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28화 (128/284)
  • 제6권 3화

    128

    백두의 해체 소식.

    그걸 어떻게 알았는가는.

    “백두 길드의 길드장 주영은 헌터.”

    이런 방식이었다.

    공항을 통해 정식으로 입국한 이정기 일행 앞에 나타난 협회의 요원들.

    협회에서도 특히나 자랑하는 헌터 관리부 소속 헌터들로, 말석의 랭커들이 있는 것은 물론 대인전을 위한 특수한 아이템을 장착한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당신을 김한산 전 백두 길드장의 납치 및 감금, 살해 혐의로 체포합니다.”

    협회의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주영은.

    꾸우욱.

    그녀가 주먹을 꾹 쥔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공주로 태어나 공주로 자란 그녀다.

    절대로 겪을 수 없는 일, 겪어서도 안 되는 수치였다.

    더욱이.

    ‘김한산.’

    그녀가 김한산 길드장을 납치하고 감금했으며, 살해했다니.

    김한산의 죽음에 분노하고, 슬퍼하던 것이 그녀였다.

    하지만 주영은은.

    “뭐 해.”

    떨림을 멈추고 양손을 내뻗었다.

    “영장도 없는 건 아니겠지? 뭐 하냐고.”

    싸늘한 목소리.

    “체포한다며!”

    그제야 협회의 헌터들이 부랴부랴 그녀에게 구속구를 채워 넣었다.

    권리에 의한 설명들.

    다행이라면 일반 시민들은 이곳에 없다는 정도.

    그렇게 그녀는 협회의 헌터들에 의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

    아무도 나선 이가 없었다.

    이정기조차도.

    백두 길드의 해체, 그리고 주영은의 체포.

    이것은.

    ‘예정된 수순.’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김한산을 지우려던 이성, 그들이 김한산의 제거에 성공했을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를 리 없었다.

    ‘눈 돌아간 주영은.’

    그들의 막내 여동생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도 모를 리 없었다.

    성혈로 자라나, 남매로 자라난 주영은.

    그녀가 적이 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둘 위인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김한산을 제거한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주영은 또한 치워버릴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백두는 이성에 흡수될 겁니다.”

    이진석의 말.

    그 말대로 될 것이다.

    하나, 예상치 못한 전개가 있지만 그건 추후 확인해보아야 할 일.

    “지긋지긋하군요.”

    이정기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이미 예상했다고 하나 예상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또.’

    또다.

    “끌려다니는 건….”

    이정기가 걸어 나가며 말했다.

    “여기까지만 해야겠습니다.”

    * * *

    “백두가 해체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정확히는 이성과의 합병이죠.”

    백두 길드가 정식으로 이성 길드와의 합병 절차에 들어갔다.

    길드장인 주영은은 조사 중에 있고, 백두의 지분을 가진 다른 공격대장들은 전부 이성과의 합병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 반대할 수 있는 건.

    ‘두 공대장.’

    백두의 제1 공격대장과 제2 공격대장.

    첫째는 황소섬에서 죽은 이었고, 둘째는 김윤태였다.

    문제는 김윤태 또한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일본에서 사츠키의 곁에 남은 녀석이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즉시 주영은과 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사실, 백두는 김한산 길드장 때문에 유지되던 곳이었습니다.”

    김한산이 사라졌다고 하나, 그의 추억을 기리며 유지되던 곳.

    그러나 김한산이 죽었다.

    그것도 주영은의 손에 죽었다고 알려졌다.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주영은의 처벌을 확실시하라며 협회에 압력마저 넣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정기 헌터 또한 타깃이었음은 분명하지만….”

    서울에 남아있던 강민혁이 그간 보고 들은 정보를 취합하며 말했다.

    “회장님이 움직이신 모양입니다.”

    “할머님께서?”

    “예. 시엘 선발이 코앞에 닥친 데다가 곧 출국을 앞두고 계시지만, 분명한 경고를 전하신 듯합니다.”

    주영은의 일은 넘어가겠지만, 자신마저 걸고넘어지지는 말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것은 또한.

    ‘내게 해결해보라는 뜻이기도 할 거야.’

    또 다른 시험.

    아니 이번에는 다르다.

    ‘소망.’

    그건 할머니의 소망이자 바람일 것이라고.

    “어차피 주영은 길드장이 구속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김한산에 대한 누명을 쓰고 있지만, 그녀가 처벌받는 일은 없다.

    “이성과 백두의 합병이 완료되는 즉시 풀려날 것이지만, 더 이상 헌터계에서 그녀를 찾을 수는 없겠죠.”

    빛을 잃은 별.

    그녀는 그저 이성의 지원 아래 삶을 연명하며 살아갈 것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일 터였고.

    ‘할머니가 나선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기만 할 테니까.

    이제는 굳어버린 성혈 간의 서열에 특혜를 주는 것이, 더 큰 분쟁으로 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할머니.

    그리고 또 한 가지,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고모가 더 이상 김한산 길드장의 그늘 아래 머물지 말고, 이젠 벗어나길 바라고 계신 것일지도.’

    확신은 없지만 심증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할머니는 결코 이 일을 진행하게 두지 않으셨을 테니까.

    “이성과 백두의 합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일단 두 가지 정도입니다.”

    강민혁이 말했다.

    “하나는 주영은 길드장의 누명을 벗기는 것.”

    그렇다면 등 돌린 공격대장들도 다시금 그녀의 편을 들 것이다.

    “둘은 백두에 새로운 길드장이 나타나는 것.”

    새로운 길드장.

