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60화 (60/284)

제3권 10화

060

[저 여성체 넥타 보유자입니다.]

메티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찰나.

콰앙!

폭발과 함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휘이익!

콜로세움 전체를 휩쓸 듯한 거대한 풍압.

“……!”

그 중심에 대검을 맞부딪힌 주안나와 레옹이 있었다.

“제법인데. 아저씨?”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콰앙!

마주쳤던 대검을 떼고 물러선 둘.

단 한 번의 격돌.

파스스.

그것으로 콜로세움 일부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혼돈의 세대.’

그 싸움을 보며 이정기는 주안나에게 빠져 있었다.

[넥타의 레벨이 2를 달성했어요.]

메티스의 목소리에 이정기가 눈을 치켜떴다.

넥타의 레벨이 2라는 것은 즉, 자신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넥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섰군.’

아마 그 성장은 얼마 전 이루어진 것 일터, 그 때문에 주형태는.

씨익.

주안나를 내보내 입지를 견고히 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남성체의 마력이 상당한 수준이군요.]

평소 자기가 원하던 것이 아니면 말이 없는 메티스가 오늘따라 유독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기준일 뿐입니다.]

‘인간의 기준?’

[넥타 보유자와 넥타를 보유하지 않은 존재의 차이는….]

콰아아아아앙!

이어지는 폭발.

[마력 보유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만큼이나 커다랗습니다.]

시뿌연 연기가 흩어지며 드러난 주안나와 레옹.

과연.

“크윽!”

레옹의 얼굴에 당황과 상처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주안나는.

“이게 생츄어리의 ‘팀장’급인가?”

너무나 여유로운 태도로 호흡마저 안정되어 있었다.

[넥타는 마력보다 더 깊고 근본이 되는 것.]

“……….”

[넥타를 보유했다면….]

타아앗!

“마, 마나 아머가…!”

“머리칼까지 물들었어!”

순식간에 주안나의 머리칼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저건 이진석이 이번에 도달한 영역.

“마나 포스!”

서드 라인급은 되어야만 사용 가능하다고 알려진 영역이었다.

쾅! 콰쾅! 콰콰쾅!

[마력을 증폭시키는 일은 절대로 어렵지 않습니다.]

마치 스포츠를 해설하는 것처럼 떠드는 메티스.

그리고 몰아치는 주안나.

레옹 또한 마나 포스를 사용해 머리칼을 남색으로 물들였지만, 주안나의 매서운 공격에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넥타의 레벨이 2단계에 돌입하면….]

순간, 이정기의 동공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남들은 보지 못한 듯하지만 이정기의 눈에는 또렷이 보였다.

주안나의 손, 대검을 쥐고 있는 그 손에 타고 흐르는 짙은 보랏빛의 마력.

그것은 점차 짙고 짙어져.

‘검은색…?’

검은색에 가까웠다.

[순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넥타군요.]

‘순도가 높지 않다고?’

[넥타의 종류와 근원에 따라 넥타의 순도가 다릅니다. 그리고 진정한 넥타는….]

하지만 일순 드러났던 검은 빛은 다시금 색을 잃고 짙은 보랏빛을 내비칠 뿐이었다.

[흑요석과 같은 짙은 검은색을 띱니다. 저런 순도는 분명 엡실론 급.]

카아앙!

결판이 났다.

레옹의 대검이 결국 주안나의 커다란 대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간 것.

남색의 방어력이 결국 꺾여버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힘의 순도는…?’

레옹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주안나의 대검은 그런 레옹의 가슴팍에 멈춰있었다.

“이번 결투의 규칙대로 죽이지는 않을게.”

완벽한 승리.

“와….”

콜로세움의 한 편에서 시작된 작은 소음은….

“와아아아아-!”

곧 거대한 열기로 변해 콜로세움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알파입니다.]

* * *

생츄어리와 이성의 길드전.

그 첫 회전에서 곧장 이변이 발생했다.

서드 라인의 랭커인 철사자 레옹, 그리고 아직 이명을 받지조차 라스트 라인의 랭커 주안나.

그 승리를 가져간 것이.

“주안나! 주안나!”

“와아아아-!”

“여지껏 실력을 감추셨던 거야!”

“역시 성혈!”

주안나였다.

그에 반해 생츄어리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레옹이….”

그들이 자랑하는 전력 중 하나가 주형태나 안인회도 아닌 주안나에게 당해버렸다는 것.

“후우.”

관중석으로 돌아온 주안나가 자리에 앉으며 이정기를 봤다.

“내가 이겼으니 망정이지.”

“…….”

“그게 아니었다면….”

피식.

“할머님 차례도 갈 것 없이 이성이 졌겠지?”

애초에 이정기의 승리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투였다.

“뭐, 내 싸움을 제대로 보기나 했나?”

완전히 돌아선 주안나.

“고생했다.”

주형태와 주영은 등은 주안나의 승리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정기는 시선을 돌려 반대편을 바라봤다.

생츄어리가 있는 그곳, 술렁이는 분위기.

‘하지만….’

뷔앙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알고 있었어.’

뷔앙은 결과가 이렇게 되리라 알고 있는 듯했다.

아마도.

‘주안나가 혼돈의 세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생츄어리의 특성과 그들의 행동을 생각해보자면 주안나가 혼돈의 세대로서 한 번 더 성장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베르트가 나를 이길 것이고.’

뷔앙도 할머니를 이길 것이란 자신감이 있단 소리였다.

-두 번째 결투를 시작하겠습니다.

