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89화 (89/284)

제4권 14화

089

달그락.

울려 퍼지는 식기 부딪히는 소리.

‘태양 길드, 그리고 이모의 의남매.’

달그락.

‘이모의 의제라는 자는 이모가 미칠 것을 바랐던 걸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습니다.]

메티스의 말에 의구심이 생겼다.

사실 이모의 의제라는 태양 길드의 길드장은 그저 정말로 이모를 위해 힘을 건넨 것일 수도 있다고.

그녀의 광증은 그 남자가 예상치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었다.

‘태양 길드를 쫓을 거야.’

이모도 그것을 묻고자 태양 길드를 쫓는다는 듯했다.

그리고 또 하나.

‘올빼미.’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게 했던 그 올빼미.

달그락.

“어때?”

이정기의 귓가로 의기양양한 김윤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맛있지?”

“…….”

“맛…, 없나?”

김윤태는 불안한 표정으로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지구에 와 가장 큰 즐거움인 식도락.

김윤태는 이정기가 미식을 즐기는 것을 알고 점수를 따고자 그가 자주 가는 식당에 데려온 것이었다.

“맛있네.”

“그, 그치?”

김윤태가 이렇게 점수를 따고자 한 까닭.

“이번에 백두 길드에서 던전 공략을 하기로 했는데….”

이정기에게 부탁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백두 길드에서 하려는 던전 공략.

문제는 그 공략권을 아직 협회가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네가…, 할머니께 말씀만 좀 드려주면….”

김윤태의 짓이 아니다.

‘주영은.’

고모의 생각임이 분명했다.

저번, 서재에 허락 없이 들어온 일로 주영은 길드장은 할머니의 노여움을 사 몇 가지 이권을 빼앗겼다고 했다.

그 후 이성을 등에 업고 있던 백두 길드와 주영은이 실각한 것처럼 생각하는 자들 때문에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었던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용하겠다는 건가.’

참, 알만한 사람이었다.

“싫어. 할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하지 그래.”

“아니…, 나도 그냥 부탁하는 건 아니고, 이번 공략에 참여만 해주면 공략 보상에 대한….”

그때, 이정기가 스윽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얼굴.

“응?”

함께 시선을 따라간 김윤태가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하민이?”

아는 얼굴.

“쟤는 여기 잘 안 올 텐데.”

그리고 또 한 명.

“…….”

비릿한 웃음을 지은 남자가 윤하민이 향한 곳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헌터.’

그것도 꽤 강력한 기운을 지닌 헌터.

“저 새끼는….”

김윤태가 그를 아는 듯 목소리를 내었다.

“손인수잖아?”

“손인수?”

김윤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손인수 몰라? 오신 길드 손인수.”

오신 길드라면 들어본 적 있었다.

‘대한민국 10대 길드.’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규모의 큰 길드로, 규모도 규모지만 오신 길드의 대표격인 헌터가 더욱 유명했다.

“퍼스트 라인 헌터, 손인수.”

어린 나이에 출중한 실력을 뽐내며 빠르게 성장한 헌터.

그 성장세가 무서워.

‘제로 라인을 넘볼 수도 있다고 기대가 크다 했었지.’

더욱이 손인수는 단순히 무력만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오신 길드의 후계자.”

오신 길드의 길드장, 손민기의 아들로 차기 오신 길드의 길드장으로 내정되어 있는 자였다.

그러자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주병훈의 라인이군.”

이성 그룹, 주병훈의 라인.

김윤태가 이성과 백두의 이름을 빌려 상류층에 인맥을 쌓았듯, 주병훈 또한 그만의 인맥이 존재했다.

손인수는 그런 주병훈과 교분을 다지는 사이라고 알고 있었다.

“왜 저 둘이 함께 있는 거지?”

불쾌한 얼굴로 투덜거리는 김윤태.

그리고 얼마 후.

“오늘 만남은 없던 것으로 하죠.”

분노로 일그러진 윤하민의 목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졌다.

* * *

“오늘 만남은 없던 것으로 하죠.”

그렇게 말한 윤하민은 급히 가방을 챙겨 일어서려 했다.

“그래도 되려나?”

그런 윤하민을 향해 손인수는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지금 급한 건 윤문산 대표, 그리고 테베 길드가 아니었나?”

움찔.

“우리가 바라는 게 그리 큰 요구는 아닐 텐데.”

“큰 요구가 아니라고요?”

윤하민이 손인수를 째려봤다.

“당신의 동생과 제 남동생을 결혼시키자는 게 큰 요구가 아니라는 건가요?”

“그래.”

“이제 겨우 성인이 된 아이예요.”

윤하민이 말했다.

“그 아이의 허락도 없이 그런 요청을 들어달라는 건가요?”

“허락?”

손인수가 다시 한 번 비릿한 미소를 비췄다.

“언제부터 그런 게 중요했지? 우린 기회를 주는 거다.”

손인수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마력.

그것이 저절로 윤하민의 온몸을 옥죄었다.

“네 아버지가, 테베 길드가 앞으로도 살아남아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기회 말이야.”

“당신….”

윤하민의 숨통까지 옥죄어오는 기운.

