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50화 (50/284)
  • 제2권 25화

    050

    “이, 이게 뭐야…?”

    떨리는 최인해의 목소리, 그건 두말할 것도 없는 겁먹은 목소리였다.

    콰아앙!

    터지는 폭발음 속에서 최인해는 말을 이었다.

    “이게, 말이 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 미지를 보게 된 인간의 반응이 딱 이러할 듯싶었다.

    최인해뿐만이 아니었다.

    “…….”

    권신우는 무거운 눈동자를 하염없이 흔들고 있었고.

    꽈악.

    안태민은 저도 모르게 떨리는 몸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콰아앙!

    터져 나오는 폭발음과 그로 인한 충격파, 부서진 잔해들 속에서.

    카아앙!

    두 괴물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군.”

    한국어가 아닌 영어, 이정기의 파티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정기의 팀원들보다 더욱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흥분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로베르트의 동료, 찰리였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거지? 어떻게 S등급도 되지 못하는 헌터가, 로베르트와 맞먹을 수 있는 거야….”

    상식을 뒤엎는다는 말만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조차 없다.

    상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꼴깍.

    헌터의 등급이 갖는 절대적인 의미, 그것을 무시하는 싸움.

    콰아앙!

    이건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끼어들 수 없어.’

    뒤늦게 정신을 차린 찰리가 로베르트를 돕고자 해도 소용없었다.

    “죽엇!”

    콰콰콰콰쾅!

    버서크 모드에 들어간 로베르트의 싸움은 자신 같은 서포트 계열이 끼어들었다간 오히려 짐이 될 뿐이었다.

    그때 찰리에게로 한국어가 들려왔다.

    “도와야 해.”

    안태민, 그가 커다란 태도를 들고 움직이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콰앙!

    저 싸움에 끼어들어 조금이나마 밀리고 있는 듯한 이정기를 도우려는 것이 분명했다.

    “아서라. 애송아.”

    찰리는 그런 안태민을 향해 목소리를 내었다.

    “네가 끼어들 싸움이 아니야.”

    나지막한 경고.

    하지만 찰리의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정체는 드러났으니 괜한 분란은 만들 필요 없어.’

    애시당초 목적은 저들이 아닌 이정기,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러니 조용히 잠자코….”

    기다리라.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카앙!

    안태민의 태도가 찰리의 단검과 부딪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츄어리는 그런 식인가?”

    싸늘한 안태민의 목소리.

    “목숨을 노리고 습격한 적이, 잠자코 기다리라면 기다리는 그런 곳인가?”

    도발과 같은 말.

    휘이익!

    뒤이어 찰리의 관자놀이에서 바람이 일었다.

    권신우의 주먹, 그 주먹이.

    “금빛 마력?”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색의 마력, 그중에서도 보기 희귀한 금빛의 마력.

    그것이 권신우가 자랑했던 일주일간의 훈련 성과였다.

    뒤늦게 유색의 마력에 눈을 뜬 권신우.

    “널 먼저 쓰러트리고, 이정기를 돕겠다.”

    파스슥.

    그 뒤로는 발밑에서 줄기들이 뻗어 나와 찰리를 옭아매려 했다.

    타앗!

    그 모든 것을 찰나의 순간으로 피해낸 찰리.

    “나도….”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어지간히 얕보인 모양이야.”

    이정기와 로베르트.

    그리고 팀원들과 찰리의 싸움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 * *

    콰아앙!

    던전은 금세 엉망진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볼썽사납게 부서져 있었다.

    거대한 힘의 격돌.

    쿠쿠쿠쿵!

    그 격돌에 던전 그 자체가 붕괴할 듯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그 사이사이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다들 기존의 정보보다 훨씬 강해진 모양인데.”

    하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찰리는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이정기의 팀원들.

    ‘최인해, 권신우, 안태민.’

    전부 자신이 조사한 것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말인즉슨.

    ‘단기간에 이만큼이나 성장했다는 뜻인데.’

    그건 랭커인 찰리가 생각기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아니 완전히 비상식적인 속도였다.

    ‘거기다 연계가 몹시 뛰어나.’

    더욱이 그들의 합공은 찰리조차도 땀을 삐질 흘릴 정도로 교묘하며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하루 이틀, 한두 번 던전을 돌아서 생기는 연계가 아니다.

    ‘적어도 수년.’

    그것도 평범한 싸움 속에서는 얻을 수 없는 연계.

    하지만 분명 정보로는 이들이 함께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특히나 안태민은 다른 팀을 이뤄 평생 활동해왔다.’

    헌데 이런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지옥 같은 싸움을 반복해왔다는 건가?”

    겨우 일곱 개의 던전.

    이들이 함께했다고 알려진 던전의 수.

    그 사이 이 정도의 연계술이 가능하다는 말은, 그들이 겪은 경험이 평범을 벗어나 최고 난이도와 비교할 수 있다는 것도 가능했다.

    “후욱, 지옥이라.”

    권신우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쒜에엑!

    금빛을 두른 권신우의 주먹이 벼락처럼 찰리의 안면을 향해왔다.

    “하지만….”

    찰리의 목소리.

    “그뿐이다.”

    타앗!

    찰리의 손에 가로막힌 권신우의 주먹이 금빛을 잃었다.

