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10화 (110/284)

제5권 10화

110

‘무슨 일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억나는 것은 김대정이 들고 있던 공작새의 깃털과도 같은 것.

[광기가….]

또 하나, 메티스의 목소리.

[침식합니다.]

암전되었던 이정기의 시야가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김대정으로 인해 엉망이 된 기자회견장이 아니었다.

화륵.

뜨거운 열기가 치솟고 불타오르는 건물들.

우르르르르…. 쾅!

천둥과 벼락이 치며 불꽃을 더욱 키워갔다.

떠오르는 곳이 있다.

‘올림포스.’

하지만 분명 보이는 저 건물들과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이곳이 지구임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이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김대정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그럴 리가 없었다.

김대정의 목적은 내가 가진 힘을 전부 내보여 세상에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

설마.

뚜욱, 뚝.

그제야 느껴지는 손의 감촉.

그건 분명 피였다.

“아…냐.”

자신의 피가 아니다.

“……!”

주변에 즐비한 시체들.

이것은 분명 저들의 피였다.

“아니…야.”

내가 한 짓이라고?

메티스가 말한 광기라는 것에 침범당해 자신이 이 수많은 이들을 학살하고 건물을 불태웠으며.

우르르르 쾅!

벼락을 떨어트렸다는 것일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왜 내가 이런 짓을 하겠는가.

“정기야.”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이정기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하….”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마음을 억지로 억누르며 이정기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자신이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도 아닌 듯싶었다.

할아버지를 보자 이 혼란스러움을 다 내버리고, 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싶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 대체 무슨.

“하…, 할아버지?”

하지만 그랬던 이정기가 그대로 멈춰 섰다.

“정기야.”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쿠쿠쿠쿠쿠쿠!

이건은 마력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우르르르르, 쾅!

내리 떨어지는 번개,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할아버지는 누가 뭐라 할 것 없는 진심이었다.

지금 자신은.

“할아버지…!”

이건의 손자가 아닌 적임을.

할아버지의 주먹이 움직인다.

저것이 자신에게 쏘아지는 순간, 자신도 큰 상처를 입을 것임이 분명했다.

‘방어….’

이것이 어찌 된 일이든지 간에 막아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양손을 들어 올리던 순간.

덜컥.

이정기가 멈춰섰다.

방어를 위해 들어 올리려던 팔, 이정기는 그것을 내렸다.

아니, 오히려 양팔을 활짝 벌렸다.

자신의 가장 취약한 가슴을 열고 담담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구우우웅.

할아버지의 주먹이 내뻗어졌다.

그제야 이정기는 눈을 떴다.

이 모든 것은.

“환상일 뿐이야.”

쩌저저적!

세계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광기의 침식에 저항했습니다.]

* * *

갑작스레 멈춰선 이정기.

‘이것이다.’

그것을 보며 김대정은 자신에게 미래를 예견해주었던 남자를 떠올렸다.

그가 건네준 깃털.

‘이것을 이용하면 이정기는 본 모습을 드러낼 거다.’

본 모습.

남자는 자신에게 미래를 보여준 것뿐 아니라, 진실 또한 알려주었다.

‘녀석은 세계를 멸망시킬 핏줄이다.’

평소라면 믿지 않겠지만, 김대정은 자신이 본 미래를 믿었다.

그건.

‘내가 생각했던 미래.’

절대 강자에 의해 파괴된 세상.

그리고 두 강자.

아무도 그것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천재지변? 차라리 그 정도라면 다행이다.

그것은.

‘멸망.’

세계의 멸망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이정기와 이건이 서로를 노리고 치닫는 싸움.

두 조손이 왜 싸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전투는 모든 것을 부수고, 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것이.

‘현실이다.’

김대정이 두려워하는 미래였다.

어찌해야 할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둘의 싸움은 성립되지 않을까?

아니면 어찌해야 할까.

김대정이 내린 결론은 그것이었다.

‘이정기를 배제한다.’

세상이 이정기에게 등을 돌리게 할 것이다.

아니, 이정기의 본 모습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건, 그분도 등 돌릴 것이다.”

이건은 이정기가 세계를 파괴하기 전에 벌할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본 이건.

그는 강력한 힘을 지녔되, 틀린 길을 가지 않았다.

힘은 그분이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이정기는 그분의 약점.’

그 전에 세계가 이정기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고, 이정기가 세계를 파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면 세상을 위하는 자신의 영웅, 이건은 이정기를 벌하고 세상은 평안.

“하.”

들려오는 숨소리.

김대정은 두 눈을 부릅떴다.

“어떻…, 게?”

분명 남자가 이르길, 깃털을 사용하면 이정기는 멈춰 설 것이고 그 후 본 모습을 드러낸다 했다.

본모습이 드러난 이정기는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이었습니까?”

이정기는 붉은 눈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김대정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가 할아버지와 충돌할 것이라고. 그것 때문에 제게 이런 짓을 한 겁니까?”

