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2화 (112/284)

제5권 12화

112

“협회,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김대정이라는 거물의 죽음, 가장 큰 영향이 있는 곳은 바로 협회였다.

김대정을 탄핵하며 연일 협회를 때려댔던 길드들과 언론, 정치권들.

협회가 그리 급하게 김대정의 탄핵을 결정한 이유는 김대정이 물러설 수 없는 증거가 있었음도 사실이었지만.

‘공격의 대상이 협회, 그 자체였으니까.’

협회 또한 김대정과 함께 공격받았기 때문이었다.

김대정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끝이라 생각했을 그들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치권과 길드들이 협회 인사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물갈이.

김대정이 어떤 헌터였고, 협회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던지 간에 협회는 이십사 년 동안이나 고여버린 썩은 물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번 김대정 사건으로 시끄러워진 협회, 당연히 전체적인 인사 변동이 시작되었다.

그간 김대정의 영향력 때문에 눈치를 보던 길드와 정치인들이 협회에 제 사람을 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 봐야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일로 협회가 워낙 세게 얻어맞았습니다.”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총 여섯 곳의 총공격.

그들은 김대정을 공격하면서 협회도 한 묶음으로 치부하여 이야기했다.

이정기가 움직인 윤문산도 마찬가지였다.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적인 윤문산은 협회의 개혁을 촉구한다며 헌터와 일반인을 위해 협회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말했다.

결국.

“누가 조종할 것 없이, 알아서 정리될 겁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공정하고 정당하게 바뀌리라는 것.

만일 협회 인사를 앉히는 것에 더러운 손길이 닿는다면 움직였던 10대 길드 중 여섯 곳도, 윤문산도, 시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리라.

다만 걱정이 있다면 한 가지.

“이성은요?”

이성.

정확히는 이성 길드와 이성 그룹이었다.

10대 길드를 따질 때 논외로 치부되는 이성.

그 이유야 10대 길드가 가진 모든 힘을 합해도 이성에 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성이 마음을 먹는다면, 누가 뭐라 한들 협회의 새로운 흐름에도 관여할 수 없다.

“아시다시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최명희 회장님의 시엘 선발 때문에 이성은 이번에도 움직이지 못할 듯싶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도움을 못 받았던 이유인 할머니의 시엘 선발.

그 때문에 이성 길드와 그룹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되건….”

이진석이 말했다.

“협회는 새로운 자들이 이끌 겁니다. 이리저리 간섭이 있겠지만 그래도 꽤 깨끗한 협회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이정기가 바란 것도 그것이었다.

그저.

‘내게 간섭하지 않을 협회.’

바라는 것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또 하나.”

“뭡니까?”

“정훈 정보부장이 협회장 후보로 출마한다고 합니다.”

김대정의 뜻에 반해 사표를 던졌던 정훈.

그는 김대정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자취를 감추더니 협회의 계속된 부름에 응했다.

그 결과 새로운 협회장 선출에 참여한 듯싶었다.

“나이야 적지만, 협회에서 쌓은 경력도 있고 그 자체로도 인정받는 실력자인 만큼 꽤나 기대를 받는 듯합니다.”

정훈이 만일 협회장이 된다면, 그건 자신에게 잘된 일일까?

그래도.

‘내가 바라는 협회가 되긴 하겠지.’

정훈에게 따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었다.

“후.”

일련의 사건들이 끝났다.

제라르의 기억 영사가 증거로 제출되었기에 세계 헌터 협회는 당연히 자신을 에키드나로 낙인찍지 않았지만….

‘프랑스.’

프랑스 협회와 길드들만큼은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에게 출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크게는 상관없는 일.

“그리고….”

이진석은 말했다.

“다음 주, 협회에서 방문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 * *

새로운 협회장의 선출은 올해 말쯤에야 시작된다고 했다.

그전까지 협회는 부협회장이었던 조세호가 이끈다고 했던가.

특별할 것은 없는 인물이었다.

지금껏 계속해서 협회를 이끌었던 김대정과 달리, 부협회장은 매번 협회장 선출 때마다 바뀌는 인물이었다.

‘이해관계.’

그때, 그때 김대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측의 인물들을 앉혀놓은 것이었다.

조세호는 길드 쪽의 인사.

새로운 협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아마 협회는 대형 길드와 상위 헌터들을 위해 이끌어질 듯싶었다.

“…….”

이정기가 협회에 들어서자 수많은 눈초리가 향해왔다.

그 수많은 눈빛들은 제각기 다른 감정들을 품고 있었다.

‘원망.’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협회, 그로 인해 협회의 꿀보직을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헌터들이 강등되거나 잘려나갈 계획이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당연히 원망이 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증오.’

또한, 더 극단적인 감정을 가진 자들도 있었다.

누가 뭐라 하건 김대정은 협회 사람들에게 있어 입지전적인 인물.

협회의 헌터건 길드의 헌터건 김대정을 존경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김대정의 불명예와 죽음에 깊게 연관된 이정기를 향해 증오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질투.’

