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54화 (54/284)

제3권 4화

054

쿠쿠쿠쿠쿵!

열려버린 푸른 게이트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꽉 잡아!”

정훈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저곳에 빨려 들어가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중에 저것이 무엇인지, 또 빨려 들어간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그나마 알고 있는 정훈이기에 전력을 다해 소리치고 있었다.

휘이이잉!

하지만 마력의 소용돌이는 더욱 거세지고 있었고, 던전 그 자체를 먹어치울 듯 거대해지고 있었다.

“날 잡아라!”

온통 붉은색으로 타오르는 듯한 이진석이 던전의 기둥 하나를 붙잡은 채, 이정기의 팀원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타앗!

그 손을 차근히 맞잡은 최인해, 그 뒤를 권신우가 잡았고.

꽈득.

안태민은 던전 깊숙이 태도를 박아넣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제야 이진석은 깨달을 수 있었다.

“……!”

가장 중요한 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이정기 헌터…!”

이정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벌써 빨려 들어간 것일까.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다면 그것뿐이었다.

이진석은 마음을 굳게 먹은 채 가장 앞에서 자신의 손을 잡은 최인해를 향해 소리쳤다.

“이 검을 붙잡아!”

벽에 방금 꽂은 검을 향해 최인해를 끌어당겼고.

“나는….”

이진석은 그대로 게이트를 향해 몸을 던지려 했다.

하지만 정훈이 한 발 더 빨랐다.

“제가 가겠습니다!”

“……!”

“팀원들을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정훈이 고정해놓았던 손을 탁 놓았다.

휘이잉!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게이트, 정훈의 신형은 그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정훈을 먹어치운 게이트는.

쿠웅!

커다란 진동과 함께 그 아가리를 닫기 시작했다.

“젠장!”

* * *

푸른 초원 위에 이정기가 서 있었다.

꽈득.

손을 움켜쥐었다 펴며 이정기는 제 몸 상태를 체크하곤.

타앗!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 보았다.

쉬이익-!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함께 이정기의 눈 아래 푸른 초원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탓.

다시금 땅에 착지한 이정기.

“마력이….”

방금 전의 점프, 그리고 온몸을 감싸고 있는 마력.

그 모든 것이 방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두 배? 세 배?’

어쩌면 그 이상.

이 정도라면 완벽히는 아니어도 자신이 원래 가졌던 힘의 삼 할은 되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일 할조차 사용할 수 없었던 지구와는 전혀 다른 감각.

이제야 이정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은….”

던전 공략 중 갑자기 휘말려 도착한 이곳이 어딘가에 대한 것.

“올림포스야.”

자신이 나고 자란 땅, 올림포스라고.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올림포스는 자신과 할아버지가 나오고, 소멸해버린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두말할 것도 없는.

크오오오!

올림포스였다.

사아아.

눈을 감은 이정기가 마력을 펼쳐내 사방을 훑었다.

빠르게 뻗어 나가는 마력이 이정기의 눈과 귀가 되어 사방을 보여주었다.

“달라.”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곳은 분명 올림포스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지내오던 올림포스는 또 아니었다.

‘마치 일부분만 따로 뗀 느낌이야.’

그리고 또 하나.

“내가 밟아보지 못했던 땅.”

자신이 지내온 올림포스에는 속하지 않은 곳이라고.

그리고 그 순간.

우웅.

하늘 위에 구멍이 뚫리더니.

콰앙!

무언가 떨어져 바닥과 부딪혀 굉음을 내었다.

흩날린 먼지가 가라앉고 나타난 것은 사람의 인형.

“으으….”

정훈 정보부장이었다.

그가 찧은 엉덩이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이정기를 보던 순간.

“……!”

정훈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해버렸다.

카캉!

급히 단검을 꺼내 들어 물러서곤 온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정훈.

“……?”

이정기는 갑작스러운 정훈의 행동에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누, 누구십니까.”

정훈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마치 겁먹은 강아지마냥 소리 내고 있었다.

“당신은, 누구….”

정훈의 시야.

화르르륵-!

그곳에는 마력의 화신 그 자체라 부를 수 있을 수 있는 괴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력 그 자체가 응집되어 있는 것만 같은 존재, 마주하는 것만으로 두려움을 선사하고, 본능 아득한 곳에 있는 공포심을 끄집어내는 존재.

“왜 그러십니까?”

이정기가 그런 정훈을 향해 말하자.

“……!”

정훈이 다시 한번 몸을 떨었다.

“서, 설마….”

천천히 빛이 나던 형태가 일그러져,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이, 이정기 헌터입니까?”

괴물이 아닌 이정기가 서 있었다.

* * *

“올림포스의 봉인 이후 게이트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정훈과 이정기는 함께 초원을 거닐며 대화하고 있었다.

“게이트는…, 아직 존재하며 이따금 발현되고 있습니다.”

일반인, 아니 헌터들에게 유출할 수 없는 비밀.

협회 차원에서 관리하며 이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은 세계의 유명 헌터들과 시엘들, 그리고 유력 길드뿐이었다.

