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94화 (94/284)
  • 제4권 19화

    094

    타타탓!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셋.

    “……!”

    테베의 길드원들은 자신들을 지나치는 그들을 보며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나아가는 그들은 어느새 방벽을 열고 있는 헌터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같이 움직이실 겁니까?”

    이진석의 말.

    “도움이 필요하겠습니까?”

    오히려 되묻는 이정기.

    그에 이진석의 붉은 마력이 더욱 타오르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도깨비, 이진석.

    그의 이름이 언론에 노출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화륵!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진석이었다.

    수년간 검을 쥐지 못해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못 하였더라도.

    “저 이진석이 아직 안 죽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정도쯤은 가뿐하다.

    물론 검을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간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니까.’

    이정기를 만나며, 자극을 받아 다시금 훈련을 시작했다.

    그 후 이정기와의 대련에서 귀검을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이진석은 한 차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한 차례 더 성장했다.’

    이정기의 도움으로 이진석은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었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이정기에게 했던 부탁.

    그가 바라던 것은 오직 하나.

    ‘이정기 헌터가 이건 헌터에게 받았던 훈련을 받고 싶습니다.’

    그것은 이건의 훈련법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강, 아니 세계를 통틀어도 최강이라 불리는 남자.

    ‘이건.’

    예전, 그가 활동하던 때에도 그의 손을 거쳐 갔던 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시대의 명사가 되었다.

    그 가장 큰 예가 바로 협회장 김대정.

    분명 뛰어난 헌터임은 맞았지만, 그 한계치가 명확했다던 그.

    ‘하지만 이건 헌터를 따라 몇 년이 지나자….’

    그는 어느새 랭커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진석이 이정기를 따르겠다 마음먹은 데는 그러한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엇이든 견디겠습니다.’

    이정기는 이진석의 바람을 들어주었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훈련이었지만.

    “미친!”

    “뭐가 저렇게 빨라!”

    그 효과만큼은 확실하다 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오신 길드 진영에 도착한 이진석.

    퍼억!

    그가 마치 귀신처럼 움직이며 헌터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 * *

    “와, 와아아아아!”

    울려 퍼지는 함성 소리.

    그건 테베의 길드원들이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오신의 전력에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던 그들.

    퍼퍼퍼퍽!

    하지만 지금 그 전황이 뒤바뀌었다.

    마치 귀신처럼 움직이며 다수의 오신 길드원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이진석.

    “과연 도깨비….”

    “그 이름이 어딜 가는 것은 아니군요.”

    “하지만….”

    테베의 간부들은 이진석을 보며 말했다.

    “저 정도였습니까?”

    테베의 간부들답게 헌터로서의 경력이 꽤 있는 그들.

    그들은 이진석과 동시대에 주로 활동했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기억하는 이진석은 분명 도깨비라는 이명을 가지고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준 이는 맞았다.

    그러나.

    “저 정도까지는….”

    그들이 기억하는 이진석은 결코 이 정도가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의 이진석은 검조차 들고 있지 않지 않은가.

    헌터가 세월이 흐르며 성장하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이지만, 저 정도의 괴리는 너무 큰 것이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또 한쪽, 괴성을 지르며 볼썽사납게 움직이는 헌터 하나가 더 있었다.

    “저기는….”

    “테베 길드원들이 지원해주어야겠습니다.”

    진영의 또 다른 날개.

    그곳에 김윤태가 절박한 움직임으로 오신의 길드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털썩!

    주저앉고.

    뎅구르르.

    몸을 구르며 겨우 한 주먹 오신 길드원의 명치에 꽂아 넣는다.

    그리고 또 한 번.

    털썩!

    오신의 공격을 피하려다 주저앉는다.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히 적을 쓰러트리고 있습니다.”

    “김윤태 공격대장, 듣던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그저 마력만 가지고 있는 허수아비라고 들었는데.”

    김윤태는 차곡차곡 적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그간의 훈련, 이정기의 고문과 같은 훈련을 받아내며 성장한 것이었다.

    원래도 김윤태는 약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어찌 말하든 S급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며, 보유한 스킬들이 약하지도 않았다.

    그저.

    ‘경험 미숙.’

    항상 백두의 공격대 뒤에 숨어 있었기에 제대로 된 전투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런 부족함이 이정기를 만나 바뀌었다.

    ‘굴러.’

    강제로 치르게 된 전투.

    경험이 부족해 몬스터들에게 몰리면 이정기가 구해주었지만, 그전까지 이정기는 관심도 없다는 듯 김윤태를 방치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김윤태.

    “으아아아아! 뒈져!”

    그는 그렇게 가진 힘을 사용하는 법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

    “…….”

    “…….”

    이진석도 김윤태도 그저 들러리일 뿐이었다.

    타앗!

    같은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가벼운 움직임.

    퍼억!

    쏘아지는 주먹은 결코 빗나가는 일 없이 적에게 적중한다.

    휘익!

    이진석과 김윤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적을 상대하는 남자.

    그에 따른 적들의 반격이 수도 없이 남자를 향해왔다.

    하지만 남자의 몸에 닿는 공격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허….”

