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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손자-61화 (61/284)

제3권 11화

061

콰콰쾅!

어디선가 많이 본 것만 같은 장면.

하지만 그 대상이 정 반대로 변해 있었다.

“커억!”

몰아치는 이정기의 주먹에 로베르트는 정신없이 얻어맞고 있었다.

틈 사이로 창을 내찌르려고 하면….

콰앙!

어김없이 이정기의 주먹이 로베르트의 안면을 강타했다.

“많이 다르지?”

전과 정반대 되는 모습.

“어떻게….”

로베르트의 머릿속은 버서크의 광기마저 몰아낼 정도로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네가 버서크를….”

버서크는 유니크 스킬, 이 세상에 오직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정기가 분명 버서크를 사용하고 있었다.

변한 눈동자만이 아니다.

‘기세.’

버서크가 주는 광기에 의한 살기.

그것에 로베르트의 몸이 쩌릿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로베르트의 의문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달 만에….”

도대체!

“한 달 만에 어떻게 이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냐? 이성의 마력 던전을 공략했다고 한들 말도 안 되는 속도다…!”

그 대답은.

‘넥타.’

자신이 가진 진짜 힘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것이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마력은 이미 넥타에 의한 한계치를 찍었다.

넥타를 제외하자면 이정기의 수준은 전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거기에 넥타의 힘마저 더하자면.

콰앙!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었다.

타오르는 붉은 마력이 이정기의 팔뚝까지 치솟아 있었다.

“으아아아아-!”

로베르트가 고함을 내지르며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고 있다.’

평범한 상대라면 그것이 승기를 잡은 것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광전사다!”

로베르트는 광전사, 그 힘은 그가 이성을 잃고 상처 입었을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쒜엑! 쒜엑!

어김없이 찔러 들어오는 창 촉.

더욱더 매섭고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콰아앙!

휘어진 이정기의 주먹이 로베르트의 옆구리에 직격했다.

이어진 난타.

콰콰콰쾅!

그건 더 이상 결투라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폭력.’

중위권의 랭커, 공격력만으로 따지자면 서드 라인에 비빌 수도 있다고 알려진 광전사 로베르트가 형편없이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 * *

‘그 아이템을 사용할 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떠오르는 마동철의 목소리.

‘아이템이 가진 광기와 파괴성이 너무나 크기에, 아이템을 착용하는 순간부터 네 정신을 잠식할 거다.’

그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고 있었다.

‘너무 오래 착용하지마. 자칫 잘못했다간….’

뭐라 그랬더라.

‘이성을 놓칠 거다.’

콰아아앙!

들려오는 폭발음에 이정기가 정신을 차렸다.

“후욱…. 후욱.”

뒤늦게 몰아치는 숨.

이정기는 쉼 없이 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다.

피떡이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것은.

“하아….”

분명 로베르트였던 무언가였을 것이다.

이정기가 주변을 둘러봤다.

“……….”

작아지던 마동철의 목소리처럼 콜로세움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경악.’

저들 모두가 경악한 채 자신과 피떡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정기가 다시 눈을 돌려 로베르트를 보았다.

쿵, 쿵.

마력을 통해 느껴지는 녀석의 심장 고동은.

뚝.

그 순간 멈추었다.

자신을 향해 고문과 같은 공격을 자행했던 녀석, 팀원들이 그만두라는 외침에도 모두를 비웃으며 자신의 몸을 창으로 난도질했다.

지구에 와 처음으로 자신을 죽이려던 그 녀석은.

“주, 죽은 거야?”

지금 숨이 끊어졌다.

포션으로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은 아득히 넘어섰다.

버서크가 주는 재생력도 이제는 의미 없을 것이다.

첫 살인.

“…….”

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널 죽이고자 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거라.’

자신이 배운 대로, 옳다고 생각한 것을 행한 것뿐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쿠쿠쿵!

갑작스레 진동하는 콜로세움.

이정기가 정신을 차렸을 땐.

콰앙!

무의식적으로 들어올린 양팔에 둔중한 충격과 함께 내장을 진탕하는 통증이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이정기는 볼 수 있었다.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의 심판자를.

-감히.

머릿속을 왕왕 울리는 목소리.

-규칙을 어기고!

그와 함께 또 한 번 짓이겨 들어오는 풍압.

뷔앙의 양손에 들려있는 클로가 눈에 보였다.

화르륵!

이정기의 붉은 마력이 주인의 정신과 공명해 순식간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팔뚝을 지나, 눈썹과 두 눈.

그리고 머리칼까지.

순식간에 붉게 물든 이정기는.

콰아앙!

그래도 뷔앙의 두 번째 공격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이것으로 끝이면 좋으련만.

스윽.

다시금 뷔앙은 눈앞에 있었다.

이번에는 이정기도 더욱 힘을 끌어올렸다.

‘네메아.’

레전더리 아이템의 힘을 빌리는 것.

화아악!

붉은 마력을 먹어치운 네메아, 그 건틀렛을 타고 흐르는 마력은 사자의 머리통이 되어 이정기의 머리를 보호했다.

콰앙!

또 한 번 이어진 충격.

“……!”

하지만 이번만큼은.

“커억!”

버텨낼 수 있었다.

내장을 진탕하는 고통과 통증에 피를 한 움큼 쏟아냈지만, 이정기는 분명 두 발로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것은 이정기뿐만이 아니었다.

“무, 뭐야.”

“뷔앙이…!”

뷔앙이 움직였다.

그것도 기습과도 같은 상황.

콰앙!

다시금 이정기의 눈앞에서 텨져 나온 폭발.

정신을 차렸을 땐.

“요리사. 다시금 내 손자를 핍박하는 게냐?”

최명희의 등이 보였다.

“쿨럭!”

