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6화 (116/284)
  • 제5권 16화

    116

    일본의 황소 섬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정기가 따로 준비할 것은 없는 오롯이 주영은만의 준비였다.

    만일 이정기가 김한산을 고칠 수 없다면, 김한산을 구하기라도 하기 위한 준비.

    그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숨긴 채 치료가 될 때까지 버틸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성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아직 그들은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듯합니다.’

    그들은 김한산이 살아있고, 일본의 한 작은 섬에 유폐되어 있다는 정황만을 알아차린 듯, 김한산의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해 은밀히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은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동부 지역에 강도 7의 대지진이….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

    일본 동부 지역을 강타한 지진.

    그 원인이 심상치 않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동부 지역의 폐쇄.

    멈추지 않는 지진으로 동부 지역의 출입이 폐쇄되었다.

    그저 단순한 지진이라면 지역 폐쇄까지는 가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일본 헌터 협회에서 지진의 발생 원인이 마력 반응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진석이 가져온 정보.

    일본의 지진이 마력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는 이야기.

    “조사팀을 꾸려,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동부 지역은 완전히 폐쇄될 듯합니다.”

    그쪽에 황소섬이 있다.

    “이렇게 되면 쉽게 움직이기 힘듭니다. 일본 헌터 협회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이성의 이름으로 무릎 꿇리기 힘들 정도의 거대 단체.

    대한민국이 헌터의 세계에서 강력한 입지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일본 또한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거래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강민혁의 말.

    “백두 길드는 특히 일본 헌터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쪽에 발휘하는 영향력도 상당하죠.”

    그렇기에 일본의 한 섬을 사 김한산을 유폐시킬 수도 있었던 듯했다.

    “그러니까, 일본 협회와 거래를 통해 폐쇄지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겁니까?”

    이정기의 질문에 강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문제가 있는 듯했다.

    “일본 헌터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건 백두뿐만이 아니라는 거죠.”

    “…….”

    “이성 길드도 일본에 끈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성 또한 일본과 인연이 있다.

    “길드, 우미노오.”

    바다의 왕이라는 이름의 길드.

    들어본 적 있다.

    “일본 제1 길드라고 했었죠.”

    일본 최대 규모의 길드.

    동시에 최고의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미노오 길드였다.

    “백두 길드의 끈이 조금 더 떨어집니다.”

    오히려 이성이 백두보다 더 긴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소리.

    “…….”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음은 확실하다.

    다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일 것이다.

    “기다려보죠.”

    기다리는 것.

    기다리면 주영은이 연락을 취해올 것이다.

    * * *

    이정기는 일본의 상황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김한산.’

    그를 구해내는 일.

    그건 김윤태의 부탁이나, 주영은이 주겠다는 거래 때문만은 아니었다.

    ‘특별 던전.’

    김한산이 넥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짙은 확신.

    그리고, 넥타로 인해 일어난 그의 변화를 해결하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일본 동부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일본 헌터 협회는 조사팀을 꾸려 동부 지역에 보냈지만, 성과가 있진 않았다.

    ‘조사팀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터계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그런 소문이 돌고 있기까지 했다.

    아직 주영은에게 따로 연락은 오질 않고 있었다.

    가만히 상황을 주시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은밀하면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듯합니다.’

    세간의 이목을 최대한 피하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애초에 김한산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 정도의 그녀였으니, 허튼짓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문제는.

    “이성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가장 마음이 급한 주영은보다 이성의 발이 한 발 더 빨랐다는 것이었다.

    “이성의 6공격대, 그리고….”

    이진석이 말했다.

    “9공격팀도 함께 일본으로 출국했답니다.”

    벌써 출국까지 끝마쳤다는 상황.

    이렇게 되면 주영은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더 기다려도 되는 건가.’

    주영은은 확실히 이성의 정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는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드륵.

    울리기 시작한 이정기의 핸드폰.

    발신자는 김윤태였다.

    “말해.”

    이정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윤태의 목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찾았어!

    소리치는 김윤태.

    -황소섬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과연 주영은도 최선을 다한 듯했다.

    “방법은?”

    -그게….

    하지만 곧 줄어드는 김윤태의 목소리.

    -다이오 길드라고 있어.

    “다이오 길드?”

    이정기의 말에 강민혁이 말했다.

    “일본의 길드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입니다. 원래 우미노오 길드 소속이었던 헌터가 독립하여 차린 길드인데, 그 길드장이 퍼스트 라인의 랭커입니다.”

    강민혁의 말이 끝나자 김윤태가 말했다.

    -이번에 조사팀이 실종되어서 협회가 조사를 민간 길드에 맡겼어. 총 두 곳, 하나는 우미노오 길드.

    과연, 그러니 이성이 움직인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한 곳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다이오.

    “다이오.”

    그러니 김윤태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랬다.

    지진이 나고 있는 동부 지역의 조사를 맡게 된 일본의 두 거대 길드.

    그중 이성은 우미노오 길드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한 발을 걸치게 된 것이고, 백두의 주영은은 다이오 길드를 통해 한 발 걸치겠다는 것이었다.

    ‘유리해.’

    동등한 입장이라면 유리한 것은 백두 길드였다.

