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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27화 (127/284)
  • 제6권 2화

    127

    죽음의 직전, 생과 사의 경계를 넘을 뻔했던 김윤태.

    그가 바로 선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뚜욱, 뚝.

    숙인 그의 고개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왜….”

    그의 내리깐 시선에 보이는 것은 편안히 눈을 감은 듯한 김한산.

    이제는 완전히 식어버린 그의 시체였다.

    넥타의 전이.

    김한산이 가지고 있던 넥타를 김윤태에게 이동시키는 비술은 성공했다.

    김윤태는 김한산의 넥타를 받아 새로이 태어났고, 그 대가로 김한산은 생을 다했다.

    제대로 인사조차 못 한 두 부자.

    “왜라고 말하진 않을게.”

    김윤태가 이정기를 향해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아직 맺혀있는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녀석의 눈동자는 울고 있는 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타오르는 듯한 눈빛.

    굳게 다문 입매.

    ‘분노.’

    녀석은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네 아버지께서, 부탁하셨어.”

    이정기가 그를 향해 말했다.

    “네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이정기에 의해 넥타를 받아들인 김윤태.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김윤태가 아니었다.

    사츠키처럼 자신의 벼락과 이어져, 벼락에 종속된 존재.

    벼락이란 이름의 왕의 백성이자, 충실한 수하가 된 것.

    새로이 태어난 김윤태는, 넥타가 깃드는 과정에서 계약의 송곳마저 타버려 상실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

    ‘김윤태는 나를 거스를 수 없다.’

    그 사실은 김윤태 또한 알고 있는 사실.

    김윤태는 그 사실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부탁…, 하나만 할 수 있을까.”

    연결된 넥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망이 느껴졌다.

    “그 바르게 사는 것.”

    이정기의 마음마저 흔들 정도의 강렬한 열망.

    “조금만 미룰 수 있을까.”

    “…….”

    “아니.”

    김윤태가 말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바른길인지 아닌지는 네가 판단해주었으면 해. 만일 네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잠자코 처벌을 받아들일게.”

    처벌.

    녀석의 언행이 바뀌었다.

    이정기는.

    “그래.”

    결국,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긴말하지 않아도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리고 그 명제는.

    스윽.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모호한 경계에 서 있음을 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김한산의 도끼를 들어 올린 김윤태.

    그가 천천히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타박, 타박.

    모래사장을 밟고, 꿇어 있는 그들의 앞에 섰다.

    우미노오의 길드원들, 그리고 이성의 제6 공격대장 철퇴의 김준서.

    그리고.

    덜덜덜.

    떨고 있는 남자.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는 분명.

    ‘9공격팀장 강신우.’

    이정기가 이성의 10팀장으로 발령받았을 때, 가장 크게 저항했던 남자.

    이정기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다툼마저 벌였던 남자였다.

    이번 원정이 그가 바라는 이상향으로서의 성장에 가까워지는 길이기에, 임무의 내막을 알면서도 자원하기도 했던 남자.

    그가 이정기를 보며 안쓰러운 눈으로 떨고 있었다.

    녀석도 아는 것이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오직 이정기뿐이라는 것을.

    이정기를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 했던 그.

    이성 내에서도 이정기에 대한 험담을 끊이지 않았던 그는, 구차하게도 이정기에게 제 삶을 구걸하는 것이었다.

    “제발….”

    그것이 그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

    그리고.

    뎅강.

    무언가의 끝이라고 생각하기엔 허무하고도 옅은 소음.

    뎅가아아앙!

    그 소리가 몇 번이나 더 울려 퍼졌다.

    뚜욱. 뚝.

    김윤태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은 멎었고, 그 대신 그가 든 김한산의 도끼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뒤 돌아 이정기를 본 김윤태의 눈은 아직도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가 바르지 못한 길을 가는 거야?”

    이정기를 향해오는 물음.

    이정기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그리 말할까.’

    이 지구의 세계의 법에서는 이것이 잘못된 방향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가….”

    이정기는 말했다.

    “제 부모의 복수를 하는 남자를 바르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의 정의에서는 결코 삿된 길이 아니다.

    투욱.

    김윤태가 도끼를 떨구고.

    투욱.

    제 무릎을 꿇었다.

    “따르겠습니다.”

    김윤태로서가 아닌.

    [넥타.]

    새로이 태어난 존재.

    [처형자, 미노타우르스가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충성 서약을 한 넥타 보유자들로 인해….]

    [넥타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넥타 레벨 5를 달성하셨습니다.]

    연달아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넥타의 각성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쥬피터 할아버지가 그토록 약해졌던 이유이기도 했다.

    * * *

    “음?”

    작은 소리를 낸 거대한 존재가 제 손에 들고 있던 인영을 집어 던졌다.

    꿈틀.

    던져진 인영은 잠시 몸을 꿈틀댔으나,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한 채 추욱 늘어졌다.

    인영을 집어던진 존재.

    “드디어….”

    이건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시작됐군.”

    아주 먼 땅, 자신의 고향의 근처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기운.

    자신의 육체, 아니 그 안 깊숙이 새로 생긴 장기에 찌릿한 느낌을 주는 것을 이건이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정기.’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가 이제야 진정한 계승을 시작했음을.

    “후. 허탕이군요.”

    이건의 앞에 마치 그림자가 움직이듯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이름은 슈베르츠.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이름일 뿐, 지금의 그는.

