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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21화 (121/284)
  • 제5권 21화

    121

    김한산은 이정기의 손길에 그대로 등부터 매쳐졌다.

    콰아앙!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매쳐진 몸이 땅과 부딪히며 일어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폭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쿠쿠쿠쿵.

    흔들리는 지반.

    하지만.

    “……!”

    이정기는 아직도 잡고 있는 그 뿔을 놓지 않고 있었다.

    “크르르르!”

    마치 짐승과도 같은 울음소리.

    한때 대한민국에서 촉망받던 헌터이자, 백두 길드의 길드장이었던 김한산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울음소리였다.

    쿠쿠!

    지반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흡!”

    이정기가 숨을 참으며 더욱 거세게 힘을 주었다.

    그럼에도.

    들썩.

    이정기의 몸이 들썩이며 밀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한산.

    그가 가진 힘.

    그것이 이정기의 힘을 잠시나마 이겨내며 저항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르다.’

    김한산은 지금껏 이정기가 보았던 혼돈의 세대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혼돈의 세대 중 가장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주안나.

    티탄의 힘을 일부 받았지만, 인간의 인격을 유지하던 뷔앙.

    가디언의 힘에 침식당해 불안정해졌던 유시아.

    김한산은 그런 그들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였다.

    혼돈의 세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쿠쿠쿠쿵!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 눈빛, 아니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넥타.

    그 모든 것은.

    ‘네메아…, 히드라. 그것들과 같다.’

    던전 게이트 속에서 보았던 그것들과 같은 것이었다.

    콰아앙!

    두 검은 뿔에 담겨 있던 거력이 이정기의 몸을 쏘아내듯 튕겨버렸다.

    드드드드!

    이정기는 허공에서부터 다시금 발끝으로 볼텍스를 뿜어내 균형을 잡아야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저 불안정한 넥타가 정신을 침범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너무 다른 상황.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넥타 변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

    [불안정한 넥타의 힘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일어난 일입니다.]

    김대정 협회장이 올림포스의 괴물, 타이탄이 되어버렸던 것과 같은 일.

    [넥타를 받아들일 수 없는 부적격자의 한계. 저것이 허락되지 않은 힘을 바란 인간의 말로입니다.]

    말로.

    “방법….”

    자신이 이곳까지 온 것이 넥타를 탐한 인간의 끝을 보고자 온 것이 아니었다.

    김한산.

    김윤태의 아버지이자 주영은의 남편을 구하고, 그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온 것이었다.

    “방법은.”

    메티스는 평소에 답을 쉬이 주지 않지만 넥타가 관련되어 있다면 다르다.

    [압도적인 힘.]

    간결한 답.

    [알파급의 넥타, 그 순수함과 왕의 권한으로 인한 정화. 그리고….]

    메티스가 답을 주었다.

    [흡수입니다.]

    * * *

    콰아앙!

    충돌 한 번, 한 번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위력이 되어 충격파를 발산하고 있었다.

    헌터들이 탄생하고, 무력의 시대가 된 지 오랜 기간이 지난 현재였지만.

    콰아아아아앙!

    이 정도의 힘과 충돌은 쉬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크르르르르!”

    울부짖는 황소와 다름없는 김한산.

    “후.”

    그런 김한산에게도 결코 힘으로 밀리지 않는 이정기.

    그 둘의 격돌은 그야말로 원초적이며 야만적인 것이었다.

    어떠한 아이템을 사용하지도, 지혜와 전략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타앗!

    땅을 밀어 박차고.

    콰아아앙!

    서로를 향해 부딪힌다.

    그 충격은 서로에게 이어져 그 내장을 진탕시키는 것으로 모자라 사방으로 충격파를 발산한다.

    쿠쿠쿠쿵!

    다시 흔들리기 시작하는 땅.

    “맙소사….”

    그런 광경은 경력 많은 백두의 헌터들, 그중에서도 정예라 불리는 제1 공격대원들에게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었던 시기.

    헌터라는 것이 그저 영화에서나 보던 히어로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두 손에서 전기를 뿜어낸다든지, 검 하나로 철근과 콘크리트를 잘라낸다든지, 인간의 이치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해내는 이들.

    그리고 헌터가 되었을 때, 자신도 그렇게 마다치 않던 히어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렇게 보내온 세월.

    하지만 그들은 곧 벽을 느껴야만 했었다.

    ‘몬스터.’

    그것도 처음 A급 게이트에 들어갔었을 때의 이야기.

    그때 자신은 히어로 따위가 아님을 철저히 깨달았다.

    그저 일반인들과의 세계와 다를 뿐, 이 세계에서는 자신 또한 하나의 철저한 약자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노력하고 노력했다.

    결국, S급 헌터가 된 현재, 시엘이라든가 랭커라던가 하는 존재들을 보았지만, 그때 느꼈던 벽을 또 느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트, 틀렸어.”

    하지만 아니었다.

    콰아아앙!

    벽.

    지금 그들은 다시금 벽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보았던 것처럼 높은 장벽 따위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있는 바벨.

    그것이 세상 모든 것을 가리고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었다.

    저건 그런 것이었다.

    쿠우우웅!

    충돌 한 번에 구름이 갈라지고, 지반이 흔들린다.

    저릿.

    그 충격파에 S급 헌터인 자신의 온몸이 떨리고 아려온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배려…, 해주고 있는 거야?”

    “이 상황 속에서…?”

    이것이 김한산 길드장과 다투고 있는 저 남자.

    새로운 성혈, 이정기가 해주는 배려라는 것을.

