”

    그리고 그런 이건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자, 헤르메스의 떨림은 점차 심해졌다.

    ‘이 또한….’

    헤르메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대화, 이 대화 또한 하나의 수업이라고.

    하지만 그 수업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남자.

    이건의 수업이었다.

    이건의 선택,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

    그리고 지금 자신과의 대화는 그 수업에 대한 시험이라고.

    ‘만일 여기서 내가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채점에 실패한 시험지를 찢어발길 수도 있는 것이었다.

    “…….”

    잠시간의 고민을 한 헤르메스.

    “아닙니다.”

    정답일까?

    긴장한 채 목소리를 기다리자.

    “그렇다면 잠자코 기다리기만 해. 정기가 네놈들이 바라는 왕의 자질을 제대로 갖출 때까지. 그 과정에서 정기가 넘어지고, 엎어져 피가 흐르더라도 두고 보기만 해라.”

    “…….”

    “죽지는 않게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헤르메스는 더 이상 이정기에 관한 걱정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정답….’

    자신이 정답을 맞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게다가 난 정기가 틀린 선택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만?”

    우웅.

    자신이 열어둔 창을 통해 이정기의 시험 또한 결과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타앗.

    루이기, 아니 헬리오스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준 이정기.

    아마 아폴론을 믿기로 결정한 듯했다.

    * * *

    이유를 듣기 전 풀어버린 루이기의 목.

    “커억! 커억!”

    루이기는 미친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인간을 벗어난 헌터의 육체, 그마저 벗어나 넥타를 소유한 육체.

    목이 잠깐 졸렸다고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기가 목을 조른 것은 단순히 육체만을 압박했던 것이 아니었다.

    “커억-!”

    그 내면, 깊숙한 곳에 깃들어 있는 넥타.

    그곳에 벼락을 흘려내었던 것.

    루이기는 당분간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이정기는 동시에 루카와 루시를 보며 말했다.

    “……!”

    그녀들은 루이기가 풀려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가려 했지만, 이정기의 말에 못이라도 박힌 듯 멈추어 서 있었다.

    이정기의 경고가 단순한 경고가 아님을 직감한 것.

    “만일 내 말을 어겼다간, 벼락이 넥타를 부수어버릴 테니까.”

    “…….”

    이정기는 그렇게 말하며 땅에 내려앉았다.

    모든 싸움은 멈추어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버린 바티칸의 팔라딘들과 그들을 제압한 채 얼굴을 가리고 서 있는 태양의 헌터들.

    그리고 지쳐 앉아 있는 유시아와 그녀를 지키며 이정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방으로 활을 겨누고 있는 달 사냥꾼들까지.

    이정기는 그사이를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가 아폴론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이 자를 믿는 것은 아니다.’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다만.

    ‘보여주어야 한다.’

    수하에게 믿음을 준다는 것보다.

    ‘정기야.’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공포만큼 쉬운 것이 없다.’

    언제든 배신했을 때, 언제고 자신을 향해 실수한다면 그에 따른 처벌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주기 위해 내려온 것이었다.

    “대답해봐.”

    만일 아폴론의 입에서 마뜩잖은 것이 나온다면, 아폴론은 처음으로 이정기의 처벌을 받게 될 수하가 될 것이다.

    아폴론 또한 그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폴론은.

    타악!

    망설임 없이 두 무릎을 꿇고 이정기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았다.

    마치 언제라도 자신의 목을 치고자 한다면 칠 수 있도록, 약점을 드러내는 듯한 행위.

    “나의 왕이시여.”

    “그런 소리 말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나이다.”

    아폴론이 허락을 구하듯 앉아 있자, 이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들어 올려지는 아폴론의 고개.

    그가 입을 열었다.

    “티탄과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그 이유를 말하라고 했다.”

    “아직 왕께서는 깨어난 티탄들을 전부 상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정기도 아폴론의 말에서 느끼는 것이 있는지 입술을 움찔거렸다.

    “루이기, 헬리오스와 셀레네, 에오스는 그저 미끼일 뿐입니다.”

    “미끼?”

    “예. 저 셋은 왕을 홀로 사로잡아 공을 세우려 한 것이지만, 그 위의 티탄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미끼, 셋, 위.

    주어지는 단어들만으로 이정기는 많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저들보다 더 강한 티탄들.’

    그리고 그 티탄들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일 왕께서 저들을 죽였다면.”

    화륵.

    또였다.

    아폴론의 눈동자에 깃든 황금.

    그는 지금 미래를 보고 있었다.

    “왕께선 저들의 넥타를 흡수했을 것이고, 그 넥타들은….”

    황금빛이 꺼졌다.

    “왕의 넥타와 뒤섞여 폭주했을 것입니다.”

    폭주.

    이미 그 낌새를 느꼈었던 이정기이기에 아폴론의 말이 가벼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폴론이 말했다.

    “지금 인간의 육체를 빼앗은 티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시지 않으시옵니까?”

    인간의 육체를 빼앗은 티탄들.

    시엘 루이기.

    ‘다른 시엘들.’

    그들은 지금.

    “예.”

    아폴론이 말했다.

    “그들은 지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스위스, 그곳에서 시엘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그들의 능력이라면, 그들 전부가 동시에 움직인다면 당장 공간을 찢어발기고 당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

    이정기의 안색이 잠시 어두워진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 * *

    “바티칸 쪽에서 연락은?”

    “전혀.”

    이야기를 나누는 자들.

    그들 하나하나의 아우라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 뒤로 따르는 수행원들 또한 마찬가지.

    “과연. 실패인가.”

    “예상했던 일이지. 녀석은 이미 왕의 자격을 일깨웠어. 헬리오스 남매들만으로 상대하기는 무리라는 걸 알잖아?”

    “하지만 각성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

    목소리는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치 아무것도 신경 쓸 것이 없다는 것처럼.

    “그렇다면….”

    처음 이야기를 꺼낸 자가 미소를 지었다.

    “아폴론의 말대로 되겠군.”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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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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