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9화 (119/284)
  • 제5권 19화

    119

    [오케아노스, 티탄의 이름입니다.]

    티탄.

    메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즉시, 이정기는 움직였다.

    카캉.

    넥타를 부여하자 사자 갑주를 내보이는 네메아.

    화륵!

    붉은 마력이 마나 포스가 되어 이정기의 뒤에 넘실거린 것까지 단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동시에 이정기는 망설임 없이 주변의 공간을 장악했다.

    타앗!

    마력의 흐름을 조종한 이정기가 발을 박차고 뛴 것까지도 아직 1초가 지나지 않았다.

    꽈악.

    사츠키의 옷자락을 양손으로 잡은 이정기.

    콰앙!

    그가 그대로 사츠키를 밀어 넘어트렸다.

    그녀의 옷깃을 잡은 손에서 투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네메아가 이빨을 드러냈다.

    그제야 1초의 시간이 지났다.

    사츠키를 넘어뜨려 몸으로 누르고 있는 이정기.

    자신하건데, 사츠키는 그 1초 안에 완벽히 이정기에게 제압당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반항의 움직임을 취한다면 네메아의 이빨이 그녀를 짓이길 것이다.

    “티탄이었나.”

    넘어뜨린 사츠키의 얼굴을 직시하며 이정기가 말했다.

    당장에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까닭은 간단했다.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하지만 사츠키도 그 시간 속에 움직일 기회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정기가 바로보고 있는 사츠키의 얼굴은.

    “티탄….”

    너무도 평온, 아니 무표정했다.

    무엇이든 감내하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는 듯한 얼굴.

    “이었었다오.”

    “……!”

    이정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의 말 속에서 떠오르는 어떤 것이 있었다.

    헤르메스가 해주었던 말.

    ‘뒤섞인 것들도 있겠지.’

    넥타의 적격자로서 가디언이 깃든 자들.

    하지만 깃든 힘에 서린 자아가 깃든 인간의 것과 뒤섞여버린 자들.

    혹은, 지워져 버린 자들.

    ‘유시아.’

    사슴과 같은 이들 말이다.

    가디언만이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우에스기 사츠키. 그것이 현재의 내 이름이구려.”

    티탄들 중에서도 그런 것이 있었던가.

    “……….”

    “티탄으로서의 기억도 가지고 있다지만, 사실 내게는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 것들이오.”

    사츠키는 이정기에게 깔린 그대로 말했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으나, 누가 뭐래도….”

    그녀의 눈이 선명하게 빛났다.

    “우에스기 사츠키라오.”

    손길에서 느껴지는 마력, 그 너머로 그녀의 마력과 심장 고동이 들려왔다.

    평온히 뛰는 심장, 그에 맞춘 듯 한가로이 흐르는 마력의 흐름.

    ‘거짓이 아니다.’

    이정기는 사츠키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 수 있었다.

    파앗!

    순식간에 만들어졌던 전투태세가 단 한 번에 사라졌다.

    몸을 일으킨 이정기.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 * *

    사츠키 우에스기.

    그녀의 나이는 스물한 살.

    “태어나면서부터였소.”

    사츠키는 해무 속에서 말을 꺼냈다.

    “내가 인간이 아닌 존재란 것을 깨달은 것은, 티탄이라는…, 오케아노스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말이오.”

    “……!”

    태어나면서부터 티탄의 힘을 각성했고, 그 기억을 받아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월.”

    넥타를 가졌다고 한들, 그 힘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정기 자신이 받았던 훈련과 같이, 넥타를 방출하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육체가 뒷받침되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메티스가 혼돈의 세대들을 가짜라 부르는 것이었다.

    ‘육체가 받쳐주지 않는 힘.’

    그건 어린아이에게 장검을 쥐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무겁디무거운 장검을 준비되지 않은 육체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건.

    ‘티탄이나 가디언들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올림포스에서 나와 지구에 깃들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신족의 육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에게 깃들어, 인간의 육체로 넥타의 힘을 끌어낸다.

    그렇기에 넥타를 가진 존재들이 지구에서 그토록 약하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와 할아버지는 달라.’

    이정기와 이건은 달랐다.

    제대로 된, 준비된 육체.

    그곳에 깃든 넥타.

    지구로 오며 그 힘을 잃었었지만, 회복이 어느 정도 완료된 지금만 해도 자신보다 상위 레벨의 넥타를 쓰러트릴 수 있는 힘을 쓸 수 있었다.

    “나는 부모라는 존재에게 길러졌소.”

    사츠키는 티탄의 기억을 깨달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양육을 당해야만 했다.

    “처음엔 당장이라도 그들을 쳐 죽이고, 나가고 싶었지만….”

    무표정하기만 했던 그녀의 얼굴에 살짝 표정이 피어났다.

    “나름대로 좋은 기억들이었구려.”

    그렇게 살아온 시간.

    그러다 문득 그녀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얽매여 있을 필요가 있을까.”

    티탄이라는 것에, 오케아노스라는 것에.

    “새로이 주어진 삶이라면, 그것에 만족하여 새 삶을 살아보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타성.

