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76화 (76/284)

제4권 1화

076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인 그들.

그건 분명,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는 동작이었다.

“…….”

생츄어리의 습격 탓에 경계심이 극에 달해 있는 이정기.

하지만.

“후우.”

그는 곧 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적이 아니야.’

자신도 안다.

저들은 처음부터 은근한 마력을 뿜어 자신에게 존재감을 내비쳐 왔다.

만일 남몰래 습격하고 싶었다면.

‘마력을 숨겼겠지.’

하지만 자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은근한 마력을 뿜어냈다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달라 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마력이 안정되어 있어.’

넥타의 레벨이 오르고, 마력을 되찾으며 이정기는 올림포스에서 지녔던 능력 하나를 되찾았다.

상대의 마력을 살피고, 감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에 의하면 저들이 자신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은 적의가 아니다.

‘그리움…?’

그리고.

‘슬픔?’

도대체 저들이 누구이기에.

“일전의 습격이 있으셨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심을 쉽게 풀기 힘들다는 것도, 하지만 저희는 정말로 적이….”

“압니다.”

이정기가 그녀들의 말을 끊고 말했다.

“그럼 누구이며, 왜 나를 찾아온 겁니까.”

이제 지구에 대해 제법 알게 된 자신이다.

혹시 저들이 성혈인 자신에게 무언가 도움을 요청하려거나, 이용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닐까 의심도 했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수준이 높아.’

하지만 저들은 겨우 그런 목적으로 자신을 찾아올 정도의 인물들은 아닌 듯했다.

다섯 명 전원이 S랭크의 힘을 품고 있다.

그중 한 명은.

‘레옹 급.’

서드 라인의 레옹급.

강민혁보다는 약한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이정기의 머리도 복잡했다.

‘적도 아니야.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이용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도대체 왜?

“죄송합니다. 소개가 늦었군요.”

가장 강한 기운을 지닌 여자가 앞으로 나오며 작게 목례했다.

“저희는….”

그녀가 슬쩍, 옷을 내려 쇄골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정기가 당황하려던 찰나.

“역시 보이시는군요.”

무언가를 발견하곤 얼굴을 굳혔다.

일반인의 눈으로도, 헌터의 눈으로도 볼 수 없다.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거나, 특수한 방법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표식.

그건 증명이라는 것이었다.

‘선명한 달.’

들은 적이 있다.

‘정기야.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조금 컸을 때 할아버지가 해주셨던 말들.

‘네 어미에 관한 이야기다.’

평소와 다른 말투에 한껏 긴장하며 들었던 이야기.

“저희는 달 사냥꾼입니다.”

달 사냥꾼.

“어머니의, 길드….”

어머니가 속해있던 길드의 이름이었다.

* * *

헌터들이 등장하며 당연하게도 그들이 속한 집단 또한 형성되었다.

처음, 헌터들은 각국의 정부 기관에 속해있었으나.

‘콜카르 사건.’

콜카르라는 헌터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동남아 지역의 콜카르라는 헌터는 정부 기관에 속한 최상급의 헌터였는데, 정부는 그를 하나의 인간이 아닌 병기로 보고 병기로 사용했다.

그러던 중, 발발한 내전.

헌터 관리 본부라 불렸던 그 기관은 콜카르에게.

‘마을을 습격해라.’

하나의 마을을 습격하라 명령했다.

반정부 집단의 은거지라며 콜카르에게 말했지만 후에 밝혀진 사실은 전혀 달랐다.

민간인 마을.

‘그리고 그곳엔 아이들도 있었다.’

사실을 알게 된 콜카르는 절망했다.

그리고.

‘반정부단체의 수장이 되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헌터들이 부당한 대우에 싸워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초인들의 반발을 막아내지 못했고, 대부분의 국가가 헌터들의 독립을 인정했다.

그때 탄생한 것이.

‘길드.’

헌터들로 이루어진 헌터들의 집단, 그리고 협회였다.

하지만 물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도 있었다.

‘정부의 억압에 고통받았던 이들.’

쌓여온 분노를 그저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자들.

그리고 그런 자들이 모여 만든 것이.

‘히든 길드.’

바로 히든 길드, 숨겨진 집단이었다.

자신들을 억압하고 고통을 주던 정부 요원들에게 복수를.

혹은 헌터를 이용하던 악인들에 대한 복수를.

양지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그들.

추후 시간이 흘러 그들의 복수가 끝났을 때, 대부분의 히든 길드는 해체하여 양지로 올라갔으나 음지에 남아 길드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다.

그들은 기업이나 정부의 특별한 임무를 받아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자들.

그리고.

‘네 어미는 히든 길드들 중에서도 최대의 단체 중 하나인….’

달 사냥꾼.

‘그곳 출신이다.’

그리고 지금.

“ 뵙고…, 싶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이정기의 눈앞에 서 있었다.

“다른 이들도 많습니다. 당신께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많은 이들이 이정기 헌터를 만나보고 싶어 했습니다.”

