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43화 (143/284)
  • 제6권 18화

    143

    “나는, 너다.”

    쥬피터 할아버지, 아니 그 모습을 한 녀석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갔다.

    목젖을 짓누르지만 하나도 고통받지 않는 듯한 녀석의 모습.

    스륵.

    녀석은 마치 액체처럼 변해 이정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그 자리에 섰다.

    “……!”

    이정기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방금까지 쥬피터 할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던 녀석이.

    “감히!”

    이건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형되어 있었으니까.

    “태양이냐?”

    이정기는 당장이라도 녀석을 찢어발길 듯 거친 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아니면 티탄이냐.”

    “말했을 텐데.”

    하지만 녀석은 그저 웃어 보이며 말했다.

    “너라고.”

    “개소리.”

    녀석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것 또한 나라니.

    저것은.

    “너는 그저….”

    그때 이정기가 멈춰섰다.

    녀석을 보고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

    그것이.

    “이제 알았느냐?”

    녀석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했으니까.

    “나는.”

    녀석의 얼굴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또한, 동시에 녀석의 몸 또한 액체로 변해 새로운 모습으로 화했다.

    꿀렁.

    달의 이면의 힘으로 변화했었던 자신의 모습.

    커다란 덩치에 꽉 들어차 있는 근육들.

    두꺼운 목과 수없이 살인을 저지른 듯한 눈빛.

    “너의 광기다.”

    “……!”

    녀석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또한, 너의 본능이자, 본성이지.”

    “그럴….”

    저런 것이 자신의 본능이자 본성이라니.

    저건 파괴 그 자체였다.

    “부정할 테냐? 뭐, 상관은 없겠지.”

    쿵, 쿵.

    심장이 뛰는 듯한 소리.

    하지만 그건 녀석이 발을 딛는 소리이기도 했다.

    어느새 이정기의 눈앞에 다가와 얼굴을 들이미는 녀석.

    “네 녀석이 나를 부정할수록 너는 약해질 것이고….”

    씨익.

    마치 녀석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진 듯 보였다.

    “내가 너를 차지할 기회가 많아지겠지. 얼마든지 부정하거라.”

    스륵.

    다시금 액체로 화한 녀석이 자신의 몸을 완전히 에워쌌다.

    “읍! 읍!”

    숨이 막혀 발버둥을 치면서도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한, 나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너의 진정한 넥타이기도 하다.

    부릅!

    이정기가 눈을 부릅떴다.

    세상이 어지러이 빙글거렸고, 흑과 백이 번쩍이며 싸우는 듯했다.

    우르르릉!

    그 속에서 내리치는 번개.

    휘이이잉!

    몰아치는 폭풍들.

    쿠콰아앙!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터져 나왔을 때.

    “허억-!”

    이정기는 마침내 육신의 눈을 떴다.

    그제야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태양, 이탈리아, 더 데이, 바티칸, 그리고.

    “이모님!”

    유시아.

    이정기의 두 눈에 들이찬 광경.

    온통 찢겨진 대지와 수많은 헌터들.

    “……!”

    낮과 밤, 그리고 새벽이 뒤엉켜 있는 기이한 하늘.

    그 하늘을 누비는 세 대의 마차.

    그리고 그 땅에.

    “…….”

    피 흘리며 죽어가는 유시아가 있었다.

    다행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나의 왕이시여.”

    그녀가 누군가의 품에 안긴 채 보호받고 있다는 것.

    “아르테미스는 내가 지켜내었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기다란 금발, 적색의 정장.

    이정기는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태양.”

    “처음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가 유시아를 안은 채 우아하고도 아름답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폴론이 새로운 왕께 경배드립니다.”

    * * *

    이정기가 깨어나기 전.

    “하아….”

    유시아는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팔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파앙! 파앙!

    공기를 찢어발기며 쏘아지는 화살.

    달빛을 머금은 화살은 하늘로 올라가 수없이 쪼개져 땅으로 추락했다.

    콰콰쾅!

    마치 유성우가 떨어지듯 움푹 패이며 찢겨지는 땅.

    그러나.

    “하아….”

    이정기를 감싸는 구는 멀쩡했다.

    구를 깨부술 수 없다면, 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바티칸의 성전사들을 처리하려고 했건만, 그들 또한 기이한 힘에 보호받는 듯 꿰뚫을 수 없었다.

    파앙!

    그렇다고 마차와 말을 몰고 있는 저 세 괴물들을 노려도 소용없었다.

    히이잉!

    울려 퍼지는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밝게 떠 있던 태양이 모습을 감추었고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유시아의 화살은.

    스륵.

    그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히이이잉!

    또 한 번 울리는 말의 울음소리.

    그리고 어두웠던 하늘에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그사이 보이는 일직선의 창.

    “……!”

    자신이 쏘아낸 유성우의 힘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수천 발로 나누어지는 유성우가 일점의 창으로 변해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지만, 그다음이 더욱 큰 문제였다.

    히이이잉!

    마지막으로 울리는 말의 울음소리.

    새벽이 지나 태양이 완전히 떴을 때.

    화르르륵!

    유성우의 힘을 머금은 창은 더욱 크게 타오르고 있었다.

    유시아가 쏘아냈던 마력과 넥타만이 아니다.

    그에 뒤섞여 있는 또 다른 힘이 창을 코팅한 채 더 큰 힘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시아는 온 마력을 다 담아 화살을 메겼다.

