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09화 (109/284)

제5권 9화

109

김대정의 탄핵.

모든 준비는 끝났다.

‘증거.’

사안이 사안인 만큼 당연히 그 증거가 필요했고, 이정기는 이미 증거를 쥐고 있었다.

‘제라르.’

에키드나 코드명, 멧돼지.

녀석은 보르도의 싸움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해 도망쳤으나, 헤르메스가 녀석을 잡아다 주었다.

그리고 녀석의 기억을 영사하여 모든 이에게 공유하는 법까지도.

그렇게 준비한 지금.

“똑똑히 보십시오.”

탄핵이 결정되어 물러나는 김대정의 기자회견장에 서서 김대정을 보고 있었다.

“새로운 괴물을.”

콰앙!

양팔에서 느껴지는 충격.

부릅!

김대정이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전력을 다해 자신을 공격해왔다.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하고, 이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 김대정을 마주한 것이기도 했다.

‘김대정 협회장.’

이 자는 정말 모든 것을 건 것이었다.

“꺄아아아악!”

회견장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일.

콰아앙!

김대정이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커다란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김대정이 탄핵되어 그 자리를 잃었다고 하지만,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었다.

헌데.

콰아앙!

기자회견장에서 이정기를 공격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것은 김대정이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아앙!

“꺄아아악!”

“기자들 통제해!”

“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당황한 협회의 헌터들.

다른 이도 아닌 방금 전까지 그들의 수장이었던 자가 날뛰고 있었다.

“뭘 어떡해!”

소리치는 헌터들.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없어! 안 보여?”

콰아아앙!

쉼 없이 주먹을 내뻗는 김대정과 그것을 막는 이정기에게서 일어나는 충격파.

그뿐만이 아니었다.

휘이이잉!

사방으로 몰아치는 소용돌이.

“이걸 누가 말려! 지원 헌터들 올 때까지 피해나 최소화해!”

김대정, 협회장이기 이전에 헌터.

그것도 제로 라인의 랭커가 바로 그였다.

“네 본 모습을 보여라!”

이정기를 향해 소리치는 김대정, 그는 마치 절규하는 듯했다.

* * *

‘달의 이면.’

김대정이 자신에게 달려들었을 때, 이정기는 그를 이끌고 성역 속으로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김대정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휘이이이잉.

몰아치는 소용돌이.

저것이 달의 이면의 발동을 가로막고 있었다.

“숨을 수 없다.”

김대정이 말했다.

“네가 사슴의 능력을 이어받은 것을 모를 줄 알았더냐.”

협회장으로서 그는 이정기에 대한 소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아니.

‘내가 이모와 접촉한 건 아무도 몰라.’

할머니가 정보를 차단해버렸다고 했다.

물론 김대정의 능력이라면 알 수도 있었으나.

“확실하군요.”

이정기가 말했다.

“도대체 누가 있는 겁니까.”

아마도 누군가 김대정에게 그 정보를 알려준 것이 분명하다.

할머니와 자신 그리고 소수의 사람밖에 모르는 이야기를 전해준 자.

‘김대정이가 사고를 칠 것은 알았지만, 이리 크게 치는 이유는 따로 있을 거다.’

김대정의 배신을 할아버지에게 상담했을 때, 할아버지는 말했다.

원래도 김대정에게 그런 성향이 있다고, 그것을 알면서도 쓴 것이라고.

‘나도 그땐 나를 주체할 수 없었으니까.’

김대정이가 브레이크가 되어 자신을, 그리고 대한민국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 짓거리를 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만큼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대정이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아. 그리고 내 손자인 네 놈도.’

그 강력한 힘을 지닌 이건을 옆에서 본 김대정.

하지만 외려 그렇기에 이건이 그 힘을 허튼 곳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손자인 이정기는 그런 이건에게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가는 것은 하나뿐이지.’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티탄.’

녀석들이 김대정을 움직인 것이라고.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겁니까!”

이정기가 김대정의 주먹을 막아서며 말했다.

‘정신 지배를 받는 건 아닙니다.’

정훈의 말마따나 김대정에게 이상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넥타 보유자는 아닙니다.]

그가 혼돈의 세대 중 하나가 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들려온 메티스의 목소리.

[흔적이 있습니다.]

“……!”

쾅!

다시 한 번 김대정의 주먹이 이정기의 품을 파고들었다.

“뭐 때문에….”

“내가 본 것이.”

마침내 김대정이 입을 열었다.

“현실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구구궁.

이정기의 품에 파고든 주먹, 그 주먹에서 다시 한 번 마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정기야.’

할아버지는 김대정이 왜 배신을 했을까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결코 무시받을만한 자가 아니다.’

세컨드 라인의 랭커로 알려진 김대정.

하지만 그가 그 위치를 갖게 된 것은 이미 이십여 년도 전의 이야기였다.