절절히 느껴지는 호의와 그리움.

그리고.

‘슬픔.’

이들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자들이기에….”

이정기는.

“이성의 그늘을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성혈이었으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절 찾아온 겁니까?”

히든 길드, 그들은 묵인하에 존재하며 묵인하에 임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그들은 양지로 나와서는 안 된다.

만일 그들이 양지로 나오려 한다면.

‘그들에게 의뢰했던 길드와 기업, 정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그것이 히든 길드들과 양지의 계약.

“예. 꼭 뵙고 싶었으니까요.”

“…….”

뵙고 싶었다.

‘나 또한…, 그랬다.’

어머니의 뿌리.

지구로 와 부모님에 대한 것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유영아, 어머니에 대한 정보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비교해 극소수뿐이었다.

물론, 그 신분도 신분인 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터였기에 많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과거에 대한 것은 마치 지워진 듯 없었어.’

그건 전부 이강을 만난 이후의 정보들.

할아버지조차 말해주지 않았던 어머니의 과거.

‘알고 싶다.’

이정기는 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온 것은 단순히 뵙고 싶어서만은 아닙니다.”

“……?”

“만일 그랬다면…, 저희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께, 이정기 헌터에게 저희는 발목을 잡을 어둠일 뿐일 테니까요.”

“그런….”

진심이 느껴지는 말에 이정기가 오히려 당황할 때.

“저희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그녀들은 조심스레 말했다.

“경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경고?”

분위기가 갑작스레 변했다.

* * *

‘경고.’

달 사냥꾼들이 자신을 찾아와서 했던 말이었다.

‘대체 무엇을?’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조만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그녀들은 빠르게 사라지며 말했다.

‘이성과 떨어지지 마시길.’

이성과 떨어지지 말아라.

그것이 어머니의 지인들이 자신에게 한 경고였다.

“…….”

많아지는 생각, 이정기는 눈앞을 바라봤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자신을 향해 물어오는 이진석.

이정기가 자리를 비웠던 것이 모종의 이유가 있음을 알기에 며칠 전부터 물어왔다.

“…….”

하지만 이정기는 답할 수 없었다.

지금껏 이진석에게 많은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할머니.’

이진석은 할머니의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생긴 모든 일, 자신이 한 이야기들을 전부 할머니에게 전달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상관없었다.

‘내가 이진석 씨에게 보여준 것들은 전부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도 되는 것들이었어.’

하지만.

‘어머니.’

유영아, 그리고 달 사냥꾼에 관한 일도 그럴 수 있을까?

이정기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달 사냥꾼이 히든 길드여서가 아니었다.

예전 처음 지구에 와 찾아봤던 부모님들에 관한 이야기 중에 자신이 모르던 것이 있었다.

‘이강, 이성과 결별?’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

이성의 길드장이었던 아버지가 길드장의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듬해 이강, 결혼. 상대는?’

뜬금없는 결혼 발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었다.

‘이강이 최명희와 틀어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내가 될 사람.’

유영아 때문이라고.

그때 당시에 유영아는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이강이 이성을 박차고 나올 즈음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빠르게 성장한 천재 헌터.

정령을 다루는 특별한 능력과 이강과 함께 콤비로 활동하는 모습, 선행을 베풀던 모습에 붙은 별명이….

‘요정.’

유치한 별명이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듬해 이강과 결혼하며 유영아의 별명은 바뀌었다.

‘요정왕.’

그리고 추후 시간이 흘러 이강은 다시 이성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 정보를 통해 이정기는 알 수 있었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야.’

이성의 후계자로 낙점하고 있던 아버지, 하지만 그 안사람이 다른 이도 아닌 히든 길드의 사람이다.

분명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이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이성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할머니는 어머니를 보지 않으셨다고 했어.’

그렇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금 달 사냥꾼이 자신에게 접근한 것도 원치 않으실 거다.

그리고 그들이 건네온 것이 경고라면?

‘달 사냥꾼이라는 집단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어.’

그러니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선 안 된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자유로우려면 이진석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확실히 해야겠어.’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범상치 않은 이정기의 표정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이진석.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예? 갑자기….”

“이진석 씨는….”

이정기가 뜸을 들였다.

자칫 잘못 말을 했다간.

‘할머니에게 실망을 안겨드릴 수도 있어.’

하지만 곧 마음을 먹었다.

해야 한다.

“누구의 사람입니까?”

이진석은 바보가 아니다.

그 자체로 강력한 헌터이기도 하지만, 이성에서 부공대장의 자리에 올랐던 남자.

다른 길드라면 모를까, 걸출한 헌터들이 즐비한 이성에서 부공대장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재빠른 눈치와 여러 가지의 능력이 겸비되어야 하는 자리.

“저는….”

이진석은 이미 이정기의 말이 무슨 뜻임을 느끼고 답했다.

“서운합니다.”

“…….”

잠시간의 정적.

“예?”

이정기가 당황하며 답했다.

“무, 뭐가요?”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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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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