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93화 (93/284)

제4권 18화

093

드르륵.

울리는 이정기의 핸드폰.

“전화 받았습니다.”

이정기가 전화를 받자.

-하아, 하아….

다급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윤하민이에요.

윤문산이 아닌 윤하민.

-제발….

그녀가 절박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소리쳤다.

-제발 도와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아버지가…, 아버지가 위험해요! 아버지가 이정기 헌터의 제안을 수락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울리는 목소리.

-동생이, 납치됐어요.

“동생이라면.”

윤하수.

-저도 함께 납치되었다가 운 좋게 빠져나왔어요…. 이대로면 아버지는….

납치.

“진정하세요.”

이정기의 힘 있는 목소리가 윤하민에게 전해지자….

-끄, 끄끅…. 히끅.

그녀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십니까?”

-여긴….

다행히 윤하민이 납치된 곳은 그리 멀지 않은 듯 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 제발 아버지를!

“걱정 마세요.”

이정기가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이진석과 김윤태가 굳은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

“둘 다 구하겠습니다.”

-제발….

“전화 잠시 끊을 테니, 적당한 곳에 숨어 계세요. 알아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버….

무어라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이정기가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뚜우우우.

어딘가를 향해 전화를 했다.

“윤하민과 윤하수가 납치되었답니다. 예. 지금 있는 곳은….”

-어딘지 알 것 같습니다.

강민혁, 그가 목소리를 내었다.

“서둘러 주세요. 혹시 모르니 지원할 사람들을 보내겠습니다.”

다시 누른 통화 종료 버튼.

이정기는 또 한 번 어딘가를 향해 전화했다.

“이모. 납치된 사람들을 좀 구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곧.

-누구 부탁인데, 걱정하지 마. 원래 네가 필요할 때 도우려고 보내둔 자매들이 있어. 연락해놓을게.

“고마워요.”

통화가 모두 끝났다.

“윤하민 쪽은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애시당초, 오신 쪽에서 납치했다면 윤하민이 자력으로 탈출한 것은 말이 안된다.

그건 아마도 일부러 윤하민만 풀어주었다는 것.

‘윤문산을 자극하기 위해서?’

혹은.

‘나겠군.’

자신을 자극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납치한 것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윤하민을 풀어준 자는 확실하다.

‘손인수.’

녀석이 자신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준비됐습니까?”

이정기의 말에.

“물론입니다.”

“됐어.”

이진석과 김윤태가 차례대로 말했다.

나아가는 그 둘.

길드전이 치러지는 던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어어…?”

몰려있던 기자들이 이정기 일행을 발견하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정기 헌터야!”

“이진석 헌터도 있어!”

“저건….”

촤촤촤!

“김윤태 공격대장…?”

“어째서 저들이…?”

“정말 윤문산 대표랑 이정기 헌터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거야?”

몰려드는 인파들이 협회의 직원들에 의해 통제되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정기는 던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용병으로 길드전 참여를 요청합니다.”

“……!”

“진영은….”

시간을 더 끌 생각은 없다는 듯, 이정기는 멈추지 않고 이동하며 말했다.

“테베입니다.”

* * *

“방어벽을 더욱 단단히 해라!”

윤문산은 흙투성이의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국회의원이자 야당 대표이기도 한 그였지만, 그는 동시에 테베 길드의 길드장이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겸직한다는 건 예전 시대에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헌터의 시대가 도래한 후 이야기는 달랐다.

헌터, 그리고 길드는 어느 순간 영리단체의 느낌보다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특별한 단체쯤으로 생각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찌 되었건, 윤문산은 오랜 헌터 생활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국회의원이 된 자였다.

수많은 경험을 쌓고, 힘을 쌓아온 그.

“뚫리면 안 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어려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큭!”

오신 길드와의 길드전.

대한민국 10대 길드 중 하나인 오신과 중견 규모의 테베 길드의 전력 차이는 거의 세 배 이상.

특히나 이번 길드전을 앞두고 이탈한 길드원들과.

‘매수된 자들이 있다.’

테베의 길드원들 중 일부가 오신에게 매수된 것이 확인되며.

“제1 방어벽 뚫렸습니다!”

쓸 수 있는 전략마저 한정되어 버렸다.

그저 방어를 위한 전략.

“…….”

윤문산의 머리는 더더욱 복잡했다.

‘하민아, 하수야.’

길드전을 앞두고 납치되어버린 두 자식들.

오신이 이만한 전력 차가 나는데도 그런 짓을 벌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껏 수많은 다툼 속에서도 선을 넘지는 않았던 그들이었는데.

‘이번에는 결국 끝장을 보겠다는 거군.’

계속해서 테베 길드를 원하던 오신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테베는 윤문산이나 손민기에게 있어 단순한 길드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유산.

‘여보.’