선명한 마력의 파장에, 식당이 조금 진동했으나 아무도 말리는 자는 없었다.

‘손인수.’

그것이 그의 힘이었다.

한국에서 수위권에 달하는 수준의 헌터.

아니, 세계에 통용될 수준의 헌터가 가진 힘.

파앗.

윤하민을 옥죄던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었다.

윤하민도 아는 얼굴.

“하민아.”

김윤태, 그가 불쾌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

그에 더욱 일그러지는 윤하민.

이런 꼴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건만, 더더욱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들켰다.

안 그래도 입이 가벼워 여기저기 남의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남자.

“인수 형님, 아니십니까?”

“넌?”

“김윤탭니다. 이성, 백두의.”

김윤태는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섞이듯, 다가가 친근한 척 테이블에 합석하려 했다.

“저도 잠깐 앉아서….”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다.”

손인수가 김윤태를 노려보며 말했다.

“눈치가 있다면 좀 꺼지지?”

“…….”

그 말에 멈칫한 김윤태.

“어디, 제 어미 치마폭에서 나오지도 못한 버러지가 감히 내게 말을 붙여?”

“지금….”

김윤태와 손인수, 둘 사이에 작은 마력의 파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하지만.

“크윽!”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눈앞에서 벌어졌다.

제로라인의 랭커, 그에 비해 김윤태는 랭킹에도 아직 발을 걸치지 못한 헌터였다.

손인수의 마력에 짓눌려, 무릎을 꿇는 김윤태.

“네가 이러고도…!”

“최명희 회장님이 주영은 길드장이나 네게서 손을 뗀 걸 모를 줄 아는 거냐?”

“……!”

“어디 이 버러지 같은 새끼가.”

급작스러운 상황.

그에 오히려 윤하민이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뭐, 뭐라고!”

“하. 흥이 다 식는군.”

손인수는 짜증이 난다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찌 됐든 제안은 유효하다.”

윤하민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그.

“생각해보고 연락하도록 해. 너무 늦지 않게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손인수가 움직이려던 때.

움찔.

손인수가 몸을 떨었다.

스윽.

돌아가는 그의 시선.

‘언제….’

그리고 그곳엔 식기를 만지며 식사에 집중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손인수가 이토록 놀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윤하민과 김윤태를 제압하기 위해 끓어 올렸던 마력, 그 마력 속에서 전혀 느낄 수 없던 누군가가 느껴진 것이었다.

“저 녀석은….”

낯이 익다.

아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정기.”

이건의 손자이자, 새로운 성혈이라며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에 이름이 퍼져나가는 헌터.

달그락.

그런 이정기를 보며 손인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마치 이정기의 행동이 자신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

자신이 이정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자존심의 화신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손인수.

어린 나이에 급격한 성장을 통해 얻은 현재의 자리.

이성의 주병훈도 남다른 헌터였지만, 사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신만큼 재능있는 헌터는 없다고 생각하던 그였다.

있다면.

‘이건.’

그 전설뿐이라고.

“짜증이 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군.”

손인수가 이정기가 있는 자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드르륵.

김윤태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는 남자.

“처음 보는군.”

손인수는 허락 없이 착석해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인데, 인사나 하지.”

달그락.

하지만 그럼에도 말없이 음식을 먹는 데 여념 없는 이정기.

“…….”

손인수의 표정이 점차 굳기 시작했다.

“사람이 말을 하면….”

덜덜덜.

손인수의 마력에 떨리기 시작하는 테이블.

“쳐다보는 것이 예의라는 걸 아직도 배우지 못한 건가?”

두두두두두!

손인수가 끌어올리는 마력이 거세짐에 따라 테이블을 울리는 진동도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뚝.

어느 순간 진동이 멈추었다.

“……!”

손인수가 한 것이 아니었다.

타악.

식기를 내려놓은 이정기.

“밥을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고 배웠는데, 못 배웠습니까?”

“……뭐라고.”

손인수, 그가 끌어올린 기운을 이정기가 강제로 막아선 것이었다.

아무리 조절을 하고 있다지만, 마력에 간섭하여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로베르트를 쓰러트렸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라는 거군.’

믿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교육이 아직 덜 된 모양이군.”

손인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네 형을 대신해 교육해주겠다.”

“형?”

“주병훈. 내 친구의 동생이 버릇이 없다면, 친구로서 가르침을 내려줘야겠지.”

손인수의 손이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게이트나 던전이 아닌 일반 구역에서 이만큼이나 마력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었지만, 손인수에겐 다르다.

법 위에 선 자들.

손인수는 자신의 자존심이 더 무너지기 전, 이정기를 무릎 꿇릴 생각으로 손을 뻗어내었다.

이 손에 닿는다면, 이정기는 자신의 마력을 감당하지 못한 채 무릎을.

서걱!

울려 퍼지는 절삭음.

“밥 먹을 때 건드리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 주의라.”

“크, 크으으윽!”

손인수가 귀를 부여잡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대표전화 | 070-8233-6450

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 위 책은 (주)타임비가 저작권자의 계약에 따라 발행한 것이므로 발행자와 저자의 허락 없이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 전자책과 내용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 이 전자책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며 무단 복제/전제하거나 배포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최강의 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