    티탄들과 올림포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정기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가둬두고, 그것을 지키는 삶이 평탄치만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티탄들 중 그런 삶에 지친 이가 있을 것이고.

    ‘오케아노스.’

    사츠키가 그런 자였다.

    평화라는 타성, 그것에 젖어 티탄을 버렸다.

    하지만 그런 평화도 티탄이라는 이름 앞에선 오래 지속할 순 없었다.

    “힘을 빼앗겼소.”

    “누구에게 말입니까?”

    “또 다른 티탄들. 그들이 날 찾아왔지만, 나는 모든 것을 부정했고 그런 그들은 나의 힘을 빼앗아….”

    다이오의 세 형제에게 주었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병사의 무기를 빼앗은 것.

    “그래서 부탁하오.”

    사츠키의 표정에 절절함이 드러났다.

    “이 지구라는 곳, 다를 바 없더구려. 힘이 없다면 지독하리만치 나약함을 느껴야만 하는 곳. 나의 새로운 이름, 나의 새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고.”

    자신도 느끼는 감정.

    “내 넥타를 되찾아주시오.”

    넥타를 되찾는다.

    힘을 빼앗겼다면, 힘을 다시 빼앗을 수도 있는 것.

    “그게 가능합니까?”

    하지만 쉬이 가능하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대가 필요한 것이오. 쥬피터의 후인.”

    “…….”

    “왕.”

    이정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왕의 자격을 지닌 그대만이 가능한 일이오.”

    * * *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넥타.’

    그건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한 힘이라는 것.

    물론 쉽사리 움직일 수는 없지만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라면 넥타의 이동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왕.’

    티탄의 왕들이 있다는 것처럼 쥬피터 할아버지 또한 왕의 자격을 가진 존재.

    이 특별한 왕이라는 존재들은.

    ‘넥타를 안정화시키고, 고정시킬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상황에선.

    ‘넥타의 각성.’

    넥타의 힘을 증폭시킬 수조차 있다고 했다.

    사츠키의 부탁.

    ‘만일 힘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대에게 온 힘을 다해 협력하겠소. 다른 가디언이야 믿을 수 없지만….’

    그녀는 말했다.

    ‘그대는 나와 같은 인간인 것 같구려.’

    타앗!

    깊은 밤.

    짙게 깔린 바다 안개 속에서 이정기 일행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쿠르르르르.

    시시각각 울려대는 지진 때문에 다른 이동 수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탈것을 타는 것보다 뛰는 것이 빠른 것이 헌터였다.

    이정기는 사츠키의 부탁을 수락했다.

    거절한다면 다이오 길드가 협력하지 않는 것도 이유였겠지만.

    ‘내가 가진 티탄의 모든 정보를 주겠소.’

    티탄의 정보.

    그것이 아니더라도.

    ‘우미노오의 몰락.’

    이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들, 아니 티탄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건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 할 것은 분명 김한산의 구출이었다.

    자신들이 가진 이점.

    ‘황소섬.’

    위치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그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이성이 우미노오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을 이용한 거래에는 실패했지만, 역시나 주형태는 방법을 찾아 그들과 행동을 개시했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 차이는 있는 법이었지만.

    “방향이…, 저희와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위치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주영은이 믿기지 않는다며 소리쳤다.

    “그곳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백두 1공격대와 소수….”

    “비밀은 새어나가는 법입니다. 길드장님.”

    주영은을 향한 이진석의 일침.

    꾸욱.

    주영은은 배신당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입술을 짓씹었지만, 이정기의 생각은 달랐다.

    ‘넥타.’

    저들이 사츠키에게서 빼앗은 넥타의 힘.

    그것이 있다면 황소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왜냐면.

    -크오오오!

    자신도 넥타로 울려오는 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완전히 이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넥타로 울려대는 이 외침으로 방향을 짐작할 수는 있어도,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기 힘들었다.

    “김윤태.”

    “응.”

    “황소 섬의 위치, 알고 있지?”

    김윤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가 한 번 데리고 갔던 적이 있어.”

    이정기가 속도를 줄이며 이진석과 주영은, 사츠키를 봤다.

    “따로 움직이죠.”

    “따로…?”

    “시간이 없습니다.”

    이성과 우미노오가 황소 섬의 위치를 찾아냈다면, 더 서둘러야 한다.

    ‘우미노오의 목적.’

    그건 아마도 자신의 제거.

    만일 황소 섬에서 섣불리 그들과 부딪혔다간 김한산의 구출이 실패한다.

    애초 이정기의 목적은 사츠키의 힘을 되찾는 것보다 김한산의 구출이 먼저.

    “하지만 어떻게…?”

    이진석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지진 탓에 속도를 내기 힘들 겁니다.”

    지금도 최고속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물론 이정기가 더 뛰어난 헌터이기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해도 한계치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다.

    “비행 계열 스킬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극단적으로 빠르게 도착할 가능성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정기는 이진석의 말에 대꾸 없이 김윤태의 목덜미를 꾹 잡았다.

    “왜…!”

    “그럼 황소 섬에서 만나죠.”

    타앗!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이정기.

    그가.

    파아앙!

    가속을 받으며 쏜살같이 나아가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어?”

    그런 이정기의 모습에 이진석과 주영은이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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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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