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67화 (67/284)
  • 제3권 17화

    067

    쿠쿠쿠쿠쿵!

    공간이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음악 소리.

    위이잉.

    하지만 자동문 너머에 들리는 음악 소리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클럽 니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클럽의 VVIP룸의 방음은 몬스터의 습격조차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것이었다.

    “다들 재밌게 놀고 있었어?”

    방에 들어와 환한 미소로 입을 연 김윤태.

    “왜 이렇게 늦게 와?”

    “큭큭, 또 뭐 재밌는 거라도 있는 거야?”

    테이블에는 김윤태의 절친한 친구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거기다 자랑스러운 동생도 혼자 두고 말이야.”

    테이블의 상석에 앉아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정기였다.

    ‘오늘 시간 있어?’

    이정기를 향해 물어왔던 김윤태.

    이정기는 잠시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결과가 바로 이곳, 그리고 현재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헌터를 데려와 놓고, 혼자 두면 어떡해?”

    장난스럽게 김윤태를 향해 말하는 친구들.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안의 자제들이었다.

    이성과 백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의 자제들.

    헌터 산업을 손에 꽉 쥔 채 막대한 부를 쌓아놓은 기업의 자제들.

    “동생이 낯을 많이 가리나 봐?”

    헌터와 유착하여 금전과 권력을 모두 가진 정치가들의 자제들까지.

    씨익.

    김윤태는 그들을 보며 웃었다.

    ‘봤냐?’

    이것이 자신이 가진 힘이다.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란 야만인이랑은 다르다고.’

    헌터가 존재치 않던 시대?

    헌터가 존재하는 지금?

    물론 가치가 변한 것은 많지만.

    ‘이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았지.’

    지배자들.

    그들은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또다시 금력을 쌓고, 권력을 쟁취했으며 명예를 드높였다.

    “자자. 이제부터 제대로 놀아보자고.”

    김윤태도 테이블에 착석하며 술잔을 들기 시작했다.

    “우리 금쪽같은 동생은 이렇게 노는 게 처음인 것 같으니, 너희들이 신경 써주고.”

    다시금 이정기를 향한 시선들.

    “좋아! 한 번 먹고 죽어보자고!”

    파티가 시작됐다.

    “마셔. 형이 주는 술은 거절하는 거 아니야.”

    묵묵히 앉아 있는 이정기를 향한 관심.

    그들은 쉴 새 없이 이정기를 향해 질문하며 술잔을 따라주었다.

    “어떻게 그렇게 강해진 거야?”

    “정말 올림포스에서 나고 자랐나?”

    사소한 질문들부터.

    “그럼….”

    씨익.

    “이강 길드장이랑 유영아 헌터는 죽은 거지?”

    결코, 해선 안 되는 질문까지.

    질문이 나옴과 동시에 굳어진 이정기의 얼굴을 보며 질문을 한 자가 웃음 지었다.

    “아니, 그분들 재산이 꽤 될 텐데. 어떻게 되는 건가 해서 그렇지.”

    꽈악.

    주먹 쥔 이정기, 그가 김윤태를 바라봤다.

    하지만.

    씨익.

    김윤태는 그저 웃으며 술잔에 담긴 술을 마실 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

    * * *

    술자리가 계속될수록 이야기의 질문의 수위는 점점 세지고 있었다.

    “로베르트를 죽였잖아. 기분이 어땠나? 랭커를 죽이면 막 짜릿할 거 같은데.”

    도를 넘고 있는 질문들.

    ‘후.’

    이정기는 티 내지 않은 채 숨을 골랐다.

    “자꾸 무슨 이상한 질문만 하는 거예요?”

    그때 한 여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말했다.

    야당 대표 윤문산의 막내딸인 윤하민.

    “…….”

    그녀가 자리를 일어서자 처음으로 김윤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새로운 손님이라 불러놓고 이따위 질문만 늘어놓다니. 원래도 질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네요.”

    “뭐?”

    그녀의 말에 몇몇이 기분 나쁜 듯 입술을 비틀었지만.

    스윽.

    김윤태가 손을 들자 곧 입을 다물었다.

    “제가 이들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사과드릴게요.”

    이정기를 향한 사과.

    “하지만, 여기 더 있어 봐야 좋은 꼴을 보진 못할 거에요. 아무래도….”

    스윽.

    그녀는 가방과 짐을 챙겨 천천히 나가기 시작했다.

    “절대 좋은 의도로 당신을 부른 건 아닌 것 같으니까요.”

    “윤하민…!”

    김윤태가 그런 윤하민을 부르자, 윤하민이 김윤태를 노려봤다.

    “다음부터는 불러도 나올 일 없을 거예요. 최악이네요.”

    “윤하민!”

    그녀가 방을 나서자 분위기는 더욱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

    적막이 감도는 방.

    그때 김윤태가 누군가를 호출해 지시하기 시작했다.

    “최상급으로만 가져와.”

    김윤태의 말에 무거워졌던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 오늘 윤태가 쏘는 건가?”

    “최상급이라니.”

    “기대되는걸?”

    윤하민으로 인해 차가워졌던 분위기가 풀리는 것도 잠시.

    “최상급, 대령했습니다.”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술이 가득 담긴 바틀을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좋아!”

    김윤태가 가득한 술병들을 집어던지듯 빼놓기 시작했다.

    한 병에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주류들.

    째에엥!

    그것들이 바닥과 부딪혀 깨졌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스윽.

    바틀 바닥에 있는 작은 병들.

    “이게 뭔지 알아?”

