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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73화 (73/284)

제3권 23화

073

히드라의 브레스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 녀석의 브레스였다.

거기다 상대는 강민혁.

“크, 크으으윽….”

브레스 한 번으로 처치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딴 선택을 한걸….”

강민혁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활을 쏘았다.

파아앙!

쏘아져 날아오는 화살.

카앙!

하지만 이정기는 너무도 손쉽게 화살을 쳐냈다.

“힘을…, 숨겼어?”

세컨드 라인의 랭커가 쏘아낸 화살을 너무 쉽게 쳐내는 모습에 다시 한 번 일그러지는 강민혁의 얼굴.

“여긴, 내 영역이니까.”

“……!”

당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그.

쿠쿠쿵!

히드라는 미친 듯 돌진해오고 있었고.

“잊은 게 있지 않나?”

바닥에 착지한 이정기는 강민혁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눈치챈 듯 급히 돌아가는 강민혁의 얼굴.

“……!”

그곳엔 백여 명에 달하는 공격대가 서 당혹스러운 얼굴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마력장.’

강민혁이 공격대가 이쪽을 볼 수 없게 설치해두었던 마력장이, 히드라의 브레스를 막는 탓에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씨익.

공격대원들은 강민혁이 이정기를 공격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젠장 할! 강민혁! 아까 죽였어야지!”

그리고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한 명.

“제기랄. 죽여! 쏘라고!”

김윤태가 이정기를 향해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하아….”

가라앉기 시작한 강민혁의 눈.

그리고 번들거리는 살기.

“뭐…, 어쩔 수 없게 됐군요.”

강민혁에게서 마력이 치솟기 시작했다.

‘주황색.’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주황색의 마력, 그것이 강민혁에게서 치솟아 머리칼까지 물들인 것은 찰나의 시간이었다.

“어차피, 저들이야 중요한 건 아니니.”

다시금 활을 재는 강민혁.

“상관은 없습니다.”

이정기는 그런 강민혁을 보며 다시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상관없지만.”

타앗!

땅을 박차고 떠오른 이정기.

“네 상대는….”

쿠쿠쿠쿠쿠쿵!

“이 녀석일 거야.”

“어느 틈에…!”

비켜선 이정기를 지나쳐 돌진해오는 히드라.

모두 재생하지는 못한 듯, 세 개의 머리만이 남아 있지만.

-크오오오오오!

분노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히드라의 마력은 폭주하다시피 상승하고 있었다.

“마력장을 너만 쓸 줄 아는 것으로 생각했나?”

콰아아앙!

이번에는 히드라의 머리통과 강민혁의 몸이 부딪혔다.

* * *

치열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싸움.

히드라와 강민혁, 그리고 김윤태는 넝마가 될 때까지 쉴 수 없이 겨뤄야만 했다.

게이트에서의 도망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어딜.’

강민혁이 재빨리 전장을 이탈하려 하면, 이정기가 놓치지 않고 발을 묶어두었다.

백두의 공격대원들은.

“…….”

감히 그 싸움에 끼어들 수 없었다.

히드라의 무지막지함을 보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유가 컸다.

“개자식들아-!”

히드라의 독액에 장비는 물론 살갗마저 녹아내리고 있는 김윤태가 공격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

공격대장이 힘겹게 싸우는데 도대체 왜 나서지 않냐고 소리치지만.

“…….”

공격대원들은 그저 싸늘한 눈초리만 보낼 뿐이었다.

이익에 의해 충성하던 자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다르다.

히드라를 상대로 압도했던 이정기와 달리 김윤태와 세컨드 라인의 랭커라고 하는 강민혁은 고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럴진대.

‘이정기 헌터가 나서지 않고 있다.’

히드라를 처치할 수 있을 이정기는 관망하며 오히려 강민혁이나 김윤태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전 보았던 광경.

‘그딴 선택을 한걸….’

이정기를 공격했던 강민혁.

‘뭐 어쩔 수 없게 됐군요.’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에게 마저 활시위를 겨누려 했던 강민혁을 도울 자는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업보라 했던가?”

