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74화 (74/284)

제3권 24화

074

이성 저택의 서재.

“공략 성공했습니다.”

백두 길드와 이정기가 함께 공략한 특별 관리 던전에 대한 보고를 이정기가 직접 하고 있었다.

이번 던전으로 인해 얻은 수익이 상당한 데다, 공격대의 성장까지 겸했으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

“…….”

하지만 서재의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그래. 안에서 고약한 일이 있었다고.”

이정기가 보고한 내용 중, 던전에서 발생한 게이트 내부에서의 일은 따로 보고하지 않은 상황.

‘이미 알고 계시구나.’

최명희는 이정기가 보고하지 않더라도,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예.”

이정기의 대답에 최명희가 무어라 말로 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서재 밖에서 박윤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놔!”

신경질적인 여성의 목소리도 함께 들렸다.

빠르게 다가온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또각, 또각.

실내에 울려 퍼지는 구두 소리.

이정기가 고개를 돌렸을 때.

쒜엑!

손바닥이 이정기의 뺨을 향해 내리쳐지고 있었다.

‘주영은.’

자신의 고모이자, 백두 길드의 길드장.

그리고.

‘김윤태의 어머니.’

그녀가 다짜고짜 자신의 뺨을 치려는 것이었다.

이정기는 다가오는 손바닥을 보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꽈악.

어차피 그 손이 절대 자신의 뺨에 닿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허공에 멈춰선 주영은의 팔,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주영은의 팔을 옥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짓이냐.”

최명희, 그녀가 손을 쓴 것이었다.

“어머니!”

주영은이 최명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못 들으신 거예요? 이 개자식이 우리 윤태를…!”

“내가 개라도 낳았다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싸늘하게 가라앉은 최명희의 눈빛.

주영은의 얼굴이 서서히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그 아들이 불구나 다름없는 꼴로 돌아왔다.

‘제발…, 제발….’

정신마저 나가버려 대화조차 되지 않는 아들.

그 꼴을 보고 자신마저 정신이 나가 찾아왔다.

“윤태가 한 짓은 듣지 못했더냐?”

“그건…!”

“닥쳐라!”

최명희의 일갈과 함께 서재가 크게 흔들렸다.

“네 아들자식이 내 피를 이었듯!”

두두두두.

“정기 또한 내 피를 이었어!”

“어, 어머니…!”

“백두 길드를 네 멋대로 관리하며, 공격대를 기형적으로 운영하는 것까지는 봐주었다.”

최명희의 목소리는 점차 가라앉았지만, 그 안에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내 피를 이은 녀석이 모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였다.”

“어머…니!”

“헌데, 그것도 모자라 이런 멍청한 짓을 해?”

덜덜덜.

주영은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내 분명 말했을 텐데, 이번 던전이 어떤 곳인지, 네 아들이 어찌해야 하는지.”

분명 최명희는 주영은을 향해 경고했다.

하지만.

“크윽….”

주영은은 김윤태에게 그 힘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명희의 말을 무시한 채 수를 쓴 것이었다.

“어쩔 테냐.”

최명희가 말했다.

“네 조카가 보는 앞에서 더 망신을 당할 테냐? 아니면 이대로 닥치고 돌아가 내 처분을 기다릴 테냐.”

애시당초, 주영은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무, 물러가겠습니다.”

아들이 당했다는 사실에 화를 못 참고 무작정 이곳에 온 것이었으나 이제야 현실이 보이는 것이었다.

마치 세상을 잃은 듯 걸어 나가는 주영은.

“후우.”

최명희가 짙은 한숨을 쉬며 이정기를 바라봤다.

“못 볼 꼴을 보였구나.”

처음이었다.

할머니의 얼굴에 지친 감정이 드러난 것은.

또 처음이었다.

“고맙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한 것도.

* * *

“나를 위해서였더냐.”

최명희의 말에 답하지 않는 이정기.

최명희는 그것이 긍정의 뜻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가장 취약한 순간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

헌데 그 대상을 살려주었다.

일반인들에게는 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헌터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최명희는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변해 말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

잘못된 선택.

“제가 김윤태를 죽였어야 했단 말씀이십니까?”

할머니의 입에서 나올 말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

헌터라면.

그리고 성혈이라면.

아니, 최명희라면 저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됐다.

“후환을 남겨두지 말라 배우지 못했더냐? 그 개잡종이라면 분명 그리 말했을 진데.”

“그러셨습니다.”

“윤태야 더 이상 네게 위협이 되지 못할 테지만, 영은이는 다르다.”

“…….”

최명희는 말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저 모양이 되었으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겠지.”

그러니 성혈들에게도 금기나 다름없는,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서재에 들어오는 짓을 했을 것이다.

“거기다 백두 길드는 영은이가 꽉 잡고 있다.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야.”

할머니가 나선다면 모든 상황이 정리되겠지만.

‘나서지 않으실 생각이야.’

솔직히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나를 위해서일 수도 있어.’

할머니가 직접 나서 상황을 정리한다면, 결국 할머니가 한 편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성 길드의 주형태, 그리고….

‘주병훈.’

강민혁을 움직였던 주병훈까지.

던전 게이트에서 살려주었던 강민혁, 하지만 그는 바로 어제 유서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고 했다.