자신과 손민기 둘이 사랑했던 한 여자의 유산이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와이프가 되었지만 함께한 시간은 극히 짧았다.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 것.

그 후부터였다.

손민기가 테베를 노려오며, 오신에 복속시키려던 것이.

“제2 방어벽 뚫렸습니다!”

“자리 이탈하지 마!”

“젠장! 이대로면 3방벽도 곧 뚫립니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가.

“하아.”

길게 숨을 내쉬는 윤문산.

‘차라리 진작 손을 뻗을 것을.’

이정기, 그의 존재 하나라도 있었다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제기랄! 오신 개자식들! 우리 길드원들을 쳐 죽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총력전이라지만….”

“안 돼!”

겨우 한 명, 무언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정기는 무언가 다르다고.

다른 성혈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애초에 그런 기대가 있었기에 이정기를 만난 것이었다.

자신이 아직 핏덩이던 시절,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어주었던 그.

그가 있기에 자신은 사랑하던 여자를 쟁취할 수 있었고, 자신과 그녀의 뜻을 위해 정치에 발을 뻗을 수도 있었다.

약간의 도움을 준 그는 예전과 달라진 자신에게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손자인 이정기라면.’

이건의 손자, 이정기.

“크윽!”

기대를 조금이나마 하지 않았다면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안 된다.

‘은인의 손자를 이 진창에 뒹굴게 만들 순 없다.’

이건에게 은혜를 입었기에, 패색이 짙은 이 싸움에 끼어들게 해선 안 된다.

‘하민이, 하수는 무사할 거야.’

자신이 저들이 원하는 대로, 패배해주기만 한다면.

“방벽을 물려라.”

“기, 길드장님!”

“괜히 부딪혀 봐야 우리 쪽 사상자만 늘 뿐이다.”

포기.

정치권에 발을 디디고 결코 해 본 적 없는 그것을 해야만 하는 시간이 도래했다.

미친개처럼 끈질기게 매달려 원하는 것을 성취하진 못했어도 패배하진 않았었던 윤문산.

‘그 첫 패배를 여기서….’

그때였다.

콰아아앙!

터지는 폭발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무슨 일인가!”

문제는 그 방향이 아직 열지도 않은 방벽 안, 거점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그게…!”

급히 달려온 길드원이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얼굴을 한 채 소리쳤다.

“용병이 왔습니다!”

“용병…? 누가? 몇 명이나?”

“세 명…!”

겨우 세 명이라고?

기대하던 헌터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려던 찰나.

“이정기 헌터, 이진석 헌터, 김윤태 헌터입니다!”

나열되는 이름에 헌터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결국, 하지만 기대하지 마라. 그래 봐야 셋일 뿐….”

윤문산이 괜한 기대감에 길드원들이 무리할까 말했을 때.

콰아아아앙!

또 한 번 폭음이 울려 퍼졌다.

“용병들이 제1 방벽을 지나쳤습니다!”

“버, 벌써?”

기대하지 않겠다던 윤문산조차.

“……!”

스스로의 표정을 관리할 수 없었다.

* * *

‘메티스, 넥타 반응 있어?’

길드전이 치러지는 던전에 들어와 바로 물었던 말.

[넥타 반응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메티스는 이곳에 혼돈의 세대가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혼돈의 세대는 특별히 취급되고 관리받을 정도로 세계에 극소수의 인물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정기가 가는 곳마다 있다고 하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오랜만인가.’

넥타를 보유하지 못한 자들과 부딪히는 것은.

이정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준비라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뭐 하는 거야?”

무기를 드는 것이 아닌, 끼고 있는 건틀렛을 벗는 것.

“이목이 집중되어 있어.”

이정기는 이진석과 김윤태에게도 무기를 집어넣으라 지시하며 말했다.

“굳이 불필요한 피해는 없는 게 낫겠지.”

“뭐…?”

“어지간하면 맨손으로 상대해.”

이번 길드전에 걸려 있는 것.

‘길드 합병.’

승리한 길드가 패배한 길드를 산하로 둔다.

즉, 상대 길드원들 중 계약으로 묶여 있는 자들은 강제로 승리한 길드에 속하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 괜한 피해를 만들어 좋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테베와 오신의 길드전에 많은 관심이 몰려있어.’

강민혁에게 배웠다.

대한민국에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이미지라는 것도 꽤 필요하다고.

지금 자신의 이미지는 이건과 성혈, 아버지인 이강과 어머니인 유영아 덕분에 많이 좋아졌지만, 로베르트의 사건 이후로 조금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했다.

‘넥타 보유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싸움도 아니니….’

굳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힘.”

“……!”

오신을 상대하며 사상자를 최소로 낸다면, 그 힘의 격차를 보여주는 것.

“곧장….”

이정기가 걸어 나가며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적의 거점으로 향하지.”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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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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