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37화 (137/284)
  • 제6권 12화

    137

    유럽, 이탈리아.

    그곳은 세계인들이 부르길.

    ‘축복의 땅.’

    혹은 축복의 대지라 불렸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게이트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이탈리아는 세계 수많은 국가들 중 게이트 시대 때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축복의 땅.

    특히나 로마 사람들은 그리 말했다.

    ‘바티칸의 힘.’

    로마 내에 위치하고 있는 바티칸.

    그들로 인해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신의 축복으로써 오직 이탈리아만이 재앙 속에서 온전할 수 있었다고.

    물론 그에 대한 부정과 반발도 극심했다.

    그런들, 저런들 어떠할까.

    실제로 이탈리아가 전 세계 중 게이트에 의한 피해만큼은 가장 적게 받은 것이 확실한데.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은 게이트로 인한 피해보다 더 극심한 피해를 받아야만 했다.

    “분위기가….”

    “조금 그렇지?”

    자유로운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활보하고,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지만 그 속에 깃든 무언가가 있었다.

    어두운 무언가.

    “마치 주눅이 들어 있는 듯하네요.”

    웃음 소리를 내는 것은 일부, 환한 미소를 짓는 것도 일부뿐.

    대부분은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지나가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피하고 있는 듯했다.

    또한, 제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발을 내딛는 것이나.

    “죄, 죄송합니다.”

    이정기와 부딪힌 외국인 하나는 급히 사과를 하며 줄행랑을 칠 정도였다.

    축복의 땅, 게이트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한 국가.

    “당연한 일이야.”

    유시아가 말했다.

    “이탈리아는 게이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 만큼….”

    그녀의 눈이 낮게 가라앉아 사람들을 훑었다.

    “수많은 헌터들이 살아남았거든.”

    가장 많은 헌터를 보유한 국가, 이탈리아.

    그리고 그것은 이탈리아에 독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여타의 국가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힘의 추는 완전히 헌터 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꺄악!”

    거리에서 들려온 비명.

    “별 것 없는 평민 새끼가, 감히 눈깔을 부라려?”

    “죄, 죄송….”

    “죄송하면 다냐? 아앙?”

    헌터로 보이는 남자가 또 다른 남자의 멱살을 틀어쥔 채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소리치며 도망가기 바쁠 뿐, 누구 하나 나서질 않았다.

    오히려 그와 가까워 보이는 듯한 사람들이 다가와 함께 낄낄대며 멱살 잡힌 남자를 조롱하고 있었다.

    “평민이면 평민답게. 몰라?”

    이것이 이탈리아의 현실.

    무엇이 축복이냔 말인가.

    이미 이곳은 헌터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이탈리아는 세계 헌터법에서도 예외야. 바티칸에 의해 헌터법에서는 치외법권이나 다름없는 곳.”

    유시아가 그 꼴을 보며 말했다.

    “그래.”

    말을 잇는 그녀.

    “일반인들에겐 지옥의 땅, 헌터들에겐 축복의 땅인 셈이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끈적.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감각이 온몸에 들러붙은 느낌.

    “음?”

    멱살을 잡던 남자가 갑작스레 표정을 굳히며 남자를 내려놓았다.

    “스테파노 왜 그래?”

    그런 그를 향한 동료들의 물음.

    “뭔가…, 찌르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남자는 짜증스럽다는 듯 거친 목소리로 바닥에 주저앉은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운 좋은 줄 알아라. 가자.”

    * * *

    “태양 길드의 위치는 파악해놨지만, 거기까지 가는 방법은…, 조금 기다려야 해.”

    한 식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정기와 유시아.

    “준비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태양 길드와 접촉을 위해선 준비가 필요한데, 그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달그락.

    그러면서 파스타를 입에 넣는 그녀.

    “아까 우리 조카가 한 거지?”

    유시아는 입술에 크림을 묻힌 채 웃으며 말했다.

    “그 머저리 같은 녀석을 그만두게 한 거.”

    이정기는 말없이 파스타를 먹었다.

    “녀석들의 가슴에 있는 문양 봤어?”

    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겁박하던 헌터들.

    그들은 마치 상황만 맞는다면 누구라도 죽일듯한 살기를 내뿜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사람을 죽인 경험이 수두룩할 것 같은 녀석들.

    “네. 봤어요. 마차와 말들.”

    “누군지 알지?”

    이정기는 그제야 포크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데이.”

    더 데이.

    세상 누가 그들을 모를까.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

    그리고.

    “그들이 이탈리아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이탈리아 최고의 길드.

    그들이 그리될 수 있는 이유는 정말이지 간단한 것이었다.

    그들의 길드장이 세계 최고를 다투는 헌터 중 하나라는 것.

    “시엘 루이기의 길드.”

    시엘 루이기.

    올림포스에서 생존해 돌아온 시엘 중 한 명이자, 시엘들 중에서도 중위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시엘이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더 데이 길드의 특징은 더 있었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비슷해.”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지만, 식당에서 누구 하나 눈길을 주는 자는 없었다.

    “두 명의 시엘을 배출할 수 있었지만, 각국 당 단 한 명이라는 룰 때문에 한 명의 시엘만 배출했다는 점이.”

    즉.

    ‘이탈리아에는 시엘의 격을 이룬 또 다른 헌터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누구인지도 안다.

    “루이기의 동생, 루카.”

    그녀 또한 시엘의 격을 갖춘 최고의 헌터 중 한 명.

    그 둘로 인해 길드 더 데이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길드 중 한 곳이 될 수 있었고, 그들의 영향력 아래.

    ‘더 데이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한다.’

    그것이 현 이탈리아의 상황.

    그리고 이것이 바로.

    “태양 길드를 쫓기 전에 먼저 이탈리아로 데려온 이유군요.”