    지금 이정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어려울 겁니다.”

    이진석이 말했다.

    “백두가 지금껏 유지되었던 이유가 김한산 길드장 때문입니다. 이정기 헌터가 체포되는 일은 없었지만, 이번 황소섬 원정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은 조금만 파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김한산의 죽음에 이정기가 관여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

    그럼 결국 공격대장들은 이정기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마침내 이정기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힘이 가득 들어간 목소리.

    “더 이상은 끌려다니지 않을 겁니다.”

    지긋지긋하다.

    처음 지구에 왔을 때는 힘을 잃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지구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할아버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어쩔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 말이 너무나 지긋지긋하다.

    결국은 그로 인해 누군가가 바라는 것들만을 지속해왔다.

    올림포스에서 자신의 삶이 그랬던가?

    ‘아니!’

    단언컨대 아니었다.

    이건 할아버지와 쥬피터 할아버지의 보호 아래 있었다고 하나, 이정기는 스스로 자신의 뜻으로, 의지로 모든 것을 행해왔다.

    강해지고 싶었고, 할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든 상황은 그런 것들과는 다르다.

    꽈아악.

    화가 난다.

    하지만 지구의 룰이라는 명목하에 참아왔다.

    할아버지의 세상을 자신이 망가트릴까 참아왔다.

    더 이상은.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방법이 있습니다.”

    세 번째 방법.

    “합병을 무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 합병을 무산시키게 하면 되죠.”

    이정기의 당당한 말에 강민혁도, 이진석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가능합니다.”

    바로 답하는 강민혁.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은 돌아가신 김대정 전 협회장님, 그리고 최명희 회장님뿐입니다.”

    영향력을 통해 무산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

    하지만 전자는 죽었고.

    “회장님은 더 이상 이 일에 개입하지 않으실 겁니다. 이정기 헌터가 부탁한다면야 들어주실 수도 있겠지만…,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실망.

    그것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

    ‘내 자존심이 용납 못 해.’

    그러니 그 둘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두 명 더 있습니다.”

    “두 명이라 함은….”

    이정기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주인배, 주형태.”

    “……!”

    두 성혈.

    이성 그룹의 부회장과 이성 길드의 길드장.

    “그들이라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가능….”

    조심스레 말하는 강민혁.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강민혁은 아직도 이정기를 불신하며 말했다.

    “둘 다를 설득하지 않는 한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리고 둘 중 하나가 등을 돌릴 일도 없습니다. 그건 그야말로 전쟁을 하자는 셈이죠. 그렇게 되면 주영은도 필드에 있는 상태로 전쟁이 시작되는 건데….”

    그걸 두 백부가 바랄 리 없다.

    강민혁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입을 열지 못하는 강민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정기.

    “주인배.”

    그게 이정기의 선택이었다.

    “강민혁.”

    “……!”

    “널 살려주고 거두어주었다.”

    지금의 이정기는 좀 전의 이정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공손하면서도 예의 바른 태도, 그 속에 느껴지는 정순함이 있었다면.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겠지.”

    지금의 이정기는 그야말로 폭군.

    이글대는 눈빛과 넘실거리는 기운.

    일렁.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광기.

    꿀꺽.

    마치 무엇이든 할 것만 같은 느낌.

    “그건….”

    “네 쓸모를 보여. 지금 같은 방식 말고.”

    강민혁은 저도 모르게 숙여지는 고개를 꼿꼿이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 * *

    “아깝군, 아까워.”

    주병훈이 혀를 차며 말했다.

    “녀석도 묶어서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진정 아쉽다는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회장님의 명령이셨습니다.”

    그의 옆에서 일렁이는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이성 그룹, 주병훈 사장 직속의 헌터.

    그리고 이제는 지워진 강민혁을 대신해 그 자리를 차지한 퍼스트 라인의 랭커.

    오랫동안 주병훈의 곁에 있었고, 강민혁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였지만 주병훈에게 중히 쓰이지는 못했다.

    정치, 그리고 계략.

    몸을 쓰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 분야에 있어서는 강민혁만 못했던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강민혁이 사라졌고, 최상길은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자리를 차지했다.

    “누가 그걸 모르나?”

    싸늘한 주병훈의 목소리.

    “죄송합니다.”

    “녀석을 건드려봐야 좋을 건 없지. 또 기억 영사 따위를 쓸 수도 있고.”

    프랑스 보르도 사건 때, 녀석은 에키드나의 머리통에서 기억을 뜯어내 만천하에 공개했다.

    만일 이번에도 그랬다면….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 봐야 주영은 길드장이 김한산 길드장을 감금했다는 건 사실 아닙니까? 일본 동부 지역 지진에도 관계가 있는 이상, 오히려 주영은 길드장을 벼랑 끝으로….”

    “내가.”

    주병훈이 최상길을 노려보며 말했다.

    “몰라서 그러는 것 같나?”

    “……!”

    “제기랄. 저딴 멍청한 새끼를 데리고 있어야만 한다니.”

    “죄, 죄송….”

    “입 닥치고 있어. 네 의견 따윈, 처음부터 물어본 적 없었으니까.”

    주병훈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전에 있던 강민혁은 머리가 좋은 만큼 눈치도 빠른 녀석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거스른 적은 없었는데.

    ‘아쉬워.’

    겨우 그딴 일로 지워버려야 했던 것이 너무나 뼈아팠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정기, 그 녀석이 더 미운 것일지도 몰랐다.

    “후.”

    작은 숨을 토해내던 주병훈.

    움찔.

    그가 몸을 들썩였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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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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