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31화 (131/284)

제6권 6화

131

백두 길드의 회의장.

길드장인 주영은의 옆에 선 남자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정기.’

그가 처음으로 언론에 포착되고서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큰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

최명희, 이건, 헌터라면 이름만 들어도 절로 숙연해지는 자들의 피를 이은 인물.

하물며 그 자신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며 위명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정기 헌터가….”

백두의 제3 공격대장, 김규한이 눈초리를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김한산 길드장의 뜻을 이었단 말입니까?”

김규한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같은 얼굴.

이정기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구에서 나고 자란 것도 아닌, 올림포스에서 태어나 자라 나온 이정기.

그가 무슨 수로 김한산의 뜻을 이었다는 것인가.

“내 말을 의심하는 건가요?”

주영은의 말.

“크흠. 그런 것이 아니라….”

“뭐, 의심할만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 정기는 그이의 뜻을 이었어요.”

주영은의 말이 끝나자 이정기가 허공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지이잉.

마력이 움직이며 울려 퍼지는 소음.

“아, 아공간!”

백두의 간부들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지지직!

이정기가 열어젖힌 아공간에서 딸려 나온 그것이었다.

양손으로 들어도 무거울 법한 커다란 도끼.

그 손잡이에 그려져 있는 산봉우리.

“백두!”

김한산의 증명이라 할 수 있는 양 손도끼, 백두가 바로 그것이었다.

“또한.”

주영은이 탁자 위에 작은 구슬을 올려두었다.

얼마 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특별한 아이템.

‘기억 영사.’

누군가의 기억을 투시하여 공유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이정기가 처음 세상을 통해 공개한 특수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잘 부탁한다.

회의장에 비추는 광경은 분명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의 김한산이 이정기를 향해 부탁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기억 영사가 정확하냐 마냐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지만.

“…….”

이 정도까지 했으면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는 것도 추한 꼴이 되었다.

무엇보다 주영은이 이정기를 인정하고, 지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주영은이 없을 때의 백두는 공대장들이 의결권을 갖지만, 주영은이 있는 지금.

‘주영은의 의결권이 압도적이다.’

결국, 결말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야기.

타악.

처음 의문을 제기했던 임무진이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를 치며 말했다.

“인정하겠소.”

그것이 시작.

타악! 타악! 타악! 타악!

공대장들, 백두의 간부들은 모두 탁자에서 일어나 탁자를 치며 연이어 말했다.

“인정하겠소.”

“이정기 헌터가 길드장이 되는 것을 인정하겠소.”

“그가 김한산 길드장의 뜻을 이었음을 인정하겠소.”

말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

이정기를 인정한다는 말들.

하지만 김한산 길드장의 기억의 영사보다는 주영은의 인정에 의결의 방점을 찍은 것이다.

타악.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정기도 탁자를 치며 말했다.

다시 회의장에 착석한 그들.

그들의 얼굴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길드장이 바뀌었으니, 권력의 구도 또한 바뀔 수 있는 노릇, 백두가 이성에 비해 모자라고 풍전등화의 길드라고 하나 그들이 가진 이권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 이성도 백두를 노렸던 것이 아니던가.

이제는 새롭게 바뀔 것들을 기대하며 눈빛을 빛낼 때.

“들어오시죠.”

이정기가 다시금 문을 향해 말했다.

터벅.

들려오는 발소리들.

“……!”

또다시 등장한 낯선 이들의 얼굴에 백두의 간부들은 다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이들.

그들이 누구인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공석이 된 제 일 공격대장의 자리는 이진석 헌터가 맡을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깨비라는 이명을 가진 이진석입니다.”

“……!”

“그리고.”

이정기는 간부들의 목소리를 기다리지 않은 채 바로 말했다.

“제2 공격대장의 자리에는….”

새로운 인물.

그는.

“강민혁 헌터가 맡을 겁니다.”

죽었다고 알려진 이성의 헌터, 강민혁이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허깨비라는 이명을 가진 강민혁입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는 침묵이 회의장에 깃들었다.

* * *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진석이 웃으며 말했다.

이정기에 지구에 온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이정기는 백두의 정상에 앉았다.

물론 이성에 비해 백두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스물두 살의 나이, 대한민국의 십 대 길드의 정상에 선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성의 공격대장은 아니지만, 충분하겠죠?”

이정기의 말에 이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사실 이런 자리도 필요 없습니다. 이정기 헌터 옆을 지키는 게 제가 원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려면 강해지셔야 합니다. 이제 아시잖아요?”

“물론입니다. 정진하겠습니다.”

이정기의 눈이 돌아갔다.

“증명하셔야 할 겁니다.”

강민혁.

“오히려 주병훈보다 저는 용서가 없을 겁니다. 다만, 쉽게 내 사람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만큼은 약속하죠.”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합니다.”

강민혁은 진심이 느껴지게 말했다.

“어차피 죽었을 목숨입니다. 살려주신 것도 모자라, 복귀시켜주시고 중히 써주시게 한데는 과할 정도로 보답할 예정입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백두의 길드장.

