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90화 (90/284)

제4권 15화

090

“크, 크으으윽!”

손인수가 제 귀를 부여잡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가, 감히!”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

고오오오.

분노와 감응한 마력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헌터도 아닌, 퍼스트 라인 대의 헌터.

“무, 무슨 일이야!”

그 영향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일이었다.

식당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느껴지는 진동에 기겁하기 시작했다.

“손…, 손인수…, 헌터님….”

그제야 상황을 관망하기만 하던 직원들도 손인수를 말리기 위해 움직였으나.

퍼엉!

“컥!”

이미 늦었다.

손인수에게서 뿜어져 나온 마력을 다른 이들의 접근을 아예 막아버렸다.

튕겨 나가 주저앉은 자들.

그런 손인수를 그저 가만히 올려다보는 이정기.

“네 노옴! 아무리 성혈이라지만, 감히 내 귀를 자르고도 무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손인수의 기세는 송곳처럼 변해 이정기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의 주먹에 몰려드는 마력.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통만큼은 꼭 주리라.

손인수가 그렇게 다짐을 하며 이정기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손인수의 주먹은 이정기의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마력장…!’

마력장이 제 손을 옭아맨다.

거기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이정기.

“귀라뇨? 뭘 잘못 아신 것 아닙니까?”

“무슨 헛소리….”

그때, 손인수도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귀에서 느껴지던 통증.

그 통증이 없다.

스윽.

급히 제 귀를 만지는 손인수.

“헉, 귀가…, 멀쩡해?”

분명 아까 전, 잘렸다고 생각했건만 자신의 귀는 너무도 멀쩡히 붙어 있었다.

“분명….”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일까.

“혹시, 뭐 잘못 드시기라도 한 겁니까?”

들려오는 이정기의 목소리에 손인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설마….’

환상이었을까?

선명한 고통과 자신이 느꼈던 촉감, 흐르던 피까지.

하지만 무엇보다.

‘이 나를…, 손인수를 환상으로 속였다고?’

말도 안 되는 일.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히 장난질을….”

오히려 손인수는 더욱 분노했다.

퍼스트 라인의 헌터인 자신이 환상에 당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해낸 자가 이정기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다시금 들끓는 분노와 마력.

하지만.

찰칵!

들려오는 카메라 소리에 그가 멈칫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윤하민, 그뿐만이 아니었다.

식당에 있는 다른 일반인들.

그들도 핸드폰을 든 채 이 광경을 촬영하고 있었다.

“도대체…, 헌터가 일반 구역에서 마력을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는 건가요?”

상황이 좋지 않다.

아무리 손인수가 법 위에 선 자라고 한들, 이러한 여론이 형성되면 자신의 이미지에 누가 되는 것이 분명했다.

앞으로 제로 라인에 들어 더욱 큰 미래를 꿈꾸기에.

“큭.”

손인수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코.”

그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이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 * *

‘효과가 좋군.’

솔직히 퍼스트 라인대의 헌터에게까지 통할 줄은 몰랐는데, 효과가 확실했다.

‘만월의 표식.’

유시아가 자신에게 준 표식.

그건 꽤나 많은 능력이 담겨 있는 표식이었다.

그중 이정기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환상 강화.’

환상 계열 스킬을 강화시켜 주는 능력.

이정기는 정신계 능력과 함께 이 능력을 사용했고.

‘넥타.’

거기에 넥타를 섞어주니 퍼스트 라인 대의 헌터에게도 일시적으로나마 환상이 통한 듯했다.

“괜찮으세요?”

정신을 차린 이정기의 앞에 윤하민이 서 있었다.

“어디 다치신 데라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랬던 모양이다.

그저 가만히 식사를 하던 자신에게 손인수가 다가와 홀로 소리치고 윽박을 지르며 마력을 끌어올렸던 것으로.

“괜찮습니다.”

“저희 구면이죠?”

“…….”

“도움을 주셔서 감사해요.”

“딱히.”

이정기가 말했다.

“도우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진심이었다.

윤하민과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는 줄 알고 끼어든다는 것인가.

그저 김윤태가 그곳으로 향하게 내버려 둔 것은 그저 아무런 이유조차 없는 일이었다.

다만.

‘관심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주병훈의 라인인 손인수라는 헌터에 대해 관심이 생겼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도와준 건 제가 아니라 저 녀석이겠죠.”

“하, 하민아. 후우.”

이제야 손인수의 마력을 지워내고 다가온 김윤태.

“두 분이 화해하신 건가요?”

윤하민이 그런 김윤태와 자신을 보며 눈을 빛냈다.

“화, 화해는 무슨 화해. 우리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김윤태가 급히 말했지만 윤하민은 딱히 그를 향해 답하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건 감사합니다.”

무언가 물어봐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지만, 이정기가 답이 없자 그렇게 말하는 윤하민.

“그럼, 가볼게요.”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자리를 떴다.

