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11화
036
텅! 쨍그랑!
아직도 이정기의 품에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
“흐에에에엑!”
마동철은 경악하며 괴성을 내지를 뿐이었고.
“…….”
이진석은 도대체 마동철이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신기한 것이 있다면.
“대체 어디서 물건을 꺼내는 겁니까?”
도대체 저 많고 무거운 장비들을 품속에서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는지에 관한 이유였다.
저 안에 마법 배낭이 있는 걸까?
‘아냐.’
저 정도 무게와 수를 감당하기 위한 마법 배낭이라면 최소한 백팩은 아니더라도 크로스백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할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제작자라 칭송받는 마동철이 만들었다는 이건의 배낭도 그 크기가 백팩 정도였다.
“설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의문.
“아공간?”
최고 등급의 능력 중 하나인 아공간.
보유 마력이 적더라도 아공간을 가진 자는 단숨에 A등급의 자격을 갖추는 대단한 능력이었다.
“뭐 비슷해요.”
“……!”
“아공간은 아니고 인벤토리라고 하는데….”
“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는 알고 계시는 겁니까?”
처음 D등급임을 알렸던 이정기.
하지만 협회 등급 심사에 아공간을 알렸다면 단숨에 A등급을 받는 것은 물론, 튜토리얼 과정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아공간은 그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었다.
높은 등급의 게이트나 던전일수록 그 크기도 거대하고, 그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적게는 수십 일, 많게는 몇 년을 탐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먹을 식량과 물품들을 챙겨야 하는 것은 필수고 말이다.
그렇기에 마법 배낭은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큰 가치를 지니며 헌터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공간 능력을 지녔다면?
‘그 모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능력이 바로 아공간 능력.
올림포스에 들어갔던 이들 중 한 명도 전투 능력은 미약하나 그 아공간의 크기가 방대해 함께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 아공간이고 나발이고….”
마동철은 그런 이진석의 상념을 깨부쉈다.
“이, 이것들이 뭔지는 알고 지껄이고 있는 거야?”
“예…?”
“이것들….”
마동철은 바닥에 널브러진 아이템 하나를 집어 들어 올렸다.
건틀렛과 비슷한 모양.
하지만 이진석의 눈에는 녹이 슬고 부서져 버린 쓸모없는 장비일 뿐이었다.
“이거….”
마동철은 그런 이진석을 보며 괴상하게 입을 비틀곤 말했다.
“사자왕의 철권이다.”
“예, 예…?”
“사자왕의 철권이라고! 그 시엘! 톰 포터! 주먹왕! 그 자식의 물건이라고!”
“사자왕의 철권이라면….”
이진석도 모를 수가 없다.
“레, 레전더리 아이템?”
“그래! 이 머저리야!”
뒤틀리다시피 일그러진 이진석의 얼굴.
“이건 뭔지 알아?”
또 하나, 이번엔 펜던트 같은 것을 마동철이 들어 올렸다.
그 또한 보잘것없었지만.
꿀꺽.
방금 사자왕의 철권이 저 형편없는 건틀렛임을 알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불사조의 가호다.”
“허, 허, 허…. 허억.”
숨이 가빠 온다.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이것도.”
말도 안 되는 일.
“전부 레전더리야.”
세상에 극히 희귀하다 알려진 레전더리 아이템.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 현재까지도 발견된 레전더리 아이템의 수는 오십여 가지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텅! 쨍그랑!
저 쓰레기처럼 보이는 전부가 레전더리 아이템이다.
그 수가 자그마치.
“열네 개.”
열네 개.
씨익.
입가를 말아 올리는 마동철의 미소가 섬뜩했다.
“진석아. 이진석아. 이것들 팔면 어떻게 될 것 같냐?”
그런 어이없는 질문에 이진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국을 살 수 있을….”
하지만 그 맥을 끊는 이가 있었으니.
“수리할 수 있어요?”
이정기였다.
“할아버지라면 수리하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는데.”
“그, 그래. 수리해주다마다! 이것들을 내가 만질 수 있다니, 당연히 해야 하고말고!”
지금의 마동철은 팔을 고쳤을 때보다 더욱 신이 난 듯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된다. 팔이 이제야 나았으니 준비가 필요해. 이 명품…, 아니, 보물…, 아니! 아니야! 하늘의 선물이나 다름없는 것들을 수리하려면 준비가 필요해!”
그렇게 미친 듯 중얼거리는 마동철은 벌써 저만치 움직여 무언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럼, 장비 문제는 해결된 것 같은데. 갈까요?”
“…….”
이정기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이진석.
“아, 그렇다고 해도 장비도 할머님의 시험일지 모르는 몇 개는 챙겨가야겠네요.”
그렇게 말한 이정기는 구석을 살피며 무언가를 보았다.
“할아버지. 이것들만 조금 고쳐줄 수 있어요?”
“이거….”
“할아버지!”
“어? 그, 그래! 다 가지거라! 아니 고쳐주마!”
* * *
까앙!
“흐흐.”
망치를 두들기며 웃음을 터트리는 마동철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까앙!
행복해 죽은 사람이 있다면 딱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
까앙.
하지만 그 망치 소리가 어느 순간 줄어들더니.
콰앙!
폭발음으로 변모했다.
