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39화 (39/284)

제2권 14화

039

파티의 종료와 함께 다시 모인 길드원들.

사실 오늘의 주 이벤트는 바로 지금부터였다.

‘시험.’

김세린이 말했던 오늘의 시험.

“다들 모였다면 설명하지.”

제1팀장 배선호가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새롭게 정식 길드원들이 된 신입들을 환영하며, 이성의 규칙에 따라 자유를 주겠다.”

자유.

감이 오는 자들이나 이미 알고 있던 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다수는 이미 알고 있는 자들이었지만.

이건 튜토리얼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팀 선택은 자유다.”

팀을 고를 수 있는 것.

신세대에 이르러 헌터들의 수준이 올랐다고 하지만, 그래도 던전을 공략하는 데 있어 팀은 필수적인 요소나 다름없다.

몇 날 며칠을 보내야 할지 모르는 던전 속, 또한 던전에서 닥쳐올 위험도 셀 수 없다.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홀로 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테면 화염 마법으로 아무리 강하다 한들, 용암 던전에서는 힘을 못 쓰듯 상성에 따라, 필요에 따라 팀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기본조건이나 다름없었다.

“이번만큼은 우리는 나서지 않는다. 오직 신입 길드원들의 선택으로 팀을 결정한다.”

그러니 팀은 중요하다.

그렇게 말한 배선호는 이정기를 슬쩍 보며 말했다.

“팀 선택은 앞으로 길드 생활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과정이다. 최소 1년 이상은 팀을 변경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하도록.”

1년 동안 팀 변경을 할 수 없다.

이 자리에서의 선택이 이성의 1년을 좌우하다.

그리고 그것은 헌터의 인생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시간.

‘팀을 잘못 만나면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어디 그뿐일까.

‘팀장의 능력에 따라 던전 공략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팀을 잘못 선택했다간.

‘1년 동안 던전에 들어갈 수조차 없기도 하다.’

그것의 결과는 뻔했다.

도태.

이 엘리트주의의 이성에서 도태되어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는 것.

1년의 세월을 허송세월로 보내게 된다면 추후에도 이성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신입에게 누구보다 중요한 시간.

그건.

“후.”

팀장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년을 함께 던전 공략을 해야 할 팀원, 그들의 수준에 따라 더 높은 곳으로 향할지, 낮은 곳으로 향할지가 결정되니까.

그것은 공적이 되어 그들의 승진이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제부터 한 시간.”

배선호는 말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팀을 고르도록.”

팀장들의 자기 팀의 홍보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 * *

“오. 저 녀석 역시 배선호 팀장 밑으로 가는데?”

정식 길드원들은 이미 속한 팀이 있는 자들.

그들에게도 이 선택의 시간은 꽤나 중요한 것이었다.

동료가 될 이들, 그러니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쳇. 강신우 팀장은 이번에 완전 헛물 켜겠군.”

“그치. 그런 꼴을 보였으니까.”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신우가 입술을 짓씹었다.

팀장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신입 길드원에게 쳐 발린 팀장.

그것이 지금 길드원들이 수군대는 현실이었다.

실상은.

‘괴물 같은 새끼.’

강신우가 약한 것이 아닌, 이정기가 강한 것뿐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튜토리얼 때는 D등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까 보았던 그 힘은 자신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강신우는 잠시 이정기를 노려보며 몸을 훽 돌렸다.

“저는 포기합니다.”

“…….”

팀 선택을 포기하겠다는 말.

“이번에는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니, 일 년 동안은 자숙하겠습니다. 뭐, 지금 있는 팀원들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팀원 선택 포기, 아주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도록.”

배선호의 허락에 강신우는 이정기를 힐끗 보고 사라졌다.

‘포기도 되는구나.’

이정기는 강신우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러할까 생각했다.

파티 중 자신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이도 없었거니와.

‘팀이라는 게 꼭 필요한가?’

어차피 올림포스에서도 팀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던전을 공략하는 것?

‘마력 던전도 혼자 공략했어.’

굳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하지만.

‘아니야.’

이정기는 결국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누구 하나 자신을 선택하는 일이 없더라도 포기만큼은 할 수 없다.

‘실망하시겠지.’

도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그 할머니께서 자신에게 실망하실 것이 분명했으니까.

첫 만남이나, 그 후까지 할머니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이라기보단 남, 그보다는 시험관에 가까운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할머니가 좋아지고 있던 참이었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그저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할머니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니, 포기는 절대 안 돼.’

좋지 못한 결과라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오! 김상혁이다.”

차석으로 이름난 김상혁의 차례.

그는 조용히 앞으로 나와 제 팀원들과 함께 이정기를 흘끗 봤다.

하지만 그뿐.

“5팀을 선택하겠습니다.”

김상혁, 그는 물론 그와 튜토리얼을 함께 했던 자들은 김세린의 5팀을 선택했다.

“나를? 뭐 잘했어. 나도 제법 유망하거든.”

그렇게 하나둘, 신입 길드원들은 제 팀을 찾아 배정되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계속 흘렀다.

이정기의 10팀까지 10개의 팀, 그중 강신우를 제외한 8개 팀에는 제법 신입들이 골고루 배정되었다.

각자 꿈꾸던 것들, 아니면 자기가 부족한 것들이나 사내 정치를 생각하며 고른 것들.

