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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72화 (72/284)
  • 제3권 22화

    072

    포효하는 화염의 사자가 히드라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와직-!

    깊게 박힌 이빨 그대로 물어뜯어 드러난 살점.

    치이익-!

    사자의 열기에 히드라의 목이 지져져 역한 향내를 피워내었다.

    타앗.

    바닥에 내려앉은 이정기.

    “하아…. 하아….”

    그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한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마력.

    ‘볼텍스보다 덜한 마력 소비량이지만….’

    그렇다고 큰 차이가 날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다만 효과에 대한 차이는 분명했다.

    ‘속성.’

    마력을 통한 공격에 속성이 깃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성이 일반적인 기준을 아득히 넘어간다는 것 말이다.

    ‘어쩌면.’

    네메아는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스킬이었다.

    -쿠오오오오!

    고통에 몸부림치는 히드라.

    녀석이 사방으로 날뛰어 계속해서 독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뒤집히는 늪지.

    하지만….

    콰득!

    아직 네메아는 히드라의 다른 목을 물어뜯고 있었다.

    “후우.”

    숨을 고른 이정기.

    확신할 수 있다.

    ‘히드라는 쓰러진다.’

    이제는 히드라가 쓰러지기까지 기다리면 될 일.

    ‘체력과 마력을 너무 소모했어.’

    생각보다 더 큰 힘을 소모한 탓에 이정기가 회복에 전념하려 한 순간이었다.

    덜커덕.

    몸에 느껴지는 이질감, 무언가 자신의 몸을 옥죄고 있는 듯한 느낌.

    우웅.

    공명하는 마력.

    그리고….

    쒜에에엑-!

    공기를 가르는 소음과 함께 무언가 빠른 속도로 이정기를 노려왔다.

    타앗!

    급히 몸을 굴러 피해낸 이정기.

    이정기는 곧 무엇이 자신을 공격해 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화살….”

    강민혁.

    그가 빛나는 화살을 든 채 이정기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가로막듯 일렁이는 그림자.

    그건 마력장으로 아마 공격대원들과 자신들을 분리하여 이쪽의 상황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됐어…, 됐다고!”

    김윤태가 강민혁의 옆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녀석을 처치해! 그렇게만 되면….”

    김윤태는 이정기를 보고 있지 않았다.

    네메아에 의해 상처 입고 비틀거리는 히드라.

    “나도…, 이제부터 그 힘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야.”

    녀석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 * *

    “지금 무슨 짓이지.”

    이정기가 바로 선 채 강민혁을 향해 말했다.

    “몬스터를 노리다 잘못 발사한 건가?”

    그렇게 말했지만, 이정기는 바보가 아니었다.

    ‘분명 나를 노렸다.’

    강민혁 정도의 실력자가 조준을 그런 식으로 잘못할 리는 만무하다.

    특히나 히드라와 이정기의 거리가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강민혁은 분명 이정기를 노리고 화살을 발사한 것이었다.

    “방금 전의 공격으로 마력과 체력이 고갈됐을 줄 알았는데.”

    다시 활시위를 잡으며 말하는 강민혁.

    우웅.

    공명음과 함께 시위에 여러 개의 화살이 동시에 깃들었다.

    “아직 조금 힘이 남아 있나 봅니다.”

    “…….”

    “그럼….”

    녀석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곧이어.

    파-아앙!

    녀석은 활시위를 놓았다.

    “조금 더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겠군요.”

    쒜에에엑-!

    날아드는 여러 대의 화살.

    이정기는 급히 몸을 틀어 화살을 피해내려 했다.

    화살의 궤적과 멀어진 이정기.

    “소용없습니다.”

    하지만 화살은 곧 방향을 틀어 다시금 이정기를 향해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카앙!

    네메아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두 대의 화살은….

    푸욱! 푹!

    이정기의 오른쪽 팔을 꿰뚫곤 깊게 박혀 버렸다.

    “크윽!”

    고통에 억눌린 신음을 흘리는 이정기.

    “결국은 선을…, 넘는군.”

    이정기가 김윤태와 강민혁을 보며 말했다.

    “김윤태, 감당할 수 있겠어?”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는 자신을 향해 동생이라며 웃음 짓던 김윤태였지만, 어리숙한 녀석이 감정을 제대로 숨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미 이정기는 김윤태가 자신에게 강한 질투심과 증오를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강민혁.’

    또한, 주병훈에게서 데려온 강민혁이 김윤태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크크큭. 감당?”

    김윤태가 강민혁의 뒤에 선 채 말했다.

    “감당이야 할 수 있지! 어차피 너는 여기서 끝장날 테니까 말이야!”

    “…….”

    “할머니가 조금 노하시긴 하겠지만….”

    다시금 히드라를 보는 김윤태.

    “내가 그 힘을 얻으면 할머니도 이젠 날 어쩌시지 못할 거야!”

    쒜에에엑!

    그 사이 몇 대의 화살이 이정기를 향해 더 날아들었다.

    체력이 보존된 상태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겠지만.

    파악! 푹!

    이정기는 또 한 번 화살에 꿰뚫릴 수밖에 없었다.

    ‘세컨드 라인.’

    과연 세컨드 라인의 랭커는 로베르트와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강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털썩.

    허벅지에 화살이 꿰뚫린 탓에 한쪽 무릎을 꿇은 이정기.

    터벅.

    강민혁은 활시위에 화살을 잰 체 천천히 이정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이정기가 그런 강민혁을 올려다보았다.

    이정기의 앞에 선 강민혁, 녀석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당신의 실력은 잘 봤습니다.”

    “…….”

    “과연 경악할 만한 성장 속도와 능력입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진심.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스윽.