또 한 가지,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대한민국의 왕이나 다름없는 최명희의 핏줄을 타고난 자신.

거기 더해 최고의 헌터라 불리는 이건의 핏줄을 타고난 자신.

마지막으로 몬스터로 변해버린 김대정을 향해 보여주었던 신위.

그러한 능력을 지닌 자신에 대한 질투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존경, 선망, 그리고….’

또 한 가지.

‘경외.’

그 누가 뭐라 해도….

“한국 헌터계의 영웅이 방문해주셨군요.”

이정기는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웅이었으니까.

시엘이라는 압도적인 힘을 지닌 뷔앙과 대한민국 협회의 헌터들의 장이라 말할 수 있는 김대정이 함께 힘을 합쳐 짜낸 함정.

이정기는 그 속에서 멀쩡히 살아나온 것으로 모자라 제대로 된 반격까지 해냈다.

더욱이 몬스터화한 김대정을 이정기가 쓰러트리지 않았다면?

‘예상 피해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그날 대한민국은 과거 게이트의 공포를 다시 한 번 겪었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이정기는 서서히 영웅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조세호 부협회장님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아이고. 저를 기억해주시니 영광입니다.”

친 길드 쪽 인사.

조세호는 이정기를 마치 잃어버린 자식을 대하듯 대해주었다.

“회장님께선 잘….”

“네. 많이 바쁘셔서 저도 얼굴 뵙기가 힘듭니다.”

“그렇겠죠. 어찌 되었든 협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방을 둘러보는 조세호.

“여타 시선은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어차피….”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이후로 이정기 헌터는 또 한 단계 천상계에 가까워지실 테니까요.”

이정기를 안내하는 조세호.

조세호를 따라간 곳은 협회의 최상층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정기의 인사에.

“축하드립니다.”

협회에 복귀한 정훈은 지친 웃음을 보였다.

이정기가 눈앞을 바라봤다.

우우웅.

커다란 수정과도 같은 것.

저것이 바로.

‘랭킹석.’

특수한 소재들과 협회의 기술력이 만들어낸 정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창한 제작 과정과 달리 저것이 가진 효과는 딱 하나.

‘모든 랭킹석에 이름이 새겨진다.’

헌터가 된 자, 모두가 동경하고 꿈꿔오는 일.

“그럼, 임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정기는 순위 전을 치른 보상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 * *

프랑스 보르도의 사건.

시엘 뷔앙을 처치했지만 이정기가 그곳에 간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순위 전 때문이었다.

에키드나, 제라르.

이정기는 온갖 방해 속에서도 녀석을 사로잡았고, 그 기억을 통해 오명까지 씻어냈다.

그리고 지금.

우우우웅.

작지만 확실한 대가를 받는 중이었다.

우우우웅.

이정기가 손댄 랭킹석이 계속해서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랭킹석들이 공명하며 서로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르르륵.

랭킹석에 하나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318 도깨비, 이진석.

선명히 보이는 이진석의 이름.

그 외에도 수많은 랭커들의 이름이 밑에서부터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수가 백을 넘길 때마다 랭킹석은 그 색상과 농도를 변해가고 있었다.

마침내 랭킹석이 짙은 회색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제로 라인의 영역입니다.”

최고의 랭커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스륵.

하나.

스륵.

둘.

이름들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파지지지짓!

랭킹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정… 기.

또렷하게 새겨진 자신의 이름.

그 앞에 쓰여진 숫자가 자신의 순위를 말해주고 있었다.

-87.

87위.

즉, 협회에 등록된 세계의 모든 헌터들 중에서 87번째로 이름을 새긴 것이었다.

가진 힘과 공적을 측정한다면, 당연히 이정기의 순위는 더 위로 치솟아있겠지만 아쉽게도 협회의 정수라 말하는 랭킹석에 그러한 능력은 없었다.

그저, 인간들이 세운 기준에 의해 등록된 순위.

‘나쁘진 않아.’

하지만 이정기는 그 순위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어차피 순위야 자신에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제로 라인.’

그 영역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는 것.

우우웅.

랭킹의 의식은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랭커로 정식 등록하셨으니….”

정훈의 목소리.

“이명, 코드명이라고도 불리는 것을 정하셔야 합니다.”

도깨비, 여제, 무신.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헌터들은 이 코드명을 중요시 생각했다.

코드명은 오직 랭커만이 가질 수 있는 증표나 다름없기에 그런 것이기도 했지만.

‘상징.’

그 헌터가 가지게 될 앞으로의 상징을 뜻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정해둔 것이 있으시겠죠?”

정훈의 말에 이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야.’

이미 코드명은 정해져 있다.

“허….”

파지지지짓!

다시금 감응하기 시작한 랭킹석.

“허큘리스.”

쥬피터 할아버지가 원래 가졌어야 할 자식의 이름.

-87, 허큘리스, 이정기.

그리고.

[아이기스의 파편이 감응을 시도합니다.]

메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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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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