    김윤태가 그것을 들어 이정기의 눈앞에 흔들며 말했다.

    “라미아의 피야.”

    라미아.

    A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지만, 수중 몬스터라는 특성, 그리고 극히 발견하기 희박하다는 이유로 쉽게 볼 수 없는 몬스터였다.

    또한 그것들은 일반적인 A급 몬스터보다 더 높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는데.

    ‘환상.’

    라미아의 특별한 능력이 바로 강렬한 환상을 심어준다는 것이었다.

    환상에 빠진 대상은 지독한 쾌락에 빠져 제대로 된 사고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고, 라미아는 그 틈을 노려 대상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즉.

    ‘마약.’

    결코 유통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의 물건.

    협회에서도 라미아의 피는 특별히 관리되며 의료용으로밖에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김윤태가 병을 따 입에 부으며 말했다.

    순식간에 벌게지는 김윤태의 얼굴.

    “라미아 퀸의 피다. 이 말씀이야. 이게 한 병에….”

    그때였다.

    “이만 가겠습니다.”

    이정기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뭐?”

    “더 못 있겠네요.”

    그렇게 자리를 떠나려는 이정기.

    그 사이 이미 라미아의 피를 섭취한 남자가 일어서 소리쳤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이미 취한 듯 김윤태처럼 벌겋게 상기된 얼굴.

    “형들이 놀아주면….”

    이정기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내뻗으려던 찰나.

    짜악-!

    경쾌한 타격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냄새나니까. 좀 닥치지.”

    박력 있게 울려 퍼지는 이정기의 목소리.

    이정기에게 뺨을 맞은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다시금 소리치려 했다.

    짝-!

    이정기의 손이 다시금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

    이번에는 조금 더 손에 힘들 주었는지 기절해버린 남자.

    이정기는 천천히 방을 훑기 시작했다.

    여섯의 남자, 네 명의 여자.

    하지만 이정기의 눈에는.

    울렁.

    일그러진 몬스터 따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참아보려 했는데.’

    모욕적인 질문들을 들으면서도 이정기는 꾹 참아보려 했다.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가족.’

    저 빌어먹을 것이 자꾸만 신경을 긁는다고 하나 어쨌든 가족이라는 것.

    자신과 어느 정도나마 피가 섞였다는 것.

    지구의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이곳의 룰과 상황에 맞추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못 하겠어.’

    빌어먹게도 세상은 자신과 맞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잘 맞을 수도.’

    지구에 와 며칠이 지난 후부터 끝없이 던졌던 의문.

    ‘이곳이 올림포스와 무엇이 다르지?’

    같은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

    서로 대화를 나누고 의지를 전달하고 뜻을 나눈다는 것?

    물론 인정한다.

    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겪었던 그 감정은 올림포스에서 할아버지들과 지내며 느껴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또한, 이진석에게서 느끼는 감정이나, 할머니에게서 느끼는 감정도 신선하고 새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계속해서 느껴지던 것.

    ‘이성 길드, 생츄어리의 던전 습격, 시엘, 김윤태….’

    그 외의 사람들은 그저 몬스터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힘이 있으면 힘이 없는 자를 깔보아도 된다.’

    힘이 있다면.

    ‘힘이 없는 자의 목숨을 위협해도 되며, 빼앗아도 된다.’

    이미 자신은 길드전을 통해 로베르트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로 인해 자신이 받은 처벌?

    휴가와 비슷한 근신이 전부였지 않은가.

    ‘힘.’

    다르지 않다.

    이곳 또한 올림포스와 같다.

    “덕분에.”

    이정기가 김윤태를 보며 말했다.

    “많은 게 명확해졌습니다.”

    “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재밌게 노세요.”

    걸어 나가는 이정기.

    하지만 누구 하나 이정기를 말릴 수도,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고오오.

    내비치지 않으려 해도 이정기의 감정에 동화해 비치는 마력.

    그것이 이정기의 등을.

    “…….”

    마치 괴물처럼 보이게 했으니까.

    이정기가 방을 나서고.

    콰앙!

    김윤태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다시금 테이블을 내리치며 읊조렸다.

    “젠장…!”

    하지만 곧, 그의 입가는 웃음으로 비틀어져 있었다.

    * * *

    “무구 체크해.”

    “포션 수량 부족하잖아! 가져와!”

    “수리 전부 완료됐겠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

    모두 백두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던전 공략에 앞서 준비를 위해 분주한 길드원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남자가 두 명 있었다.

    “크. 좋네.”

    가만히 앉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담페리동을 들이붓는 김윤태.

    그리고 또 한 명은.

    “…….”

    조용히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고 있는 이정기였다.

    김윤태야 평소처럼 하위 길드원에게 모든 일을 맡긴 채 쉬고 있는 것이라면.

    슬쩍.

    이정기는 그저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없는 존재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김윤태는 그런 이정기를 슬쩍 보곤 제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샴페인 잔을 건넸다.

    “이번 던전 공략….”

    씨익.

    말아 올라가는 김윤태의 입꼬리.

    “잘 부탁합니다. 강민혁 헌터.”

    하지만 강민혁이라 불린 남자는 샴페인 잔을 거절했다.

    “던전 공략을 앞에 두고, 술은 마시지 않습니다.”

    김윤태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이내 곧 웃음을 되찾았다.

    눈앞의 강민혁은 충분히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존재였다.

    ‘세컨드 라인의 랭커.’

    그리고.

    “뭐, 맘대로 하시죠.”

    이번만큼은 자신의 칼이 되어줄 존재였으니까.

    “던전 입장,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협회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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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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