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64화 (64/284)
  • 제3권 14화

    064

    오르펜 호텔.

    “이성이 요구한 바에 의하면 생츄어리는 더 이상 올림포스의 경계 및, 혼돈의 세대에 대한 감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해야 하며….”

    그곳에 생츄어리의 길드원들이 묵고 있었다.

    “또한, 이정기를 습격한 일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배상해야 한다.”

    길드전의 결과.

    패배한 생츄어리가 승자인 이성에 주어야 할 배상들이었다.

    “또한, 생츄어리의 길드원들은 향후 3년간 허락 없이 대한민국에 입국을 불허한다.”

    김대정의 말이 끝나자.

    빠득.

    뷔앙이 들고 있던 종이를 구겼다.

    “그래 봐야 소용없습니다. 어차피 협약서야 다시금 인쇄하면 그만이니. 끌끌.”

    마치 약을 올리듯 말하는 김대정.

    뷔앙은 그런 김대정을 노려보면서도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는.

    “쓰잘데기없는 짓 하는 건 여전하구나. 요리사.”

    김대정뿐만이 아닌 이건이 함께 있었으니까.

    소파에 앉아 조용히 다리를 꼬고 있는 이건.

    그의 눈빛을 받은 뷔앙은.

    “받아들이겠다….”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선 이건, 그가 김대정과 함께 생츄어리의 길드원들을 넘어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오늘 중으로 꺼져라. 요리사. 이번에야 이유가 있어 살려주지만, 다음번에는….”

    이건은 뒤 돌아 뷔앙을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네 친구들이랑 같은 곳에서 눈을 뜰 거다.”

    움찔.

    이건의 말에 몸을 떠는 뷔앙.

    쾅!

    방문이 닫히고 이건과 김대정의 기척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파스스스!

    뷔앙은 독연을 뿜어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젠장 할!”

    시엘의 이름으로 지난 세월 왕처럼 지내왔던 자신이다.

    헌데 이런 치욕이라니.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개자식이냐!”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었다.

    ‘한국팀이 남는다.’

    올림포스에 갇힌 이건.

    그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돌아왔다는 소식에 겁을 먹은 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때의 내가 아니다.’

    과거 이건에게 요리사라 놀림 받으며, 몬스터의 가죽이나 포 뜨던 자신이 아니다.

    ‘올림포스에서 그들을 보았겠지?’

    또 다른 시엘이 찾아왔던 날.

    ‘게이트의 주인들, 그들이 가진 거대한 힘들을…, 이건이 아니었다면 비참히 당했어야만 했던 그 힘을 말이다.’

    그는 말했다.

    ‘그 힘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뒤바뀐 날, 뷔앙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도 없는 세상,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물론 그 힘을 건네받은 게 몇 명이나 될지, 자신들 전부인지, 그 무엇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 힘을 건넨 녀석은 지금의 자신은 가히 쳐다볼 수도 없는 막대한 힘을 손에 넣었단 사실이며.

    ‘그들.’

    녀석의 동료들 중에서는 세계가 경외하는 시엘들조차 손으로 짓눌러 죽일만한 실력자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은 그들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나타났다.

    덜덜덜.

    콜로세움에서의 일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몸.

    뷔앙은 어떻게든 공포를 몰아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래도…, 확실해졌다.”

    멸망을 부를 혼돈.

    그것이 누구인지를.

    이정기 또한 혼돈의 힘을 얻은 듯하지만, 이번에 보았던 것은 보잘것없는 힘이었다.

    그에 반해 같은 시기 올림포스에서 나온 이건은 가히 경악할만한 힘을 쌓았다.

    “이건.”

    그자다.

    그자를 쫓으면 된다.

    그 오만함 때문에 자신을 살려두고, 스스로를 노출했겠지만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일 것임을 이건은 깨달아야 할 거다.

    녀석의 생각보다 더.

    띠딕.

    혼돈은 강력하고 널리 퍼져 있으니까.

    -이건이 멸망의 그자다.

    * * *

    ‘할아버지.’

    콜로세움에서 잠시 재회했던 할아버지였기에 짧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기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건강해 보이셨어.’

    올림포스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건강한 것 같다는 것.

    그리고 잃어버렸던 힘을 되찾는 것은 물론 더욱더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왜인지….’

    할아버지도 그리 편안한 상황은 아닌 듯했다.

    자신에게 한 경고와.

    ‘어딘지 조급해 보이셨어.’

    무언가에 쫓기듯 바삐 움직이는 것은 평소의 할아버지답지 않았다.

    뷔앙을 쓰러트린 것이 할아버지이기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고는 하나 충분히 시간을 더 벌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더 생각해봐야 아직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강해져야 해.’

    잡은 목표를 잃지 않는 것만으로 지금은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정기는.

    ‘길드전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데다, 상대 헌터를 죽음에 이르게 했기에 일주일 근신에 처한다.’

    길드전에서 패배하고 로베르트를 죽인 죄로 근신을 받았다.

    물론 말이 근신이지.

    “뭐해! 빨리 와!”

    휴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약속했다?”

    얼굴을 들이민 최인해.

    “오늘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하루 동안 같이 쇼핑할 거라고.”

    습격을 받았던 던전의 일로 보상하기로 했던 약속.

    이정기는 자신이 받아야 할 보상금을 일부 미리 최인해에게 주어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최인해는 또 한 가지를 원했다.

    ‘돈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고, 같이 쇼핑이나 하자.’

    하루 동안 함께 쇼핑하는 것.

