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40화 (40/284)

제2권 15화

040

“대체 저 녀석은 뭐 때문에 우리 팀에 온 거야?”

안태민, 이번 튜토리얼 기수의 수석이자, 아버지는 안인회, 따르는 이는 주안나로 이성에서의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팀에 들어갔어도 그를 환영했을 상황.

하지만 안태민이 선택한 팀은 다른 팀이 아닌 이정기의 팀이었다.

‘왜?’

그건 그날의 선택을 본 모든 길드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였다.

도대체 안태민이 왜 이정기 팀을 선택했을까?

폭탄이나 다름없는, 자칫하면 안태민의 경력에 크게 오점이 될 수 있는 일을 말이다.

스윽.

마침내 눈을 뜬 안태민.

“감시를 위해서다.”

“감시?”

“저 녀석이 누구인지 이제 다 알지 않나?”

안태민의 말에 최인해가 흠칫 몸을 떨었다.

“저 녀석은 주안나 님의 적이다.”

안태민의 말에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하던 권신우도 안태민을 바라봤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적이지.”

강력한 적, 안태민의 입에서 나오기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마력 던전.’

안태민은 이미 한 번 마력 던전에서 이정기에게 당한 전력이 있었다.

그런 만큼 안태민이 이정기를 견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 대놓고 스파이질을 하겠다고 하는 거야?”

“뭐, 그렇다 할 수 있겠지.”

“허.”

최인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게 무슨….”

“불만이 있다면 이정기, 아니 팀장한테 말해라.”

안태민은 그렇게 말하며 이정기를 바라봤다.

“팀원의 방출 권한은 팀장한테 있으니까.”

그 말 그대로였다.

팀장은 언제나 팀원을 축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방출된 팀원의 앞날은 깜깜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정기…, 아니 팀장.”

최인해가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대놓고 스파이라고 하는데, 그냥 내버려 둘 거야?”

“뭐….”

이정기가 먹던 요거트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상관없겠죠.”

“뭐?”

“안태민 헌터가 강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건….”

“저희는 안 그래도 수가 적어요.”

뭐 적든 많은 관계는 없겠지만.

“저 대신 여러분을 지켜줄 사람으로는 충분하지 않나요.”

“무, 뭐라고?”

“그건 동의할 수….”

발끈하며 나서는 최인해와 권신우.

이정기는 그 말들을 무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나저나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벌써 정식 길드원이 된 지 며칠이 지났다.

다른 신입 길드원들은 팀에 들어가 팀의 스케줄에 따라 던전 공략을 시작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팀장이 된 이정기에게 던전 스케줄이 있을 리 없었다.

“어려울 텐데.”

지금까지는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배웠다.

“그래도 해봐야죠.”

이제부턴 행동에 옮길 시간이었다.

이정기는….

스윽.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 * *

“어때?”

팀이 던전 공략을 하는 절차는 이러했다.

이성이 공략권을 딴 던전, 그중 거대 던전은 공격대나 중소 규모의 던전은 팀 단위가 맡는 것이다.

또, 팀들은 이성이 따낸 공략권을 자신들이 따내기 위해 노력한다.

더 좋은 보상의 던전, 적당한 수준의 던전을 찾아 선택하는 것 또한 팀장의 능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없어요.”

남아있는 던전이 없다.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이성이 적지 않은 던전의 공략권을 따내는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이성의 실력 또한 좋았다.

이를테면 한 달이 걸려 공략해야 할 던전을 이 주 만에 공략해내던가 하는 일.

그러니 던전 공략권을 따내도 따내도 부족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팀장들이 죄다 공략권을 쓸어갔겠지. 신입 길드원들이 들어오는 시기니까.”

이미 신입을 맞이할 준비를 한 팀장들.

그와 반대로 이정기는 갑작스럽게 팀장이 된 자였다.

준비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한 상황.

‘이것도 알고 계시겠지.’

아마 할머니는 이런 상황마저 염두에 두고 자신을 팀장으로 만든 것일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그리고.

‘이제는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자신이 찾아갈 때마다 웃음을 내비치는 할머니.

이진석이 그랬다.

‘회장님의 웃는 얼굴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모든 걸 가진 듯 세상에 군림하는 할머니였지만 인생의 즐거움이 없다는 것.

‘이강 님이 올림포스에 들어간 이후부터일 겁니다.’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가 사라진 무렵부터 더욱 심해졌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이 그녀의 웃음이 되어주리라.

“어차피 기다려도 소용없을걸. 아무리 이성이라고 하지만 던전 공략권이 그렇게 쏟아질 듯 따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대한민국에 현재 이백여 개가 넘는 길드가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리 이성이라도 매번 모든 공략권을 따낼 수는 없는 상황.

“이대로면 손가락만 빨아야겠군.”

권신우도.

“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나는 찬성이다.”

안태민도 한 마디씩 던졌다.

그리고 이정기는.

“이성이 공략권을 따오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질문을 했다.

“근데?”