“모르는 소리! 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느냐!”

김대정은 발악하듯 소리쳤다.

“과거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네 할아버지다! 그리고 너는 그 스위치나 다름없는 존재고!”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김대정의 몸에선 아직도 넥타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타 다른 정신 지배의 형상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 차리십시오. 협회장님.”

협회장은 분명 지배당하고 있다.

자신의 넥타에 침범했던 광기.

[그것이 넥타를 지니지 않은 존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릅니다.]

메티스의 말대로라면 그 깃털이 김대정 협회장에게 영향을 준 것일 테니까.

“정신은 또렷하다.”

이정기를 향해 말하는 김대정.

“너는 분명 세상을 파멸로 이끌 거야.”

소용없다.

“제가 본 게 혹시 협회장님도 본 겁니까?”

“……!”

“저와 할아버지와 맞서 세상을 불태우는 환상 말입니다.”

흔들리는 김대정의 눈이 그것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우웅.

이정기의 관자놀이에 솟구치는 뿔.

“그럼 직접 보십시오.”

“무….”

“제가 무슨 선택을 했는지.”

지잉.

황금의 뿔에서 일어난 파동이 김대정에게로 스며 들어갔다.

찰나, 김대정의 눈이 초점을 잃고 흐릿해졌다.

1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 초점을 되찾은 김대정.

“…….”

그는 많이 놀란 듯했다.

이정기가 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보았던 환상 속에서 할아버지의 공격을 맞이해 가슴을 펴 보였던 결과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런….”

흔들리는 김대정.

아마도 그 또한 광기의 침식에 저항.

“커억-!”

갑작스레 김대정이 비명을 내지르며 허리를 튕겼다.

“커, 커억!”

다시금 울리는 비명소리.

자신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김대정에게 무슨 일이.

꾸드드드득!

김대정의 팔이 소름 끼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퍼어엉!

이정기가 손을 쓸 새도 없이 터져나가는 김대정의 팔.

“……!”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이정기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

[넥타 반응.]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넥타 변이.]

‘변이?’

[넥타를 보유할 자격이 없는 자가 넥타를 가졌을 때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에게 광기가 침식하며 벌어진 일로….]

이정기는 더 이상 메티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쿠드드드득!

계속해서 변화하는 김대정.

어느새 해가 번쩍이던 하늘이 어두컴컴하게 변해 있었다.

밤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타….”

그저 거대한 그림자가 세상을 어둡게 만든 것뿐이었다.

“타이탄….!”

있어선 안 될 존재가 김대정이 있던 자리에 서 있었다.

* * *

할아버지의 수족과도 같은 사람.

그렇기에 만일 정신 지배를 당하는 것이라면 구해내려 했다.

그러나.

쿠우우웅!

지금 이정기의 눈앞에 벌어진 것은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김대정.

-크오오오오-!

그는 타이탄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되어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콰아아앙!

고함의 충격파에 파괴되는 도로와 건물들.

“대피시켜!”

협회의 헌터들은 김대정의 변화에 입술을 짓씹으며 당황하면서도 아직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

이정기가 김대정, 아니 김대정이었던 타이탄을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구할 방법은 없다.’

김대정이 자신을 배신했지만, 그렇다고 김대정의 목숨마저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할아버지의 수족,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내온 충신.

이번 배신은 그저 실수일 것이라고, 그저 목숨만큼은 구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꾸욱.

이제는 방법이 없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타아앗!

그저 김대정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게 빨리 끝내는 것뿐이었다.

-크오오오오오!

괴로운 듯 비명을 내지르는 타이탄.

올림포스에서도 최강의 포식자였던 것이 바로 그 타이탄이었다.

‘네메아.’

이정기가 다시금 네메아에 마력을 부여해 사자 갑주를 입었다.

하늘 높이 떠오른 이정기를 향해 타이탄의 손이 다가오고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이정기가 마지막으로 치렀던 것이 바로 타이탄 사냥이었다.

그만큼 타이탄은 강력하고 포악한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정기의 눈에 들어온 타이탄은 올림포스에서 보았던 그것이 아니었다.

-크오오오오오!

무섭게만 들렸던 저 고함소리가 그저 비명처럼 들린다.

-크오!

분노로 일그러졌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투캉.

네메아가 손톱을 드러냈다.

이정기는 다가오는 타이탄의 손을 보며 두 주먹을 뒤로 당겼다.

고오오오.

휘몰아치는 마력, 그에 상응하듯 들끓는 넥타.

그 두 가지가 합쳐져.

화르르르륵!

뜨거운 불꽃을 갈기처럼 펼쳐냈다.

이정기는 확신할 수 있었다.

“네메아.”

이것만이 자신이 김대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쿠우우웅!

당겼던 양팔을 내뻗자 압력에 짓이겨지는 공간.

그 속에서.

크아아아아아아아!

사자가 아가리를 벌려 타이탄의 머리통을 향해 나아갔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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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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