이정기는 그 등을 보며 피를 토한 채 무릎을 꿇었다.

“커, 커억!”

숨이 옥죄어오는 듯한 느낌.

“케엑!”

이정기는 계속해서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제야 이정기는 무엇에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독.’

그 한순간, 몸을 스쳐나갔던 뷔앙의 클로에 당한 상처를 통해 독이 침투한 것이었다.

“해독하라 해도 하지 않겠지.”

“여제, 벌써 치매에 걸린 건가?”

서로의 기 싸움.

최명희는 마력을 통해 이정기를 콜로세움 끝쪽으로 밀어냈다.

그제야 달려드는 이성의 의료진들.

“내 독은 날 죽이….”

“그럼 죽거라.”

* * *

심판자 뷔앙, 그리고.

타앗.

여제 최명희.

그야말로 하늘 위의 하늘, 천외천의 격돌이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스윽.

가볍게 부딪힌 공격에도.

콰콰쾅!

콜로세움 전체가 뒤흔들리며 폭발하는 듯싶었다.

“배리어의 강도를 최대로 올려!”

콜로세움이 무너지지 않도록, 던전 그 자체가 붕괴하지 않도록 김대정이 손을 쓰지 않았다면 던전은 벌써 붕괴해버렸을 터였다.

그 싸움을 뒤로 한 채.

“커억….”

이정기는 계속해서 연신 핏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다급히 부어지는 하이 포션과 해독제들.

그러나 그것들은 일순 독의 침투를 막아내는 것뿐, 결코 독을 해독할 수 없었다.

‘요리사란 녀석이 있었다.’

기억해내는 이건의 말.

‘뭐, 다른 사람들은 심판자라 부르지만 말이야.’

뷔앙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녀석이 요리하는 건 음식이 아니다. 독이지.’

인간이든 몬스터든 한 줌 핏물로 만들어내는 독을 사용하는 최고봉의 실력자.

그의 클로가 스쳐 지나가면 누구라도 죽는다고 하여 심판자.

[넥타로 독을 중화시키고 있습니다.]

다행이라면 신력이 독을 해독시키고 있다는 것.

[인간이 만든 독이라면, 넥타를 이용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겠지만….]

불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침내 절정에 이르렀다.

[이 독만큼은 중화가 힘든 듯합니다.]

신력으로도 회복하기 힘든 독.

그리고 뷔앙이 보여주었던 움직임.

과연.

‘시엘.’

그들이 왜 랭킹의 바깥, 최고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격돌이었다.

그래도 이정기는 독의 중화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싸움….’

할머니가 이길 것이다.

그 두 번의 부딪힘으로 뷔앙의 힘은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할머니라면 그 뷔앙을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뷔앙을 쓰러트리는 것.

‘그것이 할머니가 원하는 것.’

그렇기에 이정기는 복수를 위해서도, 할머니를 위해서도 로베르트를 죽인 것이었다.

최명희가 무리하면서까지 생츄어리와 길드전을 치른 것은 자신에 대한 복수, 자신의 실력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이성이 승리하여 갖게 될 이권.

‘그리고 그 이권엔….’

할머니의 야망이 숨어 있을 것이다.

“뷔…, 앙….”

시엘의 칭호를 획득하지 못했던 할머니.

최명희가 이제 그 시엘의 칭호에 욕심을 내는 것.

‘독의 중화를 도울게.’

이정기는 자신이 아는 몬스터들의 해독 능력을 사용하며 신력이 독을 중화하는 것을 도왔다.

그럼에도 흐릿해지는 시야.

콰콰쾅!

이정기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아까 전, 자신이 만들어낸 폭발과도 비교할 수 없는 폭발과 따뜻한 대지의 기운, 그리고 몸을 아리게 만들어오는 독의 기운들이었다.

“크윽….”

그때 이정기가 고통을 참으며 앞을 바라봤다.

무언가 이상하다.

“……!”

어느 순간 따뜻한 기운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제, 내가 아직도 그 시절의 요리사로 보이느냐?”

서로 마주 서 있는 둘.

“경영한단 변명으로 뒷방 늙은이가 된 너와 달리 최전선에서 사냥해왔다.”

하지만 곧.

비틀.

최명희가 몸을 비틀었다.

새파랗게 죽어간 안색.

“이 독은 여제, 너를 위한 것이 아닌. 그 개자식…, 이건을 위한 것이지만 뭐 상관 없겠지.”

“……!”

“이건 그 자식의 끈질긴 목숨도 더 이상 존재치 않을 테니까.”

“네 놈….”

최명희가 마력으로 독을 몰아내며 말했다.

“그 개 잡종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 개잡종은, 오직….”

최명희의 흐릿해져 가던 기운이.

파아아앙!

일순 폭발하기 시작했다.

“나만이 죽일 수 있다.”

“아직도 이런 힘이…!”

뷔앙도 최명희의 기세가 놀라운 듯 움찔 물러섰다.

마력만으로 부서져 가는 콜로세움.

두두두두.

최고로 올린 배리어의 강도도 최명희의 마력에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

이정기는 그 모습에 눈을 치켜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들려오는 목소리에.

[독의 해독이 쉽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메티스의 목소리.

[지금 당신의 몸을 중독시킨 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독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저 남자.]

이정기가 최명희와 뷔앙을 보며 손을 뻗어내었다.

[넥타 보유자입니다.]

할머니가 강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까도 깨닫지 않았던가.

비등한 두 헌터라면.

“아…, 안 돼!”

넥타를 보유한 자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푸슈우우우우우욱!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독연이 콜로세움 전체를 휩싸기 시작했다.

“여제, 오늘 널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뷔앙의 목소리가 독연 속에서 음울하게 울려 퍼졌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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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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