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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65화 (65/284)

제3권 15화

065

카아앙!

마력이 깃든 검끼리 부딪치며 불꽃을 토해냈다.

파아앙!

그 충격파에 체육관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곳은 이성 저택의 체육관.

성혈들의 훈련을 위해 마련된 만큼, 이 정도 충격에 스크래치 하나 날 리 만무했다.

“확실히 검에 힘이 가득 담겨있군요.”

눈을 부릅뜬 채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안태민과 달리, 이진석은 여유롭게 안태민의 태도를 받아넘기며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앙!

튕겨 나가는 태도.

“너무 커다란 그 칼이 방해만 될 겁니다.”

안태민은 헌터답게 괴물 같은 신체 능력으로 튕겨 나간 태도를 바로 잡았지만.

퍼억!

이미 이진석이 들고 있는 검의 손잡이가 안태민의 명치를 때린 후였다.

“커억-!”

극렬한 고통에 비명을 토해내는 안태민.

“……!”

하지만 그대로 대련이 끝나버린 것은 아니었다.

안태민은 충격을 양손으로 잡던 태도에서 한 손을 빼내 이진석을 향해 뻗었다.

“헛.”

설마 저 커다란 태도를 한 손으로 들려 할지는 몰랐던 이진석이기에 당황하며 물러났고.

꽈악.

안태민은 다시금 여유를 찾아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과연….”

이진석의 눈 끝이 살짝 떨렸다.

“그분의 자제다운 실력입니다.”

이진석 또한 이성에 몸담은 자.

이성에서 성혈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하다는 안인회를 모를 리 없었다.

오히려.

“저도 그분의 공격대에 있었던 시절이 있습니다.”

안인회의 밑에서 던전을 공략했던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그분의 그림자가 너무 짙습니다.”

이진석이 검을 쥔 방법을 바꾸었다.

고오오!

그러자 솟구치기 시작한 마력.

안태민도 그 힘을 느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조금이지만, 그 그림자를 지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파앗!

순식간에 사라진 이진석.

그가 다시금 나타나.

카앙!

안태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카카카캉!

빠르고, 강력한 검격들이 셀 수 없이 이어졌다.

“큭!”

안태민은 그저 막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것이 이진석이 원하는 것이었다.

‘태도를 선택한 것은 일격필살에 많은 것을 기대고 있다.’

커다란 태도로 중거리에서 강력한 일격을 발휘하는 안태민.

어릴 때부터 막대한 마력과 강력한 신체 능력, 뛰어난 스킬까지 더해져 안태민의 태도는 거의 일격에 대상을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안태민의 일격필살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몬스터를 상대로는 아직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지만.

카아앙!

이정기, 찰리 등에게는 제대로 된 피해조차 입히지 못한 것이 현실인 탓이었다.

‘그건….’

이유는 간단하다.

‘진짜 강자와 제대로 겨뤄본 경험이 없어.’

안인회의 성격상, 안태민을 제대로 지도했을 리 없다.

그 결과 강한 힘에 더욱 의존했을 터.

“강자와 싸울 때는….”

카앙!

“구르고 흙 묻히며, 어떻게든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진석은 그것을 조금이나마 고쳐주고 싶었다.

* * *

‘고맙다.’

이진석과 대련을 끝마친 안태민은 이정기를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말하려던 모습이었지만.

‘아니다. 내일 권신우를 만나겠지? 그때가 지나서 이야기하지.’

그리고 현재.

부와아앙-!

비어있는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은 권신우.

그는 흥분한 채 떠들었다.

“더 밟아도 됩니까-!”

“물론입니다.”

그에 답하는 이진석.

“지금 이 도로는 던전 출몰로 잠시 통제된 상태입니다. 협회 측에는 협조를 구했으니 지금은 마음껏 밟으셔도 됩니다.”

이진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

부와아앙-!

자동차는 한 단계 속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마치 순항하는 요트를 탄 듯한 정숙함에 이런 스피드와 배기가 공존한다니!”

흥분하여 떠드는 권신우.

“이건 이정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이정기가 의아한 물음을 토해냈다.

부와아앙!

더욱 가속하는 자동차.

“괴물이라고!”

평소 진중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권신우는 마치 어린애가 된 듯 신이 나 떠들고 있었다.

텅 빈 고속도로를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 권신우.

그가 멈춘 것은 자동차의 기름이 거의 떨어지고 나서야였다.

“거기다 내연기관! 전기차는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무엇을 떠들든 이정기에겐 관심이 없는 것이었지만.

피식.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했다.

습격 사건으로 그들을 괜한 위험에 처하게 한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는데, 자신의 배상들에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정기도 기쁜 것이었다.

“후우.”

갓길에 주차한 채 잠시 내린 그들.

“근신 중이라 이성 마크는 떼어놓은 상태지만, 협회 측에 미리 이야기했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겁니다.”

자동차를 면밀이 살펴보는 권신우를 향해 이진석이 말했다.

그리고 곧.

“협회 측에서는 이번 던전 관리자로 정훈 정보부장이 와 있는 모양입니다.”

이진석은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혼돈의 세대 관련하여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요청해왔습니다.