    “넌, 얼굴이나 몸매는 좋은데 맨날 전투복만 입고 다니는 게 문제야.”

    “전투복…?”

    “이것 봐.”

    최인해가 이정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말했다.

    “지금 쇼핑하러 백화점에 오는데 몬스터 피 묻은 장비를 입고 온 게 말이 돼? 기가 찬다. 정말.”

    “…….”

    “오늘 이 누나가 큰맘 먹고 싹 다 고쳐준다.”

    그렇게 시작된 쇼핑.

    “이거, 이거, 이거.”

    최인해는 거침없이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갈아입고 와.”

    이정기에게 건네준 한 무더기의 옷.

    “뭐 해?”

    결국, 그녀의 채근에 이정기는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옷을 갈아입고 나왔을 때.

    “이번 신상으로 딱 떨어지는 핏에, 국내에 단 세 개….”

    제품에 관해 설명해주기 위해 다가온 직원은.

    “아…, 아…, 아….”

    마치 독에 중독된 듯 멈춰서 입을 벌리고 서 있을 뿐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직원의 얼굴을 보자, 직원도 제 실수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이, 이정기…, 헌터님이셨군요…!”

    “절 아시나요?”

    아마 마스크를 벗어 얼굴이 드러나자 자신을 알아본 모양.

    “모를 리가 있겠어?”

    그때 최인해가 다가와 이정기를 살피며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널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

    “안 그래요?”

    최인해가 직원을 향해 말하자.

    “마, 맞습니다.”

    직원이 재빨리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떠, 떠오르는 초신성, 대한민국의 슈퍼 루키…, 스타 헌터…, 최단기간 랭커 예정자….”

    쉼 없이 터져 나오는 낯 뜨거운 수식언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다른 직원들과 손님들마저 천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까먹은 것이 또 있는 듯 직원이 눈을 치켜떴다.

    그리곤 무전기에 손을 대더니.

    “V, VVIP 고객님이 방문하셨습니다! 당장 보안 요원들이랑 대응 직원분들 불러주세요!”

    소리치기 시작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정기가 두 번째 옷으로 갈아입고 왔을 땐, 이미 구경 온 손님이나 직원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환영합니다. 이정기 헌터님, 저는 강남점 점장 김병찬이라고 합니다.”

    누가 봐도 과하게 정돈된 정장을 입고 있는 수십의 직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 중 헌터도 꽤 되는 듯한 느낌.

    “후우….”

    점장 김병찬은 긴장되는 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성혈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정기가 최인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최인해는 뭐 이상하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몰랐어?”

    대체 무엇을?

    “여기 너희 집 백화점이야.”

    “…….?”

    그러고 보니, 이 백화점의 이름 앞에 이성이 붙어있던 것 같긴 했다.

    * * *

    ‘역시 VVIP는 뭐가 달라도 달라.’

    쇼핑이 끝나고 했던 최인해의 감상평.

    처억!

    엄지를 들어올리며.

    ‘핏줄 최고!’

    그렇게 말하던 그녀의 얼굴엔 만족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정기와의 쇼핑을 바라던 그녀는 이정기를 환골탈태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이성의 최고 혜택을 누려보고 싶었던 듯했다.

    “으음.”

    물론 새로 산 옷들은 이정기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었다.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운 느낌.

    “오셨…, 와.”

    인사를 하다말고 감탄하는 이진석.

    “도대체 뭘 하신 겁니까?”

    “뭐가요?”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이진석은 진심으로 감탄하는 듯 입까지 벌리며 말했다.

    “진작 그러고 다니시지, 아예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뉴스를 통해 이정기 헌터를 알게 된 사람들이면 못 알아볼 수도 있을 정도로요.”

    “그 정도예요?”

    “물론입니다.”

    고개마저 흔들며 한참을 감탄하던 이진석.

    그는 곧 표정을 바꾸며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쇼핑을 할 때 경호의 역할도 함께 하는 이진석이 따라오지 않았던 것은 생츄어리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한 것과 협회가 경계를 강화한 이유도 있지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따로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성 저택의 한켠, 커다랗게 지어진 체육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그곳에서 태도를 만지고 있던 안태민이 입을 떡 벌린 채 이정기를 바라봤다.

    “사람이 달라졌군.”

    이진석은 물론 안태민까지 저런 반응이라니.

    괜스레 이정기는 낯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스윽.

    자리에서 일어선 안태민.

    오늘, 최인해에게 습격받았던 던전에서의 대가로 금전과 쇼핑을 선물했듯 안태민에게도 빚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빚은.

    “저는 준비 됐습니다.”

    이진석과의 대련이었다.

    체육관 중앙, 서로 마주한 안태민과 이진석.

    “원래는 들어드릴 수 없는 부탁이지만, 제가 이정기 헌터님에게 진 빚이 있으니 특별히 허락한 것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강자를 동경하며, 언제나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안태민.

    그리고.

    “검을, 드시는 겁니까?”

    “예. 운이 좋게, 다시금 검을 쥘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말입니다.”

    “다행입니다.”

    이정기의 도움으로 다시 검을 쥘 수 있게 된 이진석도 레옹과 싸움 이후 피가 끓던 참이었다.

    “봐 줄 필요는….”

    안태민의 태도에 마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뒤이어 두 팔을 타고 흐르는 오러.

    “없습니다.”

    타아아앙!

    그가 튕겨 나가듯 이진석을 향해 짓쳐들어가고 있었다.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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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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