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35화 (135/284)
  • 제6권 10화

    135

    [아레스의 흔적을 발견하셨습니다.]

    “아레스?”

    [가디언 중 하나로, 이들의 넥타에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몇 가지 흔적을 더 발견하신다면….]

    메티스의 말이 이어졌다.

    [아레스를 추적하실 수 있습니다.]

    “……!”

    가디언의 추적, 그게 이런 식으로도 가능한 것이었던가?

    도통 어떻게 가디언들을 찾아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던 상황이었는데, 마른 땅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끼끼끽….

    훨씬 작아진 소음을 내며 추락하고 있는 스팀팔로스들.

    녀석들의 온몸은 새까맣게 그을려, 죽어가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다중 보스이기에, 한 마리가 쓰러지면 다른 스팀팔로스에게 전이되는 힘.

    그건 지금 녀석들에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넥타.’

    녀석들이 가진 힘의 근간이 되는 넥타를 벼락이 불태웠기 때문.

    “크윽.”

    하지만 동시에 이정기도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확실히.

    ‘벼락은 아직 자유롭게 사용하긴 힘들어.’

    넥타가 당장이라도 폭주할 듯 쿵쿵대는 상황.

    콰앙!

    이정기는 추락한 스팀팔로스들 앞에 내려앉았다.

    스윽.

    들어 올리는 손.

    언제나 수순은 똑같다.

    사냥이 끝났으면.

    ‘전리품을 챙겨야겠지.’

    우우웅.

    이정기의 넥타가 이정기의 의지에 부합해 손끝으로 모여들어 구를 형성했다.

    그것은 마치 꽃가루처럼 날아가 스팀팔로스들과 접촉하더니.

    우웅!

    그 크기를 더해 스팀팔로스 전체를 휘어 감았다.

    수순은 똑같지만,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내가 얻어야 하는 것도 다르다.’

    넥타 레벨 5.

    현재 각성이 진행 중인 자신의 넥타.

    메티스가 말하길.

    [더 이상은 넥타의 흡수만으로 성장은 힘듭니다.]

    왕의 넥타라는 특별함 때문에, 남들과 같은 성장은 여기서 끝이라는 이야기.

    그 대신.

    우웅!

    [왕의 자격을 일깨웠습니다.]

    다른 이점이 주어진다.

    스팀팔로스들을 에워싼 검은 구가.

    쿠쿠!

    압축되며 그 크기를 줄여간다.

    어느새 남아있는 것은 이정기의 주먹만 한 크기의 검은 구.

    [넥타의 일부를 흡수했습니다.]

    [스팀팔로스의 넥타를 흡수했습니다.]

    [아레스의 넥타를 일부 흡수했습니다.]

    벼락을 사용했던 반동으로 아려오던 온몸에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꽈악.

    지금이라면 다시금 벼락을 몇 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이정기는 그런 기분을 숨긴 채 뒤돌아섰다.

    “…….”

    그곳에 멍한 얼굴로 서 있는 공대장과 백두의 간부들.

    하지만 이진석만큼은 웃는 낯으로 이정기의 승전을 축하하고 있었다.

    척, 척.

    사자 갑주를 해제하며 이정기가 이진석에게로 다가갔다.

    “오랜 경험 끝에 살아남으신 분들이니, 무엇이 퍼져나가선 안 되고, 무엇이 퍼져나가야 하는지 잘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대장들을 향한 경고와도 같은 말.

    방금 전, 자연재해라는 말이 어울릴 벼락을 본 그들로서는 이정기의 경고를 침을 삼키며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진석 헌터.”

    “예…?”

    “저는 충성이 당연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간 이성의 행태를 보면 그랬다.

    그들은 왕좌의 자격을 지닌 자들로 태어났기에, 그 밑의 사람들을 부리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들로선 당연히 무릎 꿇어야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었으며, 그들이 내리 보아야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주영은도, 김윤태도.’

    백두는 그런 이성의 행태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던 곳이었다.

    성과급이라는 것으로 그들을 치하하는 듯했지만, 헌터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공대장들, 간부들, 그들이 가진 재산만 해도 평생을 펑펑 써도 남을 정도.

    ‘헌터들에겐 다른 상이 필요해.’

    이성의 꼭대기.

    할머니는 그러한 사실을 가장 빨리 눈치채고 가장 먼저 그 방식을 만들었다.

    ‘마력 던전.’

    개인이 쏟아부을 수 있는 돈을 넘어, 이성급은 되어야 쏟을 수 있는 돈을 온전히 쏟아부어 헌터의 성장을 가속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 것.

    그것이 있기에 이성의 성벽이 탄탄해졌음은 당연하다.

    자신도 언제가 그러한 것을 만들겠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줄 수 있지.’

    오히려 마력 던전보다 더 대단한 것.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줘야 제가 바라는 충성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파르르.

    이진석의 눈가가 떨렸다.

    황소섬까지 함께 갔던 그가, 지금 이정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전과 달라질 겁니다. 그리고….”

    이정기는 경고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강제되는 충성.

    “바라지 않는다면 포기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바라신다면….”

    바로 그때.

    털썩.

    공대장들, 그리고 간부들과 강민혁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진석은 무릎을 꿇었다.

    “……!”

    이진석과 같은 헌터가 아무리 이정기가 보여준 실력이 있다고 해도 한참이나 어린 그에게 무릎을 꿇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진석은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바라왔던 것입니다.”

    이정기의 곁에 남겠다 했던 이유.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최명희에게 말했던 이유.