    ‘헤르메스.’

    헤르메스라 불리는 신족이었다.

    “녀석들 중 입을 연 자들은 없습니다.”

    “상관없다. 너도 느꼈겠지?”

    헤르메스를 보며 만면의 미소를 띠운 채 말하는 이건.

    “정기가 벼락을 일깨웠다.”

    “……!”

    “에잉. 이제서야 느낀 게냐?”

    “당신이, 비정상적인 겁니다.”

    헤르메스와 이건이 함께 선 채 한 방향을 바라봤다.

    “이유가 뭡니까?”

    “뭐가?”

    “왜 곁에 있지 않으냐는 말입니다.”

    헤르메스는 진정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당신이 올림포스에서 벗어나 힘을 잃었던 순간은 우리의 시간으로 찰나나 다름없는 순간이었을 뿐입니다.”

    이건은 잃었던 힘을 빠르게 되찾았다.

    그것이 순간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빠르게.

    “이제는 직접 그와 함께 움직여도 될 텐데요. 어차피….”

    뒤로 돈 헤르메스,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

    “…….”

    그건 스틱스에서나 볼 법한 광경, 지옥도였다.

    수없이 많은 시체들.

    그것들 전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넥타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올림포스의 파멸로 인해 열려버린 진짜 지옥, 타르타로스에서 기어 나온 것들.

    과거 가디언들조차 두려워했던 존재들마저.

    ‘이 남자는 대체.’

    이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아무리 타르타로스에서 기어 나온 것들이 제 육신을 잃은 채, 절반에 불과한 힘만을 쓴다고 하지만 가디언들의 상식도 벗어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남자, 이건은.

    ‘스스로 신격을 갖추었다.’

    육체와 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지금의 신족들과 달리, 홀로 깨어나 격을 갖추고 그 균형을 맞춘 남자.

    “그와 함께한다면, 더 빨리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헤르메스는 달아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

    “헤르메스.”

    이건의 부름에, 헤르메스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도 쓸데없는 헛소리는 하지 마.”

    “……죄송….”

    “그래도 뭐 납득은 시켜주지. 넌 나중에 내 귀여운 손자놈의 충실한 부하가 될 테니 말이야.”

    “…….”

    이건이 말했다.

    ‘하아….’

    이건의 말에 헤르메스는 안도의 숨을 속으로 토해내면서도 이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또한 교육의 일환일 뿐이다.”“교육이….?”

    “올림포스에서 태어나 자란 정기에게 최대한 지구에 대한 것들을 가르친다고 했지만….”

    이건이 쓰게 웃었다.

    “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

    올림포스에서의 생존을 위한 것들을 가르치면서, 이건은 동시에 지구에서의 생존 또한 가르쳤다.

    정기가 힘을 되찾는 순간, 지구에서 정기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들은 손에 꼽을 수 있겠지만.

    “지구의 위험이라는 건 올림포스의 위험이랑 같은 게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

    그들의 이기심과 욕망, 질투는 정기에게 있어 올림포스의 타이탄보다도 위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정기.’

    그 녀석 자체가 위험하게 뒤바뀔 수도 있는 것.

    “정기에겐 지구를 겪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무엇인지, 관계란 무엇인지.

    그리고.

    ‘나쁜 인간들만큼이나, 좋은 인간들이 있다는 것도.’

    최명희는 정기가 그런 것들을 깨닫는 데 있어 훌륭한 울타리가 되어줄 거다.

    정기를 위험 속에 밀어 넣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정기가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렇게….”

    빠각!

    “정기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적만 내보내 주면 되지.”

    이미 티탄들이 정기의 존재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지에서도, 음지에서도 은밀히 움직이는 그것들.

    이번에 우미노오가 움직인 것도 이건이 정보를 조작하고, 원군을 끊는 등 여러 노력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적만을 보냈던 것.

    “어차피….”

    이건과 헤르메스가 눈을 마주쳤다.

    “너도 그걸 바라지 않나?”

    이건의 말에 마침내 헤르메스가 활짝 웃어 보였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훗날, 그날이 도래했을 때.

    ‘왕은 준비되어야 하니까.’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든.

    * * *

    김한산을 구해내는 데는 결국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얻은 것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사츠키, 이케아노스의 충성을 서약받았고.

    김윤태, 미노타우르스라는 새로운 수하를 얻어내었다.

    그리고.

    ‘약속은 지키마.’

    주영은, 그녀 또한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그녀가 약속했던 것을 준다고 했다.

    그때 그녀의 눈은.

    ‘김윤태.’

    그 아들과 굉장히 닮아있었다.

    김윤태나 주영은이나 김한산만을 보며 살아온 그 세월.

    그 대상이 사라지자 사랑은 곧 분노로 뒤바뀌었다.

    ‘백두를 주마.’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들.

    ‘오빠들을, 오빠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줘.’

    이성을 적으로 돌렸다.

    김윤태는 이정기를 향해 부탁했다.

    ‘일본에 남을게.’

    이정기가 사츠키에게 처음으로 주었던 명령.

    ‘우미노오를 정리하고, 그들의 힘을 흡수해.’

    그러한 명령을 곁에서 도우며, 새로운 힘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겠다는 것.

    이정기는 그것을 허락했고, 한국으로는 이진석과 주영은, 백두의 살아남은 정예들만이 함께였다.

    하지만 돌아온 이정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백두 길드 해체.

    백두의 해체 소식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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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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