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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103화 (103/284)
  • 제5권 3화

    103

    마치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연인인 것처럼 맞잡은 두 손.

    하지만 현실은 지독하기 그지 없었다.

    “끄으으으….”

    뷔앙은 일그러진 얼굴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무슨…, 독이냐….!”

    네메아의 손톱에 찢겨진 상처 속으로 파고드는 독은 독을 다루는 뷔앙으로서도 처음 겪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

    하지만 그것은 이정기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야 넥타를 이용해 독을 중화시키긴 했지만, 뷔앙의 독은 결코 만만찮은 것이 아니었다.

    점차 몸 안으로 스며드는 뷔앙의 독이 감각을 마비시키고 마력을 흩어놓고 있었다.

    꽈악!

    그럼에도 이정기는 뷔앙의 두 주먹을 잡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다고…!”

    뷔앙의 몸이 들썩였다.

    “내가 아무것도 못 할 줄 아느냐!”

    그의 등 뒤로 무언가 검은 것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분명한 다리의 모양.

    마치 거미의 것을 닮은 듯한 것이었다.

    푸욱! 푹!

    이정기의 몸에 파고드는 거미의 다리.

    그것이 뷔앙이 그토록 숨기던 한 수였음은 확실했다.

    “손을 놓지 않는다면 곧 죽….”

    그런 뷔앙의 눈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이게 왜…!”

    이정기의 몸에 박아넣은 자신의 거미 다리가 틀어박힌 채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보았더니.

    꾸득.

    틀어박힌 거미 다리로 인해 난 상처가 회복하며 다리를 꾹 잡고 있었다.

    거기에 다리를 옥죄여오는 근육.

    그건 가히 인간의 것이라 상상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놔, 놔라!”

    뷔앙이 소리쳐봐야 소용없었다.

    결코, 놓지 않을 생각을 한 듯, 입술마저 꽉 깨물고 있는 이정기.

    뷔앙은 고통을 참아내며 말했다.

    “끄으…, 좋다.”

    어디 네가 원하는 것이.

    “독을 겨루는 것이라면 그리 해보자!”

    푸슈우우욱!

    다시 뿜어지는 독연.

    서로가 서로의 독을 망설임 없이 집어넣고 있었다.

    누구의 독이 더 강하느냐의 싸움.

    “내가…, 왜 요리사인 줄 아느냐?”

    자신이 싫어하는 별명을 입에 담은 뷔앙.

    “내 독을 강화시키기 위해 내가 먹은 독이 수천 가지가 넘는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점점 번졌다.

    “남들에겐 없는 스킬, 독의 합성이 있기 때문이지.”

    이정기의 독을 몸으로 받아내며, 고통은 느꼈을지언정 독의 해석은 끝이 났다.

    그렇다면.

    “나는 독을 해석하고 흡수하여….”

    꾸드드득.

    이정기의 핏줄이 울긋불긋 보랗게 솟구쳤다.

    “더 강렬한 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층 더 강해진 뷔앙의 독.

    이제 승리는 자신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감히 내게 덤빈 죄, 독물이 되어 후회….”

    뷔앙이 입을 멈추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자신과 가까이 마주한 이정기의 얼굴, 그 입가에 맺혀진 미소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웃어…?”

    이 상황에서 이정기는 웃고 있었다.

    제 독과 자신의 독이 합쳐져 더 강렬한 독이 녀석의 오장육부를 다 녹여내고 있을 터인데, 녀석은 고통을 얼굴을 일그러트릴지언정 입가만은 웃고 있었다.

    “그럼 제가 왜 이 멍청한 힘겨루기를 하는지는 아십니까?”

    “뭣…!”

    “당신이 왜 요리사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 입니다.”

    “……!”

    뷔앙이 왜 요리사라 불리는지 알고 있다.

    그 말은 즉.

    “내가 독을 합성할 것을 알고 있었어…?”

    왜?

    왜 그런 짓을….

    “……!”

    뷔앙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꾸득.

    이정기에게서 넘어오는 독.

    그 독의 성질이 바뀌었다.

    “커억-!”

    아까보다 훨씬 강한 독의 기운.

    “서, 설마!”

    그제야 뷔앙은 깨달을 수 있었다.

    “네 놈!”

    “그 능력이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꾸득, 꾸드드득.

    한층 더 강해진 독이 뷔앙의 오장육부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 * *

    “커억!”

    토해내는 검은 핏물.

    “크윽.”

    이정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 멍청한 싸움은 이제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뷔앙이 이정기의 독을 합성하여 더 강한 독을 배출한다.

    그리하면.

    “커어억!”

    이정기는 그 독을 또다시 합성하여 더욱 강한 독을 뷔앙의 몸으로 주입한다.

    그렇게 독이 이정기와 뷔앙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프스스스스.

    마력마저 녹여내는 더 강력한 독이 탄생해 순환하기 시작했다.

    몇 바퀴를 돌았을까.

    어지간한 독은 시간을 들여 해독할 수 있는 뷔앙의 얼굴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마, 말도….”

    그가 뭉개진 발음으로 말했다.

    “아대다….”

    평생의 시간, 헌터가 되어 시엘이라는 칭호를 획득했다.

    그리고 신의 힘을 지닌 자들을 만나 그 힘을 이어받아 최고가 되었다고 자부했다.

    아니, 독에서만큼은 최고라고 자신했다.

    헌데.

    “아… 대….”

    지금 그런 그의 프라이드가 전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이미 몇 바퀴를 돌아 합성된 독.

