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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40화 (140/284)

제6권 15화

140

“……!”

가드들의 얼굴은 볼만했다.

도무지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

그것은 마치.

‘로마의 일반인들.’

헌터를 마주한 로마의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절대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폭력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모습.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더 바티칸 소속의 가드들이 이렇게.

덜덜덜.

떨고 있을 것이라고는.

“홀리….”

신성 스킬을 쓰려는 것일까.

그들의 몸에 부여되는 밝은 빛무리.

“볼 만큼 봤어.”

이정기는 그것을 보며 오른손을 뻗어 주먹을 꽉 쥐었다.

투캉!

네메아의 이빨이 맞물려 나는 소리.

또한.

투캉!

저들의 신성 스킬이 깨어지는 소리.

촤촹!

신성 스킬뿐만이 아니었다.

이정기의 손짓에 신성 아이템조차 그 효력을 다하고 변신을 해제했다.

“……!”

그건 이정기의 폭력보다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어떻게….”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신에 대한 믿음.

신성 스킬과 신성 아이템이 신에게서 기인하였으며, 직접 하사받은 은총이라 생각했던 그들.

쩌엉!

그 믿음이 신성 스킬과 함께 깨져버린 것이었다.

가장 경악하는 것은 유라엘이었다.

콰앙!

그가 내리치는 것은 이정기가 아니었다.

“신이시여…!”

땅바닥.

그는 절규하고 있었다.

“대체…! 너는 무엇이냐!”

그들의 믿음으로, 신성 스킬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힘이 아닌 오직 그 신성을 부여한 존재밖에 없다.

그럴진대 도대체 어떻게 신성 스킬을.

“그 얄팍한 신이.”

이정기가 그에게로 다가가 내려보며 말했다.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냐?”

“신성 모독이다!”

이정기가 그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더 이상 가드들은 반격할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황.

투캉.

다시 네메아가 그 이빨을 드러냈다.

죽음을 직감한 듯 눈을 감는 자들.

“믿음이 생기면 찾아와라.”

스르르르.

그들에게서 밝은 빛무리 뿜어져 이정기의 주먹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들이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잠시뿐.

치이이익!

빛무리는 곧 탁한 검은 연기가 되어 그 누구보다 짙은 어둠을 내보이고 있었다.

“거둬주지.”

* * *

“무슨 생각이야? 거둬주겠다니.”

가드들을 정리하고 떠나던 길, 이정기를 향한 유시아의 물음이었다.

“쓸만해 보여서요.”

“쓸만해 보여?”

“무언가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그 믿음으로 인해 주어지는 힘과 증폭.

그건 이정기에게 있어서도 꽤나 신기한 것이었다.

올림포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

‘믿음과 힘.’

새로운 영역이나 다름없는 일.

그 넥타의 불순함에 불쾌하면서도 그들의 믿음만큼은 신기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흥미가 생겼다.

‘그 믿음이 나에게로 향한다면?’

이미 강민혁에게도 지시했던 일이 아닌가.

광신을 할 정도의 헌터들을 찾아 거두라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가드들은 이정기가 찾던 그런 자들이었다.

‘힘을 주면, 맹목적인 충성을 한다.’

그들은 자신의 병사가 되기를 꺼리지 않을 것이며, 어떤 명령이라도 따를 것이다.

“…….”

잠시 말이 없어진 유시아.

“저들이 어떤 자들인지 몰라서 그래?”

그녀가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반인들을 벌레로 보는 것들이야. 바티칸의 명령이라면 웃는 낯으로 일반인들을 학살할걸?”

헛된 망상이 아니다.

가드들은 명령만 떨어진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가드들이 저지른 악행은….”

말을 하던 유시아가 입을 멈추었다.

“너….”

지금 유시아의 얼굴은 전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조카라 부르며 미안함과 사랑을 함께 담았던 얼굴과 달리, 지금 그녀의 얼굴은.

‘경악.’

경악하고 있었다.

“이해…, 하지 못하는구나?”

“…….”

“더 데이의 헌터를 사냥하고 가드들을 사냥하는 게, 정말 통행료라 생각해서일 뿐이었어.”

이정기가 축복의 땅이라는 이탈리아에 와서 느꼈다던 불쾌함.

유시아는 그것이 일반인들을 억압하는 헌터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정기가 더 데이를 사냥하자 했을 때, 그것이 통행료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실 유시아는 이정기가 일반인을 억압하는 헌터들에게 분노하며 핑계를 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말 그뿐이었던 거야.’

이정기에겐 일반인을 억압하는 헌터들에 대한 불만 따윈 없다.

그저 방해되는 것을 치워야 한다는 것.

복수.

그리고 정말 통행료.

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제야 유시아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정기 너….”

이정기가 어디서 왔는지.

‘올림포스.’

살아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돌아온 시엘들이 입을 맞춰 이야기하는 것이 있지 않던가.

‘지옥.’

지옥에서 태어나 지옥에서 자라난 이정기.

그가 평범한 인간의 생각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오히려.

‘몬스터.’

몬스터에 더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이건에게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알고 보면 이건도 헌터 출신. 그런 배움 속의 정기에게는 일반인의 고통 따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거야.’

그저 약자이기에 당하는 것.

약자도태.

그것이 이정기의 기본 상식일 테니까.

“후.”

숨을 내쉰 유시아.

“내 조카가….”

“괴물이라는 겁니까?”

이정기의 갑작스러운 말에 잠시 놀란 듯한 얼굴을 한 유시아.

하지만 그녀는 곧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참 힘겨웠을 것 같아서.”