“어디서 따오는 거죠?”

“그거야….”

너무나 당연한 말을 물어보는 이정기.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이 녀석 게이트에서 나고 자랐다지.’

믿기지 않지만 현실.

그렇다면 당연히 모를 수밖에.

최인해는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협회지.”

“협회….”

씨익.

천천히 말려 올라가는 이정기의 입꼬리.

“그, 그 웃음은 뭐야?”

“좋은 생각이 나서요.”

누군가 그랬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찾아오십시오.’

그것도 협회의 사람이.

* * *

“이, 이진석…?”

최인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이진석이군.”

권신우도.

“이진석….”

안태민마저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정기의 호출에 바로 달려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이진석이었으니까.

이진석이 누구던가, 헌터 각성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해서 받은 천재 중의 천재였다.

“설마 말한 수행원이라는 사람이….”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이정기 님의 팀원분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맙소사.”

최인해는 입을 떡 벌렸다.

S등급 헌터이자 랭커, 이성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다.

“진짜 성혈은 성혈이구나.”

별의 피, 이정기의 신분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

“…….”

안태민마저도 이런 상황은 쉽게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최인해나 권신우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끼익.

이정기 일행의 앞에 멈춰선 차.

“이, 이 차는!”

이번에는 권신우가 눈이 찢어질 듯 커져 자동차를 살펴보았다.

“세계에 30대 한정으로 만든….”

“회장님께서 팀장이 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보내주셨습니다.”

“이, 이게 그렇게 대단한 차야?”

“아무리 돈이 있어도 못 타는 차야. 미국의 켄달라 헌터 알지.”

“세컨드 라인 랭커?”

권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 차를 구하기 위해 수백억을 넘게 내걸었지만, 차를 내주지 않았지.”

“뭐?”

“돈뿐만이 아닌 명예, 권력, 그것을 가진 이들 중에서도 최상위자에게만 판매되는 차….”

권신우의 눈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타시죠.”

“내가 이 차에 타볼 줄이야.”

감탄의 연속, 그렇게 곧 이정기 팀과 이진석이 모두 차에 동승했다.

“말씀하셨던 대로 협회로 가겠습니다.”

“네. 부탁드려요.”

최인해가 놀라건 말건, 권신우가 놀라건 말건 이정기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과연…, 성혈이라는 건가?”

엄청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지만.

‘이 차가 그렇게 좋은 건가?’

사실 뭐가 뭔지 아직도 잘 깨닫고 있지는 못했다.

뛰는 것보다 느린 운송수단이 대체 무슨 의미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혹시.”

그때 뒷좌석에 탄 안태민이 조수석의 이진석을 향해 물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르침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르침이요…?”

요즘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옛말.

“예. 언젠가 한 번쯤은 검을 섞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이진석 헌터님의 용암과 같은….”

안태민이 늘어놓는 말에 이진석은 작게 웃었다.

“정기 님이 허락한다면 한 번 노력해보죠.”

다시금 시선이 이정기에게 향하던 순간.

끼익.

마침내 차는 협회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협회에 미리 연락을 취해두었습니다.”

이진석이 차에서 내리기 전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이정기가 팀장이 되던 날, 이정기는 스스로 이건의 손자라 밝혔다.

아무리 이성 내부의 일이라고 해도, 소식이 소식인 만큼 이정기의 신분은 빠르게 세상으로 퍼졌고, 이제 세상 전부가 이정기라는 이건의 손자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행이라면 최명희의 으름장으로 이성 길드 하우스까지는 기자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어디 가만히 있을 위인들인가.

“저 차는!”

그들은 모두 협회에 몰려들어 있었다.

“이건의 손자다!”

“분명해!”

“이성 마크가 있잖아!”

차에서 내리기도 전 순식간에 몰려든 기자들.

촤촤촤촤촤촤!

그들은 빠르게 플래시를 터트리며 이정기의 얼굴 한 자락이라도 찍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미리 얘기해 두었는데….”

그 모습에 당황한 이진석.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협회에 연락을 취한 것인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촤르르!

기자들이 양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촤!

더욱더 쏟아져 나오는 플래시 소리.

기자들의 고함소리는 이제 완전하게 뒤섞여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정기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직접 나오신 모양이네요.”

무슨 생각일지 눈에 훤하다.

미리 연락을 취해 이런 사달을 피하고자 했건만, 그는 이것을 이용하고 싶은 듯했다.

“협회장이다!”

또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협회장이 직접 이건의 손자를 마중 나왔어!”

“와아아아아!”

협회장, 김대정이 직접 정보부장 정훈과 함께 차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미친. 이거 현실이지?”

“나도 잘 믿기지 않는군.”

“역시 그때, 김대정 협회장이 온 것은 이정기. 너 때문이었어.”

그리고 잠시 후.

딸깍.

차 문을 열어준 정훈.

“정기 군! 협회에 온 것을 환영하네!”

김대정이 환한 미소와 함께 이정기를 반겨주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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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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