    만일 공격이 적중하더라도.

    툭.

    남자에게 어떠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불타오르는 화염의 구나, 화살, 검 따위도 그저 장난감처럼 남자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저, 저 정도였습니까?”

    “로베르트를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는 들었건만.”

    “이성의 회장이 손을 쓴 줄만 알았습니다.”

    남자를 향한 수많은 소문들.

    아무리 그래도 믿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그저 과장된 것이라 생각했던 그 소문들.

    “소문이….”

    “과장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축소된 느낌입니다.”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테베의 간부들이 남자에 대해 평가하는 그 짧은 시간.

    타타탓!

    남자는 벌써 백에 달하는 오신의 길드원들을 쓰러트린 채 다음 방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정기.

    오직 그 혼자만으로 전황은 백팔십도 변하고 있었다.

    “……마치 그를 보는 듯합니다.”

    가장 나이 든 간부, 테베의 부길드장이 말했다.

    전장을 종횡무진하는 이정기를 보면 떠오르는 자가 있었다.

    신세대 헌터들의 등장 이후 수많은 헌터들이 두각을 드러냈다지만, 나이가 있는 헌터들은 안다.

    ‘과거.’

    고난과 영광의 세대를.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던 자, 헌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헌터라는 것의 정점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자.

    “이건.”

    이건이 떠올랐다.

    “…….”

    “…….”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테베의 길드장 윤문산.

    “정말 그분이 떠오르는군.”

    그들의 말처럼 그 또한 이건을 떠올렸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 그와는 다르다.

    이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폭력, 폭력의 화신이라는 것이었다.

    그 속이 어떻건, 그 이상이 어떻건 그는 폭력으로 이루어져 누구보다 아름다운 폭력의 힘을 발휘하는 남자였다.

    하지만 이정기는.

    ‘그분과도 몹시 닮아있다.’

    여제.

    그저 힘으로 짓누르는 것이 아닌, 지략과 전략마저 뛰어난 만능형 헌터.

    꿀꺽.

    이정기는 그 둘 모두를 닮아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떤 괴물인가.’

    하지만 윤문산도 테베의 간부들도 넋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이 싸움은 이정기의 싸움이 아닌 자신들의 싸움.

    -윤하민 양과 윤하수 군은 무리 없이 구출할 겁니다.

    “……!”

    윤문산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전원….”

    윤문산이 검을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격을 개시한다!”

    “와아아아아아!”

    * * *

    “죽엇!”

    살기를 가득 머금은 채 자신을 향해 짓쳐들어오는 공격들.

    스윽.

    이정기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피하곤.

    쒜에엑!

    최속의 속도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엉!

    가죽 터지는 소리.

    퍼퍼퍼펑!

    그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다.

    ‘테베 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하수와 윤하민의 안전을 생각해 쉽게 움직이지 못했을 테지만,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놓았으니 윤문산도 이제는 다르게 움직일 것이다.

    “와아아아!”

    수비적으로 대응하느라 쌓아놓았던 분노와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테베 길드원들.

    그리고.

    ‘이젠 몸도 풀렸다.’

    이정기의 몸도 슬슬 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타탓!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이정기.

    그때.

    부우우우웅!

    공기를 찢어발기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정기가 급히 몸을 틀어, 속도를 급감했다.

    콰아아앙!

    이정기의 눈앞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

    조금만 늦었어도, 저 폭발은 땅거죽을 뒤집는 게 아닌 자신의 두 팔과 부딪혔을 것이었다.

    이런 폭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몇 되지 않는다.

    시뿌연 흙먼지.

    그 속에서.

    터벅.

    분노로 눈동자를 빛내는 자가 나타났다.

    “이정기.”

    들끓는 마력이 공기를 떨어 울리고 있었다.

    일반 구역인 식당에서와는 달리 그 모든 힘을 방출하고 있는 남자.

    “손인수.”

    퍼스트 라인의 랭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씨익.

    자신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그.

    “결국, 그 오지랖이 화를 부르는구나.”

    “날 부르려던 게 아니었나?”

    이정기는 지지 않고 말했다.

    “그것 때문에 윤하민을 놓아준 것 같던데.”

    말없이 더욱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손인수.

    “오늘, 제대로 교육을 시켜주지.”

    교육이라.

    “교육비는 목숨으로 받으마.”

    이정기와 손인수가 마주하며 서로의 마력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에 다가오지 못하는 헌터들.

    “무기를 들어라.”

    손인수는 마치 선심을 쓰듯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방어구도, 무기도 들지 않은 이정기.

    마치 기회를 주듯 말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정기는 무미건조한 답을 건넬 뿐이었다.

    “뭐….”

    손인수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하지만 곧, 그는 웃음을 되찾았다.

    “그 시건방에 대한….”

    녀석의 들끓는 기운이 한 층 더 농도를 더해갔다.

    색을 변해가는 공간.

    그 공간이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권신우와 같은 금빛의 마력.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쒜에엑!

    금빛의 마력이 가지는 것은 가속.

    손인수가 들고 있는 레이피어의 칼날이 이정기의 볼갗을 스치고 지나갔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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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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