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68화 (68/284)

제3권 18화

068

총 100여 명으로 이루어진 백두 길드의 제2 공격대.

열 명 내외로 공격팀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나, 오십 명 내외의 다른 공격대와 비교해도 막대한 숫자의 헌터들이 하나의 공격대에 속해 있음이 분명했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공격대장 김윤태.’

중소규모의 길드에서나 가능한 S랭크급 공격대장 때문이었다.

사실상.

‘공격대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 빈자리를 채우고, 김윤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막대한 숫자의 공격대가 탄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효율의 극치.

그러나 성혈이라는 점, 주영은이 김윤태를 끔찍이 아낀다는 점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공격대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밀어붙여!”

물론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쿠쿠쿠쿵!

상식을 벗어나는 숫자는 당연히 던전 공략을 수월하게끔 해주었고, 헌터들을 더욱 안전하게 해주었다.

헌터 개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줄어들지만, 지극히 안정적인.

그런 공격대인 것이었다.

던전 공략을 시작한 백두 길드의 제2 공격대.

“크오오오!”

그들은 파죽지세로 던전을 공략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 이정기는.

“…….”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성의 전략 지원을 명목으로 파견나온 이정기였지만, 누구 하나 그에게 말을 붙이지도, 해야 할 일을 정해주지도 않았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한 무시 속에서.

“부숴 버려!”

마치 구경꾼과 같은 포지션이 된 것이었다.

이정기는 그저 공격대의 사냥을 지켜보며, 정훈 정보부장이 전해주었던 정보를 떠올렸다.

‘또 다른 특별관리 던전에 대한 정보입니다.’

혼돈의 세대와 상응하여 본 모습을 드러내는 특별 던전.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정기에게 이성의 마력 던전보다도 훨씬 필요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특별관리 던전으로 확정되기 전, 던전 공략권을 가져간 길드가 있습니다.’

협회가 특별관리 던전으로 지정하는 것은 협회의 던전 정찰이 끝난 이후였다.

그들에게 기밀로 전해지는 정보를 토대로 던전이 관리할 이유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

그러나 혼돈의 세대에 대한 것도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지금, 그들의 정찰이 완벽할 순 없었다.

이따금, 던전의 특이점을 찾기도 전, 영향력 있는 길드가 던전 출몰을 알아채고 미리 공략권을 선점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백두 길드가 던전 공략권을 가져갔습니다.’

백두 길드에 공략권이 넘어갔다.

중소규모의 길드라면 협회의 힘으로 어찌 던전의 공략권을 가져오겠으나, 백두 길드는 달랐다.

이성의 형제 길드, 동시에 주영은 길드장의 막무가내로 난항을 겪고 있던 것.

‘원래라면 이성에 따로 요청할 생각이었으나….’

판이 바뀌었다.

새로운 혼돈의 세대, 이정기가 나타난 것.

그리하여.

‘백두 길드로 파견을 가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던전이 상호작용한다면….’

그때 던전 게이트를 공략하라는 것.

주영은도 혼돈의 세대에 대해 알고 있으니, 김윤태에게 미리 경고했을 테니 던전 게이트에 다른 헌터들이 휘말리는 것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

이정기가 상념을 끝마쳤을 때.

“포션!”

던전의 공략 상황이 변해 있었다.

“힐러들! 빨리!”

“제기랄…!”

“대체 던전 난이도가 왜 이래!”

순항을 겪고 있던 던전 공략이 폭풍을 맞이한 것이었다.

* * *

쉽게만 생각했던 던전 공략에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 문제.

“지형이 문제입니다.”

100명 가까이 되는 공격대, 그들이 모두 힘을 쓰려면 당연하게도 넓은 지형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던전 공략이 진행되며, 던전 구조가 넓은 지형보다는 대여섯 명 정도만이 움직일 수 있는 좁은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밝혀졌다.

“정찰 안 했어?”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김윤태.

“정찰은 했습니다만, 특수 던전인 것 같습니다.”

예전, 게이트가 그러했듯 던전도 비슷했다.

예상하기 힘든 문제들이 발견된다는 점이 바로 그러했다.

‘마력에 의해 지형이 바뀌는 경우.’

이런 것은 정찰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팀장이 말했다.

“함정이 너무 많습니다.”

던전에 존재하는 마력 때문에 만들어진 함정들.

소수의 공격팀이라면 천천히 나아가며, 함정을 해제하고, 해제하기 힘들다면 피해서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백두 길드의 제2 공격대는 그 괴랄한 숫자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던전 공략 기간이 하루만 늦어져도, 헌터들에게 지급해야 할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게다가 그 많은 수가 우회할 지형이 존재하는 곳을 찾는 것조차도 일이었다.

“제일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형과 함정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

“땅굴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뭐?”

김윤태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땅굴.’

그건 헌터가 사용할 수 없는, 몬스터들만이 사용하는 일종의 비밀 통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 또한 소수의 팀 단위라면 문젯거리가 될 것이 없지만.

‘다수의 공격대라면 다르다.’

공격대의 특성상 딜러조과 탱커조, 지원조의 구별이 뚜렷한 데다 각 진영의 수도 많았다.

그리고 땅굴을 통해 몬스터는.

‘지원진이 있는 후방을 공격한다.’

즉, 쉽사리 포위상태가 되며 지원 헌터들이 있는 후방은 공격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뜻이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지원진이 있는 후방에도 탱커와 딜러들을 욱여넣는 것인데, 자칫 잘못했다간 전방과 후방 전부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었다.

