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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79화 (79/284)

제4권 4화

079

파아앙! 팡! 파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드는 화살들.

총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에서 발사되는 총알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헌터를 상대로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다고도.

‘마력을 담지 않은 물건.’

그런 것은 헌터를 상대로 큰 상처를 낼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헌터들이 총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파아-앙!

그저 활보다 약하기 때문이라고.

헌터들이 사용하는 활과 화살은 가히 총과 총알에 비교할 수 없다.

화약에 의해 터져나가 폭발력을 내는 그것들은.

카앙!

헌터의 힘으로 쏘아낸 화살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리고 지금.

‘궁술의 정수.’

이정기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궁술의 정수나 다름없는 것들이었다.

세컨드 라인의 랭커, 강민혁 또한 궁사였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의미의 궁사는 아니었다.

헌터의 힘으로 사냥하고, 스킬을 통해 위력을 발휘한다.

그에 반해.

푸욱!

이들의 화살은 정말로 궁술을 연마한 자들의 것이었다.

정교하지 그지없고, 교묘하기 그지없다.

하물며.

파아앙!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이진석이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내며 이정기를 향해 소리쳤다.

그 사이에도.

찌르르르.

이진석의 마력 담긴 검을 울리게 할 위력의 화살들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이진석이 소리쳤다.

“제가 막고 있겠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날아드는지도 모를 화살.

날아드는 장소를 특정했다고 해도.

파아아-앙!

이진석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다른 화살들이 연달아 날아들고 있었다.

화륵!

타오르기 시작한 이진석의 붉은 마력.

끼이이이이이잉.

검이 마치 울부짖듯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툭, 투두두두둑!

검의 울음소리가 날아드는 화살을 한꺼번에 쳐내기 시작했다.

“지금…!”

“괜찮습니다.”

“자꾸…, 뭐가 괜찮다는 겁니까!”

말을 듣질 않는 이정기를 향해 소리치는 이진석.

하지만 이진석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화살이….’

이정기에게로 향하지 않아?

적들은 이정기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노리는 것이었나?

‘아니, 아니야.’

화살이.

‘닿질 않아.’

이정기의 주변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분명 이정기를 노렸던 화살들임이 분명하건만, 그 어느 하나도 이정기의 근처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파아아-앙!

또 한 번 날아드는 화살.

이진석은 눈을 치켜뜬 채 화살에 집중했다.

곧이어.

푸욱!

화살이 꿰뚫는 파육음이 울렸다.

하지만.

툭.

화살은 그 무엇하나 꿰뚫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

온 힘을 다해 날아들던 화살은 마치 허공에 깊게 박힌 듯, 멈춰서더니 그 힘을 잃고 떨어진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아십니까?”

“이건…, 헌터 말씀이십니까?”

“궁수라고 하셨습니다. 야비하게 뒤에서 족제비마냥 화살이나 쏘아대는 게 그렇게 짜증 난다고.”

“……?”

“그래서입니다.”

의아하다 못해 당황스러워하는 이진석을 뒤로 한 채 이정기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궁수 그 개 같은 것들은 죄다 죽어야 해.’

궁수에 대한 깊은 혐오감이 있던 할아버지.

혹, 할아버지가 궁수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물은 적이 있었다.

‘잉? 뭔 소리야.’

하지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애저녁에 녀석들에 대한 대비는 끝내뒀지. 이 할애비에게….’

씨익.

‘닿을 화살은 없다.’

궁수를 싫어하기에 그에 대한 완벽한 대비를 한 할아버지.

그 방법은 무식하면서도 간단했다.

푸욱!

와류, 볼텍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연마하는 마력장에 볼텍스의 성질을 부여한다.

그렇게 되면.

투둑!

화살은 와류에 휩싸여 힘을 잃고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말이야 쉬운 말이지.

‘배우느라 죽는 줄 알았지.’

이 기술은 이정기가 가장 힘들게 배웠던 기술 중 하나였다.

애시당초 마력장에 성질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

거기다 부여하는 성질이 할아버지가 자랑하는 최강의 기술, 볼텍스였다.

특히나.

‘아직도 똑같군.’

이 마력장을 유지하며 드는 마력.

그 막대한 양은 볼텍스를 연달아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양이었다.

그리고.

파앗.

이정기는 손을 내뻗어 마력을 발산했다.

그러자 잠시 주춤하는 화살비.

“적들이 도망칩니다.”

간간이 쏘아지는 화살들을 뒤로 한 채 적들의 기운이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쫓겠습….”

“괜찮습니다.”

“하아.”

이진석이 검을 늘어뜨린 채 말했다.

“그렇게 다 괜찮으면 진작 좀 말씀해주십시오.”

* * *

“어떻게 그럴 수가….”

이진석보다 달 사냥꾼들이 더 놀란 모양이었다.

“화살이 절대로 닿지 않는다니…. 과연 그분들도 이건 헌터에 대한 의뢰만큼은 절대 받지 않는 이유가 있었군요.”

할아버지의 악명이 달 사냥꾼에도 충분히 전달되어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말했다.

“습격은 계속될 거에요.”

“화살이 아무 효용이 없는데도 말입니까?”

의아해 묻는 이진석.

“설마 달 사냥꾼이 임무를 수행하는 도구가 활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방금….”

“그건 그저 또 하나의 경고일 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사냥이란 그런 것이에요. 사냥감을 몰아넣고, 그 틈을 찾는 것. 사냥이 끝나 사냥감의 목에 화살이 깊게 박히기 전까지 모든 것은 그러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죠.”