파스스.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마동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곁에는 그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 한 구, 아니 또 한 구 모습을 더 드러냈다.
“어떤 놈이 감히….”
분노로 일그러진 마동철의 눈.
하지만 그 눈은 곧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부르르르.
팔이 고쳐지고 손 봐서 새로 만든 자신의 인형이 바닥에 너부러져 떨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무, 뭔!”
무언가 접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은.
“마력장!”
마력장에 인형들이 제힘을 잃고 스러진 것이었다.
도대체, 이런 것이 가능한 이가 있던가?
말도 안 된다.
꿀꺽.
그제야 마동철은 현실을 직시했다.
‘죽을 수도 있다.’
차원이 다른 적.
하지만 그 전에.
‘저것들만은 안 돼.’
이정기가 수리를 맡긴 아이템만은 빼앗길 수 없다.
그게 누구의 것인데, 자신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이정기의 물품을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꿀꺽.
나중에라도 이 사실을 형님이 알게 되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딸깍.
미리 준비는 해두었다.
워낙 대단한 물건들이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두었다.
이것으로 자신은 죽더라도.
툭!
하지만 마동철의 생각은 거기서 멈추었다.
“이게 왜….”
딸깍! 딸깍! 딸깍!
아무리 준비한 장치를 눌러보아도 반응이 없다.
고장?
아니.
“미친!”
마력장이 인형을 멈춘 것은 물론,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기계장치에도 간섭한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
이십여 년간 쉬었다고 하나 그동안 놀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제작술과 방식을 공부하며 많은 것을 고안했다.
그렇게 탄생하여, 또 한 번 최고라 자만했거늘.
“안 된다!”
마동철이 망치를 들고 적에게 달려들려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은혜는 아는 난쟁이 똥자루구만.”
“……!”
들려온 목소리에 마동철이 멈춰 섰다.
스으윽.
옅어지는 연기.
“그래. 그 아이템들이 누구의 것인데, 잃어버려? 그래도 대비는 해두었으니 매는 안 맞아도 되겠어.”
“혀….”
“정기 고놈한테 제대로 감사는 표했겠지?”
“형어엉-니이이이이이임!”
이건.
그가 그곳에 서 있다.
가느다란 눈초리, 짙게 난 하얀 수염.
분명 예전과 다르게 늙어있었지만.
덜덜덜.
그는 정말 괴물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이다. 난쟁이 마동철이.”
“혀, 엉, 형님!”
“장비 좀 제작해줘야겠다.”
* * *
마침내 새로운 기수의 신입 길드원들이 정식으로 들어오는 날.
이성의 길드 하우스에는 사람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웅성웅성.
신입은 총 스무 명도 되지 않는 소수이지만, 하우스의 홀을 가득 채운 수많은 사람들.
“올해 튜토리얼은 빡셌다며?”
“그러게. 역대급이라던데.”
“그 안태민, 안인회 공격대장님 아들이 수석이라던데.”
그들은 모두 어엿한 이성의 길드원들이었다.
신입 길드원들이 정식 길드원이 되는 날, 이성의 길드원은 참석 가능한 자들 모두가 하우스에 모인다.
새로 동료가 될 이들, 함께 목숨을 걸어야 할 이들이기에.
동시에.
쿠웅.
“어마어마하네.”
이성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저 사람들이 올드비인가?”
“저기 저 사람들은….”
“맙소사.”
이제 당당하게 이성의 정식 길드원이 된 신입들은 길드원들의 면면을 보고서는 기가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국내 최고의 헌터들을 보유한 이성.
이성의 전력은 세계에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도 이성에 들어가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는 강력한 헌터들.
그들이 홀의 위편에서 신입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꿀꺽.
그러니 긴장이 될 수밖에.
거기다 이 신입의 의식은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저 녀석 좀 마음에 드는데?”
“권사랬지?”
“이미 내가 점 찍었다.”
“쟤는 초록빛 마력을 사용한다던데.”
“최인해?”
정식 길드원이 된 신입들은 아직 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당히 튜토리얼을 합격한 그들은 당장 실전에 투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인재들.
당연히.
‘선택.’
팀을 선택하여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건 그걸 위한 자리였다.
“팀장들 온다.”
팀장급.
이성의 던전 공략의 이점을 향유할 수 있는 최소 단위, 그들을 이끄는 자들이 바로 팀장들이었다.
하나하나가 확실한 강자.
팀장급들은 최소 AA급 이상, 최대 S급 초반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확실히 어마어마한 강자들.
“그런데….”
권신우는 그런 팀장들의 기세에 짓눌려 마른 침을 삼키며 최인해를 향해 말했다.
“이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지?”
정식 길드원이 되는 첫날, 이성에 들어와 누구나 기다리는 날이었다.
헌데.
“미친 자식. 연락도 안 받아. 자는 거 아니야?”
이정기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정기를 제외하곤 안태민도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는 이정기는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았다.
“설마 다른 길드에 스카우트된 건가?”
“에이 한국에서 이성을 넘을 곳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이정기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쿵.
무언가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더욱더 커지는 소란.
“회장님!”
최명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최강의 손자
지은이 | 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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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 2012년 4월 12일 제399-2016-000057호
발 행 일 | 2020년 12월 22일
ISBN 978-89-6788-793-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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