“…….”

“내 조카잖아? 언니의 피를 이었고, 형부의 피도 이었지. 물론, 그 사람의 피도 이었지만.”

이건, 진정 괴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남자.

“난 언제나 네 편이야. 네가 무엇이든, 무엇이 되든.”

그때였다.

[아르테미스가….]

메티스의 목소리.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충성을 맹세하려 합니다.]

[충성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시아는 이모다.

자신의 이모가 자신의 발아래 무릎 꿇은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아이러니가 없었다.

그렇기에 생각은 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것인데.

잠시간의 고민.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렇게 말하려 했다.

“받아들여.”

“들리는 겁니까…?”

“나도 갑자기 이상한 울림이 있네. 목소리는 아니고 의지라고 해야 할까?”

“…….”

“정기야.”

유시아가 이정기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충성은 한 가지 방향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야. 네 아래에 무릎 꿇는 충성도 있겠지만, 너와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충성도 있단다. 느슨한 연결, 어떤 사람은 이런 걸 신뢰라고도 부르지”

유시아의 말.

이정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받아들이겠다.”

이정기가 의지를 표출하자.

[아르테미스의 충성을 받아들였습니다.]

[달의 넥타와 벼락의 넥타가 연결됩니다.]

[알파급의 넥타의 충성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왕의 자격이 강화됩니다.]

연달아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

[각성 진행도…, 51%]

각성의 절반이 완료되었다.

* * *

위이잉!

계속해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하지만 더 이상 사냥당하는 헌터들은 없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헌터들이 마치 공격대를 형성하듯 모여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했으며, 수가 급격히 늘어난 가드들이 흉흉한 기세를 띄고 있는 것도 또 이유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어차피 수준을 보려던 것뿐.’

전부를 상대할 생각 따윈 없었다.

“오지 않네요.”

이정기의 목소리.

태양의 이름을 팔았건만, 태양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통행료가 부족한 모양입니다.”

“애초에 통행료가 아닐 수도 있지. 태양도 당황했을 수 있어.”

유시아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정기의 생각은 달랐다.

태양의 길드장.

‘넥타 보유자.’

녀석은 분명한 넥타 보유자다.

그것도 유시아에게 아르테미스의 넥타를 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언마저 할 수 있다.

녀석은.

‘분명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 통행료가 아직 부족하다는 자신의 판단이 맞을 것이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헌터 중 통행료에 걸맞은 헌터는 보이지 않았다.

더 데이의 루이기를 찾아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녀석은 시엘 회의에 참석을 위해 로마를 떠난 상태.

돌아온다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한 군데밖에 없지 않겠던가.

“이젠….”

이정기가 향하는 방향을 보며 유시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더 이상 이정기를 말리 이유도,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가 직접 보고 느낀 것.

‘더 강해졌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정신을 차리기 위해 겨루었을 때 느꼈던 이정기의 강함.

그건 지금의 이정기와 비교하자면 마치 등불과 반딧불이를 비교하는 정도였다.

손짓만으로 신성을 깨부수고, 세컨드 라인의 헌터의 머리를 짓밟는다.

수적인 우세도 상관없었다.

사십에 가까운 헌터들과 마주쳤을 때.

따악.

이정기는 손가락을 튕겨 녀석들을 기절시켰다.

그때 머리에 돋아난 황금 뿔을 보고 얼마나 경악했던가.

‘나보다, 달의 힘을 잘 다뤄.’

아직 이 힘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보다 이정기는 그 힘을 훨씬 잘 다루고 있었다.

그러니.

터벅.

이정기가 이곳에 오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스으윽.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그 모든 것이 흉흉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여의도의 6분지 1의 크기.

하지만 그 안에 가득한 헌터들의 전력은.

‘이탈리아 전체의 절반.’

결코, 허락 없이 발을 디뎌선 안 되는 금지이자 성지.

“더 바티칸….”

그 땅에 이정기와 유시아가 발을 디뎠다.

사실 유시아도 일이 여기까지 번질 줄은 몰랐다.

그저 더 데이와 바티칸, 로마를 흔들어놓고 상위의 헌터들을 사냥하는 것까지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바티칸의 땅에 발을 디디다니.

유시아조차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일.

우우우웅.

사이렌과는 다른 소음이 울리며 맑은 하늘에 장막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바티칸의 방어 체계야.”

밖의 것을 들이지 않고, 안의 것을 나가게 하지 않는 신성의 보호막.

그와 함께.

쿠웅.

이정기와 유시아는 온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스슥.

인기척 소리가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척척척!

그것들은 다가오며 강렬한 쇳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일까.

드드드드드.

땅이 움직인다.

지형이 뒤바뀌며, 눈앞이 변모한다.

“말도 안 돼….”

경악하는 유시아.

“여긴….”

방금까지 그들이 서 있던 땅, 바티칸.

하지만 지금 그들이 서 있는 땅은….

“바티칸이, 게이트라고?”

게이트.

게이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농밀한 마력과 특수한 흐름.

달라진 공기와 그 외의 모든 것.

지금은 멸종되어버린 게이트가 지금 바티칸으로 변모했다.

처처처척!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도열해 있는 수많은 헌터들.

그 수가 어림잡아.

“대강 이천은, 되는 것 같아.”

이천 명.

그런 와중, 메티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성역, 새벽녘의 던에 입장하셨습니다.]

성역.

그 말이 뜻하는 것은 간단했다.

“가디언이냐.”

혹은.

“티탄이냐.”

이 바티칸의 주인.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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