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70화 (70/284)

제3권 20화

070

“적어도 하루 정도 더 갈 수 있게 길을 닦아놨다.”

간단한 보고.

울컥!

김윤태는 속에서 무언가 치솟는 것을 느꼈지만 보는 시선이 너무 많았다.

“수고…, 했다.”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

그렇게 척후의 임무를 마친 이정기와 헌터들이 공격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있었다.

“이제 식사 시간인데…, 함께해도 되겠습니까?”

던전에 들어와 계속 홀로 밥을 먹었던 이정기.

그에게로 척후 임무를 함께한 헌터가 한두 명씩 다가간 것이었다.

“맘대로 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묵묵히 밥을 먹는 이정기.

“저기….”

헌터들은 그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대화하면서도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마치 그것이었다.

좋아하는 스타나, 존경하던 인물을 만났을 때의 조심스러움.

즉.

‘경외.’

무시와 불편함이 어느새 경외의 감정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었다.

또한, 변화는 그들에게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혹시….”

“저희도….”

이정기에게 헌터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정말이야? 땅굴을, 검으로 파괴했다고?”

“직접 못 봤죠? 못 봤으면 못 믿을만하죠.”

이정기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헌터들끼리 척후 임무에서 보았던 것들을 나누었다.

“몬스터 시체들이….”

“두 번 공격할 필요도 없었어요.”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함정을 잘 찾는 건지….”

“함정 파훼 스킬도 분명 없으시다고 했는데.”

이정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분위기.

백두 길드에서 나름 입지가 있는 자들이나, 베테랑 헌터들은 그 대열에 끼지 않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김윤태가 그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버러지 같은 것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녀석들이 조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주인을 바꾸는 모습이라니.

그건 애완동물조차 하지 않을, 버러지나 할 법한 일이라고.

“제기랄.”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건방도 오래가지 못할 거다.’

김윤태는 던전 안까지 가지고 들어온 고급 식재료를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내가 주안나, 그 년처럼만 된다면….’

이정기도 별 것 없을 것이라고.

아니.

‘오히려 내가 너보다 훨씬 강해질테지.’

막연한 자신감.

하지만 김윤태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엄마가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아빠.’

김윤태가 신경질적으로 음식을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휴식은 여기까지! 척후대가 길을 닦아놨다니, 어디 한번 가보자고.”

아직 식사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길드원들이 대다수, 배려라곤 하나 없는 결정에 헌터들의 얼굴에 불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체 언제 나타나는 거야?’

그 모습에 더 조급해진 김윤태.

엄마의 말대로라면 이미 던전에 변화가 일어났어야.

쿠쿠쿵!

갑작스레 던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던전 마력량 상승!”

“무슨…!”

“충격에 대비해!”

갑작스럽게 마력량이 상승하며 흔들리기 시작한 던전.

공격대의 베테랑들이 명령을 내리며 상황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스윽.

이정기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쿠웅!

더욱 거세지는 진동.

그와 함께 사방의 벽들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들었겠지.”

이정기가 김윤태를 향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부턴 내가….”

“개소리!”

김윤태가 소리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공격대 전원-!”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목소리.

마치 라이마의 피를 섭취했을 때처럼 붉게 상기된 김윤태가 더 크게 소리쳤다.

“전진-!”

“……!”

설마하니, 이런 선택을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이정기.

아무리 바보라고 하지만 설마 공격대원 전원을 사지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짓을 선택할 줄이야.

“그래.”

더 이상 말릴 생각도 없다.

“지옥을 겪고 싶으면 맘대로 해.”

그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이정기.

우우우웅!

마침내 던전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게, 게이트…!”

헌터들이 그 모습에 우왕좌왕하며 당황했지만.

“뭐 하고 있어!”

김윤태는 더욱 그들을 채찍질했다.

“전진해! 우리도 게이트에 들어가는 거다! 약속하마! 게이트를 공략하고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무, 무엇이든!”

김윤태가 막장이라고 하나 내뱉은 말을 지켰던 것만큼은 사실.

그제야 움직이지 않던 공격대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이잉-!

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크크큭!”

김윤태는 그곳으로 몸을 던지며 억눌린 웃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마침내 나도 그 힘을 얻는구나.”

* * *

[올림포스에 입장했습니다.]

오랜만에 메티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와 잠시 재회했을 때, 겁을 먹은 이후 거의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지역, 레르네.]

지역?

메티스의 말이 잠시 끊어졌고, 이정기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사아아.

몸을 휘감는 산뜻한 마력의 바람.

신체의 능력이 활성화되며, 마력이 증폭되기 시작한 것이 느껴졌다.

우우웅.

또한, 착용한 네메아도 올림포스의 마력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작게 울어대고 있었다.

[넥타가 완전 활성화됩니다.]

메티스의 목소리.

푸슈우우욱.

하지만 곧 땅 밑에서 연기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증기?’

뜨거운 열기.

하지만 이건 단순한 열기가 아니었다.

“독.”