    저것을 피해낼 방법은 없다.

    오직.

    ‘맞서 부숴야 해.’

    그래야만 살 수 있다는 계산.

    “죽거라. 달.”

    하늘에서 선고가 떨어져 내렸고.

    쒜에에엑-!

    그 심판이 떨어져 내렸다.

    “하아….”

    다시 숨을 고르며 유시아가 화살을 쏘아내려던 순간.

    씨익.

    유시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유시아를 향해 내리 떨어지는 창.

    그건 유성우라기보다는 하나의 행성에 가까운 것.

    유시아는 그것에 맞서 화살을 메기려던 것이 아니라.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그 힘을 받아내려 하고 있었다.

    화악!

    태양이 중천에 떠 있건만, 유시아의 등 뒤에 떠오른 푸른 달.

    그리고.

    콰르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났다.

    불타오르는 대지 속에서 서 있는 유시아.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그 머리칼의 일부가 타오르고 있었으며 옷가지는 녹아내려 수포가 가득한 피부가 보였다.

    동시에.

    우우웅.

    유시아의 활에는 그들이 쏘아내었던 창이 드리워져 있었다.

    유시아의 화살과 합일된 그것, 원래라면 불가능했겠지만.

    ‘근원은 내 힘이야.’

    유시아의 힘에서 비롯된 창이기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던 것.

    하지만 말이야 쉬운 것이지,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이미 한 번 오염되어 더 큰 힘을 갖게 된 화살은 당장이라도 유시아를 찢어발길 듯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오래 참을 수 없는 상황.

    유시아의 활이 조금 자세를 바꾸었다.

    하늘, 말과 마차를 타고 있는 세 남매를 향해서가 아닌.

    “……!”

    이정기.

    그를 감싸고 있는 구를 향해서.

    “이거라면….”

    이것이라면 부술 수 있다.

    파르르.

    떨리는 팔, 날뛰는 화살을 억누른 채.

    파아아앙!

    유시아가 화살을 놓았다.

    히이이잉!

    당황한 루이기가 움직이려 했으나 유시아가 쏘아낸 화살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이미 말들이 발돋움했을 때 화살은 이정기의 구에 부딪히고 있었고.

    털썩.

    유시아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이제 더 이상.

    “설 힘도 없어….”

    이제 자신에게 다가올 결말이 무엇인지 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자신은 분노한 세 남매에게 유린당할 것이고, 바티칸의 성전사들이 자신을 찢어발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언니….”

    속죄만큼은 조금 하지 않았을까.

    무엇이라도 녹일 것 같은 고열로 인한 수증기.

    그 속에서 드러난 광경은 유시아가 바라던 것이었다.

    씨익.

    정기를 감싸고 있던 구가 녹아내려 균열이 생긴 것.

    저 정도의 균열이라면 정기 또한 빠져나올 수 있으리라.

    이제 자신은 그저 죽음을.

    “내 동생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지.”

    “……!”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아가는 고개.

    “또한, 나의 왕의 핏줄을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너….”

    익숙한 얼굴.

    “넌 충분히 네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네가….”

    유시아의 얼굴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분명 녀석이 저들의 편에 섰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지금 자신을 보는 그 눈빛은 아군, 그것도 든든한 우군의 것이었다.

    “왕의 각성이 곧 머지않았다.”

    “아폴론-!”

    그때 유시아의 화살을 노리며 움직이던 루이기가 타오르는 마차를 끌며 유시아와 아폴론을 향해 쏘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우린 그저….”

    아폴론이 웃으며 손을 내뻗었다.

    스륵.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곳.

    그곳에 드리워 나타난 활.

    그것이 루이기의 마차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루이기가 미친 듯한 속도로 다가오고 있지만, 아폴론은 그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을 잃지 않은 채 오른손을 뻗어 허공을 재었다.

    타앗.

    불씨가 튀기는 소리.

    유시아는 그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태양처럼 타오르고 있는 마차와 겨우 부싯돌의 불씨와 같은 화살.

    하지만 그럼에도.

    파앗!

    더욱 환히 타오르고 있는 화살.

    “잘 봐두거라.”

    아폴론의 목소리.

    “이것이 진짜 넥타의 힘이다.”

    그리고 아폴론의 오른손이 마침내 화살을 놓았다.

    후우웅.

    무언가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다.

    작은 불꽃이 산소를 머금고 타오르듯.

    화르르르르르르륵!

    아폴론의 화살은 마력을 머금고 마차보다 더욱 맹렬히 빛나고 있었다.

    “아폴론!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어느새 완전히 다가온 루이기.

    “닥쳐라. 헬리오스.”

    아폴론은 입가를 말아 올리며 녀석을 향해 말했다.

    “왕의 탄생을 무릎 꿇고 경배하거라.”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지금껏 있었던 전투에서의 폭발과 비교할 수도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하늘이 연기로 자욱하고, 버섯의 형태를 취한 것도 순식간.

    파앗!

    마차가 그 연기를 뚫고 나왔을 때.

    히…, 이이잉….

    말들은 그대로 고꾸라져 땅으로 처박혔다.

    “왕의 탄생을….”

    그렇게 말하던 아폴론이 유시아를 안아 든 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경배하라.”

    그곳에 이정기가 서 있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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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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