머릿속에 들려오는 이진석의 목소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고속도로를 비워놓은 이유가 또 따로 있는 듯했다.

아마 자신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서였는 듯.

-잠시 들렀다가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진석의 물음에 이정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니, 원한다면 더 달리고 있어도 좋아.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뭐?”

흥분한 권신우가 이정기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너는 천사야!”

* * *

부와아앙!

이정기와 이진석이 자리를 비우고, 홀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던 권신우.

“후, 후후후.”

기쁜 듯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던 그가 룸미러를 바라봤다.

멀찌감치 보이는 점.

부와아아아앙-!

그 점이 굉음을 내며 가까이 오고 있었다.

“……? 분명 고속도로는 통제되고 있을 텐데?”

도대체 누가 도로를 이용한단 말인가.

그리고 또 하나, 이 굉음을 듣자 하니 저 자동차 또한 꽤나 고급 차량임이 분명해 보였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까 갓길에 주차한 권신우.

부웅.

그의 곁으로 자동차가 멈춰 섰다.

“맥라리?”

위로 열리는 문.

그리고 내려선 자들은.

“…….”

술에 취한 듯 붉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고 있었다.

“뭐야?”

한눈에 봐도 이상한 상황에 결국 권신우도 차에서 내려 그들을 마주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야, 이 새끼야!”

다짜고짜 퍼부어지는 욕설.

“넌 뭔데 여기서 운전을 해?”

혀 꼬인 목소리가 권신우의 귀에 들려왔다.

‘일반인.’

그들은 마력조차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

어쩌다 이런 이들이 술에 취한 채 고급 승용차를 몰아 통제 구역까지 온 지는 모르겠다.

그저 상대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차에 다시 들어가려던 때.

“날 무시해?”

운전자로 보이는 녀석이 거침없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마.’

아닐 거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차를 운전하면서, 정말로 미치지 않고서야.

쾅!

하지만 권신우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일반인이기에 방심했던 것이 화근.

쾅!

스포츠카의 운전자가 연이어 이정기의 승용차를 걷어차기 시작한 것이었다.

“맙소사.”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입이 떡 벌어진 권신우.

화를 내고 싶어도,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화조차 나질 않았다.

그래도 곧, 자신의 차도 아닌 이정기의 차에 화풀이를 하는 운전자를 말리기 위해 손을 뻗었다.

털썩!

손이 닿기도 전, 제풀에 주저앉은 운전자.

“너, 이 개새끼가!”

그러자 조수석에 타 있던 남성이 더욱 거친 욕설과 함께 권신우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상대는 일반인.’

일반인을 향한 헌터의 폭력은 헌터법 위반 중에서도 중죄에 해당하는 상황.

퍼억! 퍼억!

권신우는 그저 그 주먹을 받아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묻지도 않은 것을 대답하는 그들.

“우리는….”

그때였다.

타악!

권신우를 향해 휘두르던 팔이 허공에 그대로 멈춰섰다.

“으…, 으!”

갑작스레 움직이지 않는 팔에 당황한 듯 안간힘을 써보지만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이정기, 그가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의 팔을 꽉 쥐고 있었으니까.

“이정기.”

“왜 맞고만 있는 겁니까?”

“하지만, 헌터는 헌터법에 의해….”

“그렇다고 맞고만 있는 겁니까?”

평소와 다르게 싸늘한 목소리.

“히끅!”

운전자와 주먹을 휘두르던 자는 왜인지 모를 공포감에 딸꾹질을 했지만.

“너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곧 겁먹은 것을 숨기고자 더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알다마다.”

그때 이정기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이트 산업의 자제분들 아니십니까.”

싸늘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의 주인은 정훈 정보부장.

그리고 그 옆에 이진석이 함께 있었다.

“너, 넌 뭐야!”

“통제 구역에 들어와 음주운전까지. 거기다 헌터를 폭행하….”

둘의 눈이 이정기의 승용차를 향했다.

“하지만 제일 큰 잘못은 저겁니다.”

운전자의 발길질에도 상처하나 나지 않은 자동차였지만, 신발에 묻은 흙이 묻은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저 자동차가 누구 것인지 압니까?”

“그따위….”

“최명희 회장님.”

“…….”

잠시간의 적막.

“딸꾹!”

다시금 시작된 그들의 딸꾹질.

“이성, 최명희 회장님의 자동차입니다.”

“그게…, 무슨….”

“잠시.”

정훈은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예. 오랜만입니다.”

상대가 전화를 받았는지 인사를 한 정훈은 휴대폰을 내려 스피커폰으로 바꾸었다.

-저, 정훈 정보부장님 아니십니까?

“……!”

목소리에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남자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예. 대표님. 맞습니다.”

-그,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그게…, 안녕하지 못합니다.”

정훈은 천천히 주저앉아 있는 운전자를 향해 다가가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대표님의 자제분이 지금 사고를 쳐서요.”

-사, 사…, 사……, 사고요?

정훈의 입에서 나온 사고란 말에 기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목소리.

“예. 다름이 아니라….”

정훈은 운전자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댁 자제분이 최명희 회장님의 자동차를 발로 찬 것 같습니다.”

-…….

또다시 일어난 정적.

그리고 곧.

-딸꾹.

딸꾹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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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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