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5화 (115/284)

제5권 15화

115

“뭘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고모님.”

이정기의 목소리에 주영은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의 불안한 시선이 향한 곳은 이정기의 옆.

그녀의 아들, 김윤태였다.

“…….”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김윤태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사실을 주영은에게 말하지 않은 듯했다.

“엄마! 어쩔 수 없잖아…!”

그런 주영은을 향해 소리치는 김윤태.

“이대로면 아빠를 구할 수 없을 텐데,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곤….”

백두 길드.

결코, 작은 규모의 길드도 아닐뿐더러, 이성을 제외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였다.

거기다 주영은은 이성의 혈족, 성혈 중 한 명.

그런 그녀가 원한다면 어떻게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한산.’

그녀가 그 오랜 시간 감추어왔던 비밀.

그 비밀을 드러내며 도움마저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녀가 기댈만한 이성은 오히려 그녀가 구하고자 하는 김한산을 제거하려 움직이고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인 최명희는 이 일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백두의 상위 랭커들도 어쩌지 못했던 김한산. 더욱이 자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유일한 이유가 있었다.

“엄마도 이미 알잖아!”

소리치는 김윤태.

“정기한테는 아빠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걸!”

강력한 힘? 혼돈의 세대의 특별한 힘?

그런 것이 아니다.

“나도….”

김윤태.

“사슴도, 광증에서 구해냈잖아!”

자신과 유시아의 접촉.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어.’

비밀이 오래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유시아의 접촉, 그것만 알아낸다면.

‘이모님이 정신을 차린 것까지 알 수 있지.’

활발히 움직이는 달 사냥꾼들.

사슴의 광증에 대한 소문이 퍼졌던 전과는 다른 형태였기에 깊숙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유시아의 광증이 나았음을 알 수 있을 터였다.

“믿을 수 있는 건 정기밖에 없어!”

그렇기에 모든 것을 주겠다며 자신을 찾아온 김윤태.

“…….”

주영은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지 입술을 씹으며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이정기는 묵묵히 주영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지금 급한 것은 자신이 아닌 주영은.

“정말….”

그녀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할 수 있겠어?”

지금껏 싸늘하게 자신을 대했던 태도와 달리 그녀의 목소리엔 초조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모릅니다.”

이제야 입을 연 이정기.

“뭐…?”

“하지만 김한산 길드장님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저뿐일 겁니다.”

오만과도 같은 말.

하지만 이정기가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메티스.’

그녀가 했던 말이 있다.

‘넥타라는 게 이렇게 흔한 거였어?’

신족의 힘, 넥타.

이정기는 그것을 받기 위해 쥬피터에게 장장 십여 년에 가까운 세월을 죽을힘을 다해 훈련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구에 와 보니 혼돈의 세대란 이름으로 넥타의 힘을 지닌 존재들이 꽤나 있었다.

물론 극단적일 만큼 소수였지만, 이정기가 느끼기에는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절대 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의문에 메티스가 했던 답.

[그리고 같은 것도 아닙니다.]

같은 것이 아니다?

[알파급의 넥타는 오직 스물. 그 외 혼돈의 세대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넥타들은 진정한 넥타가 아닙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알파급의 넥타가 아닌 넥타, 적격자가 아닌 자에게 주어진 넥타, 그건 힘이 아닌 독일 뿐입니다.]

힘이 아닌 독.

이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총.’

지구에는 총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과거, 헌터가 등장하기 전 어린아이에게 쥐어져도 누군가를 살해할 수 있는 강력한 병기.

하지만 그 총이.

‘원숭이에게 주어진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것조차 모르는 원숭이는 제대로 총을 사용하지도 못한 채 휘두르거나 내던지는 것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었다.

오히려 실수로 제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흉기.

‘적격자가 아닌 자에게 주어진 넥타.’

이 또한 직접 본 것이 있었다.

‘유시아.’

자신의 이모님, 그녀는 평범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넥타를 얻었다.

제어할 수 없는 넥타는 한없이 불안정해졌고.

‘이모님은 미쳤다.’

시엘급의 강함을 가진 그녀가 미칠만한 힘.

그것이 넥타.

또한, 알파급의 넥타가 담긴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넥타 변이.’

김대정은 타이탄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알파급의 넥타는 모든 것이 유일하며, 그 외의 넥타는 그저 부서진 파편에 불과한 것들입니다. 지금이야 그대의 넥타 레벨이 낮기 때문이지, 넥타의 레벨이 더욱 오른다면 유일의 힘은 더욱 명확해질 겁니다.]

확실히 다른 힘.

[또한, 당신이 계승한 쥬피터의 힘은 유일하면서도, 더욱 유일한 것.]

레벨이 오를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말.

그리고 마지막, 메티스가 했던 말이 있다.

그것 때문에 이정기는 자신만이 김한산을 구할 것이다 자신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왕의 넥타. 그것은 불안정한 넥타를 완성시키고, 그 자격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 왕이 기사에게 작위를 주듯, 기사라 자칭하던 가짜를 진짜를 만들어줄 수 있는 힘.