과연, 할아버지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오히려 더 안 좋아졌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정기 님에게 습격이 잘 통하질 않는 것을 알았으니….”

더욱 어두워진 표정.

“주변 사람들을 공략할 거예요.”

사아아.

이정기가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주변 인물들도 이정기 님이 쓰신 그 능력을 사용하실 수 있나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은….”

더욱 무거워진 분위기.

“달 사냥꾼들의 화살에 속절없이 꿰뚫릴 거예요.”

주변 사람들.

그래 봐야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당분간 시간이 있을 거예요. 많이 당황했을 테니….”

“알겠습니다.”

시간은 있다는 셈.

“그럼 저희가 먼저 움직여야겠습니다.”

“예?”

“결국….”

히든 길드, 그들의 생태는 더욱더 직관적이다.

“사슴을 잡아야 이 습격이 끝난단 말씀 아닙니까.”

“그런….”

“그렇다면 저희도 사냥해야겠죠.”

사슴 사냥.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못 들으신 건가요? 화살을 튕겨낸다고, 무적이란 뜻은 아니라고요! 그리고…, 그분은….”

그녀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엘과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계세요.”

“무, 뭐…, 정말입니까?”

“예. 시엘의 암살에도 거의 성공하셨던 적이 있어요.”

“그런….”

결코, 쉽지 않다는 걸까.

하지만.

‘숨지 않겠다고 했어.’

그리고.

‘내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상처받길 원치 않는다.

애시당초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던 이유가 할아버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자신의 인생에 잃는 것은 두 번으로 족하다.

부모님, 그리고 쥬피터.

무언가 더 이상 잃을 생각은 없다.

“관계없습니다.”

“자꾸…, 뭐가 괜찮고 뭐가 관계없다고….”

“광증이 도졌다고 했죠?”

“예.”

“그 때문에 저를 노리는 거고요. 그 전엔 어땠습니까?”

조용히 이어지는 목소리.

“많이 그리워하셨어요.”

“그럼 됐습니다.”

결국, 광증이 문제라는 소리.

광증은.

‘고치면 그만이야.’

이미 한 번, 고쳐본 적 있지 않은가.

김윤태의 광증을 이미 이정기는 고쳐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고문 같은 고통이나, 교육 속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런 습격 속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슴을 사냥하려면 어디로….”

그때였다.

싸늘하게 냉각되는 분위기.

그것을 이어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회….”

이진석, 그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회장님!”

* * *

“여기 있었구나.”

“할머님….”

이정기는 당황을 숨길 수 없었다.

그토록 숨기고 싶었건만, 할머니가 바로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할머니에게서 느껴지는 싸늘한 냉기와 같은 마력.

그리고.

‘저 정도였다니.’

그와 함께 서 있는 박윤태의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스윽.

달 사냥꾼들은 긴장한 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여길 어떻게….”

“내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했느냐?”

“…….”

“그리고.”

최명희가 차가웠던 기운을 풀며 말했다.

“이곳은…, 나도 알고 있는 곳이다.”

그때였다.

스윽.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정장 입은 사내.

“정리 끝났습니다.”

이정기가 기운을 늦게 눈치챌 정도로 은밀한 기운이었다.

저런 존재가 있는지조차 몰랐건만, 그리고 무엇이 정리가.

“지워라.”

알 수 있었다.

‘달 사냥꾼.’

할머니와 박윤태 비서실장님의 기운은 자신들 때문이 아니라고.

자신을 뒤쫓아온 할머니가 달 사냥꾼들을 발견하고, 정리한 것이라고.

“명.”

그대로 사라진 그림자.

덜덜덜.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달 사냥꾼들은 겁을 먹곤 몸을 떨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했다고 하지만, 죽음을 직면하면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법이었다.

자신들을 습격해온 동료들과 달리 그녀들의 눈앞에 있는 최명희.

그녀는 단어 그대로의 죽음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이렇게 움직인 것을 보니 저들과 접촉이 처음은 아닐 터.”

“속일 생각은….”

“거짓말을 할 거라면 아서라.”

최명희가 말했다.

“내 네 속을 모를 줄 알았더냐? 이 할미가 직접 움직이면, 네 어미가 있던 곳이 사라질까 봐겠지.”

“…….”

그 말 그대로였다.

달 사냥꾼이 히든 길드건, 의뢰로 사람을 죽이는 쓰레기 집단이건 관계없다.

‘어머니의 흔적.’

이정기에게 그곳은 단순히 어머니의 흔적이었다.

“후우.”

잠시 숨을 내쉰 최명희.

“이진석이.”

“예. 회장님.”

“이러려고 보고 안 한다고 했나?”

“그게….”

“되었다.”

최명희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전부 데리고, 박윤태 실장이랑 나가 있어.”

“회, 회장님.”

“난 손자놈이랑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 듯싶으니.”

이진석은 어쩔 줄 몰라 주춤거렸다.

“이젠 내 명도 거역하는 건가?”

“그게….”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결국, 이정기가 나섰다.

“다른 분들도 안전할 테니, 걱정 말고 실장님을 따라가세요.”

“고놈 참.”

불안해하면서도 결국 이진석을 따라가는 그녀들.

그리고 어느새 던전에는 최명희와 이정기만이 남아있었다.

“그래.”

먼저 입을 연 것은 최명희.

“내가 네 어미를 싫어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아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요정왕 유영아라 불렸던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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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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