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53화 (53/284)
  • 제3권 3화

    053

    “여기가 특별관리 던전….”

    과연 공기부터가 일반 던전과는 다른 더욱 짙은 마력을 품고 있었다.

    정훈과 이진석 등은 너무 짙은 마력의 농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정기는 달랐다.

    사사삭.

    하이 포션을 들이부어도 낫지 않았던 로베르트에게 당한 상처가 조금씩 낫기 시작했다.

    ‘익숙해.’

    던전들이 주는 느낌이 올림포스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면, 특별관리 던전은 또 달랐다.

    ‘더 비슷해.’

    올림포스와 더 비슷한 마력 밀도, 그리고 구성.

    “끄으응.”

    몸이 굳은 듯한 다른 이들과 달리 이정기는 오히려 몸이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특별관리 던전이라고 하지만, 몬스터의 기본 구성은 비슷합니다. 던전 내에 일반 몬스터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중간 보스, 그리고 던전 보스가 존재합니다.”

    다를 것은 없다.

    그저 몬스터가 조금 더 강하고, 마력 밀도가 높아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것.

    그리고.

    ‘상정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특별관리 던전에 대해 알려진 전부였다.

    하지만 정훈은 알고 있었다.

    ‘특별관리 던전의 상정치 못한 위험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협회의 조사 결과, 기밀 사항으로 관리되는 정보에 의하면.

    ‘특정 헌터들에 반응해 던전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상 특별히 관리받아야 할 대상은 던전이 아닌 그들.

    구세대와 신세대,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세대.

    ‘혼돈의 세대.’

    그들에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정훈과 이진석은.

    ‘이정기가 혼돈의 세대인지 확인하라.’

    그런 밀명을 받은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이정기는 평온한 얼굴로 몸을 풀고 있었다.

    이정기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은 하나.

    ‘네 힘은 겨우 그 정도가 아니다.’

    본질의 방에서 오랜만에 보았던 쥬피터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

    ‘너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다.’

    ‘곧 그들이 나타날 것이다.’

    깨달음을 주려는 듯한 말씀과 함께 들은 경고.

    ‘본질의 방에서 만난 쥬피터 할아버지가 진짜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할아버지가 전해준 뜻이다.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이야기임이 분명한 상황, 그렇기에 이정기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던전의 공략을 서두르려는 것이었다.

    “우린 우리 방식으로 던전을 공략할 거야.”

    이정기가 눈빛을 바꾸며 말했다.

    “전과 같이 던전 공략과 별개로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정훈 헌터랑 이진석 헌터가 우리를 도와줄 테지만 너무 의지….”

    이정기의 말이 끝나기도 전.

    뿌득.

    몸을 풀던 팀원들이 말했다.

    “우리도 알아.”

    “의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더욱 강해져야지.”

    이정기가 원하던 답이 들려왔다.

    “좋아.”

    스릉.

    이정기는 검을 든 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특별관리 던전, 이정기와 팀원들이 공략을 시작한 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던전을 가득 메운 몬스터의 종류는 화이트 라이언과 골든 타이거.

    모두 A급에 이른다고 하는 강력한 맹수형 몬스터들이었다.

    또한, 그것들은 인간형 몬스터와는 다른, 짐승의 본능과 괴력, 민첩함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로울뿐더러 하울링을 통한 약한 피어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깨에엥!

    그것도 비슷한 급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크, 크르릉….”

    이정기를 마주하고 물러서는 화이트 라이언.

    저 앞발 하나만으로도 어지간한 헌터는 두 동강으로 찢어발길 괴력이 있다지만.

    뚜, 뚜욱.

    동족의 피가 흐르는 이정기의 검을 보면 본능적인 두려움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화이트 라이언이 겁을 먹고 물러서다니….”

    정훈과 이진석은 몇 번을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에 입을 떡 벌렸고.

    “뭐, 평소랑 똑같네.”

    이정기의 팀원들은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냥에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었다.

    ‘랭커.’

    절대적 강자와의 싸움에서 좌절감을 느꼈어도 충분하건만 그들이 느낀 감정은 좌절감이 아닌 호승심 그리고 또 한 가지.

    ‘가능성.’

    최고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아직 S급에도 이르지 못한 이정기가 오백 번대의 랭커인 로베르트와 일순간이나마 호각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었다.

    “권신우.”

    “알았어.”

    이정기는 이정기대로, 팀원들은 팀원들대로.

    깨에엥!

    그렇게 그들은 던전을 공략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특별할 건 없어.’

    이정기가 느끼기에 던전의 특별함은 크게 없다.

    아니, 한 가지.

    사아아.

    일반적인 던전에서 사냥을 했을 때 얻는 마력량보다는, 이곳에서의 사냥을 통해 얻는 마력량이 더욱 많다.

    그건 아마도 던전의 마력 밀도 탓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무언가 미묘하게 달라.’

    몬스터가 내뿜는 마력도, 그 마력을 받아들이는 자신도 일주일간 정신을 잃기 전과는 다르다.

    ‘무언가 변화가 생겼어.’

    자신의 몸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알아봐야지.’

    타앗!

