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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82화 (82/284)
  • 제4권 7화

    082

    [케리네이아, 아르테미스의 신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들려오는 메티스의 말에 이정기가 두 눈을 치켜떴다.

    ‘여기가 올림포스라고?’

    또다시 발견한 올림포스의 일부.

    하지만 올림포스는 특별 관리 던전을 통해 나타나는 던전 게이트뿐만이 아니었던 것일까?

    [인위적으로 올림포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메티스가 말했다.

    [베타급 이상의 넥타 소유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입니다.]

    베타급 이상의 넥타?

    그렇다는 건.

    ‘나도 가능하단 거야?’

    알파의 힘을 가진 자신도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단 것일까?

    [물론입니다. 다만, 현재 넥타의 레벨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는 건.

    ‘넥타의 레벨이 올라가면, 자신만의 올림포스 영역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영역은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는 것이었다.

    알게 된 사실은 또 있었다.

    꿀꺽.

    할머니가 미리 말씀해주셨다.

    달 사냥꾼의 하나 남은 수장, 사슴은 몇 해 전 혼돈의 세대 중 하나로 각성했다는 것이었다.

    즉.

    ‘넥타 보유자.’

    그리고 지금 이정기는 사슴이 베타 급 이상의 넥타를 보유한 것이라 알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넥타의 레벨이 나보다 높다.’

    사슴이 가진 넥타의 레벨이 자신보다 높다는 것.

    “…….”

    각오는 했던 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며,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니, 긴장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 돌아갈 생각도 없었다.

    ‘해야 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

    만일 뒤로 미루어 성장을 핑계 삼는다면.

    ‘내 주변이….’

    그리고 자신이 생각했던 일이 무너질 수 있었다.

    “후.”

    숨을 몰아쉬고 머리를 비웠다.

    마음을 먹었다면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스윽.

    그때, 울창한 숲 사이로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을 쥐고, 호흡을 가다듬던 이정기가 스윽하고 검을 내렸다.

    ‘다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최고의 암살 실력을 자랑하는 달 사냥꾼들이 울창한 숲에서 인기척을 낼 리 없지 않은가.

    만일 인기척이 있다면.

    “결국….”

    그들은 적의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리라.

    “여기까지 오셨군요….”

    메마른 목소리.

    낯이 익은 여성.

    칼리스토라고 했던가.

    달 사냥꾼에 잡혀갔다던 박혜성이라는 헌터였다.

    그녀는 또 다른 달 사냥꾼의 어깨에 부축받으며, 험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수십 명의 헌터들.

    그들 모두가 눈을 빛내며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저희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입니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

    “모두.”

    그녀가 부축받던 몸을 꼿꼿이 세워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마녀께 구함받은 자들입니다. 그분을 동경하고 사랑하여 달 사냥꾼에 들어온 이들. 그리고 저희는….”

    눈을 빛내며 이정기를 쳐다보는 그녀.

    “이정기 헌터를 지지합니다.”

    * * *

    달 사냥꾼에 의해 잡혀갔던 박혜성.

    그녀는 이곳으로 끌려왔지만, 사슴의 앞에 데려가기 전 다른 사냥꾼들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린…, 가족이잖아!”

    “사슴께서 우리에게 이럴 순 없어!”

    내분.

    “사슴께선….”

    “변하셨어.”

    “더 이상 우리가 알던 그분이 아니야.”

    미쳐버린 사슴.

    그에 대한 불만은 달 사냥꾼 안에 차곡차곡 쌓여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박혜성 헌터들에 의해 폭발했다.’

    다른 것도 아닌, 이정기에게 경고해주려 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뻔했던 박혜성.

    가족이란 명목으로 모인 그녀들이 보기에 너무나도 과한 처사였던 것이었다.

    특히나 이들의 성향은 사슴의 수하들과는 달랐다.

    ‘마녀.’

    원래부터 어머니의 밑에 모여있던 자들.

    “유영아 헌터가 달 사냥꾼을 떠난 지 족히 이십사 년은 훨씬 넘었을 텐데.”

    이진석은 진심으로 경악하고 감탄했다.

    “아직 이런 영향력이 남아 있다니. 도대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존경받는 어머니.

    그 그늘은 시간이 흘러 이정기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정기 님.”

    이정기의 힘으로 조금은 안색을 되찾은 박혜성이 다가와 말했다.

    “여기까지 오셨다는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겠죠.”

    모두들,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정기가 말했다.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습니다.”

    “……?”

    “다른 곳도 아닌, 어머니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

    “그리고 지금.”

    이정기의 시선이 모두를 훑었다.

    “어머니의 가족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놀란 듯한 얼굴들.

    “사슴이 원래 이랬습니까?”

    아니, 자신이 세화라는 여자에게 들은 것은 달랐다.

    사슴은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고 해도, 달 사냥꾼들을 끔찍이도 아꼈다고 했다.

    그저 그녀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달 사냥꾼들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녀들이 겪은 고통을 모른 체할 수 없었고, 발 벗고 나서 복수를 한 것뿐이라고 했다.

    또한.