    이정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시아.

    “네가 부탁했었으니까.”

    부탁.

    유시아의 말마따나 이정기는 전에 그녀에게 부탁 한 가지를 했었다.

    ‘시엘들의 조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시엘의 조사.

    오랜 고민 끝에 한 부탁이었다.

    시엘들은 올림포스에서 돌아온 이후 자취를 감춘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시엘 회의에는 등장한다고 하지만 평소 그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이모도 알아야 해.’

    유시아 또한 당사자라고 생각했기에 했던 부탁이었다.

    “그들이 언니, 그리고 형부의 죽음에 관여했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번쩍이는 그녀의 눈동자.

    “지금 당장 더 데이를 치자는 건 아니야. 그래도 수준을 보고, 느껴보라는 뜻에 데려왔어. 루이기는 자취를 감춘 헌터들과 달리 이곳 이탈리아에 있으니까.”

    현재는 스위스에 시엘 회의를 위해 떠났지만.

    이정기와 유시아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적은 또 있다.

    ‘시엘.’

    그녀의 말마따나 그들이 부모님의 죽음과 관여되어 있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그때.

    유시아와 이정기의 눈이 함께 돌아갔다.

    “너희는 아까 광장에 있던 녀석들이지?”

    이정기와 유시아를 향해 말을 걸어오는 남자.

    그리고 그의 일행들.

    씨익.

    그들이 웃으며 말했다.

    “여자친구랑 여행? 아니면 신혼부부? 뭐가 됐든….”

    깔보는 것이 분명한 말투.

    그 자신감의 근원은 녀석들의 가슴에 그려져 있었다.

    “헌터냐?”

    더 데이.

    말과 마차의 문양이.

    * * *

    으슥한 골목.

    로마의 지형은 훤히 꿰고 있는 것이 스테파노였다.

    로마에서 나고 자라, 헌터가 되며 스테파노는 로마를 절대 떠나지 않았다.

    왜 떠날까?

    ‘이 천국을 내버려 두고.’

    헌터가 되기 전엔 그토록 증오스럽던 곳이다.

    비루하게 태어난 인생.

    아비는 자신을 낳기도 전에 떠났고, 어미는 병든 몸을 가누지조차 못했다.

    그런 어미가 죽은 것은 한 헌터 때문이었다.

    콜록-! 콜록!

    스테파노의 끼니를 위해 구걸에 나선 그녀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기침을 했던 것.

    그리고 그 기침으로 인한 토혈이 어떤 남성의 바짓단에 묻은 것.

    마지막으로.

    ‘그 남자는 헌터였지.’

    그래서 어머니는 죽었다.

    겨우 피 몇 방울을 바짓단에 묻혔다는 이유로.

    하지만 헌터는 처벌하나 받지 않았다.

    스테파노가 태어난 로마는 이미 헌터들의 천국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

    일반인, 그것도 거렁뱅이의 죽음 앞에 누구 하나 나서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헌터를 증오했다.

    그 후로 도둑질을 하고, 구걸을 하며 지내 온 삶.

    그래도 다행이라면 아직은 아이들에게까지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

    또 다행인 것은 스테파노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헌터가 되었다는 것.

    그토록 증오하던 헌터가 된 스테파노.

    그는 그날 어미가 죽었던 거리에서 실컷 웃었다.

    하지만 그 끝에 그의 얼굴에 남은 것은.

    ‘하…, 하하하하하하!’

    진득한 웃음뿐이었다.

    ‘됐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거렁뱅이 하나쯤은 밟아 죽여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 권력자가!

    저 지저분한 평민들! 아니 천민들쯤은 내 입맛대로 해도 될 수 있는 권력이 손에 들어왔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천민을 벗어났지만, 헌터들의 세계에서 아직 자신은 천민일 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높은 곳으로,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미친 듯 노력했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자신은.

    ‘더 데이.’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곳에 몸을 담고 있었다.

    물론 큰 지위는 아니었다.

    작은 공격팀 하나에 소속되어 있는 헌터.

    하지만 인생은 또 한 번 바뀔 수 있었다.

    로마의 왕은 둘이다.

    하지만 그 밑의 귀족은 꽤 많다.

    자신은 그 귀족이 된 것.

    그로 인해 즐기며 살아온 인생.

    그리고 오늘 아침.

    -바르베니리 광장으로 가라.

    머릿속에 울려 퍼지던 목소리.

    왜인지 그것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생각에 광장에 갔고, 평소에도 그러했듯 더러운 평민을 발로 밟았다.

    하지만.

    찌릿.

    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몸을 따갑게 쏘아온 이상한 느낌.

    그 이후로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파르피로 가라.

    또다시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폼피는 자신이 예전에 자주 가던 식당의 이름.

    하지만 그곳에 들르지 않은 지 이미 몇 년이 지났을 진데.

    ‘파르피…, 파르피로 가야 해.’

    어느새 자신은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뜻을 지닌 친구들을 데리고 도착한 파르피.

    그리고 광장에서 잠시 보았던 두 동양인이 눈에 띄었다.

    ‘이거다.’

    이 찝찝한 기분, 이 더러운 기분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자신보다 더 약한 벌레들을 짓밟고! 녀석들에게 고통을 주면 된다!

    그럼 자신은 전처럼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헌터냐?”

    그래서 말했다.

    음흉한 미소, 그리고 동양인 여자 쪽을 봤다.

    동양인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지만.

    할짝.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동양인은 인종을 초월한 미모를 지녔으며, 그 얼굴에 지닌 순진함과 순수함은 무언가를 들끓게 만드는 것이었다.

    “헌터 표식이 없는데….”

    씨익.

    그렇기에 스테파노는 웃으며 말했다.

    “여자 좀 빌리자.”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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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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