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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20화 (120/284)

제5권 20화

120

파앙!

허공을 격하며 추진력을 얻은 이정기.

“허, 허억! 하늘을…, 날고 있어?”

김윤태는 숨을 집어삼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가지각색의 능력을 지닌 헌터들, 그들 중에서 희귀하게 비행 계열 스킬을 지닌 헌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허어어억!”

결코, 이런 것과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허공을 체공한다는 느낌의 비행.

가속을 낼 수 있는 속도도 한계가 있다.

이건 마치.

‘하늘을 찢어발기는 것 같은 느낌.’

그래, 김윤태는 결국 그 단어를 떠올렸다.

“벼락…!”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 빛줄기와 같은 속도.

S급의 헌터인 김윤태조차 몸에 부담이 되는 속도.

하지만 이정기에겐 너무나 개운한 기분을 주는 속도였다.

‘오랜만이야.’

그 넓디넓은 올림포스.

할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의 몇 배 크기나 된다는 곳에서 자라온 이정기였다.

그 넓은 올림포스 땅을 거닐며 가로지르기에 두 다리는 한계가 있었다.

끝도 없이 벌어져 있는 지각, 바다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강 따위를 지나기 위해.

파앙!

비행 능력은 필수적인 항목이었다.

처음 이정기가 배웠던 것은 마력으로 허공을 딛는 법.

그건 어렵지 않았다.

‘하피.’

그 외에도 올림포스에 존재하던 몬스터들의 특성을 빼앗아 어찌저찌 흉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바라는 것도 자신이 바라던 것도 겨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더 빠르게.’

이미 할아버지는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정기가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볼텍스를 체득하여 어느 정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을 무렵.

그렇다.

파아앙!

지금 이정기가 허공에서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다른 어떤 스킬이나 몬스터의 특성 때문이 아니었다.

‘볼텍스.’

미세히 조종하는 볼텍스가 발끝을 타고 방출되어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

그것으로 이정기는 마치 하늘에서 벼락처럼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타앗.

물론 아직 땅을 밟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마력 소모가 역시 엄청나.’

올림포스에서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막대한 마력을 이용해 아무런 소모 없이 사용했던 기술.

하지만 지구에서는 올림포스와의 마력 차이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조차도 넥타 레벨 4, 80퍼센트의 힘을 되찾고 나서야 쓸 수 있게 된 것이었으니.

파아앙!

지금은 이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더 힘을 되찾으면….’

그다음의 기술.

또 다른 할아버지에게 배운 비행을 사용하게 되는 날을 고대했다.

“방향.”

“이, 이쪽!”

그렇게 달려가던 이정기는 잠시 속도를 줄였다.

타앗.

땅에 내려앉은 이정기.

그와 김윤태의 앞으로 널따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하아…. 하아….”

그저 이정기에게 매달려 이동했을 뿐인데 지친 듯 숨을 토해내는 김윤태.

“배, 백두 길드가 준비해놓은 배가 이쪽에 있어.”

이정기가 비행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했다지만, 말 그대로 비행에 가까운 것일 뿐 진짜 비행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땅을 밟고 다시금 마력을 회복하고 추진력을 얻어야만 하는 능력.

김윤태는 그렇기에 이정기가 바다를 보고 멈춰 선 것이라 생각했다.

“하아….”

숨을 고른 김윤태.

그가 움직이기 전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하나 물어봐도 돼?”

“쓸데없는 소리를 할 시간은 없어. 네 아버지를 구해야 하는 일 아니야?”

“그래서야.”

김윤태가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뭐야?”

“…….”

“네가 우리 아빠랑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랑 엄마한테….”

저 스스로도 창피한 듯 입술을 깨무는 김윤태.

“그리 좋은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야 네게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라지만….”

노예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냐는 것.

“거래잖아.”

“필요 없잖아….”

김윤태가 말했다.

“나나 엄마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들, 네가 원한다면 가질 수 있잖아.”

김윤태는 바보처럼 보였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제로 라인의 랭커, 그리고 성혈이자 이건의 손자.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백두 길드, 그것이 대한민국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라 할지라도.

‘제로 라인의 랭커가 원한다면 만들 수 있다.’

백두가 가진 권력?

최명희의 이름을 빌리는 이정기나 백두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이정기가 답했다.

“원하는 건 있어. 성혈들이 제대로 된 가족이 되는 것.”

“그런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려는 김윤태.

자신도 안다.

하지만 노력이라도 조금은 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또 다른 이유.

“가족이잖아.”

“으, 응…?”

“오해하지마. 네가 내 가족이라 말한 건 아니니까.”

이정기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네가 네 아버지를 구하려 하기 때문에 돕는 거 뿐이야.”

“……!”

“넌 아직 구할 수 있는 아버지가 있으니까.”

누가 보면 별 것 아닐지 모르는 이유.

하지만 김윤태는 모를 거다.