    그 독은 더 이상 뷔앙이 해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느…, 어떠… 케….”

    그에 반해 이정기는 독물에 고통스러워하고, 피부가 녹아내리면서도 버티고 있었다.

    끝없이 재생하고 있는 이정기.

    그 차이.

    그것이 승패를 좌우했다.

    “아….”

    무너져내리는 뷔앙.

    마침내 이정기가 붙잡고 있던 뷔앙의 손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일 초, 이 초, 삼 초.

    그 짧은 시간.

    물컹.

    이정기의 눈앞에는 마치 죽어버린 슬라임처럼 변해버린 뷔앙이 있었다.

    그 안에 떠오르는 검은 핵.

    이정기는 천천히 그것에 손을 가져다 댔다.

    치, 치이이이이익-!

    슬라임처럼 변해버린 뷔앙과 맞닿자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이정기.

    “큭!”

    이번 고통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신음하면서도 이정기는 뷔앙의 넥타를 부여잡았다.

    [넥타를 흡수 중입니다.]

    크기를 점점 줄여가는 검은 핵.

    하지만 이정기가 흡수하는 것은 넥타뿐만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익!

    뷔앙과 자신이 겨루어 만들어낸 최고의 독.

    “크, 크아아아악!”

    그 독마저 이정기는 흡수해내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팔.

    ‘네메아의 분노! 히드라의 재생!’

    이정기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아…, 하아….”

    이정기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정기의 오른팔은 앙상한 뼈만 남아있었다.

    그 충격적인 모습에 숨을 토해내려던 찰나.

    투둑, 투두둑.

    그의 오른팔이 재생하기 시작했다.

    [넥타 레벨 4를 달성하셨습니다.]

    뷔앙을 사냥해 얻은 넥타로 넥타의 레벨이 4가 되었다.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커다란 충만감.

    “아아….”

    자신의 성장이 몸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절대의 맹독….]

    메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시포네를 획득하셨습니다.]

    털썩.

    그것을 마지막으로 이정기는 정신을 잃은 채 쓰러졌다.

    터벅.

    그런 이정기를 향해 다가온 헤르메스.

    “하.”

    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숨을 내쉬며 말했다.

    “터무니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줄이야.”

    이건의 말마따나 혹시 도움이 필요할까 봐 조금은 긴장한 채 보고 있었건만, 결과는 누가 뭐라 할 것도 없는 이정기의 압승이었다.

    헤르메스가 보기에도 이정기는 강했으나, 넥타 레벨이 더 높은 뷔앙의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헌데….

    “이런 식으로 승리할 줄이야.”

    도저히 상상도 못 한 방법이었다.

    티시포네의 넥타를 가지고 있는 뷔앙과 독으로 승부를 보다니.

    그것도 더욱더 강해지는 독기를 몸으로 견뎌내며, 고통을 참아낸 결과물이었다.

    근성? 아니면 용기?

    무엇이라 표현할까.

    “생각보다….”

    헤르메스가 그런 이정기를 둘러업으며 말했다.

    “더 상남자로군.”

    * * *

    “하아.”

    거친 호흡과 함께 깨어난 이정기.

    “정신이 드느냐?”

    “할아버지?”

    이정기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이건.

    그가 평온한 얼굴로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여긴….”

    올림포스에 온 것만 같다.

    설마 지금껏 자신이 겪은 그 모든 것은 하나의 꿈에 불과했던 걸까.

    “아니구나….”

    아니다.

    뒤늦게 이정기의 시야에 들어온 것들이 이곳이 올림포스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보르도의 한 산골.

    분명 그곳에 존재했던 산은.

    “시워어어언 하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피식.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에 이정기가 웃었다.

    얼마 만에 할아버지와 이런 시간을 보내는 건가.

    지구로 돌아와 단 한 번도 보내지 못했던 시간.

    “……!”

    이정기는 뒤늦게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급히 몸을 일으켰다.

    “하, 할아버지!”

    “왜 그러냐?”

    “이, 이진석 헌터!”

    뒤늦게 떠오른 이름, 이진석.

    자신과 떨어져 생츄어리와 미시랭의 헌터들을 유인한 그였다.

    산에 있었다면 설마 할아버지에 의해 산과 함께.

    “하. 하.”

    들려오는 딱딱한 웃음소리.

    “저…, 여기 있습니다. 하하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보니 정말로 이진석 헌터가 그곳에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이었다.

    “내가 네 옆에 붙어있는 놈 하나 못 알아보고 죽여버릴 것 같으냐?”

    들려오는 이건의 목소리.

    “뭐, 죽일 뻔하긴 했지만 늦진 않았다.”

    이진석의 표정을 보니.

    ‘아슬아슬했구나.’

    자신이 기절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찌 되었든 이진석이 무사한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후.”

    숨과 함께 털썩 주저앉은 이정기.

    “심판과 싸울 때는 아레스 못지않게 남자다웠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아이네.”

    “……!”

    그의 앞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청년이 서 있었다.

    분명 헤르메스라 불렸던 인물.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헤르메스.”

    이건이 그런 헤르메스와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인사해라.”

    뒤이어 이어진 할아버지의 말에 이정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 삼촌…? 형제쯤 되려나? 으이그. 뭐가 이리 복잡한지.”

    “그게 무슨….”

    “나 쥬피터의 아들이거든.”

    “네?”

    이정기가 벙찐 눈으로 헤르메스를 올려다봤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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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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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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