    이정기는 사냥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게….”

    “그렇게 빨리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던 이유군요.”

    그리고 또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는 정훈과 이진석.

    지금껏 보았던 것이 있기에 예상을 했어도 제대로 눈으로 본 적은 없는 강함.

    서걱!

    아무리 이정기의 육체가 탄탄하다고는 하나,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가며 몬스터들의 급소를 노릴 수 있는 실력.

    그건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그들에게 안겨주었다.

    화르륵!

    이정기는 이제 마력을 피어 올리기 시작했다.

    검을 타고 흐르는 붉은 마력, 그리고 곧이어.

    “……!”

    붉은색의 마력은 이정기의 두 팔로 휘몰아쳐 올라갔다.

    “지, 지금….”

    정훈이 또 한 번 경악하며 목소리를 읊조렸다.

    “마나 아머를…?”

    마나 아머, 마력 운용이 수준급에 이르렀을 때 사용 가능해지게 되는 능력으로, 이진석처럼 마력을 신체에 덧씌우는 것을 말했다.

    단계에 따라 다르지만, 최초의 마나 아머는 무기를 포함해 팔 부위에 마력을 덧씌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마, 마나 아머는 에스급 헌터들의 전유물 아니었습니까?”

    마나 아머가 아무리 마나 운용력이 중요하다고 한들, 사용이 가능한 최소의 마나량과 능력을 보면 S급 헌터들만이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무, 뭐야?”

    그리고 그 광경은 이정기의 팀원들 또한 처음 보는 것인지 그들마저 사냥을 멈춘 채 놀라 이정기를 보고 있었다.

    “뭐….”

    이진석만이 그나마 마음을 가다듬은 채 조용히 답할 수 있었다.

    “S급에 오른 모양이죠.”

    상식?

    어차피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아니던가.

    * * *

    사냥은 순조롭다는 말 자체도 아쉬울 정도로 빠르고 강렬하게 진행됐다.

    “겨우 삼일….”

    그것이 이정기와 이정기 팀원들이 던전의 초입과 중반, 그리고 마지막을 앞둔 시점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과연 특별 던전인가 봐.”

    그러나 이정기 팀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최장기록이지?”

    “뭐, 확실히 특별관리 던전이라는 이름을 가질만하긴 해.”

    “나쁘지 않은 사냥이었다.”

    오히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푸념을 늘어놓는 그들.

    그들의 반대편에는 이정기가 자리에 앉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마력이 빠른 속도로 쌓여가.’

    사흘 동안의 사냥.

    다른 이들의 성장도 성장이지만, 이정기는 무언가 이질적인 것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너무 빠른 성장 속도.

    그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성장 속도에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네 힘은 그 정도가 아니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쥬피터 할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던전의 진행이 되면 될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뷔앙이 아마 도착했겠죠?”

    이정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럴 겁니다.”

    뷔앙이 처리해야 할 일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다고 했지만, 그래 봐야 하루도 안 걸릴 거리.

    지금쯤이면 아마 뷔앙은 이미 한국에 입국해 있을 시간이었다.

    “그럼 서두르죠.”

    뷔앙이 입국했을지 모르는데, 당사자인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면 할머니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던 이정기이기에 다시금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제 곧 던전의 끝입니다.”

    던전의 끝, 느껴지는 마력량이 예사롭지 않다.

    ‘보스.’

    보스 몬스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훈과 이진석은 나아가는 이정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닌가.’

    ‘아닌 건가.’

    특별관리 던전까지 들어와 확인하려 했던 것.

    특별관리 던전이 무언가 변화를 일으켜 이정기가 그들 중 하나가 아닌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던전은 너무나 평온하기 그지없는 상황.

    ‘원래 특별관리 던전은 혼돈의 세대가 입장한 경우 늦어도 하루 정도 안에 변화를 일으킨다.’

    경우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기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3일이나 지나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경우는 전무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훈과 이진석 모두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던전의 공략이 종료되고 바깥으로 나가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타닷!

    그리고 이게 그들은 던전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마력량이 심상치 않아.”

    솟구치는 마력량.

    “이제 곧 보스 룸으로 돌입할 거야.”

    보스룸 앞에서의 휴식 따위, 지금 이정기에게는 생각하지도 않는 일이었다.

    그저 빠르게 나아가, 평소에 그러했듯 보스전을 바로 치를.

    쿠쿠쿵!

    그때 던전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무, 뭐야?”

    동시에.

    덜덜덜덜.

    모두의 몸이 하염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최인해, 권신우, 안태민.

    파르르.

    정훈과 이진석까지.

    “……!”

    오직 한 명, 이정기만이 몸을 떨지 않은 채 멈춰서 던전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 던전….”

    정훈이 마력을 억누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게이트…!”

    치솟는 마력량, 랭커급의 헌터들마저 몸이 떨리게 만드는 막대한 양.

    그것이 뜻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특별관리 던전이 관리받아야 하는 이유, 혼돈의 세대에 반응하여 그들이 일으키는 변화.

    지금은 사라졌다고 알려진 최악의 장소.

    “피햇!”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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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전화 | 070-8233-6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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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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