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강의 손자-37화 (37/284)
  • 제2권 12화

    037

    일반 길드원도 아닌 팀장들 사이에서의 소란.

    웅성웅성.

    그 소란에 이번에 정식 길드원이 된 자들까지 긴장을 더욱 늦출 수 없게 되었다.

    “무슨 일이야?”

    “몰라.”

    “누가 온 거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는 신입 길드원들.

    그들에게 팀장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녀석 뭐야?”

    상황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었다.

    지금 길드 하우스의 홀은 총 세 개의 층으로 나뉘어 길드원들이 분류되어 있었다.

    가장 밑의 1층은 신입 길드원들이, 2층은 정식 길드원들이, 3층은 팀장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3층에 누군가 새로 나타난 것이고, 그가 이 소란을 일으킨 주범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지?”

    “왜 3층에 나타난 거야?”

    더욱 확실해지는 상황.

    “누가 층을 잘못 나섰나 보네.”

    누군가, 규칙을 어기고 팀장들이 있는 층에 나타난 것임이 분명했다.

    아주 이따금 있는 실수.

    “킥, 어떤 머저리야?”

    “누군지 몰라도, 찍히겠네.”

    하지만 엘리트 주의를 표방하는 이성에서는 그런 작은 실수로도 낙인이 찍혀 길드 생활에 태클이 들어올 것은 자명한 현실이었다.

    그리고.

    “…….”

    “…….”

    권신우와 최인해는 서로를 마주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 일반 길드원일 리 없다.

    이런 실수를 저지를만한 자라면 당연히도 신입 길드원.

    그리고 이번 기수의 신입 길드원들 중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자는 딱 한 명.

    “맙소사.”

    “저…, 저 미친 자식이….”

    이정기, 그뿐이었다.

    웅성웅성.

    소란 속에서 마침내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이정기야.”

    이정기, 그가 3층의 홀에서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새파랗게 질린 신입 길드원들.

    “저 자식 때문에 우리한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김상혁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신입 길드원들을 향해 말했다.

    “전원 자세 똑바로 하고, 단 한 치의 틈도 보여선 안 돼.”

    그리고 안태민은.

    “…….”

    그저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상황과 관계없다는 듯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2층의 일반 길드원들은 3층을 올려다보며 킥킥대고 웃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재밌는 구경을 할 수 있겠네.”

    “팀장들이 저 어리버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신입의 실수,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가벼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곳은 이성, 그리고 이성의 길드였다.

    헌터들의 집합소인 길드에서는 작은 실수라도 용납될 수 없었다.

    그 작은 실수가 자신의, 그리고 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이.”

    역시나, 팀장들은 이정기를 둘러싼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층을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 * *

    마침내 팀장들이 나서자 싸늘해진 분위기.

    “…….”

    이정기는 그들을 그저 가만히 쳐다볼 뿐이었다.

    “못 들은 건가?”

    그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9팀장 강신우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다시 말했다.

    “내가 지금 너한테 네가 감히 올 층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

    “당장 내려가라. 대신….”

    강신우는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그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계단 대신, 1층을 내려다볼 수 있는 홀이 있었다.

    뛰어내리라는 뜻.

    이성의 정식 길드원이라면 이 정도 높이에서 추락한다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테지만.

    스윽.

    그들은 그것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우리를 지나서 말이지.”

    이정기가 홀로 향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은 팀장들.

    그건 마치 그들을 쓰러트리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것 같았다.

    “못한다면….”

    이빨을 드러내는 강신우.

    “그대로 뒤 돌아 이성을 떠나라. 이성은 너 같은 머저리가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제 막 신입으로 들어온 길드원에게 팀장들을 지나쳐 가라니.

    그건 안태민조차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조금 심한 거 아니야?”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축제처럼 즐기려 했던 일반 길드원들마저 긴장한 채로 3층을 올려다보았다.

    “자.”

    강신우가 말했다.

    “어쩔 테냐.”

    자신들을 뚫고 가던가, 그것이 아니면 포기하라는 말.

    “오해가 있었나 보네요.”

    마침내 이정기가 입을 열었다.

    “오해?”

    “안녕하십니까.”

    그와 함께 이정기는 평온한 목소리로 홀이 울리도록 목소리를 내었다.

    “저는 이번에 이성의 제10팀, 팀장으로 합류하게 된 이정기라고 합니다.”

    웅성웅성!

    “지금, 뭐라고 한 거야?”

    “10팀 팀장?”

    “그런 팀은 없잖아?”

    일반 길드원들부터.

    “저, 저 미친놈이!”

    신입 길드원들은 튜토리얼 때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이정기가 마침내 미쳐버렸다고 생각했다.

    “……권신우.”

    최인해는.

    “이정기 번호 지워야 하나?”

    아예 포기한 듯 권신우를 향해 중얼거렸다.

    하지만.

    “…….”

    권신우의 반응은 달랐다.

    “뭐야? 설마 정말로 이정기가 팀장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나?”

    최인해를 향해 권신우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실력, D등급임에도 홉 오우거를 쓰러트렸다. 그리고 우리가 마력 던전에서 보았던 실력….”

