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36화 (136/284)
  • 제6권 11화

    136

    태양, 그건 한국식 명칭.

    본디 그들이 스스로를 부르길, 그들의 이름은 썬 차일드.

    태양의 자식들.

    그들은 달 사냥꾼과 같은 히든 길드로 음지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특이한 구석이 있는 곳이었다.

    ‘양지.’

    그들은 히든 길드임에도 불구하고, 양지에 나서기를 꺼리지 않는다.

    모습을 감추는 일이 없으며,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것을 모두에게 까발린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런 태양에 열광했다.

    그들의 정체성.

    ‘의적.’

    그들은 마치 의적과 같은 존재들이었다.

    헌터법을 지키지 않으며 살인을 밥 먹듯 하고, 온갖 범법행위를 하지만 그들의 기본 행동 방침은 언제나 그들이 세운 정의에 있었다.

    그들이 주로 사냥하는 것은 에키드나.

    사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에 물든 헌터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홀로 활동하는 에키드나만을 노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정의에 어긋난다면.

    ‘대형 길드의 길드장일지라도, 협회의 협회장일지라도, 부패한 정치인일지라도.’

    그 누구라도 살해하는 것.

    그렇기에 태양은 히든 길드 중에서 가장 드러난 곳이며, 모든 이가 열광하는 곳이기도 했다.

    한국식 이름 태양이 지어진 것도 그들의 위업이 한국에까지 알려진 탓이었으며.

    ‘황진석.’

    과거, 한국의 부패 정치인이자 황동 길드를 이끌던 길드장 황진석을 살해한 것으로 얻게 된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어언 십여 년이 넘었다.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는 전혀 없었다.

    혹자는, 그들을 아니꼽게 보는 대형 길드들이 연합하여 토벌했다고도 했고, 세계 협회가 움직였다고 했으며, 시엘이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었다.

    이제는 거의 잊혀져 가는 이름일지 모르는 그 이름.

    “태양을 찾았어.”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이정기가 쫓고 있는 자들임은 분명했다.

    ‘이모에게 넥타를 준 장본인.’

    왕의 자격을 지녀야만 할 수 있는 일, 태양의 길드장은 그것을 해냈다.

    그것도.

    ‘알파급의 넥타.’

    아르테미스의 넥타를 유시아에게 건넨 것은 물론, 정신 조작을 통해 가디언의 의지가 깨어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이유.

    ‘예언자.’

    태양의 길드장, 그는 분명 예언자였다.

    유시아에게 자신이 찾아올 것을 예언했으며, 그 외에도 예언을 할 수 있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멸망의 혼돈이 어둠 속에서 양지로 기어올지니….’

    혼돈의 세대 중 누군가를 노리고 만들어진 예언.

    그렇기에 세계 기구가 혼돈의 세대를 관리하고, 찾아다니게 만든 것 또한 어떠한 예언.

    ‘둘은 동일 인물일 수 있다.’

    그렇기에 찾아야 한다.

    그가 누구의 편인지.

    그리고 만일 그가 적이라면.

    ‘제거해야 해.’

    자신에게도 없는 예언의 능력.

    그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이 나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번거로운 능력일지는 예상이 가는바.

    적이 아니라도 그 예언이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것인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정기야.”

    유시아가 이정기를 부르며 말했다.

    “태양의 길드장, 그는….”

    유시아의 눈이 달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을 띠었다.

    “강해.”

    진심 어린 목소리.

    “그와의 만남은 결코 좋지 못한 일이었어. 달 사냥꾼의 악명이 높아졌었거든.”

    청부를 받아 살인을 저지른 조직, 달 사냥꾼.

    그녀들 또한 그녀들의 정의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하지만, 태양과 달리 그녀들의 정의는 누군가에게는 이해하지 못하는 종류였다.

    그렇기에 달 사냥꾼은 악 성향의 조직으로 낙인찍혔고, 많은 이들이 그녀들을 두려워했다.

    그 결과.

    “태양이 찾아왔어.”

    정의를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두 히든 길드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태양의 길드장과 수일을 싸웠고, 그런 괴물은…, 두 번째였어. 물론 그 격차가 컸지만.”

    첫 번째가 누군지는 알 것 같다.

    “애초부터 나를 죽이려는 생각이 없었어. 그저 교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듯해. 나는 자매들의 희생을 두고 볼 수 없었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지.”

    그의 제안.

    “의제가 되는 것, 그리고 그가 주는 힘을 받아들이는 것.”

    굴욕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유시아가 복수에 눈이 멀었다고 한들, 자매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짜였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모는 아르테미스의 넥타를 얻었다.’

    그 후 사라진 태양.

    “일곱의 시엘도 급이 있어.”

    “급 말씀입니까?”

    “텐처럼, 시엘 중에서도 넘볼 수 없는 존재들이 있지. 하위의 시엘은 네가 잘 알 거야. 뷔앙.”

    고개를 끄덕이는 이정기.

    “하지만 한 급, 한 급, 그 위로 갈수록 그 격차는 꽤나 심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시엘 급으로 생각하고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녀가 말했다.

    “기껏해야 뷔앙급이야.”

    그녀의 말에 이정기는 부정할 수 없었다.

    분명 뷔앙과 싸운 것보다 유시아와 싸웠을 때 훨씬 고전했지만.

    ‘넥타의 차이.’

    뷔앙이 가진 베타급의 넥타와 유시아가 가진 알파급의 넥타에서 오는 차이.

    그리고.

    ‘생포와 제거.’