울려 퍼지는 김대정의 목소리.

이정기가 몸을 일으키자.

“어차피 질 테지만, 그래도 성혈이라 불리고 있으면 그 이름의 무게 정도는 생각해.”

들려오는 목소리들.

“뭐, 기권하지 않으려 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같은 피가 섞였다는 성혈들의 조롱과 같은 말들이었다.

그리고.

“다녀오거라.”

오직 한 명, 최명희만이 조용한 목소리로 이정기를 독려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타앗.

이정기가 관중석을 박차고 콜로세움에 섰다.

상대편도 마찬가지로.

“오랜만이야.”

로베르트가 서 있었다.

웅성웅성.

다시금 시끄러워진 콜로세움.

당연한 일이었다.

“신입 길드원 환영회에서 회장님과 그분의 이름을 팔았다지?”

“뭐,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데?”

“신입 길드원이 되었을 때 B등급이라고 했던가…?”

“이런 결투에 나서도 되는 거야?”

이정기에 대한 의구심들.

“저런 녀석이 이성을 대표할 수 있는 거냐고.”

이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과 최명희의 손자.

이강과 유영아의 아들.

그것이 이정기를 수식하는 전부였다.

그 수식언들이 너무도 거대하기에.

‘나에 대한 것들을 대부분 묻혔다.’

오히려 던전 공략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퍼지면.

‘그분들의 손자이자 자식인데 당연한 거 아니야?’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당연히 여기는 것.

‘내가….’

이것이 할머니가 이번 일을 키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모두의 앞에서 제대로 된 힘을 보여주는 일.’

스스로를 증명하라는 뜻.

지금껏 할머니의 시험만 받아왔던 자신이.

“음….”

“과연.”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말아야지.”

이성의 시험에 합격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할머니의 배려.’

이정기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로베르트.

‘복수의….’

시간이다.

* * *

빠득, 빠득.

주어진 준비 시간.

로베르트는 몸을 풀고 있었다.

여유만만한 태도와 달리 로베르트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레옹이 졌어.’

뷔앙이 따로 언질해 주었다고 하지만, 정말로 레옹이 저 주안나라는 여자에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

거기다.

‘그때 그 검은 번개.’

최명희가 나타나기 전, 자신을 공격했던 검은 번개.

그 번개가 자신을 꿰뚫을 때 느꼈던 감정은.

‘공포.’

공포였다.

몸에 각인된 공포.

“후. 하.”

로베르트는 그것을 몰아내고 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때 느꼈던 압도적인 공포는 자신의 몸에,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것.

그저 번개에 관통당했을 뿐이건만 항거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던 그 순간.

‘나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죽지 않았고, 분노한 최명희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때 그 고통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지 않았던가.

‘이대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공포에 휩싸인 채 공포를 각인시킨 상대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또한, 이대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면 버서크 또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할 터.

“전에는 뭐 죽이려던 것에 걸맞게 상대해 준다? 그렇게 말하더니 제대로 죽도 못 쒔잖아?”

로베르트는 공포의 해소 방법으로 이정기를 도발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뭐가 다르려나?”

각인된 공포를 지우려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는 것.

“그 한 달 사이에 뭐가 크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기기 위해서라면.

“오늘도 여제를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무엇이든 할 것이다.

스윽.

로베르트는 창을 꺼내 이정기를 향해 겨눴다.

몸은 풀렸다.

그리고 이정기는.

“…….”

그저 가만히 서 로베르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철컥! 철컥!

이정기의 손등이 움직이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틀렛.

“저, 저건!”

누군가 이정기의 손등에 나타난 건틀렛을 보며 소리쳤다.

“톰 포터의, 사자왕의 철권이야!”

“레, 레전더리 아이템?”

“톰 포드가 올림포스에서 분실했던 걸….”

“저 녀석! 그분의 손자잖아!”

“검을 쓴다고 하지 않았나?”

술렁이기 시작한 분위기.

타앗!

그 속에서 이정기가 한 발을 내디디며 말했다.

“오늘도 마찬가지야.”

“……?”

“그때 네가 내게 했던 것.”

스윽.

“오늘 돌려줄게.”

서로 마주 본 둘.

“해 볼 수 있다면 해 봐. 레전더리 아이템을 믿고 나서는가 본데.”

서서히, 로베르트의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광전사!”

“버서크 모드다!”

광전사 로베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가 알고 있는 로베르트의 성명절기.

버서크 상태의 로베르트라면 경우에 따라선 레옹보다 전투력이 위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로베르트의 버서크는 유명한 것이었다.

“겨우 아이템 하나로….”

타앗!

로베르트가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이정기의 눈앞에 나타났다.

쒜에엑!

내찔러지는 창.

“달라지는 건 없어.”

전과 달리 흥분조차 하지 않은 로베르트, 이 일격에 이정기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 분명 장담했건만.

카앙!

로베르트의 창은 너무도 손쉽게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어진 그 찰나의 틈.

“……!”

로베르트는 진심으로 경악해 동공을 떨 수밖에 없었다.

“너, 눈이…!”

창을 쳐낸 이정기의 두 눈.

그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네가 어떻게 버서크를…!”

콰앙!

사자왕의 철권, 아니 네메아가 로베르트의 오른쪽 뺨에 명중했다.

퍼엉! 투투투툭.

충격에 나가떨어져 굴러간 로베르트.

“아이템의 성능은 끌어내지 않겠다. 걱정하지마.”

이정기가 녀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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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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