“젠장!”

이럴 때,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공격대장의 역할이었지만.

“뭐, 어쩌라는 거야?”

김윤태에게 그런 능력 따위 있을 리가 없었다.

“던전 공략을 포기하는 것이….”

그렇다고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는 자도 없었다.

백두 길드에서 김윤태의 권력은 절대적이었고, 김윤태가 던전 공략에 대해 조언 한 헌터들을 거슬린단 이유로 좌천시키거나 한 일은 유명했으며.

‘심하면 함정에 밀어 넣던지, 미끼로 사용한다.’

심하게 심기를 거스른 경우, 공략을 이유로 위험한 일들을 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나보고 던전 공략을 포기하라는 거야?”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김윤태.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젠장.’

던전 공략에 문제가 많다.

평소라면 정말 던전 공략을 포기할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윤태야.’

던전에 들어오기 전, 길드장인 어머니 주영은이 자신을 따로 불러서 했던 말.

‘이건 기회야.’

‘엄마. 무슨 기회?’

‘평범한 공략권으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는 기회, 그리고….’

김윤태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던 이야기.

‘네가 안나, 그 건방진 년처럼 될 수 있을지 몰라.’

김윤태의 콤플렉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

거기다가.

‘이정기.’

눈에 거슬리는 녀석을 어찌어찌할 수 있을 기회이기도 했다.

“그따위 말 말고 제대로 된 전략을 말하란 말이야.”

스스로 무언가를 끌어내기보다는 팀장들을 채근하는 김윤태.

하지만 혹시 모를 타겟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팀장들의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있다.

이 중에서 김윤태의 표적이 되지 않고도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

“척후대를 따로 구성해서 정찰을 진행하고 땅굴을 파괴하는 겁니다.”

강민혁.

이성 그룹 소속인 그인 데다, 김윤태의 사촌 형이기도 한 주병훈의 직속인 그라면 아무런 걱정 없이 직언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특히나 세컨드 라인의 랭커인 그가 보는 시선은 무언가 다를 것임이 분명했다.

“척후대? 땅굴 파괴?”

“땅굴 파괴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김윤태의 공격대가 엉망일 뿐이지, 백두 길드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였으니까.

“그렇다면 실력 있는 헌터들로 구성한 척후대를 먼저 보내 지형을 살피게 하고 땅굴 및 함정 파괴를 하는 게 가장 좋아 보입니다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

김윤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강민혁의 입에서 나온 척후대, 그리고 실력 있는 헌터.

말이야 좋다지만.

‘가장 위험한 일.’

그런 일을 시킬 사람이 이곳에 있지 않은가.

“좋아. 그 방법으로 가지.”

김윤태가 구석진 자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조용히 앉아 이야기만 듣던 이.

“동생. 부탁해도 되겠지?”

이정기를 향해.

* * *

던전 공략 내내 이정기를 향했던 차가운 시선.

김윤태가 이정기를 질투하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공격대원들이었기에, 김윤태의 눈치를 살피느라 이정기에게 말조차 붙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시선들을 느끼며 이정기는 생각했다.

‘다를 게 없군.’

자신이 느꼈던, 지구 그리고 대한민국은 여기 던전 안에서도 똑같은 모습이라고.

솔직한 심정으로 그런 모습을 보며 역한 것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증.

‘이런 곳이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고향이라니.’

기존의 팀원들마저 떠난 지금, 이정기에게 지구는 결코 좋은 감정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며, 이정기의 생각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어릴 때 해주던 말씀.

‘정기야, 만약에 말이다. 우리가 지내야 할 안전지대 근처에 거슬리는 몬스터의 스폰 지역이 있다면 어떡할 테냐.’

할아버지의 질문에 아직 어렸던 이정기는 답했다.

‘다른 안전지대를 찾아요?’

몬스터의 스폰 지역이 있다면 계속해서 귀찮은 몬스터들이 습격하거나 나타날 것이다.

처음에야 사냥해서 처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들이 또 나타날 테고, 그것들은 낮이고 새벽이고 할 것 없이 자신을 귀찮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 다른 곳에 정착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틀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부숴라.’

피할 필요 없다.

‘몬스터가 스폰되면 또 사냥하고, 또 사냥하고, 또 사냥해라.’

그렇게 수십 번, 수백 번 사냥하면 스폰 지역이 붕괴해 안전지대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거슬리는 게 있다면 피하지 말거라. 부딪혀 부수거라. 안전은 지키는 것, 피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래도 없어지지 않는 스폰 지역도 있을 거다.’

부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몬스터가 스폰되면, 한두 마리를 제외하고 가장 처절하고 잔인하게 죽여라.’

할아버지는 또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면 살아남은 몬스터는 너에게 겁을 먹고, 네 눈치를 살필 거다. 새로운 몬스터들이 스폰되어도 네게 공포를 느끼는 몬스터들이 그들을 가르치고 너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가르침들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정기는 많은 것을 잘못 생각했음을 깨닫고 있었다.

‘지구, 그리고 인간.’

올림포스와 몬스터와는 다를 것이라는.

하지만 아니다.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피해선 안 된다.

스릉.

“마주해. 부딪힌다.”

그리고.

“바꾼다.”

이정기의 손에 들린 검에 갑자기 붉은 마력이 치솟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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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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