그 후로 김대정은 단 한 번도 순위전을 치르지 않았다.

세간의 평가로 김대정은 이미 제로 라인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정기는 안다.

‘제로 라인도 아니야.’

김대정이 세컨드 라인으로 평가 받았을 때도 이미 제로 라인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녀석은….’

시엘급.

휘이이이잉!

이정기의 품에서부터 몰아치는 소용돌이.

‘내 첫 제자나 다름없는 녀석이다.’

그 소용돌이가 칼날처럼 변해 이정기의 품에서부터 솟구쳤다.

이 힘이 무엇인지 안다.

“볼텍스.”

김대정의 입에서 스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 * *

콰콰콰쾅!

마치 지반과 건물이 뜯겨나간 듯했다.

“당하고만 있을 셈이냐?”

김대정, 그가 벌인 짓.

이정기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않은 채 김대정의 주먹을 맞아주고만 있었다.

김대정.

‘할아버지의 첫 제자.’

그가 그토록 빠르게 성장해 제로 라인의 랭커까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말했다.

자신이 김대정을 선택하여 데리고 다닌 것은 쓸모가 있어서도 있었지만.

‘그 기술을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놈이다.’

할아버지의 성명절기나 다름없는 기술, 볼텍스를 배울 수 있는 조건을 타고났다고.

“끝까지 반격은 하지 않을 것이냐?”

이정기를 향한 김대정의 목소리.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지금의 김대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한국에서 다섯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과 헌터들, 그리고 유종훈을 비롯한 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조차 지금 김대정이 내뿜는 거대한 마력에 놀란 듯 보였다.

“세상은 네 힘을 알게 될 거다.”

김대정은 말했다.

“오늘 너는 네 본 모습을 드러내야 할 거다.”

“대체 뭘 봤기에 할아버지마저 배신한 겁니까.”

이정기의 말에.

으득.

김대정은 제 입술을 씹었다.

과연 이 상황에서도 할아버지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분….”

김대정이 말했다.

“그분을 위해서다.”

“……!”

처음으로 이정기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겼다.

“할아버지를 위해서…?”

김대정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위험한 존재임을 내비치는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 소용없습니다. 이미 끝났습니다.”

자신의 의혹은 밝혀졌고, 김대정의 폭주는 그저 하나의 사건으로 마무리될 거다.

만일 자신이 김대정을 제압한다 해도.

“협회장의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겁니다.”

자신을 위협적인 존재라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김대정은 말했다.

“나는 세상에 경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널 상대해 줄 자들을 향해 경고하고, 너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지.”

김대정이 다시금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아무도 믿지 않더구나. 네가 이건, 그분보다 더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

“아느냐?”

김대정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네 부모의 죽음의 원인이….”

그의 신형이 팟 하며 사라졌다.

“시엘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아니 시엘 뿐일까.”

다시금 나타난 김대정은 이정기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등을 파고 들어오는 김대정의 주먹.

“그들로 인해 이득을 얻은 모든 자들, 그래.”

퍼어어억!

“온 세상이 모두 네 부모의 죽음과 관련 있음을.”

등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

하지만 이정기는 밀려나지 않았다.

그 대신.

콰드드득.

이정기의 내장이 믹서기에 갈리는 듯한 소음이 일었다.

볼텍스의 힘, 그걸 외부로 발산한 것이 아닌 내부로 한정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건만을 신경 쓰지만, 이제 알 거다. 너도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네가 이 사실을 알고 그들에게 들이밀 칼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이제.

“들을 만큼 들어주었습니다.”

피 흐르는 입가를 내버려 둔 채 이정기가 말했다.

“할아버지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분이니, 마지막으로 한 번 기회를 드리려던 것뿐이었습니다.”

변하는 눈빛.

고오오.

네메아가 이정기의 마력과 넥타를 먹어치우고 제 모습을 발현했다.

“더 이상은 못 들어….”

“그래! 그거다!”

김대정의 눈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두웅.

이정기는 마치 세상이 널뛰는 듯한 시야를 느꼈다.

두웅.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두웅.

온몸이 저리고, 가슴이 옥죄는 것만 같았다.

시야가.

두웅.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게….”

김대정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

“네 본 모습이다.”

쿠우웅!

심장이 한 번 더 크게 뛰었을 때.

[넥타 반응.]

핏빛으로 물든 시야, 그 속에서 김대정이 들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공작새의 깃털같이 생긴 무언가.

[알파급의 넥타입니다.]

메티스의 목소리가 아니어도 안다.

저것에 뭉쳐 있는 거대한 넥타의 힘.

그것이.

[…침입…. 반발….]

자신의 몸에 스며들고 있음을.

두웅!

다시 한 번 심장이 뛰는 소음.

[광기가 넥타를 침범합니다.]

이정기의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어버렸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 위 책은 (주)타임비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발행자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 전자책과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 복제/전제하거나 배포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강의 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