과도한 충성심으로 주병훈에게 도움이 되고자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유서.

그것으로 주병훈은 발을 뺀 것이었다.

‘당분간은 자극하지 않겠지.’

하지만 할머니가 직접 자신의 편을 들어 상황을 정리한다면 주병훈은 다시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가 겁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도 정말 살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찌할 테냐.”

그리고 뒤이은 물음.

피식.

이정기는 저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지었다.

“왜 웃느냐?”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 것 같아서요.”

이정기가 말했다.

“이 상황에서도 저를 시험하셔야 하는구나 싶어서요.”

“이제 알았느냐?”

이정기의 말에 최명희도 조금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이것이 이성이고, 성혈이다. 그리고 이것이….”

최명희가 말했다.

“내가 쌓아 올린 성이다. 비록 썩은 기둥들이 있다지만, 다음 세대에는 더 튼튼하고 강력한 요새가 되겠지. 그러니 묻겠다. 이제 어찌할 테냐.”

최명희의 물음에.

“생각이 있어요.”

이정기가 답했다.

* * *

S급 난이도의 던전.

이정기는 그곳에서 편의점에서 가득 싸 온 도시락과 과자들을 꺼내 먹고 있었다.

그리고 한 편에선.

“키에에엑!”

몬스터들의 울부짖음 소리와.

“히끅! 히끅! 흐아아아앙!”

딸국질과 울음이 뒤섞인 괴이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정기가 초코 우유를 빨아들이며 그쪽을 바라봤다.

타타타탓!

공룡의 형태를 한 사우르스들을 향해 도망치고 있는 한 명의 헌터.

“사, 살려줘!”

바로 정신이 나갔다던 김윤태였다.

꼴도 히드라에게 당해 엉망이 되었을 때와 달리 꽤나 멀쩡했다.

‘엘릭서.’

주영은이 어떤 질병도 낫게 해준다는 그것을 김윤태에게 먹인 것이었다.

히드라의 독액으로 인해 눌어붙은 살점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나가버린 정신은 엘릭서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살려줘!”

김윤태가 엘릭서를 먹었지만, 아직 미쳐있단 소리를 들은 이정기는 주영은을 찾아갔다.

‘네가 감히…!’

노한 주영은은 그래도 이번에는 따로 이정기의 뺨을 때리거나 하진 않았다.

최명희의 짙은 경고가 이미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남은 백두도 빼앗을지 모른다고, 김윤태마저 빼앗길지 모른다고.

그것만 보면 언뜻 이정기의 편을 들어준 것 같지만, 그건 그저 중재일 뿐.

‘대가를 받으러 왔습니다.’

최명희는 단순히 주영은과 이정기의 거래를 주선한 것뿐이었다.

‘김윤태가 저 모양 저 꼴로 살길 바라십니까?’

‘흥. 걱정 말거라. 나는….’

‘가망성이 없을 겁니다. 있다 해도 너무 늦겠죠.’

‘…….’

아들의 문제에 주영은도 움찔 몸을 떨었다.

‘고쳐드리겠습니다.’

‘뭐?’

‘일주일도 안 되어 고칠 수 있습니다.’

‘그게….’

흔들리는 주영은.

이정기는 쐐기를 박았다.

‘김윤태가 이번에 저지른 일도 한 번은 넘어가 주겠습니다.’

움찔.

‘대신….’

와그작.

이정기는 도시락을 다 먹고 과자를 씹으며 김윤태를 바라봤다.

‘앞으로 일 년, 김윤태는 제 팀원이 되어 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합니다. 그리고….’

와그작.

‘이건 제가 베푸는 마지막 호의일 겁니다.’

경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노렸다간, 봐주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고.

“살려줘!”

물론, 주영은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기회를 노리고 다시 한 번 내 뒤통수를 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말 봐주지 않겠지만.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선 이정기가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퍼억!

그대로 터져나간 사우르스의 머리통.

“허억! 허억!”

김윤태는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당신의 아들도 상대해야 할 겁니다.”

김윤태는 앞으로 무엇이든 자신의 말에 복종해야 될 테니까 말이다.

김윤태를 치료해주겠다며 데려온 이정기,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이.

‘마력을 불어넣어라.’

강민혁에게 빼앗은 계약의 송곳을 사용한 것이었으니까.

“휴식 끝이다.”

“무, 뭐? 정기야…. 제발…!”

그래도 약속은 지켰다.

김윤태를 데려와 하루만에 김윤태는 정신을 차렸다.

방법이야 간단했다.

‘미친놈들은 매가 약이지.’

할아버지의 말마따나, 정신을 차릴 때까지 패주고, 또 패주었을 뿐.

그러더니 어느 순간 김윤태는 살려달라며 정신을 차린 것뿐이었다.

스윽.

이정기가 왼손을 들어 올리자.

벌떡!

김윤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몬스터를 몰아오면 될까?”

왼손만 보면 떨려오는 오금.

김윤태를 조종하는데 이것 하나면 충분했다.

“다녀와.”

“응! 금방 뛰어갔다 올게!”

그래도 나름 S급 헌터라는 것인지, 꽤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김윤태.

홀로 남은 이정기가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러자 일렁이는 그림자.

“마음은 먹었나?”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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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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