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100화 (100/284)
  • 제4권 25화

    100

    정훈 정보부장이 순위전을 알려왔을 때부터 이정기는 계속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협회가 날 노린다는 느낌.’

    하지만 가장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너무 대놓고 날 노리고 있어.’

    그들이 파놓은 함정이 너무도 눈에 보인다는 것이었다.

    에키드나를 사냥하라고 하는 점.

    선택된 에키드나가 있는 장소가 뷔앙의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라는 점.

    ‘모든 것이….’

    함정임을 이정기에게 시사하고 있었다.

    함정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있는지도 모르게, 사냥감을 유인하는 것.’

    그것이 함정의 기본조건이었다.

    헌데.

    “협회와 뷔앙이 이런 함정을 파 놓는다니.”

    무언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했다.

    “그렇게 이상하시면 정말 그녀들의 말대로 포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다시 만나 합류한 이진석의 말.

    ‘그래.’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랭킹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함정에 몸을 들이밀면서까지 얻을 필요는 없어.’

    어지간한 함정이라면 그냥 돌파하겠지만….

    ‘미시랭, 생츄어리….’

    무엇보다 그자.

    ‘뷔앙.’

    뷔앙을 상대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른 이도 아닌 뷔앙은 넥타 소유자, 거기다 시엘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자칫 잘못했다간 자신도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랭킹의 자리는 이정기 헌터님의 목숨만큼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굳이 돌파하기보다는 돌아가.

    “……!”

    이정기가 눈을 치켜떴다.

    점점 일그러지는 이정기의 얼굴.

    “왜….”

    이진석은 숨이 턱턱 막혀오는 이정기의 기운에 겨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시는….”

    파앗!

    그제야 제 실수를 눈치채고 기운을 거둔 이정기.

    “알았습니다.”

    이정기가 이진석을 향해 말했다.

    “이들이 노리는 게 뭔지 알았단 말입니다.”

    “그게….”

    “제가 아닙니다.”

    눈에 훤히 보이는 함정.

    그것도 맛좋은 미끼로 거부할 수 없게 유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는 건 노리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를 노리는 겁니다.”

    자신이 함정에 몸을 던져넣길 기다리며, 자신이 위험해진다면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내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돌아가야 합니다.”

    이진석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닙니다.”

    하지만 이정기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돌아간다 해도 할아버지는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할아버지가 얻는 정보를 제한했을 테니까요.”

    귀환 후 모습을 숨기며 음지에서 움직이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현재 아군과 적군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벅차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는 아군에게 많은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을 터.

    ‘그 아군이 배신했다면…?’

    두 번은 아니더라도 한 번은 할아버지를 속일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위험합니다.”

    적들이 할아버지를 모르지 않는다.

    뷔앙도 이미 한 번 당해보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함정을 팠다는 것은….

    ‘할아버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안 된다.

    “그럼…?”

    어찌하겠느냐는 말.

    “함정에 걸려줘야겠죠.”

    “하지만 그래서야 이건 헌터님의 발목만 잡을….”

    “그리고 함정을 부수면 됩니다.”

    고오오.

    이정기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다짐한 듯한 이정기.

    “이번만큼은 진심으로 나서야겠네요.”

    “……?”

    * * *

    프랑스 보르도의 한 산골.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두 명의 사내가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산 전체가, 포위되었습니다.”

    이진석 그가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이곳까지 오는 길, 몇 번의 미행을 따돌렸다고 생각했건만 결국 포위를 피할 수 없었다.

    “애초부터 이곳이 목적지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정기 또한 후드를 벗으며 말했다.

    우우웅.

    마력을 뿜어내는 이정기.

    그의 감각으로 산을 포위한 헌터들이 느껴졌다.

    그 수가 자그마치.

    ‘삼백.’

    가히 경악할만한 숫자였다.

    오신 길드와 테베 길드의 길드전에서 그만한 수의 헌터들이 모인 것을 보았으나, 그 수준이 다르다.

    전원 랭커라고는 할 수 없지만 랭커라고 느껴지는 기운만 해도.

    ‘삼십이 넘는다.’

    가히 일 할이 랭커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었다.

    ‘이게 시엘, 뷔앙이 가진 힘.’

    이 정도의 숫자라면 어지간한 길드는 하루 안에 초토화시키는 것은 물론, 헌터 보유가 부족한 국가의 경우 멸망마저 시킬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러나 이정기가 살피고 있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넥타 반응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할아버지를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존재하는 넥타 반응은 총 셋입니다.]

    “하.”

    자그마치 세 명의 혼돈의 세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말하지 않아도 뷔앙임이 분명했다.

    ‘넥타의 수준은?’

    이정기의 질문에 메티스가 말했다.

    [아직은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뷔앙이라는 자의 넥타가 가장 미약한 수준입니다.]

    과연.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거군.’

    감히 할아버지를 상대하겠다고 생각할만한 전력임이 틀림없었다.

    쩌릿.

    오랜만에 느껴지는 긴장.

    “받으세요.”