    “이제 막 얻은 힘, 이 마력장의 탓으로 겨우 사용은 했다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

    “커억!”

    뒤이어 날아든 찰리의 발길질에 권신우는 거센 신음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권신우!”

    최인해의 스킬이 발동해 초록빛 줄기들이 돋아나려던 찰나.

    파스스.

    돋아나던 줄기들은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식물계 스킬만 사용 가능하다면, 약점이 너무 명확하지. 혹시 네가 나보다 막대한 마력을 지녔다면 모를까.”

    서포트 계열이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 준비.

    식물계 몬스터나 스킬을 상대하기 위한 독이 최인해의 스킬을 완전히 파훼한 것이었다.

    쒜엑!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 날아든 찰리의 단검이.

    푹!

    최인해의 허벅지에 박혔다.

    “마비 독일뿐이야. 그대로 잠자코 있으면 끝난다고.”

    호기롭게 덤벼들었던 팀원들이 모두 쓰러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이게….”

    “랭커….”

    “크윽…!”

    랭커와 그렇지 못한 자의 명백한 차이.

    엄청난 속도의 성장을 거듭해 S급에 오른 안태민조차 찰리를 향해 제대로 된 일격을 가할 수조차 없었다.

    그것이 랭커.

    “도대체….”

    이런 랭커를 상대로 어떻게 이정기는 호각의 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

    퍼엉!

    들려오던 폭발음이 바뀌었다.

    충돌로 인한 폭발음이 아닌, 가죽이 터지는 소리.

    “커억!”

    일격을 허용한 이정기의 몸에서 나는 소리였다.

    퍼퍼퍼퍼펑!

    싸움의 양상이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호각으로 싸우는 듯한 모양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크하하하하!”

    어느새 로베르트가 이정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설마, 놀란 건 아니겠지?”

    찰리는 경악하고 있는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설마, 이정기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정말 아니겠지.”

    당연하다는 듯한 미소.

    “아직 열이 덜 받은 로베르트와 호각으로 싸우던 것에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지만, 로베르트의 진짜 실력은 그게 아니거든.”

    확신에 찬 눈으로 찰리가 로베르트와 이정기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퍼엉!

    “버서커는 전투를 지속할수록 강해진다. 상처가 늘어날수록 회복력이 빨라지고 마력 또한 증폭되지.”

    퍼어어엉!

    마침내 이정기가 로베르트의 주먹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이정기의 애매한 실력이 오히려 로베르트를 불붙인 것뿐이야.”

    승리?

    애시당초 이정기에게, 이정기의 팀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다.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당연한 결과지.’

    찰리는 일이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후우, 후욱….”

    거친 숨을 토해내는 로베르트가 마침내 멈춰서 이정기가 처박힌 벽을 향해 천천히 걸어 들었다.

    “크르르….”

    짐승처럼 울어대는 로베르트.

    “이정기.”

    찰리는 벽에 박힌 이정기를 보며 낮게 소리 내었다.

    “숨기는 게 있다면 이젠 다 보여야 할 거야. 안 그랬다간….”

    쾅!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까.”

    * * *

    “개자식들!”

    “크윽, 몸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는 건가!”

    무력화된 팀원들이 이빨을 갈며 소리쳤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노를 표하는 것은 안태민이었다.

    “이건 뭣도 아니야!”

    이성의 공대장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헌터가 되어 긍지를 갖고 자라온 안태민.

    그가 보기에 이 상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고문을 하는 건가! 생츄어리는 범죄자 집단에 불과했던 건가!”

    피를 토하듯 소리치는 안태민.

    그들의 눈은 시뻘겋게 물들어 벽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걱! 서걱!

    들려오는 절삭음.

    쾅!

    연이어 들려오는 폭발음.

    그 대상은.

    “이정기! 정신 차려!”

    이정기였다.

    로베르트, 그가 시뻘건 눈을 한 채 무력화된 이정기를 난도질하며 고문하고 있었다.

    “랭커라면! 헌터라면! 적어도 인간이라면…!”

    최인해가 찰리를 향해 소리쳤다.

    “이래도 되는 거냐고!”

    처참하기 그지없는 광경.

    딱, 딱….

    하지만 찰리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무언가 숨겼다면….’

    이미 보여주었어야 한다.

    이정기는 이미 빈사 상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기에게 숨기는 것은 없는 듯했다.

    ‘만일 틀렸다면….’

    걷잡을 수 없다.

    팀장 레옹은 그 상황마저 인지한 듯싶었지만, 사실 찰리 또한 이정기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로베르트가 완전 버서크 모드에 들어가기 전 호각으로 다투었던 모습, 그 모습으로 말미암아 이정기의 안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지금껏 고문이나 다름없는 로베르트의 실력행사를 그냥 두고 보고만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야. 이건 숨기고 있는 게 아니야.’

    정말 무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말려야 한다.

    “로베….!”

    찰리가 로베르트를 향해 소리치려던 그 찰나.

    쿠쿠쿠쿵!

    던전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투툭!

    무너져내리기 시작하는 던전.

    그 속에서.

    번뜩.

    검은 불꽃이 튀기는 듯했다.

    그리고 곧.

    쿵!

    이정기에게 주먹을 갈기던 로베르트의 머리가 고꾸라졌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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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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