이정기가 다시금 강민혁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전장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짊어져라.”

“젠장!”

더욱더 치열해지는 싸움.

히드라도 어느새 재생력이 한계에 달한 듯,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치이이익-.

강민혁과 김윤태는 가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히드라의 독액에 머리와 얼굴마저 녹아내린 모습.

“…….”

이정기는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휘이이익!

쥔 주먹에 몰아치는 마력.

그것은 곧 나선의 형태로 형상을 갖추어가고 있었다.

“볼텍스.”

뻗어져 나가는 주먹.

콰콰콰콰쾅!

마력의 나선은 그대로 히드라를 집어삼켜 히드라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하아…, 카아…, 카악….”

쓰러져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는 강민혁.

“…….”

산성에 몸이 녹아내리는 통증을 이기지 못한 김윤태.

이정기는.

[히드라를 사냥하셨습니다.]

죽은 히드라의 사체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넥타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히드라의 넥타를 흡수한 이정기, 메티스가 넥타의 레벨이 올랐음을 알려왔다.

[넥타의 레벨이 2를 달성하셨습니다.]

[넥타 레벨이 2에 이르러….]

여러 가지 설명을 하며 성장한 능력을 가르쳐주는 메티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마력의 한계가 풀렸어.’

히드라를 사냥하고 남은 잉여 마력이 흡수되며, 멈추었던 마력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뭔가 특별한 것이 느껴졌다.

두근.

빨라지는 심장 박동.

혈관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

지독한 이질감이 거슬리는 통증을 주기 시작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런 이정기를 향해 메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넥타의 레벨이 2를 달성해, 넥타가 가지고 있던 성질을 흡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넥타가 가진 성질?

[네메아의 분노를 흡수했습니다.]

네메아의 분노?

[히드라의 재생을 흡수했습니다.]

어느새 몸 안을 돌던 이질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꽈악.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네메아의 분노는 버서크와 같은 스킬의 상위 호환입니다. 히드라의 재생은 트롤의 재생과 비교할 수 없고….]

메티스는 검으로 손바닥을 그어보라 했다.

슥.

마력을 해제하고 검을 긋자 바로 상처가 벌어지는 손바닥.

하지만.

“……!”

눈 깜빡할 사이 손바닥의 상처가 아물었다.

올림포스에 존재하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능력을 사용해봤던 이정기.

그중 재생 관련 스킬을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정도 회복력을 주는 능력은 본 적 없어.’

히드라의 재생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었다.

상처를 입을수록 강해지는 버서크의 상위 스킬, 네메아의 분노.

그리고 그 상처들을 금세 회복시켜주는 히드라의 재생이라면…?

“…….”

이정기가 생각하기에도 말도 안 되는 조합이 탄생한 것만 같았다.

[하지만 두 가지의 스킬은 마력을 통해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

[두 스킬에 사용되는 자원은 마력이 아닌 넥타입니다.]

메티스의 말에 이정기가 정신을 집중했다.

살펴보는 자신의 몸.

‘과연.’

벼락에 저장된 넥타가 소모된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그리 오래 싸울 순 없겠어.’

소모되는 양이 상당하기에 지속적인 싸움을 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은 생각.

‘네메아의 분노나, 히드라의 재생을 꺼둘 수도 있나?’

[물론입니다.]

다행히 필요할 때만 스킬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듯했다.

적재적소에서 스킬을 사용하기만 한다면 그렇게 짧은 시간만 전투를 치를 이유는 없을 듯했다.

하지만 넥타의 레벨이 더 상승한다면.

‘항시 발동시켜도 되지 않을까.’

오랜만의 성장, 이정기는 진심으로 기분이 좋아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전리품은 끝이 아니었다.

넥타의 핵을 흡수하자 떨어지는 가죽.

‘히드라의 가죽.’

이것도 마동철에게 가져다준다면 또 어떤 쓰임새가 있을 듯싶었다.

그리고.

“…….”

이정기가 뒤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끄, 끄어어….”

포션을 부어주었지만, 상처가 너무 깊은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둘.