    그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만일 넥타가 없는 둘이라면 거의 동급.

    아니.

    ‘뷔앙이 조금 더 위야.’

    그렇다면 태양의 길드장은 어떨까.

    “나와 겨뤘을 때 이미 상위 세 명의 시엘과 비슷한 급이라고 판단돼. 물론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그 사람…, 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준비됐어?”

    이 일의 끝이 무엇일지 모르지만.

    ‘태양의 길드장과 겨뤄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그를 상대로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겨야 한다.

    그래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

    걱정.

    그녀는 자신을, 그녀의 조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씨익.

    괜스레 좋아진 기분에 입가를 말아 올린 이정기가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 * *

    화륵.

    화로에 불이 붙는 소리가 났건만, 불은 보이지 않았다.

    불이 보이기에는.

    쏴아.

    그 세상은 너무나 밝은 곳이었다.

    온통 백색의 세상, 하지만 또렷하게 보이는 한 존재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백색의 세상에 오직 그만 색이 있어 보였다.

    허리까지 오는 기다란 금발.

    날렵하게 압축된 근육은, 그가 입은 붉은 정장 너머로도 보이는 듯했다.

    일렁.

    그의 뒤로 무언가 일렁이는 듯했다.

    마치 열기와도 같은 무언가.

    이내 그것은.

    치지지지직.

    타는 소리와 함께 검게 물든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스윽.

    남자가 조용히 눈을 떴다.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얼굴.

    그의 눈가와 입매가 웃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다.

    “온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가 기다려온 순간이 도래했다.

    그것을 위해 얼마나 공들였던가.

    지금부터가 아니다.

    ‘수백 여년 전.’

    아니 그 이상부터 준비해왔던 무언가.

    자신이 본 수천, 수만 개의 미래 중 자신이 가장 원하는 미래로 이끌기 위해 그 얼마나 무던히 애를 썼던가.

    그곳에서도 그랬다.

    ‘인간들.’

    최고의 인간들이라 했던가?

    그들 중 강한 자들이 분명 있었지만, 그들이 결코 쉽게 자신들을 해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둘이 아닌 다섯은 죽었겠지.’

    미래는 흔들림 없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나아갔다.

    그 인간 여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동생을 건넨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아아아….”

    그런 기다림과 희생, 배신으로 점칠된 자신의 생.

    그 모든 것이 지금을 위해, 지금으로 인해 일어날 시작을 위해 있는 것 아니던가.

    그가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파앗!

    온통 백색이었던 세상에 색깔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뒤돌아선 그가 말했다.

    “준비해라.”

    그의 앞으로 붉은 갑주를 입은 수백의 헌터들이 도열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군대와 같은 모습이었으며, 그보다 더 신성한 무언가.

    ‘성기사.’

    팔라딘에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금발의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정된 그가 온다.”

    * * *

    히든 길드, 달 사냥꾼.

    그리고 그 수장인 유시아.

    그들은 이미 세계 협회는 물론, 각국에서 낙인찍힌 범죄 집단이었다.

    극악 중 극악.

    언제고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그들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는 것은 물론 사살까지도 가능하다.

    만일 생포된다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거나, 국가에 따라 사형을 집행 받아야 하는 것이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듯 세계 각국을 누비며 등장한다.

    달의 이면이라는 사기적인 기술이 있다지만, 그 또한 제약이 많은 능력일진데 어떻게 그렇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을까.

    그건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만월의 징표로 마음대로 얼굴을 바꿀 수 있어. 달은 그 어떤 것도 감출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비출 수 있거든.”

    얼굴을 바꾸는 것.

    헌터들 중에서도 희귀한 능력에 해당했지만, 레전더리 아이템의 효과는 실로 막대했다.

    그리고 청부를 통해 쌓아 올린 막대한 돈.

    “위조 여권은 얼마든지 있거든.”

    그 돈을 함께 사용한다면 그녀들이 못 갈 곳은 없는 것.

    그리고 이정기 또한 달의 힘을 이용했다.

    달의 힘이 아니더라도 이정기는 스스로의 모습을 변환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있었는데, 달의 힘만큼 편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 모습도 꽤 괜찮네.”

    달의 힘으로 바뀌는 모습은, 마구잡이나 원하는 형태랑은 조금 달랐다.

    그 이면,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본능과도 같은 모습을 끄집어내어 주는 것.

    날렵했던 이정기의 인상, 날카로웠던 눈, 마른 듯하지만 꽉 찼던 근육이 이정기의 본래 모습.

    하지만 지금은.

    “불편한데요.”

    우락부락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모습이었다.

    턱은 각졌고, 목은 두텁다.

    근육은.

    꽈악.

    옷을 찢어발길 듯 터질 듯하다.

    ‘내 이면에 이런 게 있다고?’

    신기하지만 별 신경은 쓰이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

    유시아, 그녀의 모습도 참 신기했다.

    원래 그녀의 외형은 아름답지만 이정기처럼 날카롭다 못해 사나운 느낌을 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그런.

    “난 어때?”

    “지금이 더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달의 힘을 빌린 그의 이면은, 마치 소녀와 같다.

    순수하고 맑은.

    ‘그런 일이 없었다면.’

    아마 유시아는 저런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작게 웃는 그녀.

    “어쨌든.”

    그녀가 말했다.

    이미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까지 마친 그들이 있는 곳은.

    “축복의 땅에 온 소감이 어때?”

    축복의 땅, 이탈리아.

    그 수도 로마였다.

    “별로 기분이 좋진 않네요.”

    이정기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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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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