    이제 그 보상을 받을 시간.

    “좋습니다.”

    이정기의 손이 이진석의 머리통에 닿는 순간.

    [인간, 이진석에게 넥타를 부여합니다.]

    메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백두 길드의 던전 공략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당연히 협회는 물론, 모든 곳이 난리가 날 일이었다.

    백두의 명성을 깎아먹던 골치 아픈 던전, 그럼에도 백두가 그 던전을 공략할 힘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버려 두어야만 했던 던전.

    그런 SS급 던전이 공략된 것이었다.

    세상이 어찌 떠들든.

    “조금 익숙해졌습니까?”

    이정기는 이진석, 강민혁과 함께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은 어렵습니다.”

    이진석이 쑥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에게 부여받은 넥타.

    그것으로 인해 이진석은.

    ‘혼돈의 세대.’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곧 제대로 운용해보겠습니다.”

    “이진석 헌터가 받은 넥타는 아직 성질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진석 헌터가 넥타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성질이 정해질 겁니다.”

    즉, 이진석의 노력에 비례하여 능력이 올라가리라는 것.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

    강민혁은 그런 이진석을 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안 그래도 이정기의 밑으로 늦게 합류한 자신이었다.

    처음에는 적으로, 그다음에는 수하로.

    그럼에도 강민혁은 스스로가 이진석보다 강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균형이 뒤집혔다.

    어제 이진석의 요청에 비밀스레 했던 대련.

    승자는.

    ‘이진석.’

    원거리 딜러와 근거리 딜러라는 이점을 무시할 정도의 힘.

    “그런 표정 지을 것 없습니다.”

    이정기는 그런 강민혁을 향해 말했다.

    “이진석 헌터에게 했던 말은 모두에게 통용됩니다.”

    “충성에 대한 대가….”

    “네. 대가.”

    그 대가는 감히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

    일반적인 헌터를 뛰어넘어 신세대, 아니 그 이상.

    혼돈의 세대가 될 수 있는 보상.

    꿀꺽.

    욕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터가 아니니라.

    “앞으로 증명하세요. 그럼 상을 받을 겁니다.”

    “명심…, 하겠습니다.”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정기는 작게 웃곤 말했다.

    “눈여겨봐 둔 헌터들은 있습니까?”

    던전 공략 때, 이진석과 강민혁에게 따로 이야기했던 것.

    “예. 특히 길드장님이 전투를 치르고 난 후 완전히 눈빛이 변한 녀석들이 있습니다. 많지 않지만….”

    이진석이 말했다.

    “소규모 공대를 꾸릴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들을 제1 공격대의 공석에 넣으시고, 한 번 키워보세요. 훈련 방식도 정해드릴 겁니다.”

    “훈련 방식이라 함은….”

    흥분한 얼굴의 이진석.

    이정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 배운 방식입니다.”

    “이건께서…!”

    이건의 훈련 방식, 이진석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강민혁 공대장은 찾아봤습니까?”

    “네. 길드장님.”

    이번에는 강민혁을 향한 물음.

    이진석에게 바란 것이 충성할만한 자들을 찾으라 한 것이라면.

    ‘강민혁에게는 그보다 더한 것.’

    대가를 치른다면 가히 신으로조차 모실 수 있을 정도의 광신의 기질이 보이는 자들을 찾으라 했다.

    “솔직히…, 몇 명은 없습니다. 그들도 인터뷰를 해봐야 할 것 같고요.”

    “전적으로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이정기는 강민혁을 보며 말했다.

    “강민혁 공대장이 이끌게 될 팀의 훈련 방식도 정해두었습니다.”

    “예…?”

    “제 또 다른 할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방식이죠.”

    물론 신족의 힘을 받기 위한 방식은 아니었다.

    그저.

    ‘네가 몬스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몬스터가 넥타로부터 기인되었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쥬피터 할아버지의 목소리.

    ‘넥타의 주인이 될 너이니, 넥타가 없었어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던 것이지. 몬스터들의 힘은 넥타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그 훈련 방식을 통하면.

    ‘평범한 인간도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몬스터의 능력을 사용하는 헌터들.

    즉.

    ‘추가 스킬의 획득이자, 특수 스킬의 획득.’

    그것을 마다할 헌터는 없다.

    “잘 해내겠습니다.”

    “그럼.”

    이정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두의 길드장이 되고 가장 급한 것이 휘하 길드원들의 신임을 얻는 것.

    그리고, 백두의 신용을 깎아 먹던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그 나머지는.

    ‘마음에 불이 붙은 헌터들이 알아서 할 거야.’

    이미 길드원들은 몸이 달아 던전 공략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길드의 큰 목적이 던전을 공략하고 구역을 장악하는 것인 만큼, 당분간 백두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갈 터였다.

    그러니.

    “제가 없는 동안 길드를 잘 이끌어주세요.”

    자신은 자리를 비워도 된다는 것이었다.

    * * *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보름달.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골목에 이정기가 서 있었다.

    달동네라는 것이 있다고 했는데,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인 듯했다.

    길드 하우스가 있는 으리으리한 거리가 아닌 비좁은 골목.

    하지만 왜인지 따뜻한 느낌을 받고 있을 때.

    “소감이 어때?”

    이정기의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뜻한 곳이네요.”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가? 일반 사람들과는 확실히 생각하는 게 다르구나.”

    상냥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하지만 나도, 언니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이정기가 뒤돌아선 그곳에 환히 웃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조카.”

    유시아.

    그녀가 말했다.

    “태양을 찾았어.”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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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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