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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11화 (111/284)
  • 제5권 11화

    111

    온 몸을 태우는 듯한 화끈한 통증.

    ‘아아.’

    그 속에서 김대정은 신음하고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통증이 바로 불에 타는 것이라고 했던가.

    김대정은 그러한 고통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비로소 의연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침식했던 광기.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한 고통이 그 광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이용당했던 건가.’

    수십 년 이 바닥을 구르며 그 누구보다 영악해졌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과거와 똑같다.

    고아 출신, 운이 좋게 헌터로 각성해 협회의 직원이 되었던 자신.

    끈 하나 없는 자신은 누구나 이용하기 쉬운 상대였고, 어리숙하기까지 했던 자신은 금방 검은 마음을 지닌 수많은 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것만 처리하면, 승진은 보장하지.’

    그런 자신에게 건네왔던 제안.

    그때의 자신은 자만심에 빠져 그것을 기회라 생각했다.

    ‘이건, 그자를 살펴보다가 말해주는 게이트에서 이걸 사용하게.’

    자신에게 건네준 것이 무엇인지 안다.

    게이트에 특수한 영향을 주어, 게이트를 고립시키고 묻어버리는 아이템.

    매장이라는 이름으로 쓰이는 금지된 아이템이라는 것을.

    ‘이건.’

    왜 그를 노리는지야 너무나도 뻔했다.

    통제되지 않는 힘, 일개 개인이 가지기엔 너무 거대한 힘을 홀로 지니고 있다.

    차라리 그것이 금력이라면, 권력이라면 수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견제했겠으나, 이건이 가진 힘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무력.’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힘.

    수많은 이들이 그를 견제하려 했다가 되려 그들 자신이 당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

    그때의 자신은 기회에 목말라 있었다.

    이대로 협회의 말단으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고심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잘 생각했어. 이 일만 끝나면 자네의 앞길은 탄탄대로나 다름없네. 우리가 잊을 것 같나? 어쩌면….’

    그때 자신을 향해 웃으며 했던 말.

    ‘자네가 훗날 협회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협회장.

    그 단어가 주는 달콤함에 자신은 이성을 잃었다.

    ‘네 놈인가?’

    까칠한 말투, 모든 것이 귀찮다는 표정.

    그것이 이건과의 첫 만남.

    김대정은 자신에게 전달될 신호를 기다리며 이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수도 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와 가까워졌다.

    ‘방해된다. 꺼져.’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제법이야. 일 처리가 깔끔하군.’

    이따금 해주는 칭찬은 김대정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피어오르게 해주었다.

    대한민국 최고, 아니 세계에서 최고로 거론되는 헌터에게 칭찬을 받는다는 것.

    그건 김대정이 그토록 추구했던 권력이나 승진보다 어쩌면 더 달콤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찾아왔다.

    ‘이번 게이트에서 터트려.’

    자신이 결국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되었다.

    ‘딴마음 먹지 말게. 자네라고 멀쩡할 수 있을까?’

    이건과 가까워진 사실을 아는 그들을 자신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쯧.’

    언제나와 다를 바 없이 까칠한 이건.

    김대정은 고심 끝에 결국 아이템을 작동시켰다.

    쿠르르르르.

    마력 간섭에 의해 폭발할 듯 울리는 게이트.

    ‘죄송…, 죄송합니다.’

    그것이 자신이 이건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이번만 눈을 감고 돌아간다면 자신에게도 황금빛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쯧. 멍청하긴.’

    이건의 목소리.

    ‘……!’

    그건 배신이었다.

    게이트를 매장시키는 아이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것은 모르던 김대정이었다.

    아이템을 작동시키면.

    ‘너도 같이 매몰된다는 걸 몰랐겠지.’

    ‘……!’

    ‘내가 몰랐을 것 같으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무너지는 게이트 속에서 이건은 너무도 의연하게 자신을 향해 말했다.

    ‘그래도 네 놈이 마음에 들어서 내버려 둔 거야.’

    ‘하, 하지만….’

    ‘살고 싶으냐?’

    무너지는 게이트 속에서도 의연한 이건.

    그 어울리지 않는 두 기괴함에 김대정은 정신이 나갈 듯했다.

    ‘살려주마. 이것이 저 녀석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일 테니까.’

    겨우 그런 이유.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게이트가 매몰되는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이건은 해냈다.

    매몰되는 게이트의 핵을 부여잡고, 그의 마력으로 게이트를 유지시켜 자신과 함께 빠져나왔다.

    정신이 반쯤 나간 자신을 향해 이건은 말했다.

    ‘녀석들이 뭘 약속하더냐? 막대한 돈? 아니면…, 협회장?’

    ‘……!’

    ‘그걸 내가 주마.’

    그의 목숨을 노렸건만, 그는 오히려 자신을 향해 제안했다.

    ‘그럼 내게 네 인생을 주겠느냐?’

    달콤한 한 마디.

    하지만 이건의 그 말 한마디는 검은 마음을 지닌 자들이 건넸던 손과 달리 따뜻했다.

    ‘하지만 실수는 한 번뿐이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목소리.

    그렇게 김대정은 이건에게 사면받았다.