그리고 이정기의 팀에는.

“…….”

역시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당연하지.”

“주형태 길드장님의 눈 밖에 날 일이 있나.”

이정기를 보며 속삭이는 길드원들.

“이강 길드장님은 이제 안 계시잖아. 이성 내에서는, 그래도 멀리하는 게 좋겠지.”

머리가 돌아가는 자들인 만큼 주형태를 의식하며 이정기를 멀리하는 것.

이성 전체의 주인이 최명희라고 하지만, 길드의 현 주인은 주형태였고 최명희는 핏줄 간의 경쟁은 내버려 두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면 괜히 고래 싸움에 엮여 새우등만 터질 수 있었다.

이정기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신입이잖아.”

“거기다 그, 이건의 손자라면 지금껏 게이트에 있던 것 아니야?”

“던전에 대한 지식도 없을 텐데.”

“괜히 함께 공략에 나섰다간 죽기 십상이지.”

이정기의 경험 부족, 팀을 이끌 팀장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약점이었다.

“거기다 실력도….”

“강신우 팀장이 방심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꽤 하는 것 아닐까?”

“무슨. 모르냐? 강신우 팀장 흥분하면 오히려 약해지는 거.”

거기다 실력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

틱, 톡.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마지막의 마지막.

단 5분 만이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저 녀석들은 뭐지?”

“아직도 간을 본다고?”

“그래 봐야 좋을 것 없을 텐데.”

“근데….”

아직까지 팀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단 세 명.

권신우와 최인해.

그리고.

“안태민이잖아?”

안태민이었다.

“저 녀석은 왜 팀 선택을 안 해?”

“주안나 라인 아니야?”

“주안나라면….”

흘깃 쳐다보는 시선.

그들의 시선은 제2팀장을 향해 있었다.

“서민우 팀장 밑으로 가야 하는 거 아냐?”

“약속된 게 다른가?”

2팀장 서민우는 주안나의 심복.

주안나의 또 다른 심복인 안태민 또한 당연히 서민우의 밑으로 일단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아니면….

“4팀장 때문인가?”

4팀장, 손시형.

그는 안태민의 아버지 안인회를 존경해 그와 함께할 날을 꿈꾸고 있는 자라고 했었다.

혹시 그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일까?

“시간 내에 결정하도록.”

배선호가 그들을 채근했다.

“만일 결정하지 못한다면, 1년간 팀 선택을 할 수 없다.”

신입들에게 주어진 선택, 그것이 지나고 나면.

“던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이성의 이름으로 던전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

어쨌든 선택해야만 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이제 채 몇 분을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

그리고 그때.

“에잇! 젠장!”

움직이는 신입이 있었다.

턱!

이정기 앞에 선 그녀.

“약속, 나 지킨 거다.”

최인해였다.

“나중에 길드에서 팀원이 필요하면 돕겠다고 했잖아. 그 약속 지킨 거라고.”

얼굴이 붉어져 말하는 최인해의 모습에 이정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필요할 때잖아요. 부탁드린 적 없는데요.”

“그럼? 그냥 혼자 하겠다고?”

“뭐….”

“됐어! 약속은 지킨 거야.”

그렇게 말한 최인해는 이정기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기 싫다는 듯 뒤돌아섰다.

그리고 또 한 명.

“나도 약속을 지켰다.”

권신우 또한 최인해의 옆에서 한 마디를 내뱉곤 뒤돌아섰다.

웅성웅성.

누구도 이정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깨졌는지 길드원들이 소란스럽게 웅웅거리고 있었다.

“미친 건가?”

“저 폭탄을 고르겠다고?”

“쟤네 둘은 그래도 유망한 줄 알았는데….”

“텄네. 텄어.”

그들의 선택을 조롱하는 길드원들.

“…….”

이정기는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던 상황.

하지만 최인해와 권신우는 자신의 부탁도 없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곳이 바깥도 아닌 이성인 이상.

그건 던전뿐만이 아닌 이성 내에서도 함께 싸우겠다는 뜻이었을 테니까.

둘 다 각자의 이유를 갖고 이성에 온 것을 아는 이정기로서는 그들의 결정에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웃어.”

“네가 우리를 책임져야 하니까.”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정기는 천천히 눈을 떴다.

“미, 미친.”

그때 길드원들의 욕설 섞인 경악성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왜?”

완전히 눈을 뜬 이정기.

“잘 부탁한다.”

그 앞에 안태민이 서 있었다.

* * *

정식 길드원이 되었고, 팀 또한 결정되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현재.

쉐엑! 쉐엑!

권신우는 허공을 향해 손을 내뻗고 있었고.

“하아암.”

최인해는 하품을.

“…….”

안태민은 자신의 태도를 기대어 놓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팀에게 주어지는 길드 하우스의 룸.

이곳에 이정기의 팀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정기는.

덜그럭, 덜그럭.

요거트와 같은 유제품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

그 모습을 본 최인해가 이정기를 향해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분명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닌가.

“거기다 저 녀석은 대체 뭐고.”

또한, 최인해는 안태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체 우리 팀에는 왜 온 거야?”

그것은 그날 안태민의 선택을 본 모든 이들의 공감하는 사항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발행인 | 조규영

펴낸곳 | 오에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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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 일 | [email protected]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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