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24화 (124/284)

제5권 24화

124

우미노오의 전함 케토를 마주했던 백두.

사츠키가 그들의 발을 묶기 위해 힘을 사용한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결국 케토는 거대한 파도를 밀어내고 그 위용을 자랑했다.

철커덕!

그 주포가 잠시 백두의 비교적 작은 배를 노린 것도 사실이었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쒜에에엑!

다시금 주포를 돌린 채 관심 없다는 듯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케토.

백두의 배는 뒤늦게나마 케토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케토의 무서운 속도를 따라가기는 벅찬 일.

사츠키가 조금 더 힘을 내 따라잡았을 땐.

콰아아앙!

이미 케토의 주포가 황소섬에 직격한 이후였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고요해진 케토.

그 밑으로 전리품을 수거하듯 작은 배들이 헌터들을 태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아야 합니다!”

소리치는 이진석.

백두의 배가 빠르게 황소섬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황소섬에 도착한 그들.

그들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윤태야!”

도끼를 한 손에 꽉 쥔 채 씩씩대는 백두의 제2 공격대장이었다.

피 흘리는 몰골.

그를 둘러싼 헌터들.

주영은은 망설임 없이 사방에 빙결의 마력을 퍼부으며 김윤태를 향해 나아갔다.

“무슨 짓들이냐!”

백두, 그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묻고 싶소만.”

그들 또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김윤태를 둘러싸고, 이미 황소섬을 장악한 그들.

일본의 제일 길드라는 우미노오.

그리고.

“무슨 짓입니까. 주영은 길드장님.”

이성.

이성의 제6 공격대장, 철퇴 공격대의 김준서였다.

“여긴 백두의 사유지다. 당장 물러섯!”

그것이 그녀가 믿고 있는 것인 듯 했다.

“하.”

작은 숨을 토해내는 김준서.

그가 우미노오의 세 형제들에게 손짓을 하곤 제 머리칼을 쓸었다.

“지금은 동부 지역의 지진을 조사하는 공무 중입니다. 이곳이 그 진원지로 파악되고 있고요.”

김준서의 태도는 확실히 주영은이 지금껏 상대하던 자들과 달랐다.

성혈, 그 이름 아래 수많은 헌터들을 무릎 꿇렸던 주영은.

하지만 이성의 공격대장부터는 그 급이 다르다.

‘이성의 이사들.’

이성이 가진 힘이며, 이성의 말만을 따르는 충실한 수호기사들.

그들은 성혈을 존중하며, 배려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의 이름이 드리웠기 때문이지.

“감히!”

그보다 더 강한 불빛을 비추는 별의 말만을 따르는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주제 파악도 못 하는군.”

김준서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뭣…!”

“성혈이기에, 이 정도에 그치겠다. 당장 물러서라. 길드장께선….”

김준서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임무를 가로막는 자는 모조리 죽여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

결국, 와야 할 순간이 왔다.

다른 핏줄들에 비해 최명희의 피가 더욱 옅었던 주영은.

그 힘은 물론, 그 정신과 능력마저도 크게 이어받지 못했다.

백두의 길드장?

그 감투가 오직 그녀의 한계였다.

사실 그것도 주영은의 능력이라곤 필요치 않은 것뿐이었다.

백두의 이름 아래 있는 수많은 길드원들이 움직이고 조언하며 끌어온 것들.

아직 백두가 10대 길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 영광이 저버려 10대 길드의 이름마저 곧 잃으리라는 것이 정설 아니었던가.

“꺼져라. 네 아들을 데리고 사라지면, 너희 두 모자의 목숨만은 남겨두지.”

“가, 가….”

그러니 사태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것.

그것이 그녀의 죄였다.

“감히-!”

그녀의 양손에서 시퍼런 냉기가 퍼져나가 사방을 얼리기 시작했다.

서드 라인의 랭커.

그러나.

쩌어엉!

그녀의 냉기는 결국 그들에게 닿지 못했다.

“악수를 두는군.”

김준서.

이성의 공격대장이 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있었다.

‘퍼스트 라인.’

그것이 최소의 조건.

그리고 우미노오의 길드장과 두 형제.

그들은.

‘제로 라인.’

애시당초 되지 않는 싸움.

주영은이 해야 했던 것은 그들에게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 거래를 해야 했으며 그도 아니라면.

“빌었어야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처억!

그런 그녀의 옆으로 이진석이 함께 섰다.

나머지 백두의 길드원들과 사츠키외 세 명도.

씨익.

김준서의 입가에 웃음이 퍼져나갔다.

“사츠키, 다이오의 길드장은 죽여선 안 된다.”

우미노오의 길드장 호세이의 목소리.

“그녀는 우리가 맡지.”

백두를 둘러싼 헌터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덜덜.

주영은은 지금 이 상황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김한산을 노린 것이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자신에게 이리 대할 줄이야.

하지만.

“어머니. 이게 현실입니다.”

“유, 윤태야.”

제 아들은 자신보다 조금은 더 빨리 현실을 직시한 모양이었다.

도끼를 쥔 채 나오는 김윤태.

그에게서 푸른 마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버텨야 합니다.”

“윤태야….”

“버티면 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김윤태,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

콰아앙!

김윤태는 마치 황소처럼 적들을 향해 쏘아졌다.

* * *

애시당초 될 싸움이 아니었다.

우미노오의 오십여 명의 헌터, 이성의 삼십여 명의 헌터.

