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4화 (114/284)

제5권 14화

114

김한산.

백두 길드의 전 길드장으로 백두 길드를 대한민국 10대 길드로 만들어낸 젊은 영웅이었다.

세컨드 라인의 랭커, 더욱이 그는 성격도 좋은 데다 인망도 두터워 결국 이성의 눈에 들었다.

이성, 주영은.

최명희의 피를 이었지만 그 아버지의 피가 강해, 헌터로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여자.

더욱이 쟁쟁한 오빠들에게 밀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리라 생각되었던 여자.

그녀는 이성의 것은 갖지 못했어도 김한산을 갖는 데는 성공했다.

둘은 연애결혼이라 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

가지지 못한 것을 탐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원하는 탐욕적인 여자, 주영은.

그녀가 백두의 이름이라도 갖고자 김한산을 노린 정략결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세간의 인식이 굳어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곧장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김윤태.

그 후 십여 년도 채 지나지 않아.

‘김한산 길드장의 실종.’

김한산이 사라졌다.

평범한 헌터도 아닌 세컨드 라인의 랭커, 그리고 이성의 계열에 합류한 백두 길드의 길드장이 실종된 사건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인해 주영은이 김한산을 이용했다는 의심은 더욱 굳어졌다.

김한산이 실종되고 채 백일도 되지 않았을 때.

‘주영은, 백두 길드의 길드장 취임.’

주영은이 백두 길드를 장악하고 길드장으로 등극한 것이었다.

그 이유로 한시바삐 백두 길드를 안정화시키기 위함이라 설명했지만 믿는 이는 없었다.

그럴만한 것이 주영은이 길드장이 되어 가장 먼저 한 것은 실종된 김한산을 찾는 추적팀을 해체시킨 것이었으니까.

곧 주영은은 공식적으로 김한산 길드장이 실종이 아닌 사망한 것이라 발표했다.

그 일련의 과정이 어찌나 빠르고 쾌속한지 떠도는 소문에, 주영은이 김한산을 처리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였다.

‘백두 길드를 차지하기 위한 비열하고도 냉혹한 여인.’

지금까지 굳어져 버린 주영은에 대한 평가.

그런데.

“우리…, 우리 아빠가 죽을 거야!”

김윤태가 자신을 찾아와 말한 것은….

“김한산 길드장?”

마치 그런 김한산이 살아있다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너밖에, 너밖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

“대체 무슨 소리야?”

일단 죽었다던 김한산 대표를 살려달라는 김윤태의 말이기에 들어볼 필요가 있는 듯했다.

꿀꺽.

그제야 김윤태는 조금 진정하고 옆을 봤다.

지금 그가 찾아온 이정기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진석.

“잠시 자리를 비켜드리….”

이진석이 눈치를 채고 나가려 했을 때.

“그냥 있으세요.”

이정기가 그를 향해 말했다.

“이진석 헌터가 못 들을 이야기는 없어. 어차피 같이 행동할 테니, 그냥 얘기해.”

“…….”

고민하는 듯한 김윤태.

하지만 지금껏 지켜오던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린 채 무릎 꿇어 양손을 빌었던 김윤태였다.

“우리 아빠는….”

김윤태는 결국 입을 열었다.

“발표된 것과 달리 살아있어.”

“……!”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죽었다던 김한산 대표가 살아있다니.

“어디에?”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걸까.

“일본….”

대한민국과 옆 나라라 할 수 있는 섬나라, 일본.

“황소섬이라 불리는 섬이 있어. 아빠는, 그곳에 있어.”

김윤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김윤태의 이야기는 세간에 떠도는 소문과는 다른 것이었다.

진실로.

‘주영은과 김한산은 사랑했다.’

오히려 주영은이 이성의 유산을 포기한 이유가 김한산과의 결혼을 위해서라고 했다.

김한산과 주영은의 결합으로 주영은이 얻게 될 백두의 힘.

이성과 비교해 보잘것없는 힘이었지만.

‘백부들은 반대했다.’

그 힘마저 경계했던 주씨 성을 가진 두 형제는 주영은의 결혼을 반대했다.

결국, 주영은은 이성의 유산을 포기한다는 각서와 함께 김한산과 결혼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

칼날이 도처에 있는 이성의 삶과 달리 주영은은 행복했다고.

하지만.

‘실종.’

김한산의 실종은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정보를 받아 공략하려 했던 던전.

그리고.

‘던전 게이트.’

그곳이 사실은 추후 특별하게 관리받는 특별 던전 중 한 곳이었다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자, 주영은은 김한산을 찾으러 결국 직접 움직였다.

영국에서 찾아낸 김한산.

다행히 그는 그때까지 살아있었다.

하지만.

‘미쳤다.’

김한산은 미쳐 있었다.

김한산과 함께 공략을 떠났던 다른 길드원들의 죽음은 던전에서 몬스터에 의해 당한 것이 아니었다.

김한산, 그가 그토록 아끼던 길드원들을 제 손으로 죽인 것.

그것도 모자라.

‘주영은까지.’

김한산은 주영은까지 죽이려 했다.

찰나의 순간, 김한산은 정신을 차렸고 주영은에게 부탁했다.