“하민아! 연락할게!”

김윤태가 떠나는 윤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고 있었다.

그제야 자리에 앉는 김윤태.

“괴물 자식….”

그가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뭘 어쩌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손인수는 안 건드리는 게 좋아.”

김윤태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그마치 퍼스트 라인의 랭커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욱 작아진 목소리.

“저 녀석 아버지, 오신 길드의 본 주인이 여당 대표 손민기인 것은 알고 있는 거지?”

“손민기?”

“헌터 출신 국회의원. 그쪽에서도 세력이 탄탄해서 할머니도 쉬이 건들지 않는 자들이라고.”

김윤태가 계속 말을 이었다.

“뭔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건드리지 않는 게 나을 거야. 손민기는 차기 대권 주자로도 유력하니깐.”

“날 걱정해주는 건가?”

“무, 뭐?”

김윤태가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네가 내 목숨줄을 잡고 있으니까 그러지. 하여간…, 조, 조심하라고.”

* * *

“테베 길드와 오신 길드는 예전부터 앙숙 사이였습니다.”

이진석의 말.

“손민기 대표와 윤문산 대표도 당연히 앙숙 사이였죠. 뭐, 지금이야 손민기 대표의 압승이나 다름없지만요.”

따로 이진석에게 정보를 요청했더니 가져온 것들이었다.

“둘은 국회의원이 되었지만, 아직 길드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신 길드는 계속해서 세력을 확장한 데 반해, 테베 길드는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이진석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 테베와 오신에 서로 분쟁이 있는 모양입니다.”

“분쟁이요?”

“던전 공략권을 두고 벌어졌던 사소한 분쟁인데, 사고가 조금 있었습니다.”

사고.

“공략권을 두고 공대장끼리 말다툼이 있었는데, 테베 쪽이 오신의 길드원 하나를 건드린 겁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다.

충분히 사과로도 끝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앙숙 사이라면 다르지.’

작은 일도 크게 만드는 것은 그 정도 규모의 길드에서는 일도 아니었다.

“그 사고를 가지고, 길드전을 거네 마네 하고 있는 듯합니다.”

“길드전이라….”

“서로 금뱃지 때문에 충돌을 최대한 피했지만, 명분이 있다면 다르죠. 길드만 제거해도 둘의 세력 차는 더 심해질 테니까요.”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10위 안에 드는 길드인 오신과 다르게, 그에 비하자면 조금 부족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 테베.

당연히 이런 일을 대비해 조심했을 텐데, 공대장이 일반 길드원을 건드렸다…, 라.

‘뭔가 있군.’

어쩌면 잘 짜여진 각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전방위로 윤문산 대표가 불리한 상황입니다. 당내에서도 조금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윤하민이 움직인 건가.

최대한 좋게 협상하기 위해?

“식당에서의 일은 들었습니다.”

이진석이 말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이쪽 일에는 안 끼는 게 좋습니다.”

“왜죠?”

“헌터의 일이기 이전에 정치권의 일입니다.”

“…….”

“헌터의 힘을 이용한 힘겨루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괜히 잘못 발을 디뎠다간, 진흙탕을 구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어차피 길드전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서로 잃을 게 많은 만큼, 쉽게 움직일 수 없죠. 그저 손민기 대표가 윤문산 대표와 따로 거래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겁니다.”

그게 동생들 간의 약혼인가?

“가족관계는 어떻습니까?”

“손민기 쪽에는 손인수 헌터랑 그 밑에 여동생들이 있는데…, 이쪽이 좀 문제가 많습니다.”

“문제요?”

“마약은 물론이거니와 남자 문제도 복잡하게 엮여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김윤태 과인 듯싶었다.

“반대로 윤문산 대표는 윤하민을 제외하고 한 명의 아들이 있는데, 이쪽이 좀 괜찮습니다.”

괜찮다…, 라,

“외모도 준수, 헌터인 데다 추후, 테베 길드장으로 예정되어있죠.”

결국, 그거다.

‘테베.’

오신은 테베를 흡수하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대표의 화합 및 결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흡수.’

윤문산 쪽이 손민기 쪽으로 흡수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뭐 들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적당한 제안으로 바뀌겠지만.’

명확해진 그림.

“주병훈이랑 손인수의 사이는 어떻습니까?”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온 사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밌겠네요.”

“예?”

아, 그건 듣지 못했나 보다.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번 일은 그저 두 대표의 힘겨루기였을 뿐이겠지만.

띠링.

자존심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손인수를 그렇게 긁어놓았다면.

“……!”

상황은 충분히 바뀔 수 있었다.

거기다 이번만큼은 명분도 확실하지 않던가.

알림을 확인하던 이진석이 눈을 크케 뜨고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오신 길드가 테베 길드에게 길드전을 신청했습니다.”

역시.

“이진석 헌터.”

“예?”

“윤문산 대표 연락처, 혹시 알고 있습니까?”

“예에…?”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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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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