하지만 정훈은 이정기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특별관리 던전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로는 그저 상정치 못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는 특별한 던전쯤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

“특별한 존재와 만나 본 모습을 나타내는 던전, 그리고 던전이 숨기고 있던 본 모습은….”

우뚝.

“게이트입니다.”

게이트와 던전은 완전히 다르다.

헌터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던전과 달리 게이트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력을 방출하며, 주변을 오염시킨다.

게이트가 존재하는 땅 근처에 자라는 동식물은 마력을 품고 몬스터화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으며, 일반인들은 과도한 마력에 노출되어 병에 걸리거나 광증이 도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관리 던전과 상호작용하는 헌터들을 일컬어….”

정훈은 말했다.

“혼돈의 세대라 부릅니다.”

“혼돈의 세대….”

무언가 울림이 있는 말.

그리고.

‘그들이다.’

이정기는 본능적으로 혼돈의 세대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쥬피터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적들.’

그들이 혼돈의 세대라고.

“이정기 헌터는 아마 혼돈의 세대 중 한 명임이 분명합니다. 특별관리 던전이 이렇게 본 모습을 드러냈으니까요.”

정훈은 긴장감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내뱉은 말.

“이정기 헌터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듯합니다.”

“특별하다고요?”

“던전 게이트, 저희는 특별관리 던전에서 혼돈의 세대와 작용해 나타난 게이트를 그렇게 부릅니다.”

정훈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던전 게이트는 대부분 그리 크지 않은 크기를 지녔다고 밝혀졌었습니다.”

“크지 않다고요?”

그러나 이곳은 커다랗다 못해 원래 공략하던 던전의 다섯 배는 더 클 듯해 보였다.

“예.”

그 이유는 간단했다.

“게이트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단 하나의 몬스터뿐이니까요.”

단 하나의 몬스터, 그 존재만을 담아내고 있기에 결코 크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지나치게 넓다.

그것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꿀꺽.

정훈이 예상하건대.

‘존재하는 몬스터의 마력량이 워낙 커다래 게이트의 크기가 확장된 것.’

즉.

“이곳에서 마주해야 할…, 아니 탈출을 위해 쓰러트려야 할 몬스터가 지금껏 발견되었던 것들보다 더욱 강력한 존재일 것이란 소립니다.”

“…….”

이정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지금 이정기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이 게이트에서 마주할 적이 아니었다.

“혼돈의 세대는 몇 명이나 있고, 또 어디에 있습니까?”

진정 자신이 상대해야 할 적들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했다.

“자세한 사항은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아주 특별하게 관리받으며….”

대부분.

정훈은 뒷말을 말해주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 대신 이정기에게 줄 수 있는 정보 하나를 말해주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이요?”

“예를 들면, 이성에 있을 수도 있죠.”

이성에 있다.

정훈은 가정하듯 말했지만, 이정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성에 혼돈의 세대가 있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일까.

그런 의문에 대해 물으려던 때.

“생츄어리가 이정기 헌터를 노린 것도 그 때문입니다.”

“네?”

“이정기 헌터가 혼돈의 세대가 아닐지 확인하고자 한 것이겠죠.”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

“혼돈의 세대는…, 적입니까?”

자신에게만이 아닌, 이미 인류에게 적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지 몰라.’

할아버지도 홀로 관심을 돌리고 싸우기 위해 떨어져 있을 필요 없이 함께 이들과 싸울 수 있는 것 아닌가.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정훈의 대답은 미묘했다.

“모든 혼돈의 세대가 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두가 경계하는 대상이 하나 있죠.”

모두가 경계하는 대상.

“예전, 최초로 발견된 혼돈의 세대가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혼돈의 세대 중, 아주 특별한 누군가 말하길….”

정훈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정기를 보며 말했다.

“세상을 멸망으로 치닫게 할 혼돈이 기어오니, 그를 대비하라고.”

예언과도 같은 말.

“그리고 그건….”

쿠쿠쿵.

흔들리는 땅 위에서 정훈이 말했다.

“올림포스에서 나올 것이라고.”

쿠쿠쿵!

“그렇기에 생츄어리가 조직된 겁니다. 멸망으로 치닫게 할 혼돈을 찾기 위해.”

“그 특별한 이가 누구이기에….”

도대체 그의 말을 듣고, 모두가 한 명을 경계하는 것일까.

“아직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이정기는 정훈의 말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혼돈의 세대는 모두가 적이 아니다.

다만, 혼돈의 세대 중 하나는 모든 이의 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예언과 같은 말을 통해 경계해야 될 대상.’

그건 자신.

혹은.

“할아버지.”

둘 중 하나라고.

진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적어도 한 명은 찾은 걸까.’

이정기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을 바라봤다.

크오오오오!

커다란 포효 소리.

던전에서 상대했던 화이트 라이언과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 크기만큼은 일반적인 화이트 라이언의 열 배, 아니 백 배는 할 법한 크기를 지닌 괴물이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이정기는 검을 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저걸 쓰러트리고 다음 이야기를 나눠야겠습니다.”

이정기가 검을 꽉 쥔 채 사자를 노려볼 때.

-정기야.

다시금 쥬피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 35 하우스DL타워 F915-1(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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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 스 | 02-6442-7919

홈페이지 | www.osmedia.kr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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