    충격파를 최소화시키며, 마력장을 통해 자신들을 보호해주고 있음을 백두의 제1 공격대인 그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발…!”

    그때,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윤태.’

    그들이 존경하는 김한산 길드장의 아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탓에, 안하무인에 다른 이를 깔보는 경향이 짙은 데다 어울리지도 않는 공격대장의 자리를 꿰차고, 백두의 이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

    하지만.

    “제발…!”

    그 모든 것이 빌어먹을 상황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 해도 자신들만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한산, 수십여 년을 가두고 그를 지켜봤던 것이 자신들이니까.

    ‘제 아버지가 그렇게 되었는데, 멀쩡할 수 있는 자식이 있을까.’

    물론 김윤태의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들만큼은 이해할 수 있는 녀석.

    “제발 아빠를…!”

    그 녀석이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온 진심을 다 담아 소리치고 있었다.

    “구해줘-!”

    콰아아앙!

    다시 한 번의 충격파.

    “걱정 마.”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너무도 또렷하게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이정기가 다시금 김한산의 뿔을 붙잡은 채 김한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아.”

    더 이상 자신은 지구로 돌아왔을 당시의 무력해졌던 자신이 아니었다.

    완벽히는 아니라고 한들, 그 힘의 대부분을 되찾았고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힘마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넥타.’

    김한산의 수준은 히드라 정도.

    하지만 자신은 네메아나, 히드라를 상대했을 때와는 다르다.

    차라리 김한산을 죽이라 하면 진즉 죽였을 수도 있을 정도.

    그를 사로잡아 고치는 것이 어렵다 한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걱정 마. 네 아버지는 구해줄 테니까.”

    압도적인 힘.

    이미 김한산의 기운은 점점 빠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몇 번의 충돌, 다른 이들이 볼 때는 박빙이라 보였을 수 있겠지만 실상은 이정기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를 메치며, 그의 넥타를 뒤흔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부족하다.

    ‘왕의 자격.’

    이정기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쥬피터 할아버지에게 신족의 육체와 넥타를 온전히 이어받았지만, 그에 대해 자세한 것을 배울 시간은 없었다.

    ‘개미에게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주면 무엇이 가능한지 설명한다고 한들, 그것을 알 수 있겠느냐?’

    그것이 신족의 힘에 관해 물을 때마다 쥬피터 할아버지가 해오던 말.

    ‘개미라도 인간이 되어야 알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것들이다. 조급해하지 말거라.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

    왕의 자격.

    아직까지는 제대로 사용하지도, 있는지조차 몰랐던 힘.

    하지만 분명히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그 힘.

    이정기는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100퍼센트의 힘을 가지고 있던 올림포스에서조차 배워냈음에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능력.

    지구에 와서는 그 불안정함과 부족함으로 꺼내지 못했던 능력.

    힘을 일부 되찾아 조금이라도 그 힘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도 이정기는 그 힘을 아끼기만 했다.

    한 번도 완벽히 제어해본 적이 없는 힘이었으니까.

    상대뿐만이 아닌 자신마저 망가트릴 수 있는 힘.

    파짓, 파지짓.

    바로 벼락을.

    * * *

    쿠쿠쿠쿵.

    바다에서도 느껴지는 진동.

    높은 파도가 넘실거렸지만, 배가 전복될 리는 없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배는 백두의 표식이 그려져 있으며, 수많은 아이템으로 보호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쿠쿠쿠쿵.

    진동이 계속될수록 한 사람의 얼굴은 잿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불안하십니까?”

    이진석, 그가 불안해하는 주영은을 향해 말했다.

    사실 그녀에게 이런 얼굴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표독스럽고, 야망으로 가득 차 있으며 성혈다운 여자.

    그것이 지금껏 이진석이 알고 있던 주영은의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주영은은.

    “…….”

    그저 남편을 걱정하는 한 사람의 아내로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였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작은 위로를 건네는 것은.

    “그걸….”

    의심의 눈초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죽어가는 남편을 앞에 두고, 의사가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고 한들 그 말을 온전히 믿을 아내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주영은은 그냥 일반인이 아니었다.

    그녀 자체로도 세컨드 라인의 랭커.

    “…….”

    이진석의 마력이 평온하다는 것을, 헌터가 적지일지 모르는 곳을 가며 저리 평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믿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만한 여자니까.

    “성혈인지 아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슬리는 아이.”

    이진석이 말했다.

    “그게 이정기 헌터에 대한 평가 아니었습니까?”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건의 손자라는 것도, 올림포스에서 나왔다는 것도 다 거짓이라 생각했다.

    애시당초 그런 것을 쉬이 믿을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게이트에서 태어나, 그 지옥에서 유년기와 성장기를 거쳐 귀환했다고?

    “그래서 지금 어떻습니까.”

    “…….”

    “믿으십시오.”

    그것이 전부.

    그리고.

    “…….”

    사츠키는 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들이 향하는 황소섬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정도라니.’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쥬피터의 후인, 왕들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며 경계하던 가디언.

    그의 힘을 이었다고 하지만 그의 본태가 인간이었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쿠우우우웅!

    느껴지는 이 힘은.

    “벼락이야.”

    진짜의 힘이었다.

    그때였다.

    “……!”

    “이런!”

    사츠키도, 이진석도 놀라며 옆을 바라봐야만 했다.

    주영은의 얼굴은 더더욱 잿빛으로 물들어야만 했다.

    쏴아아아아아!

    바다를 그대로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는 커다란 배.

    그 표식은 우미노오, 바다의 왕을 나타내는 표식이었으니까.

    “서둘러야 합니다!”

    이진석이 소리를 높였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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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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