    아직 그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한 이성과 달리 백두는 이미 정확히 진원지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다이오도 쉽게 수락할 거야.’

    우미노오에서 독립한 헌터가 만든 길드.

    그 뜻이 무엇인지 분명했다.

    ‘우미노오를 넘어서겠다는 것.’

    그런 그들에게 이번 일은 기회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우미노오보다 먼저 진원지를 찾아내 정리할 수만 있다면 다이오 길드의 위상은 상승할 것이며, 그 상승세를 가지고 확장을 더해 나갈 듯했다.

    하지만 그리 쉽게만 해결될 문제는 아닐 텐데.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역시 그럴 것 같더라니.

    “말해.”

    이정기의 말에 김윤태가 우물쭈물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우미노오와 다이오 길드가 내건 조건이 똑같아.

    이미 이성은 우미노오와 손잡은 것 아니었나?

    그때.

    드르륵.

    이진석의 휴대폰이 울렸다.

    “……!”

    메시지를 확인한 이진석이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길드 호출입니다.”

    길드 호출, 즉….

    “이성, 주형태 길드장님이 직접 호출하셨습니다.”

    이성의 호출이라는 뜻이었다.

    이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윤태 또한 말했다.

    -너. 너를 보고 싶어 해….!

    우미노오 길드도, 다이오 길드도 모두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것이 그들이 내건 조건.

    왜 이성이 먼저 움직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이성의 제10 팀장이니까.

    * * *

    이정기가 이성의 이름으로 활동을 하지 않은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정기가 이성의 제10 공격팀 팀장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정기, 자신에게는 아직 이성의 길드원으로써 해야 할 책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 싫다면 이성을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그건 할머니가 원치 않는 일일뿐더러 자신도 원치 않는 일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이성 길드 하우스.

    “…….”

    이정기를 향해 오는 시선들.

    지금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이정기가 오랜만에 이성 길드 하우스에 오자 당연한 반응들이었다.

    새로운 제로 라인 랭커, 허큘리스.

    그것이 지금 이정기가 가진 또 다른 이름이었으니까.

    그들을 지나쳐 올라탄 엘리베이터.

    지이잉.

    엘리베이터는 끝없이 빠른 속도로 최고층을 향해가고 있었다.

    띵.

    멈춰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한 헌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군.”

    자신을 향한 인사말.

    ‘이 자가….’

    이정기는 그가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홍수혁.’

    이성의 세 명 있는 부길드장을 대신해 이성 길드의 이인자라 불리는 남자.

    ‘주형태 길드장의 오른팔.’

    그리고 이성 길드가 보유한 다섯의 제로 라인 랭커 중 한 명이 바로 이 남자였다.

    싸아아.

    눈을 마주치자 느껴지는 강렬한 압박감.

    그 압박감이 자신의 몸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

    마력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이정기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제로 라인 랭커라는 건가.”

    그의 압박이 사라졌다.

    “하지만 길드장님 앞에서는 그런 건방진 태도는 옳지 않아.”

    그가 뒤돌아 걸어 나가며 말했다.

    “아무리 자네가 성혈로 치부된다 해도 말이지.”

    성혈로 치부된다.

    그 말이 전해주는 뜻은 많았다.

    성혈이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

    주형태에게 온 충성을 다 바친다는 홍수혁다운 말이었다.

    로베르트를 잡았고, 손인수를 꺾었다.

    프랑스에서 생츄어리와 미시랭의 공격에 오히려 그들을 괴멸시켰고, 뷔앙을 쓰러트린 게 자신일지 모른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었다.

    더욱이 이제는 확실시된 제로 라인 랭커라는 위치.

    그러나 홍수혁은 그런 것과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성.’

    이성이라는 이름이 가진 위치와 프라이드.

    또, 그 이성의 이인자라 불리는 홍수혁이기에 내비칠 수 있는 자신감인 듯했다.

    “길드장님을 뵈면 고개를 숙이고, 묻는 말에 재깍재깍 대답하도록. 저택에서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홍수혁은 다시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이곳은 이성 길드, 이성 저택과는 다른 곳임을 이해하도록.”

    끼익.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

    숨을 쉬듯 내뿜어지는 강렬한 마력이 이정기의 온 감각을 건드렸다.

    “들어가지.”

    이정기가 먼저 들어가라 물러서는 홍수혁.

    이정기는.

    터벅.

    마침내 길드장실의 문턱을 밟고 들어갔다.

    더욱더 강력해지는 마력의 기파, 자신을 향해 오는 불같은 시선이 느껴졌다.

    홍수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

    이정기는.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리를 굽히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당당히 말했다.

    “…….”

    홍수혁의 따가운 시선.

    그 못지않게 싸늘한 주형태의 시선이 느껴졌다.

    “여긴 길드다. 그 정도 자각도 없는 것이냐?”

    저택이 아닌 길드.

    그렇기에 이정기의 백부가 아닌 길드장으로서 대하라는 경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길들이기일 뿐이었다.

    이정기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제게 부탁을 하기 위해 부르신 것 아닙니까?”

    지금 누가 칼을 쥐고 있는지.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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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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