그것이 왕의 넥타 중 하나인 쥬피터 할아버지의 벼락이 가진 힘이었다.

파편에 불과한 넥타일지라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미 한 번 해보지 않았던가.

‘유시아.’

그녀의 불안정한 넥타를 안정화시켰던 것.

기억을 더듬은 이정기가 주영은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기댈 수 있는 것은 어차피 저밖에 없지 않습니까?”

“…….”

“만일 실패한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습니다. 다만, 성공한다면….”

이정기는 그녀를 향해 다시 물었다.

“제게 무엇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주영은이 입을 열었다.

“무엇이든.”

그녀의 답 또한 김윤태와 다르지 않았다.

“네가 그를 구할 수만 있다면 네게 무엇이든 줄게.”

* * *

지도에 표기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일본의 한 작은 섬.

그 생긴 모습이 마치 황소를 닮아있다 하여 황소섬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쿠르르릉!

그곳에 마치 지진이라도 이는 듯한 충격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젠장. 오늘따라 더 심하신데?”

그곳에 진을 치르고 있는 헌터들.

그들의 가슴에는 표식이 뜯겨 나간 흔적이 있었다.

‘백두 길드.’

그들 모두가 백두의 헌터들.

그중에서도 백두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자 전체 전력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제1 공격대의 헌터들이었다.

평소 국내의 던전이 아닌 해외의 던전으로 출장이 잦은 그들.

그들의 출장 중 대부분이 일본이었던 것은 바로 김한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김한산의 최측근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한산을 감시하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치고 있는 것이었다.

“미치겠군.”

그들은 난색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김한산의 난동이 더욱 심해진 듯, 김한산을 가두었던 던전이 강렬한 기파를 뿜어내고 있었다.

쿠르르르릉!

“이러다 또 지진 나는 거 아냐?”

그 마력이 어찌나 강력한지, 얼마 전에는 일본 동부 지역을 강타했던 지진의 원인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대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결코 김한산을 숨길 수 없다.

아니.

“이성 쪽 움직임은 어떻대?”

“눈치는 챈 모양인데,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주영은 길드장이 빨리 해결책을 내줘야 할 텐데….”

이미 김한산은 노출되었다고 보는 편이 좋았다.

이성이 움직이면, 김한산도, 자신들도 모두 끝장이다.

하지만 발을 뺄 생각은 없었다.

“버티는 수밖에.”

그들에게 김한산은 친구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였기에, 그들의 헌터 인생을 바치면서까지 그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쿠르르르릉!

또다시 울려 퍼지는 진동.

“안 되겠다. 꿈은 좀 남았지?”

꿈.

그건 헌터들 사이에서 횡행한다는 신종 마약의 일종이었다.

사이렌의 피와 같이 헌터들에게도 효과를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약물, 그중에서도 극강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깊은 잠에 빠지게 해 환각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백두 길드가 꿈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 안 남았어.”

김한산을 잠재우기 위해서.

“일단 음식이랑 섞어서 가져다 놔야지, 별수 있겠어.”

“오늘은 위험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결국, 꿈과 음식을 섞어 들고 움직이는 헌터.

그들은 잠자코 던전의 입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길드장, 괴롭겠지만 좀 참으십쇼. 저희도 이렇게 고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던전의 입구에 발을 디디려는 순간.

쿠르르르르릉!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진동이 울려 퍼졌다.

“……!”

음식을 들고 있던 헌터가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멈춰 섰다.

“왜 그래?”

그런 헌터를 향한 질문, 하지만 헌터는 답할 수 없었다.

번뜩!

던전 입구 안쪽에서 밝혀지는 불빛.

그 두 개의 불빛이 마치 거미줄처럼 몸을 옥죄어오고 있음을.

경험 많은 헌터인 만큼 그 불빛이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눈동자.’

두 개의 눈동자.

“안… 돼….”

그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던전의 입구는 마치 게이트와 같다.

던전이 게이트와 다르다고 하나 본질은 비슷하다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바로, 던전의 입구 때문이었다.

입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그러니 아직 입구에 들어서지도 않았건만, 눈동자가 보인다는 것은….

“제압팀…!”

딱 하나.

“제압팀 당장 불러! 길드장이 탈출했다!”

김한산이 던전 밖으로 나왔을 때뿐이었다.

백두 길드의 제1 공격대, 전원이 랭커는 아니어도 S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일컬어지는 그들.

소리 지른 헌터 또한 결코 약자라 할 수는 없었건만.

꽈악!

어느새 그의 머리통은 억센 손에 쥐어져.

파앙!

그대로 터져 나가버렸다.

“크르르….”

짐승처럼 울고 있는 남자.

김한산의 머리통에 커다란 뿔 두 개가 황소처럼 솟아나 있었다.

“막아-!”

쿠오오오오오!

그 커다란 울음소리에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는 듯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 위 책은 (주)타임비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발행자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 전자책과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 복제/전제하거나 배포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강의 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