    이정기는 미리 준비했던 물건들을 꺼내 이진석에게 건넸다.

    “이것들은…!”

    “마동철 장인이 수리한 아이템들입니다.”

    “……!”

    하나하나가 전부 레전더리 아이템인 것들.

    마동철이 지금껏 수리한 것들의 절반을 가져온 것이었다.

    갑옷과 투구와 같은 방어구들.

    그리고.

    “이것은…!”

    날이 잘 벼려져 있는 검.

    특이하거나 화려할 것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무언가 빨려 들어갈 법한 검이었다.

    “아파르체라고 하더군요.”

    “피닉스!”

    시엘은 아니었지만, 그에 준한다던 검사.

    피닉스가 사용하던 검으로 마력을 부여하면, 무엇이든 불사를 수 있는 홍염이 타오르는 검이라 알려져 있었다.

    “이진석 헌터의 귀검과 잘 맞을 겁니다.”

    “하지만….”

    “빌려드리는 겁니다.”

    이정기가 말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투에 데려와 놓고 그저 내던질 생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정기 헌터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준비는 끝났다.

    그 사이 헌터들의 포위망은 더욱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목표물인 제라르도 그사이에 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몇 분 후.

    ‘전투가 시작된다.’

    고오오.

    끌어올리는 마력.

    이번만큼은.

    “멀리 떨어져 계십시오.”

    “…….”

    “휘말리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꽈악.

    이정기가 주먹을 꽉 쥐자 네메아가 마력과 넥타를 머금고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화륵!

    붉은색의 마력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이정기.

    “먼저….”

    이정기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가겠습니다.”

    쿠우우우우웅!

    이정기가 발을 내딛자 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현재 자신의 넥타 레벨은 3.

    이모인 유시아를 구하기 위한 사냥의 의식이 끝나고 넥타의 레벨이 한 단계 성장했다.

    그로 인해 이정기가 얻은 것은.

    ‘칠할.’

    올림포스에서 이정기가 가졌던 힘의 칠 할.

    사냥의 의식 중 사용했던 힘이었다.

    쿠우우우웅.

    떨리기 시작한 산.

    ‘움직인다.’

    적들도 변화를 눈치챘는지 서두르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는 자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확연한 적의를 뿜어내는 랭커들임은 분명했다.

    타닷!

    과연 랭커답게 그들은 빠르게 거리를 좁혀와 이정기의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멀리서부터 이정기를 발견한 그들의 손에 마력이 응집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원거리에서부터 자신을 상대하기 위한 스킬을 준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지금껏 이정기의 전투는 모두 근접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검을 썼고, 그다음은 주먹을 썼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저들은.

    “원거리 헌터 위주로 편성했어.”

    볼텍스 마력장이 있으니 화살 따위는 닿질 않겠지만 여간 귀찮은 존재들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궁수란 귀찮고 짜증 나는 족속들이다.’

    올림포스에서의 교육.

    ‘궁수의 화살을 막을 수 있다지만, 그중 재빠른 녀석들은 잡기 힘들지.’

    할아버지의 가르침.

    ‘녀석들을 견제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그렇게 배운 것이 바로 이것.

    지이잉.

    ‘아주 간단하다.’

    이정기의 양손에 나타난 것.

    ‘궁술을 배워라.’

    마력으로 이루어진 활이었다.

    선명히 빛나는 붉은색의 활.

    그 시위에 걸려 있는 것은 황금빛의 화살이었다.

    ‘파괴력을 증가시키는 붉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활.’

    그리고 가속의 성질을 지닌 화살.

    이정기는 그 시위를 있는 힘껏 당겨 볼에 갖다 댔다.

    우우웅.

    적들의 손에 응집된 마력이 점점 형체를 갖추고 더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저들도 초반부터 온 힘을 다하려는 듯 여러 랭커가 한 명에게 힘을 몰아주고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화염구.

    그 열기에 초목이 타오르며 불꽃이 튀고 있었다.

    이정기는 한참이나 시위를 잡은 채 그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쿠쿠쿠쿵!

    그 화염구가 자신에게 쏘아져 올 때.

    “흡….”

    숨을 마시고.

    “하.”

    뱉으며 시위를 놓았다.

    파아아아앙-!

    마력으로 이루어진 화살이건만, 공기를 찢어발기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정기에게서 쏘아진 그 화살은.

    콰아앙!

    이내 저들이 쏘아낸 화염구과 부딪혀 폭발을 만들어냈다.

    “……!”

    그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화염구를 무력화시킬 줄은 몰랐던 모양, 당황한 저들의 얼굴이 이정기의 눈에 들어왔지만.

    ‘아직.’

    저들은 긴장을 풀어선 안 되었다.

    쒜에에에엑!

    자신이 쏘아낸 화살은 화염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그것을 꿰뚫고.

    쾅!

    저들의 목숨마저 빼앗을 목적이었으니까.

    화살이 닿아 터져버린 땅.

    “사냥….”

    이정기는 다음 화살을 시위에 만들어내며 말했다.

    “시작이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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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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