    그것이 또 다른 이용일지라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은 달랐다.

    결국, 협회의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건만, 자신을 이용하려는 감정은 없었다.

    ‘잉? 너 하고 싶은대로 해.’

    인생을 달라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똑바로 살란 소리다.’

    그날, 김대정은 얼마나 울었던가.

    이건을 향한 죄스러움에, 자신의 한심함에 울고 울었다.

    그리고 그런 이건이 사라졌을 때.

    ‘안 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이라는 거대한 힘, 그 힘이 세상을 부여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지금.

    ‘또 하나의 거대한 힘이 탄생한다면, 그는 이건과 다를지 몰라.’

    협회장이 된 자신.

    그렇게 자신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갔다.

    * * *

    “아아.”

    이것이 주마등이라는 것일까.

    김대정은 속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은인인 이건.

    결국.

    “아아아!”

    자신은 또다시 그를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용당했다는 변명도 소용없다.

    “아…, 아아….”

    그들이 자신에게 심은 것은, 그저 자신이 가진 기저의 걱정을 끄집어낸 것뿐이었다.

    이건을 제외한 또 다른 힘.

    그리고.

    ‘이정기.’

    그 힘이 이건의 가장 큰 약점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런 걱정과 불안들로 자신은 또 한 번 그릇된 선택을 한 것뿐이었다.

    그것도.

    “이…, 정기….”

    그의 손자를 향해 칼을 들이밀었다.

    꽈악.

    암전되어가는 시야.

    김대정은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고맙…, 다.”

    그저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정기, 그가 자신의 배신을 또 한 번 부숴준 것에 대한 감사.

    자신이 은인에게 결코 해선 안 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

    고통이 점차 잦아들었다.

    이대로.

    ‘한 번 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뵙고 싶었건만. 아쉽구나.’

    자신은 퇴장해야 할 시간이었다.

    -김대정이.

    그때 들려온 목소리.

    “……!”

    -아니, 대정아.

    꼭 듣고 싶었던 목소리.

    -두 번은 없다.

    냉혹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있는 것을 김대정은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고생했다.

    “아…, 아…, 아.”

    -걱정 말거라.

    목소리가 점차 흐려진다.

    -네 복수는 내가, 그리고 내 손자놈이 해줄 테니까.

    그제야.

    ‘감사합니다.’

    김대정은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쿠우우웅!

    김대정이 무엇을 느꼈건, 그의 변화된 몸.

    타이탄의 커다란 동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 * *

    “김대정 협회장의 장례식이 끝났답니다.”

    기자회견 당일 벌어진 거대한 사건.

    갑작스레 이정기를 공격했던 김대정, 그리고.

    ‘타이탄.’

    그가 변화하여 나타난 새로운 몬스터 타이탄.

    그 대사건으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러운 와중 김대정의 장례식이 끝났다.

    불명예스럽게 협회장의 지위를 잃은 김대정이지만, 그 모든 것이 협회장 본인의 뜻이 아닌, 새로운 위협 때문임이 알려지고 김대정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대체….’

    이정기는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

    ‘타이탄.’

    김대정이 타이탄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일.

    그리고.

    ‘나를 노렸던 게 아니었나.’

    김대정에게 광기의 깃털을 준 자의 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김대정 사건으로 인해 이정기이게 벌어진 일들은 이랬다.

    “이정기 헌터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게이트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은 이후, 일반인들이나 평범한 헌터들이 직접적인 위험을 느낀 적은 없지 않습니까.”

    이진석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타이탄.

    “이제 다시금 위험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게이트나 던전이 아닌 지구에서 몬스터가 등장했던 일은 손에 꼽을 정도.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보았다.

    평범, 아니 협회장이자 랭커로 알려진 강력한 헌터가 몬스터로 변했다는 것을.

    그리고 만일.

    “그런 사태를 해결하고, 강력한 몬스터로 변해버린 김대정 협회장님을 쉽게 처치한 이정기 헌터를 칭송하고 있습니다.”

    이정기가 없었다면 그날의 장소는 쑥대밭이 되었으리라는 것을.

    “결과적으로는…, 김대정 협회장이 바라던 것과는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들려던 김대정의 목적.

    그것이 정반대의 결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위협, 그리고 그것을 처치할 강력한 힘.

    의문은.

    ‘광기의 깃털을 준 자가 노린 것이 김대정 협회장의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이것이었을까.’

    메티스의 말에 의하면 넥타의 정수나 다름없다는 광기의 깃털을 사용한 상대가 과연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을까?

    결국, 이정기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김대정의 목적대로 되어도 나쁠 것이 없다.’

    세상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하는 것, 아니면 자신이 광기의 깃털에 침식당해 미쳐 날뛰는 것.

    그도 아니면 타이탄으로 변한 김대정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것.

    ‘내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마 그들도 이런 결과를 바랐을 겁니다.”

    김대정에게 광기의 깃털을 준 자는 세상이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게, 그리고 새로운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것이 강력한 힘을 가진 헌터라고 생각하게 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추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지금은.

    “협회,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김대정이 죽고 난 협회의 일을 신경 써야 할 시간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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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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