부모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제로 라인의 랭커라느니, 성혈이라느니, 자신에겐 하등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올림포스의 잣대에서 별것도 아닌 힘들.

그저 부러운 것은.

‘아버지, 어머니.’

살아계신 두 부모님.

그것뿐이었다.

꽈악.

이정기가 김윤태의 목덜미를 다시 잡아챘다.

“그러니….”

타앗!

“배는 저쪽…!”

“있을 때 잘해.”

파아아앙-!

이정기가 바다를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읍.”

호흡을 조절하며 마력을 분배한다.

원래라면 이렇게 긴 비행은 지금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없어.’

한참을 쏘아져 나아가던 이정기, 그의 몸이 점점 추락하기 시작했다.

“어어…!”

불안해하는 김윤태.

그와 달리 평온한 이정기.

어느새 바다에 발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떨어져 내리던 이정기는.

퐈하하학!

그대로 바다를 박차고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들.

“크윽! 포, 포션…!”

“남은 포션 전부 줘!”

비명과 절규가 난무하고 있었다.

황소섬.

쩌어어어엉!

충격파가 일어나며, 헌터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방에 너부러져 있는 헌터들.

아직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도 백두의 제1 공격대쯤 되기에 이 정도였다.

“괴물이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쩌어어어어엉!

“뭐해! 장벽에 마력 공급 쉬면 우리가 죽는 거 몰라!”

괴물을 막기 위해 세운 마력 장벽.

백두가 몇 년 동안 셀 수 없는 예산을 들여 만들어둔 장치로, 마력을 공급함으로써 목표를 가둘 수 있는 장치였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SS급의 보스 몬스터도 가둘 수 있다고 알려진 장치.

그 장치를 세 개나 겹겹이 쌓아 올렸는데.

쩌어어어엉!

“마력 공급량이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벽마저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쩌어어어엉!

울려 퍼지는 충격파.

저 벽 안쪽에 이마에 난 기다란 검은 뿔을 부딪치고 있는 사내.

“제기랄….”

저 괴물이 바로 그들이 존경해 마지않던 길드장이라는 사실도.

쩌어어어엉!

그 길드장이 SS급 보스 몬스터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도.

“제기랄-!”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전멸할 것이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아니 헌터가 되었을 때부터 목숨을 버리는 것은 각오한 일이었다.

이미 자신들은 여러 번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그 위기 속에서.

‘일어나자. 할 수 있어.’

어떻게든 손 내밀어 구출해 준 사람.

김한산을 위해 다시 한 번 목숨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기에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쩌어어어엉!

“길드장! 제발 정신 좀 차려요!”

하지만 이 장벽이 깨지면 돌이킬 수 없다.

“그 손에…, 피를 얼마나 더 묻히고 좌절하려고 그럽니까!”

김한산은 이곳을 벗어나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 거다.

그리고 그를 토벌하기 위해 나선 수많은 헌터들에 의해 죽을 것이다.

김한산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모든 것, 그의 공로들은 산산이 부서져 저 바닷속에 묻히겠지.

“길드장-!”

그때였다.

쩌어어어어어어엉!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마, 마력 장벽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들려오는 공격대원의 목소리.

“깨졌습니다!”

마침내 마력 장벽이 깨졌다.

결국은 깨질 것이라 예상했던 마력 장벽, 공격대원이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외부 충격?”

장벽 안쪽에서의 충격으로 깨진 것이 아니었다.

장벽 외부, 무언가 날아들어 장벽을 깨부순 것이었다.

저 괴물이 몇 날 며칠 동안 부수려고 애를 쓰던 그것이 아무리 약해졌다고 한들.

-크오오오오오오!

단 일격에 깨진 것이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은 어느새 공포로 뒤바뀌려 하고 있었다.

설마, 시엘급의 헌터가 나타난.

파아앙!

하늘에서부터 들려온 파공성.

그와 함께.

콰아아앙!

김한산 길드장이 있던 자리에 자욱한 먼지가 피어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모르겠습니다!”

“뭐가 온 것 같은데….”

헌터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런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푸확! 푸프프프프.

무언가 튕기어 나온 듯 떨어져 자갈들 사이로 굴러오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S급 헌터들인 그들이 못 알아볼 리 없었다.

“……2 공격대장?”

김윤태.

그가 엉망이 된 꼴로 켁켁거리며 호흡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무, 뭐해!”

김윤태가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당장 피햇!”

김윤태의 외침이 울려 퍼지고 헌터들이 상황을 짐작할 때쯤 되었을 때.

콰아아아앙!

앞쪽에서 더 큰 폭발이 일어났다.

-크오오오오오!

울부짖는 김한산.

그의 이마에 난 검은 뿔이.

꽈아악!

사자 갑주를 입은 이정기에게 붙잡혀 있었다.

콰앙!

이정기가 망설임 없이 그 뿔을 들어 바닥에 메쳤을 때는 이미 혼비백산한 헌터들이 물러서기 시작했을 때였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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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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