    강민혁이 한 손에 화살만 쥔 채 이정기의 목울대에 가져다 댔다.

    “제가 조금만 손을 더 내밀면 당신은 죽겠죠.”

    “서둘러! 이제 곧 괴물이 쓰러진다!”

    시끄럽게 떠드는 김윤태.

    이정기는 강민혁을 똑바로 본 채 말했다.

    “너는 주병훈의 사람이 아니었나?”

    “…….”

    “왜 김윤태의 말을 따르지?”

    이정기의 질문에.

    피식.

    처음으로 강민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군요. 김윤태를 따른다? 아닙니다.”

    강민혁이 말했다.

    “저는 지금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

    “선택하십시오. 주병훈 사장님과 함께 하실지.”

    “……!”

    “아니면 이 자리에서 목이 꿰뚫려….”

    강민혁이 슬쩍 고개를 돌려 김윤태를 보았다.

    “저 모지리가 원하는 대로 되실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사실 이정기는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김윤태와 강민혁.

    하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주병훈.’

    3세대 성혈 중 가장 맏형인 그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꽤 있었다.

    ‘신중한 사람입니다.’

    신중하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사람이기도 하죠.’

    이진석의 말.

    그렇기에 이해가 잘 가질 않았다.

    김윤태에게 칼을 빌려준 것이라면.

    ‘신중하다는 주병훈이 이렇게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낼까?’

    그렇다고 정말 백두 길드의 던전 공략을 돕고자 강민혁을 빌려주었을까?

    이정기의 생각에는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다.’

    그걸 알고 싶었다.

    “이거군.”

    그리고 알게 된 목적.

    “주병훈 사장님은 이정기 헌터를 높이 평가하고 계십니다. 저 뒤의 머저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슨 잡담들을 하는 거야! 강민혁! 당장…!”

    “주병훈 사장님의 손을 잡으신다면….”

    강민혁이 입가를 말아 올린 채 말했다.

    “살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웅.

    이정기의 목울대에 가져다 댄 화살, 그 화살을 쥔 반대편 손에 활이 사라지고 화살이 나타났다.

    “저 머저리가 어찌 되든 묵인하겠습니다.”

    신중한 주병훈.

    그리고.

    ‘잔인한 주병훈.’

    이정기는 그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병훈은.

    ‘나와 김윤태의 사이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켜놓고, 나를 궁지에 몬다. 그리곤 내게 손을 뻗는다.’

    손을 잡으면 자신은 살고, 김윤태는 죽는다.

    손을 잡지 않으면.

    ‘나는 죽고, 김윤태가 산다.’

    주병훈으로서는 아무것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손을 잡으면 그는 자신을 얻는 것이고, 손을 잡지 않으면.

    ‘김윤태는 나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약점을 주병훈에게 잡힌다.’

    제법 그럴싸하지 않은가.

    “내가 손을 잡는다면?”

    이정기가 말했다.

    “주병훈은 나를 믿을 수 있나?”

    신중한 주병훈이라면 손을 잡겠다는 한마디에 자신을 믿을 수 있을까?

    자신이 주병훈이라면.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 나를 속박할 것이 있을 것이다.

    “당신을 살려드린다면 김윤태를 죽일 것 아닙니까? 제가 본 당신은….”

    강민혁이 말했다.

    “사장님만큼이나 잔혹한 분이신 듯한데요.”

    “…….”

    김윤태의 약점을 잡듯, 자신에게도 약점을 잡겠다는 말.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강민혁이 제 가슴팍에 손을 넣었다.

    “이것, 여기에 마력만 불어넣으시면 됩니다.”

    한눈에 봐도 특별해 보이는 송곳.

    저것이 무엇이기에.

    “계약의 송곳입니다.”

    “계약의 송곳?”

    “이것에 마력을 불어넣으시면 송곳이 당신의 가슴으로 흡수될 겁니다. 그리고 송곳의 주인이 원한다면….”

    다시 한 번 상기하는 주병훈의 성격.

    “송곳이 심장을 꿰뚫겠죠.”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이정기가 강민혁을 보며 말했다.

    “주인은 신중한데, 수하는 그렇지 못한 것 같군.”

    “……?”

    “몬스터가 쓰러지는 걸 제대로 봤나?”

    이정기의 눈에 붉은 마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타앗!

    이정기가 몸을 비틀었다.

    “어딜!”

    강민혁이 다급히 손을 내밀어 화살을 이정기의 목울대에 꽂아 넣으려 했다.

    서걱!

    화살촉에 갈라진 이정기의 목.

    핏물이 튀기며 상처 입었지만.

    “어떻게 아직 그런 힘이…!”

    이정기는 얕은 상처만을 입었을 뿐, 멀쩡한 모습으로 거리를 벌려 있었다.

    투캉!

    이정기의 몸에 박혀 있던 강민혁의 화살들이 부러져 떨어졌다.

    강민혁이 다급히 활을 꺼내 화살을 재려 했으나.

    “늦었어.”

    이정기는 바닥을 박차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방금까지 이정기가 있던 그곳으로.

    콰콰콰콰콰쾅!

    히드라의 브레스가 쏘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히드라를 조우했을 때, 메티스가 했던 말이 있었다.

    [히드라의 재생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넥타를 회수하기 전까지 재생할 테니, 승기를 잡는다면 끝을 봐야 합니다.]

    경고.

    이정기는 그 말을 듣고 일부러 히드라의 숨통을 완전히 끊지 않았다.

    네메아에 넝마가 된 히드라는 지금.

    -쿠오오오오오!

    절반쯤 회복해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브레스를 쏘아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히드라의 브레스가 강민혁과 충돌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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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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