길드전 때의 경험으로 지긋지긋해져 버린 독.

이 증기는 독으로 이루어진 독연이었다.

[넥타의 힘으로 독연을 몰아냅니다.]

[넥타가 지속적으로 소모됩니다.]

하지만 뷔앙의 독연과 달리 레르네라 불리우는 이곳의 독은 넥타를 소모해 막아낼 수 있는 듯했다.

그래도.

‘시간을 오래 끌어선 안 되겠어.’

계속된 소모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즉 장기전은 무리라는 뜻.

그때였다.

우우웅!

이정기의 뒤편이 웅웅대며, 또 한 번 문이 열렸다.

“결국, 발을 디뎠군.”

누구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스읍. 하! 이곳이 바로….!”

맨 선두에 서 있는 김윤태, 녀석이 정말로 공격대를 이끈 채 던전 게이트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희열이 가득한 얼굴로 마력을 빨아들이는 녀석.

“커, 커억!”

하지만 곧 녀석은 비명을 토해냈다.

녀석뿐만이 아니었다.

“켈록! 켈록!”

“이건….”

“도, 독이다!”

뒤이어 들어온 공격대원들 역시 레르네에 가득한 독연이 침투하는 것을 느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더욱이….

“크…, 크억!”

이곳은 올림포스, 일반적인 던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농밀한 마력이 존재하는 땅.

어지간한 헌터라면 심해 속에 가라앉은 듯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저들이 백두 길드의 나름 엘리트 헌터라는 것이지만.

“해독제!”

마력 탓에 독이 더욱 빠르게 퍼져나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후, 후우….”

“상급 해독제로도 완전한 해독이 안 되잖아….”

“이렇게 되면….”

해독제를 들이부어도 중화되지 않는 독.

“포션을 마시면서 사냥할 수밖에 없어!”

그들은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체력 탓에 회복제를 들이붓는 수준으로 마셔야 할 터였다.

하지만 거대 길드라 하나 회복제의 개수는 한정적.

“여긴 대체 무, 뭐야!”

회복제는 동이 날 터였고, 회복제가 동이 날 때쯤 저들의 절반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었다.

“이정기-!”

해독제를 마신 김윤태가 이정기를 향해 소리쳤다.

“대체 여긴 뭐냐!”

그는 겁에 질린 얼굴로 이정기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여긴….”

“말했잖아.”

어느새 김윤태의 앞에 나타난 이정기.

던전에서와 전혀 다른 속도에 김윤태는 물론이거니와 강민혁마저 몸을 움찔거렸다.

“지옥이라고.”

“그런 건…!”

“듣지 못했나?”

반응을 보니 정말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럴 수도 있으려나.’

정훈이 말하길 특별 관리 던전에서 던전 게이트를 겪은 헌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만약 겪게 된 자들은.

‘대부분 죽었다고.’

그래도 주영은이라면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보를 숨긴 건가.’

누군가 특별 관리 던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숨긴 것이 분명한 듯했다.

“엄마는 분명….”

“누굴 탓하는 거냐.”

이정기가 싸늘한 눈초리로 김윤태를 내려보며 말했다.

“결국, 선택한 건 너야.”

“……!”

“저 헌터들을 이끌고 사지에 몰아넣은 건 너라고.”

“그럴 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패닉에 빠진 듯한 김윤태.

“여기서 나가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정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여긴 게이트다.”

“게이트…?”

김윤태가 성혈이라고 하나 그는 신세대.

즉, 게이트를 겪지 못한 세대였다.

그러니 게이트에 대해 배웠을망정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배우지 않았나?”

“설마….”

“게이트는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전까지, 출구가 열리지 않는다.”“뭐!”

이정기는 이제 완전히 뒤돌아섰다.

“네 선택은 네가 책임져라.”

“이정기-!”

“지금부터는….”

쿠쿠쿠쿠쿵!

다시 한 번 대지가, 늪지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의 헌터들.

그리고 강민혁 또한 눈을 꿈틀거리며 이 상황에 당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럴 것이다.

[넥타 감지.]

지금 느껴지는 힘은 그들이 지금껏 사냥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 일 테니까.

[레르네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레르네의 주인.

보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정기는 검을 쥐어 불꽃을 일으켰다.

“알아서 살아남아.”

“너…!”

그때였다.

약간의 긴장감으로 몸을 덥히고 있던 이정기가 눈을 치켜뜨며 방어 태세를 취했다.

알아서 살아남으라 했지만.

“피해!”

이건 위험하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공명하기 시작한 대기.

이 느낌은 올림포스에서도 몇 번 느껴본 적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상위, 아니 초상위의 몬스터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브레스다!”

콰콰콰콰콰아아아아앙!

파란 빛줄기가 저 먼 곳에서부터 늪지를 부숴가며 이정기를 향해 쏘아져오고 있었다.

[히드라.]

들려오는 메티스의 목소리.

[레르네의 주인입니다.]

쾅!

이정기와 히드라의 브레스가 충돌한 순간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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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m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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