    “그건….”

    “그리고 튜토리얼 시험장에 최명희 회장님과 주형태 길드장님, 김대정 협회장님도 참석했었다.”

    “그건 안태민….”

    권신우가 최인해를 보며 말했다.

    “그게 정말 안태민 때문이었을까?”

    꿀꺽.

    최인해는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 뭐야. 설마, 이정기가 성혈이라도 된다는 소리야?”

    “그럴 수도.”

    “하지만 성혈은 주 씨….”

    번뜩!

    최인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최인해 또한 신세대 헌터.

    그가 태어나고 자란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조금은 지워진 이름이 있었다.

    이제 모두가 성혈을, 이성을 주 씨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본디 이성의 후계자.

    “이강….”

    “그리고 이건이 돌아왔지.”

    “설마….”

    권신우가 3층의 소란을 보며 말했다.

    “이정기, 정말 녀석이 이건의 핏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씨익.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 * *

    “뭐라고?”

    강신우, 그가 이제는 분노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네가 팀장이라고?”

    “10팀?”

    “이정기라면….”

    팀장 중 누군가가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이번 튜토리얼에 골때리는 녀석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 녀석이 이름이 이정기였을 거야.”

    이정기를 떠올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입 길드원 주제에, 팀장을 사칭한 거냐?”

    강신우는 이제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더욱더 적대적으로 변해버린 분위기.

    당연한 일이었다.

    신입에 불과한 길드원이 팀장으로 부임한다는 이야기, 믿을 수 없거니와 그런 일이 있었다면 팀장들에게 전달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정기는 왜 사태가 이렇게 됐는지를 알고 있었다.

    ‘주형태.’

    자신의 백부인 주형태 길드장.

    그의 짓일 것이다.

    정식 길드원으로 길드의 호출을 받는 날을 기다리고 있던 이정기, 그를 최명희가 따로 불러내었다.

    ‘팀장급으로 시작하거라.’

    사전 설명조차 없던 한 마디.

    그 후 할머니는 말해주었다.

    ‘네가 누군지 모르는 게냐?’

    자신이 누군가.

    ‘뭐라 한들, 내 핏줄이다. 그만하면 됐다. 거기다….’

    또한, 최명희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해주었다.

    ‘마동철에게 물건을 받아왔다지.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정식 길드원이 되는 날, 팀장으로서 팀장이 서야 할 지정된 위치에 온 것뿐.

    하지만 주형태 길드장이 그 사실을 팀장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속셈이야 뻔했다.

    어차피 자신이 팀장이라는 것은 밝혀진 진실.

    ‘망신을 주려는 건가.’

    성혈의 일원으로서의 시작.

    또한, 이성에서의 자신의 시작과도 같았다.

    그것을 망친다면.

    ‘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겠지.’

    혹여 그의 위치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셈.

    ‘나쁘진 않아.’

    이정기는 그에 어울려주는 것도 나쁜 결과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는 바라지도 않고, 관심조차 필요 없다.

    그저 한순간 숙이고 들어가면 앞날이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가 실망하실 거야.’

    그렇게 한다면 최명희가 실망할 것이다.

    그뿐만은 아니었다.

    부글.

    속이 끓어 오른다.

    ‘네가 누군지 모르는 게냐?’

    할머니의 말씀.

    할머니의 말대로 자신의 할머니의 핏줄이다.

    하지만 동시에.

    ‘정기야.’

    할아버지의 핏줄이기도 했다.

    “사칭이 아닙니다. 확실히 저는 10팀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이 자식이 그래도…!”

    “확인조차 해보지 않는 겁니까?”

    확인.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는 이정기의 언동에 결국 강신우도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여기서 물러섰다간 오히려 내가 웃음거리가 된다.’

    둘 다 물러날 수 없는 상황.

    “확인은….”

    “확인은….”

    둘은 거의 동시에 말했다.

    “실력으로 증명해라.”

    강신우가 먼저.

    네가 정말 팀장급이라면, 자신들을 뚫어보라는 것.

    그것으로 증명해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이정기의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제가 누군지 말씀드리는 거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

    갑작스러운 말, 그리고 거침없이 내딛는 발.

    이정기는 자연스레 강신우를 지나쳐 나아갔다.

    “……!”

    일련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탓에 이정기를 막아서기로 했던 팀장들은 결국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을 물러서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저는….”

    할아버지가 말씀했다.

    ‘힘으로 해결하는 게 최고다.’

    언제나 기억하라던 말.

    ‘그런데 그냥….’

    이정기는 그것을 기억하며 말했다.

    ‘그러나 그전에 내 이름 팔면 어지간한 건 해결될 거다.’

    그래. 그것도 방법이라고, 그 또한 힘이라고.

    “이건 헌터님의 손자이자, 최명희 회장님의 손자.”

    “……!”

    “이성 길드의 초대 길드장님이셨던 이강 길드장님의 아들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그렇게 말한 이정기가 뒤를 돌아보며 강신우를 봤다.

    “이것으로 확인되셨습니까?”

    최강의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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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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