    ‘마녀께서 달 사냥꾼을 떠나겠다고 하셨을 때, 사슴은 더 없는 분노를 보이셨어요. 하지만….’

    ‘사슴께선 곧 분노를 가라앉히셨어요. 그리고 이성의 며느리가 된 마녀를 위해 한국에 존재하는 달 사냥꾼들의 흔적을 지우셨어요.’

    ‘혹여 저희가 마녀의 앞길을 망칠까 봐서요.’

    할아버지가 한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듣기론 은신처에 찾아온 할아버지는 그저 사슴과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조용히 돌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달 사냥꾼들을 치운 것은,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었다.

    ‘사슴.’

    어머니를 위한 사슴의 배려였다.

    ‘그 후로 달 사냥꾼은 최소한의 의뢰만을 받으며 숨어 지냈어요.’

    지나간 시간들.

    하지만 평화는 길지 않았다.

    ‘마녀께서, 올림포스에 들어가셨다고 들었어요.’

    어머니가 올림포스에 들어갔던 것.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셨죠.’

    어머니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그때부터였다고 했다.

    달 사냥꾼은 칩거를 깨고,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닥치는 대로 의뢰를 수행하며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듯이.’

    또 한 번 가족을 잃게 한 분노를 표출하듯이.

    그리고 몇 해 전.

    ‘그 남자가 찾아왔어요.’

    어떤 남자가 사슴을 찾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사슴이…, 미쳤다.”

    광증과 함께 갖게 된 더욱 강력한 힘.

    그전에도 강력했던 사슴은 아예 넘어설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고, 아무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종내에 사슴은 결국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가족에게 손을 댄 것.’

    배신자라 지칭하며, 수하의 아끼던 이를 죽였다.

    그날부터라고 했다.

    달 사냥꾼 조직에 금이 간 것이 말이다.

    ‘어머니의 가족, 달 사냥꾼.’

    그녀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정기가 미루지 않고 바로 이곳에 온 다른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 이유 또한 있었다.

    그리고 이정기는 말했다.

    “사슴 또한….”

    어머니의 가족은 여기 있는 이들만이 아니다.

    “어머니의 자매입니다.”

    “……!”

    “그녀 또한, 그녀의 수하들 또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틀립니까?”

    “아니에요…, 맞아요. 사슴을 따르는 무리들은 사슴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이지, 결코, 자매들에게 손을 대고 싶어 하지 않아 해요.”

    박혜성은 말했다.

    “방법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정기, 그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닐까.

    “예. 있습니다.”

    “……!”

    “원래라면 더 힘든 싸움을 생각했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더 쉬운 길이 있습니다.”

    박혜성을 앞으로 그녀들이 모여 섰다.

    “무엇이든.”

    굳은 다짐의 눈.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부디…, 사슴을 구해주세요.”

    “먼저 사슴과 단둘이 남아야만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그러한 이정기의 질문에.

    “그거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어요.”

    박혜성은 말했다.

    “사냥의 의식. 그거라면 사슴과 단둘이 대면할 수 있어요.”

    * * *

    달 사냥꾼들에겐 해마다 치러지는 특별한 의식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본질이나 다름없는 레전더리 아이템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

    ‘사냥의 의식.’

    무언가 복잡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잔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에서.

    ‘레전더리 아이템의 소유자에게 도전한다.’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것.

    그리고 패배한 자는, 아이템의 양분이 되어 죽는 것.

    사실 달 사냥꾼이 히든 길드로서 의뢰를 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정기는 물었다.

    ‘그렇다면 무조건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하는 겁니까?’

    서로 간의 사냥.

    만일 둘 중 한 명이 죽어야 한다면.

    ‘사슴을 구한다.’

    그런 이정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아니에요.’

    하지만 박혜성은 말했다.

    ‘딱 한 번, 아무도 사냥당하지 않은 채 의식이 끝난 적이 있다고 했어요.’

    ‘그게….’

    ‘마녀와 사슴께서 아이템을 처음 얻었을 때, 서로가 의식에 참여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죽은 자는 없다는 것.

    그럼 됐다.

    “의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슴께 접촉해야 해요. 접촉을 하고 달의 표식을 만지면 의식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박혜성과 달 사냥꾼들.

    그녀들은 긴장한 얼굴로 한 손에는 활을, 다른 한 손에는 화살을 들고 있었다.

    “저희가 다른 사냥꾼들을 맡을게요. 이정기 님은 그저 쭉 달려, 은신처의 중앙부. 신전으로 향하셔서 사슴께 접촉하시기만 하면 돼요.”

    “이거라면, 저도 도와도 되겠습니까?”

    뒤이은 이진석의 질문.

    “믿겠습니다.”

    이정기의 허락이 떨어졌다.

    부어어엉!

    올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숲.

    사삭.

    모두의 인기척이 한순간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눈을 감고 있던 이정기가 눈을 뜨곤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들려오기 시작한 파공성.

    ‘어머니.’

    약속하겠습니다.

    어머니의 가족들을, 이 아들이 구해내겠습니다.

    타타탓!

    이정기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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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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