그들과 맞서기 위해선 적어도 백두의 제1 공격대가 온전해야 했다.

아니, 온전하다고 해도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원래 주영은의 계획도 이런 것이 아니었다.

김한산을 저들이 도착하기 전 빼돌리는 것.

하지만 저들은 너무 빨리 도착했고.

‘케토.’

설마 그들의 전함마저 끌고 올 줄은 몰랐다.

포기했어야 한다.

하지만.

“으아아아악!”

그럴 수 있겠는가.

아버지이자, 남편.

김한산을 구출하는 일이었다.

“젠장!”

이정기를 위한 일이었다.

“하아….”

제 힘을 되찾기 위한 일이었다.

되지 않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지만, 물러설 수는 없는 싸움이란 것이었다.

그래도 의외의 선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부우웅! 부웅!

김윤태.

사실상 전력으로 넣지도 않은 김윤태가 이성의 9 공격팀을 홀로 도맡은 것도 모자라 우미노오의 헌터들까지 상대하고 있음이었다.

시퍼런 푸른색의 마력을 흘러대며 휘둘러지는 도끼.

정형화되어 있지도, 실전 경험을 겪지도 않은 것이 분명했지만.

부우웅!

그 거력에 헌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런 것이 있었다.

‘각성.’

수준급에 이른 헌터가 어느 순간 확 강해지는 것.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한순간에 사람이 바뀌는 것.

그것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혹자는 말했다.

‘준비된 자에게 오는 기회.’

재능있는 자, 준비된 자, 아직 그 힘을 일깨우지 못한 자에게 오는 기회.

그것이 계기를 맞닥뜨려 꽃을 피우는 것.

그렇기에.

“으아아아아아! 아무도 내 앞에선 한 발자국도…! 못 지나가!”

각성.

하지만 그뿐이었다.

귀검을 사용하는 도깨비, 이진석이 김준서에게 패배해 비틀거렸을 때.

“가만히 있으시오.”

사츠키가 육지까지 밀려온 파도에 구속되었을 때.

“안 돼!”

주영은에게로 화염계 헌터 셋이 붙었을 때.

이미 모든 것은 끝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이진석과 김윤태가 계속해서 투지를 불살랐다고 하지만.

카아앙!

그 끝은 너무도 뻔히 보이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무인도나 다름없는 외딴 섬에 울려 퍼지는 거친 숨소리.

그리고 그들이 잊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이 섬에 무엇이 있어 그들이 전함인 케토마저 끌고 왔는지.

“이정기-! 서둘러-!”

이정기.

각성한 김윤태.

그리고 또 하나.

섬에서 각성한 이가 있었다.

[왕의 자격을 깨달았습니다.]

메티스의 목소리를 듣는 이정기.

“소용없는 짓이다. 안 보이나? 전부 멀쩡히 서 있는 우리와, 다 쓰러져 있는 너희.”

씨익.

미소 짓는 김준서.

“이정기? 제로 라인의 랭커…. 아니, 그 힘을 가진 자를 대비조차 안 했으리라 생각하나?”

김준서는 물러서고, 우미노오의 세 형제가 나섰다.

“오늘 이정기와 김한산은 여기서 죽는다.”

확신에 차 말하는 김준서.

“너희는 그 모든 것을 구경하다 죽는….”

그 순간이었다.

덜커덕!

김준서가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멈춰 섰다.

돌아가지 않는 고개, 애를 써 동공만 옆으로 돌려 다른 헌터들을 봤다.

“……!”

믿을 수 없는 일.

자신을 포함한 다른 헌터들이 마치 거미줄에 옭아매진 듯 멈춰서 있었다.

‘이것이….’

김준서는 당황했지만 조금씩 침착을 되찾았다.

이미 모르고 있던 일이 아니었다.

‘혼돈의 세대.’

신세대를 넘어 그 너머.

완전히 새로운 힘을 쥐고 태어난 그들.

그들이 가진 힘은 일반인과 헌터의 차이만큼, 헌터와 그들의 차이가 있음을 공격대장인 김준서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신들…, 차례…, 다.”

그를 상대할 자들이 따로 있지 않은가.

‘이정기를 데려오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우미노오와의 거래.

‘그를 죽이는 것이라면 무조건적인 협조를 하겠다, 길드장께서 약조하셨다.’

우미노오의 세 형제.

길드장 호세이.

그리고 부 길드장, 테츠야와 하야시.

우미노오를 세운 그들은.

씨익.

셋이 전부 혼돈의 세대.

그것도 그들 중 수위에 달하는 실력자들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본의 제일 길드를 자처할 수도, 일본 헌터계가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텐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제대로 겨룰 수 없다는 상위의 혼돈의 세대.

그들이 함께.

“……?”

김준서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 지금쯤 움직여야 할 우미노오의 삼형 제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들 또한 마치 무언가에 옭매인 듯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이, 이 정도라고….”

“듣지 못했다…!”

“거짓말!”

절규하는 그들.

그리고 저 먼 곳.

파짓!

푸른 빛이 감도는 시퍼런 눈의 남자, 그 눈에 튀는 스파크가 김준서에게로 또렷이 보였다.

그건 마치.

“말도…, 안 돼….”

김준서에게 있어 치욕스러웠던 S급 게이트에서의 보스 몬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꿇어.

괴물의 입이 열렸다.

타악!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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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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