강민혁과 김윤태.

“…….”

이정기는 뒤이어 공격대원들을 바라봤다.

꿀꺽.

넘어가는 목울대가 그들이 긴장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처억.

한 명.

처억.

또 한 명.

마치 파도의 물결처럼 공격대원들이 뒤를 돌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동이 뜻하는 것은 간단했다.

‘보지 못했다.’

지금부터 벌어질 일들을 보지 않겠다.

그들과는 관계가 없다.

‘묵인하겠다.’

김윤태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그들, 거기다 강민혁과 함께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까지 보았다.

더욱이 이정기가 없었다면?

‘히드라의 밥이 되었겠지.’

이것이 헌터들의 불문율.

헌터의 등을 노린 자는 헌터법까지 갈 필요도 없이 즉시 처형한다는 불문율.

“이제 어떻게 전개될지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겠지?”

이정기의 물음에도.

“끄어어….”

성대가 녹아버린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강민혁은 체념한 듯 눈을 감았고.

“끄어…, 끄어….!”

김윤태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이정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다.

“너 같은 녀석일지라도 혈육이니 나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끄어…!”

“하지만 넌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어.”

“끄…, 끄어…, 끄어….”

이정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절규하고 있는 김윤태.

이정기는 천천히.

스릉.

검을 들었다.

“끄어! 끄어!”

“널 살려줘 봐야 후환만 남기는 일이겠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젓는 김윤태.

“제…, 발….”

성대가 녹아버렸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어떻게든 비는 김윤태였다.

스윽.

검을 들어 올리는 이정기.

“제…발!”

“안 돼.”

휘이익!

이정기의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내리쳐졌다.

* * *

“세컨드 라인의 랭커라곤 믿을 수 없는 몰골이군.”

주병훈은 별 감흥 없는 얼굴로 눈앞을 쳐다봤다.

그곳엔 천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채 떨고 있는 강민혁이 있었다.

“정말 면목…, 없습니다.”

갈라져 나오는 쇳소리.

“그래서?”

주병훈이 강민혁을 향해 말했다.

“이정기에게 패배한 것은 물론이고, 계약의 송곳마저 빼앗겼다?”

“면목…, 없습니다.”

“아냐. 아냐.”

주병훈이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래도 꽤 괜찮은 정보야.”

나지막이 말하는 주병훈.

“녀석의 목숨을 노린 너는 물론….”

씨익.

“윤태마저 살려뒀다는 거지?”

강민혁이 주병훈의 말에 눈을 꾹 감았다.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

‘안 돼.’

김윤태가 빌고 빌어도 용서할 생각이 없는 듯 내리쳐지는 이정기의 검.

하지만 검 끝은 김윤태의 목이 아닌 바닥에 꽂혀 들어갔다.

‘하지만 널 죽이진 않을 거야.’

‘……!’

‘할머니가…, 슬퍼하실 테니까.’

바지에 오줌을 지린 듯 지린내가 진동하던 때.

‘하지만 이렇게 넘어가진 않을 거야. 너희 둘은….’

강민혁이 눈을 떴다.

“경고라고…, 했습니다.”

“경고라….”

주병훈이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드리웠다.

“막냇동생이 아주 재밌네.”

“사장님…, 전에 부탁드렸던 것은….”

“아, 엘릭서?”

주병훈의 손에 어느새 보랏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액체가 담긴 병이 들려 있었다.

강민혁이 두 눈을 빛냈다.

“감사….”

저것만 있다면 히드라의 독액에 엉망이 된 몸을 치유할 수 있다.

수많은 힐러들과 포션으로도 치료하지 못한 상처를!

쨍그랑!

하지만 주병훈은 엘릭서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트렸다.

“민혁아.”

“왜…, 왜…, 사장님…!”

“실패했으면 죽어야지. 왜 살아 돌아오고 그래.”

옆을 향해 눈짓하는 주병훈.

처억.

그와 함께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강민혁의 옆에 섰다.

“증거품은 죽어야지.”

주병훈의 눈이 섬뜩하게 빛을 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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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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