원하던 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필요해.’

지구의 삶에서 지위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자로서도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내 것.’

자신의 것이 필요하다.

또.

‘궁금하기도 하고.’

대체 이 지위란 것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사람들이 열망하는지.

이성의 성혈들이 이성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왜 안간힘을 쓰는지 보고 싶어졌다.

‘이성의 이름은 잃었지만….’

백두의 길드장이 되어, 더 이상 이성의 팀장 자리는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팀원들은 이미 팀을 나간 것이나 다름없기에 상관없었고, 이정기가 이성을 나가는 것은 주형태가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할머니.’

아직 뵙지 못한 할머니가 이 일을 어찌 생각할지는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언제까지나 할머니를 의식할 수는 없어.’

매사 할머니만을 위해 행동할 수도 없는 노릇.

하지만 하나 약속하건데.

‘그 끝은 할머니께 인정받는 길일 거야.’

그런 목표.

이정기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언젠가.

“이성의 왕좌도 빼앗을 겁니다.”

“……!”

“……!”

“백두는 그 길을 닦기 위해 사용할 디딤돌일 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이정기가 주영은을 바라봤다.

그녀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 백두를 빼앗고, 그 백두를 그저 디딤돌이라 말했건만.

꾸욱.

그녀는 입술을 짓씹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복수의 기회만 줘.”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버린 여인의 모습.

“고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정기는 그런 그녀를 향해 말했다.

“고모님이 원하는 복수를 고모님 손으로 달성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증명하셔야 할 겁니다. 고모님은 일본으로 가세요.”

“……일본?”

“사츠키, 그리고 김윤태와 함께 일본을 정리하고 다이오가 제1 길드가 될 수 있도록 도우세요.”

그 과정에서 주영은은 성장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복수는 꼭 이루어드릴 겁니다.”

“…알겠어.”

자신을 향해 언제나 표독스럽기만 했던 주영은.

이제 그녀의 표독스러움과 분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다.

그녀의 오빠들이지.

“백두를 이성 못지않게 만들어야 할 겁니다. 필요한 건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정기의 첫 회의가 끝났다.

* * *

이정기가 백두 길드장으로 취임했다는 소식에 다시금 대한민국에 떠들썩했다.

대한민국 십 대 길드의 길드장이 바뀐 것은 분명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일뿐더러, 그 길드장이 겨우 이십 대 초반의 헌터라는 것은 더더욱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것.

더욱이 이건과 최명희의 손자라면?

-이정기! 믿을 수 없는 행보….

누구나 관심을 보이기에 충분한 소식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며칠 뒤.

-마침내….

또 하나의 소식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유명 연예인의 마약 소식도, 모 정치인의 죽음도, 어떤 아이의 실종 소식도 모든 것이 덮어졌다.

-시엘 선발을 위해 최명희 회장, 출국.

최명희가 시엘 선발을 위해 시엘 회의가 주최되는 스위스로 출국을 하게 된 것.

시엘이 가지는 가치는 가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한 것.

시엘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국가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국제 회의에서의 발언권조차 상승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왜 사람들이 열광하고 미쳐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할머니.’

출국 전날에도 보지 못한 할머니.

따로 부르지 않기에, 바쁠 것이라 생각해 찾아뵙지는 않았던 것이 약간은 후회될 때.

띠링.

이정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잘하고 있다.

발신인의 이름은.

“할머니…!”

최명희.

비행기에 올라타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겨놓으신 것이었다.

꾸욱.

이정기가 주먹을 쥐었다.

할머니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아직까지도 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헌데 그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자신이 할머니에 비해 부족하다면 말이 되질 않는 이야기였다.

‘목표는 백두 길드를 이성 길드 못지않은 규모로 키우는 것.’

그러기 위해선 주영은이 깎아놓은 백두의 신용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다.

매일같이 낮아져만 가는 백두의 신용,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하나의 던전이었다.

십 대 길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략이 몹시 어려운 던전 중 하나가 배정되어 있었는데, 깎여나간 백두의 힘으로는 공략이 어렵던 것.

그렇게 던전을 방치한 지 일 년, 그 이유로 백두의 신용은 두 단계 이상 하락했다고 할 수 있었다.

백두의 정상화를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던전의 공략이었다.

최고 난이도의 바로 밑, SS급의 던전.

“준비는….”

이정기의 곁으로 이진석이 다가와 말했다.

“끝났습니다.”

뒤돌아선 이정기.

그의 눈앞으로 기천은 되어 보일법한 수많은 헌터들이 도열해 있었다.

새롭게 편성된 백두의 제1 공격대를 시작으로, 마지막 순번인 칠 공격대까지.

백두의 모든 공격대가 모여, 한 던전의 공략을 위해 준비했다.

“그럼….”

가장 앞에 선 이정기.

그가 일렁이는 던전의 문을 밟으며 말했다.

“시작합시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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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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