‘죽여줘.’

감당할 수 없는 힘, 돌아오지 않는 정신.

잠시 정신을 차렸다고 하지만 곧 다시 날뛸 것으로 생각했던 김한산은 스스로를 죽여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주영은은 그런 김한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과 함께 간 길드원들과 잠시 정신을 차린 김한산을 제압하고 그를 치료하려 했다.

다행히 주영은에게는 그러한 힘이 있었다.

일본에 던전이 존재하는 한 섬을 샀다.

그리고.

‘김한산을 가두었다.’

던전 속에 그를 가두고, 그를 치료하기 위한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김한산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주영은은 결국.

‘백두 길드의 길드장으로 등극했다.’

그 후로도 포기하지 않은 김한산의 치료.

김윤태는 이 모든 것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미쳐버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점점 더 타락해가는 어머니.

이성의 손자라는 타이틀.

그런 막중한 부담감은 결국 사람을 망쳐버렸다.

‘그래도 지 몸만 망가트리지, 다른 헌터나 일반인한테는 손을 안 댄다고 했던 게 그런 이유였나 보군.’

이유가 있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망가지게 된 나름의 이유는 있던 것일까.

“혼돈의 세대가 되고 싶었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리니 슬프기라도 한 것일까.

김윤태는 눈물까지 지으며 말했다.

“그 힘이 있으면…, 아빠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그 힘으로 구할 수 있다고?”

혼돈의 세대가 가진 힘이 워낙 특별해 보이기에 그런 상상을 했을 수는 있겠다.

어찌 되었건.

“이대론 아빠가 죽을 거야…, 제발….”

일본의 한 섬에 유폐되어 있는 김한산.

하지만 그런 김한산이 갑자기 죽을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할머니의 시엘 선발 때문이겠네.”

그것밖에는 없다.

“맞아….”

김윤태가 말했다.

“시엘 선발을 앞두고 문제 소지가 있는지 점검하던 중에 아빠가 드러났어….”

그쪽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모르는 이야기였다.

“삼촌들이 아빠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어. 미쳐서 헌터들을 학살하는 아빠라면 할머니의 시엘 선발에 짐이 될 거고….”

시엘 선발은 할머니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이성.

그 이름을 지닌 모든 이에게 막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일.

이성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두 백부는 할머니의 시엘 선발이 어떻게든 이뤄지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아빠를 죽일 거야…!”

주영은과 백두 길드.

그들은 이성 길드와 그룹을 막을 힘이 없다.

“할머니는? 할머니에겐 이 사실을 알렸어?”

“할머니는….”

아니다.

아신다고 해도 소용없다.

‘할머니가 움직일 수는 없어.’

시엘 선발을 앞두고 김대정 사건에도 관여하지 않으신 할머니다.

아니, 그것이 아니더라도.

‘여기에 손을 들이민 순간 여러 골칫거리가 생기셔, 백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지금 움직이는 거고.’

할머니는.

‘내가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자신이 최명희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돌려놓겠습니다.’

엉망이 되어버린 성혈들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고.

그런 호언장담을 했던 자신이니 믿어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래서.”

이정기가 김윤태를 보며 말했다.

“뭘 해줄 수 있는데?”

그저 가족을 돕는 게 아니다.

이 가족 같지 않은 가족들을 원상태로 돌리며 많은 것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핏줄들도 되돌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전부…!”

김윤태가 소리치듯 말했다.

“엄마도 같을 거야. 우리 엄마가 그렇게 변한 건 전부 아빠를 구하기 위해서니까…!”

김윤태의 말을 전부 믿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말했던 것.’

할머니를 위해 성혈들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좋아.”

다른 성혈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준비해.”

이번 건은 움직이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 * *

‘확인해본 결과….’

이진석.

‘이성 길드가 따로 팀을 꾸려 일본 출장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그는 이성 길드에 몸담았던 만큼 아직 그의 영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있었다.

이정기 자신도 이성의 팀장 중 하나라고 하지만 말뿐인 팀장, 이진석이 가진 영향력만큼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룹 쪽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답니다.’

강민혁은 그룹 출신, 그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깊숙이에서 일했던 만큼 그룹의 움직임을 살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렇다는 건.

‘길드.’

이번 김한산을 토벌하려고 움직이는 세력은 그룹이 아닌 길드일 것이라는 것.

‘주형태 길드장.’

그쪽이 주효 세력이라는 뜻이었다.

상대해야 할 곳은 정해졌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뭘….”

이정기는 웃는 얼굴을 하곤 말했다.

“해주시겠습니까?”

김윤태가 자신을 찾아와 모든 것을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김윤태는 뭐라 해도 백두 길드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며, 시간이 지나면 김윤태가 아무리 망나니여도 백두는 김윤태의 것이 된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기다릴 생각도 없을뿐더러.

‘김한산이 제거되면….’

백두 길드의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백두 길드의 길드장 주영은이 그토록 김한산을 사랑해 아직도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를 제거한 형제들을 용서할 리 없으니까.

그러니까.

“해주시겠습니까?”

지금 자신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대상.

“고모님.”

주영은의 확언이 필요했다.

꾸욱.

주영은이 입술을 짓씹으며 이정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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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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